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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의_창업을_응원해] '일과 가정' 모두 챙기고픈 워킹맘의 마음 잘 아니까요

정지예 ‘맘시터’ 대표

유자녀 기혼 여성의 고민 덜어주려

성격·양육 가치관 등 조건 세분화

2시간 내 원하는 시터와 연결돼

이용후기·철저한 신원확인 호평

2년만에 부모·시터회원 8만명

연말 앱 출시로 편의성 개선 나서

#. 스물 네 살, 줄곧 꿈꾸던 글로벌 컨설팅 회사에 당당히 입사했다. 커리어우먼으로 살아가는 날을 그리며 입사한 회사. 밤새 진행되는 프로젝트도, 밥 먹을 시간마저 쪼개가며 하는 각종 업무도 자신있게 해낼 수 있었다. 그러나 함께 일하는 여성 선배들은 고민이 많았다. “일을 위해 결혼을 포기할 것인가? 결혼을 하더라도 아이는?” 똑같은 고민이 화자만 바뀌어 반복된다. 왜 여성은 일과 가정을 모두 순탄하게 지켜낼 수 없는 것인가.

#. 여성 직원이 많은 회사는 일과 가정을 함께 챙기는데 조금이라도 유리할 줄 알았다. 그래서 국내 패션 대기업으로 이직했다. 그러나 앞서 다녔던 컨설팅 회사와 마찬가지로 이곳에서도 ‘기혼 유자녀’ 여성은 항상 2중대다. 롤 모델인 여성 임원도 가뭄에 콩 나듯 하고, 그나마 현재 임원인 이들조차 비혼이거나 아이가 없다. 주변에 일 잘한다고 소문났던 여성 선배들은 애 낳고 돌아오질 못했다. 무엇이 그들을 일터에서 사라지게 하는가.

#. 사기업보다는 여성의 역할이 자유로운(?) 학계로 가기로 결심하고 다시 사직서를 냈다. 육아정책 연구를 하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비록 사기업에서 길게 가진 못했지만, 후배들은 지금보다는 편안하게 회사 다닐 수 있도록 국가 정책으로 지원해주고 싶은 마음에서였다. 관련 논문을 읽다 찾아간 한 연구소에서 딸을 키우고 있다는 연구원을 만났다. 그분은 딸의 미래를 걱정하며, “정말 미안하다. 80년대 학번인 우리가 제대로 길을 터주지 못해 20년 전이나 지금이나 다를 것이 없다”며 울먹였다. 한 세대가 바뀌는 동안에도 일하는 기혼 여성의 삶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는 말에, 지금, 이 순간을 살아가는 인간으로서 책임을 통감했다. 이 순간은 양육자 누구나, 언제나, 보육과 관련한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하자는 ‘맘시터’의 사업 초기 모델을 떠올린 각성의 순간이기도 했다.

정지예 맘시터 대표가 서울 마포구 본사에서 창업에 뛰어든 계기를 소개하고 있다. /사진제공=맘시터




기업에 입사한 이후 ‘일하는 여성이 가야할 길은 어디인가’를 두고 치열하게 고민했던 정지예 대표는 육아에 발목이 잡혀 일과 꿈을 포기하는 선배 여성을 보고 아이돌봄에 관한 사업을 시작하기로 마음 먹었다. “단 10명에 불과하더라도, 그들의 삶이 긍정적으로 바뀔 수 있다면 그걸로 족하다”며 뛰어든 창업전선에서 그는 오랫동안 여성 개인이 떠안고 있던 보육이란 과업을 사회 구성원들이 함께 도울 수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에 골몰했다. ‘한 명의 아이를 키우는 데는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말이 구호에 그치지 않도록 말이다.

그렇게 정 대표는 2016년 9월 정식으로 아이돌보미 중개 플랫폼 ‘맘시터’를 선보였다. 그리고 2년이 흘렀다. 부모회원 3만명, 육아도우미로 등록한 ‘맘시터’ 5만명. 이 가운데 지금 바로 활동할 수 있는 맘시터만 1만2,000명에 달한다. 비슷한 시기에 영유아 보육을 내걸고 사업을 시작한 다른 스타트업들보다 월등히 많은 회원 수다. ‘시터넷’, ‘단디헬퍼’ 등 인력 중개업소와 전문 시터가 주로 이용하던 기존 네트워크에 비해도 손색이 없는 규모다. 맘시터가 단기간에 이처럼 두터운 회원 층을 확보할 수 있었던 것은 정 대표가 처음 사업에 뛰어들 때 ‘가장 빠르게, 부모가 원하는 조건의 아이돌보미를 찾을 수 있게 하자’고 결심한 것이 시장의 니즈와 딱 맞아 떨어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덕분에 맘시터를 이용하는 부모 회원 90%는 검색을 시작한 지 평균 2시간 내에 원하는 시터를 구하고 있다. 특히 아이돌봄을 원하는 이들은 대개 갑자기 회사 일정이 생기거나 아이가 급작스럽게 아픈 경우가 대부분이기에 이 같은 시스템은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맘시터 공식 홈페이지 캡처


정 대표는 “아이의 성격에 따라, 또는 부모가 중요하게 여기는 양육 가치관에 따라 원하는 이상적인 시터는 너무나도 다양하기에 맘시터는 소개 플랫폼으로 스탠스를 잡았다”며 “대신 맘시터는 이용 경험이 있는 부모회원이 직접 해당 시터를 평가하는 것이 옳다고 보고 후기를 중요하게 다루고 신고 필터링 등을 통해 악성 시터가 발 붙이지 못하도록 인력을 관리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또 후기 작성자에게는 적립금을 지급해 다른 부모 회원에게 도움이 될 수 있도록 했다. 기본적인 신원 확인은 철저하게 진행하고 있다. 대학생 시터인 경우에는 재학 여부를, 일반인 시터일 경우에는 주민등록등본, 기타 자격증에 대한 인증을 거치고 맘시터 내에서 채용된 횟수도 확인할 수 있다.

정 대표는 올해 매출을 2억여원으로 예상했다. 이르면 오는 12월에 출시되는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아이돌보미를 찾는 부모들이 자신의 상황에 딱 들어맞는 돌보미를 찾을 수 있도록 하고 매출도 확장해나갈 계획이다. 웹사이트를 통해서만 이용했던 고객들의 편의성이 크게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정 대표는 “지역이나 시간 등의 제한으로 아이돌보미를 제때 구하지 못하는 분들을 위해 매칭률을 지속적으로 높여나가겠다”고 말했다.
/이수민기자 noenem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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