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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광, 中공세 넘어서려면 인증 간소화·금융지원 필요"

■ 본지 '재생에너지 현주소' 민관 좌담

코로나 이후 기후변화 대처 위해 탄소절감 중요성 커져

풍력 등 재생에너지 경쟁력 갖춰 유가 영향받는 시대 지나

정부, 새만금태양광·한림 해상풍력 등 대형사업 본격화

고효율 제품 우대·공동 R&D 장려…새시장 진출 도울것

24일 서울 종로구에서 재생에너지산업 간담회가 열렸다. 왼쪽부터 이상훈 에너지공단 소장, 주영준 산업부 에너지자원실장, 이완근 한국태양광산업협회장(신성이엔지 회장), 이준신 한국태양광발전학회장(성균관대 교수)./성형주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확산되면서 기후변화 대응에 다시 관심이 높아지고 중요성이 커지고 있습니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재생에너지의 가치도 계속 조명받을 것입니다. 저유가 시대가 왔지만 태양광과 풍력이 유가에 영향을 받는 시대는 끝났습니다.”

코로나19 사태 속에 정부의 에너지 전환 정책을 돌아보고, 국내 재생에너지 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마련된 서울경제의 좌담회에서 전문가들은 27일 이같이 입을 모아 강조했다. 정부는 올해 새만금 태양광 발전과 한림 해상풍력 등 대형 프로젝트의 투자를 늘려 경기 회복의 기폭제로 삼으면서 재생에너지 확대를 지속해나가겠다고 밝혔다. 업계와 학계 전문가들은 “국내 재생에너지 시장 규모는 커졌지만 기업 경쟁력은 파격적 지원에 나서고 있는 중국에 비해 뒤떨어지는 측면이 있다”면서 “중국 업체와 당당히 경쟁하려면 정부의 적극적인 금융 지원이 절실하다”고 주문했다. 아울러 제품 인증 등에 많은 시간이 소요되는 문제점을 보완하고 인증 절차를 간소화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산업통상자원부와 에너지공단은 코로나19 등으로 어려움을 겪는 기업들에 금융 지원 등을 검토하고, 정부 주도 프로젝트에서 고효율 제품을 우대하는 한편 기업의 공동 연구개발(R&D)을 장려해 국내 재생에너지 산업 경쟁력을 세계 최고 수준으로 높여가겠다고 화답했다. 좌담회는 주영준 산업부 에너지자원실장과 태양광산업협회 회장인 이완근 신성이엔지 회장, 태양광발전학회장을 맡고 있는 이준신 성균관대 교수, 이상훈 에너지공단 신재생에너지센터 소장이 참석한 가운데 손철 서울경제 경제부 차장의 사회로 진행됐다.

●참석자

주영준 산업통상자원부 에너지자원실장

이완근 한국태양광산업협회장·신성이엔지 회장

이준신 한국태양광발전학회장·성균관대 교수

이상훈 에너지공단 신재생에너지센터 소장

사회: 손철 경제부 차장



주영준 산업통상자원부 에너지자원실장


-국내 재생에너지 발전 현황과 문제점을 먼저 짚어봤으면 한다.

△주 실장=오는 2030년까지 태양광·풍력 등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20%까지 늘리겠다는 정부의 ‘재생에너지 3020’에 따라 보급 정책은 순항하고 있다. 지난해만 해도 신규 설비 보급목표가 2.4기가와트(GW)였는데 실제는 3.5GW에 달했다. 올해도 대규모 프로젝트 착공에 적극 나설 예정이다. 한림 해상풍력과 새만금 태양광 등 32개 프로젝트가 본궤도에 올라 올해 보급 목표 달성도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는 2040년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 목표인 30~35%를 달성하기 위해 의무공급량 상향 방안도 검토 중이며, 자가용 신재생에너지설비 설치보조금 지원사업의 예산을 계속 늘려나갈 계획이다.

△이 소장=태양광에서 ‘밸류체인(폴리실리콘-잉곳·웨이퍼-셀(태양전지)-모듈(패널))’ 부실화 문제가 지적되지만, 밸류체인의 핵심축인 모듈을 보면 국내 업체의 점유율이 지난해 70%를 웃돈다. 미국과 일본 모두 자국산 점유율이 20%가 채 안 된다. 중국이나 대만을 제외하고 국내 시장에서 자국산 점유율을 이만큼 높인 나라를 찾아보기 어렵다.

△이 교수=국내 인구수 등을 고려한다면 재생에너지 보급은 세계에서도 모범국가로 분류될 수 있다. 다만 정부 정책이 재생에너지 보급에 우선 초점을 맞추면서 여전히 산업 구조가 탄탄하지 못한 점은 아쉽다. 이제는 제조업체의 경쟁력을 높여 지속 가능한 재생에너지 발전 생태계를 구축하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

이완근 한국태양광산업협회장·신성이엔지 회장


-코로나19 사태로 실물경제가 빠르게 위축되고 있다. 더욱이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의 원유 증산 전쟁까지 겹쳐 유가가 급락했다. 저유가 시대를 맞아 재생에너지의 경쟁력이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 회장=코로나19의 영향으로 기업인 출입이 막히면서 미국 등에서 예정된 프로젝트를 진행하지 못한 사례들은 있다. 하지만 유가를 둘러싼 우려는 이제 하지 않아도 된다. 재생에너지가 유가에 영향을 받는 시대는 지나갔다고 본다. 코로나19로 더욱 중요해진 기후변화에 대처하려면 탄소를 줄여야 하기 때문에 화석연료 가격이 떨어졌다고 당장 영향을 미치지도 않는다.



△주 실장=발전원을 택할 때 가격이 주된 고려 요소이기는 하지만 재생에너지도 상당 부분 경쟁력을 확보했다. 또 재생에너지가 온실가스 감축 달성을 위해 필수적인 에너지원으로 자리 잡아 저유가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 본다. 특히 발전용 설비 시장을 보면 태양광과 풍력의 대체재는 주로 석탄으로 석유와는 관련이 별로 없다.

다만 유가에 연동되는 전력시장가격(SMP)이 하락해 신재생에너지 ‘공급인증서(REC·발전사업자가 신재생에너지로 전기를 생산해 공급했다는 사실을 증명하는 증서)’ 현물거래를 통해 수익을 내던 재생에너지 발전사업자의 수익성은 나빠질 우려가 있다. 이 문제에 대처하기 위해 고정가격으로 거래하는 프로젝트의 비중을 늘리는 한편 현물 시장 비중을 줄이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이준신 한국태양광발전학회장·성균관대 교수


-정부가 그간 재생에너지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다양한 대책을 내놓았는데 어떻게 평가하나.

△이 회장=정부 대책들이 기업들의 체감도를 충분히 높였는지 잘 살펴봐야 한다. 국내 제조업체들은 이구동성으로 자금 지원이 부족하다고 말한다. 정부가 지난해 4월 R&D 지원, 고효율 제품에 인센티브 제공 등 지원책을 내놓았지만 금융 지원에 대한 부분은 여전히 깊게 논의되지 않고 있다. 중국과 경쟁에서 버텨내려면 업계에 대한 금융 지원은 특히 절실하다. 중국은 태양광 업체들에 퍼주기식으로 지원을 하고 있다. 덕분에 중국은 한 제조사의 생산능력이 수십GW에 달하는데 국내 업체는 수십MW에 불과한 곳도 많다. 설비투자를 하려 해도 자금 사정이 여의치 않아 갈수록 중국과의 경쟁을 견디기 쉽지 않다.

△이 교수=각종 규제나 인증제도 손볼 필요가 있다. 예컨대 지금은 공장에서 제품을 만들면 에너지공단을 통해 인증을 받는데 길게는 8개월씩 걸린다. 미국은 수입산 제품을 인증하는 작업도 두 달이면 끝낸다. 제품을 바로 팔 수 있어야 공장을 돌리는 데 차질이 없는 만큼 이런 인증 절차도 대폭 간소화할 필요가 있다.

△주 실장=정부는 크게 두 가지 방향으로 지원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우선 제품의 효율을 높이고, 같은 효율이라도 싸게 만들 수 있게 하려 한다. 동시에 발전사업 외 새로운 시장으로 업체들이 진출할 수 있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국제규범에 어긋나지 않는 범위에서 최대한 지원하려 애쓰고 있다. 올해는 효율이 17.5% 이상인 모듈만 국내 시장에 설치할 수 있도록 최저효율제를 실시한 만큼 저가·저품질 태양광 모듈의 국내 유통을 막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재생에너지 관련 기업이 공동으로 R&D 프로젝트에 참여해 시너지를 낼 수 있도록 하는 방안도 추진 중이며 조만간 공식 발표할 예정이다. 추가로 재생에너지 제조업체가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는다면 지원할 수 있는 방안도 검토하겠다.

△이 소장=현재 탄소인증제를 시범적으로 시행하고 있다. 말 그대로 제품 생산 과정에서 탄소를 얼마나 배출하는지를 체크하는 것으로, 국내 시장을 저탄소 친환경시장으로 선제 전환해 세계 시장에서도 경쟁력을 갖출 수 있게 할 것이다. 탄소인증제는 하반기에 전면 시행될 것이다.

이상훈 에너지공단 신재생에너지센터 소장


-앞으로 재생에너지 R&D 지원은 어느 분야에 집중돼야 할까.

△이 교수= 최근 2~3년 사이 중국이 국내 업체의 기술 수준을 거의 다 따라와 차별화에 대한 부분을 고민해야 한다. 중국에서 대량 생산되는 제품을 지원하기보다는 고부가가치 기술에 대한 우선 지원이 필요하다. 세계 최고의 기술로 차세대 태양광 모듈인 다중접합 태양광 모듈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국내 셀의 경우 효율이 23~24% 정도인데 미국에서는 고가의 인공위성용이기는 하지만 47%까지 가는 제품도 개발됐다. 이 분야에서 뒤처지지 않도록 대규모 지원이 필요하다.

△이 회장=R&D 지원 방식도 달라질 필요가 있다. 정부는 그간 개별 기업을 지원하고 이들이 각자 R&D를 하도록 했는데, 이제는 개별 업체들을 한데 모아 공동 연구를 통해 시너지를 낼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주 실장=정부도 35% 수준의 효율을 갖춘 모듈을 2030년까지 개발한다는 목표를 세워뒀다. 이를 위해 해당 프로젝트에만 256억원의 예산을 R&D에 투입할 계획이다. 기업들의 공동 R&D 프로젝트를 독려하는 방안도 검토하겠다.

-재생에너지의 또 다른 축인 풍력은 태양광과 달리 보급조차 더딘 듯하다.

△주 실장=에너지 보급에서 보면 풍력은 지체돼 있지만 다양한 경쟁력 제고 방안을 내놓은 만큼 조만간 성과가 날 수 있을 것이다. 정부는 2월 관계부처 합동으로 육상풍력 활성화 방안을 만들면서 ‘풍력발전 추진지원단’을 만들었다. 지원단은 풍력 발전을 가로막던 각종 장애물을 선제적으로 발굴, 해소해주는 역할을 맡는다. 예컨대 육상풍력 설치에는 입지규제와 주민 수용성 문제가 중요하다. 추진단은 사업이 지연되고 있는 106개 풍력사업을 1대1로 전담 지원한다.

최근 구축한 육상풍력 입지 지도도 풍력 발전 확대에 기여할 것으로 본다. 풍력 발전을 하는 데 있어 환경 산림 규제 등이 59종에 달하는데, 지도를 통해 특정 지역에 어떤 규제가 적용되는지 실시간으로 파악할 수 있다. 사업자가 사전에 규제를 알고 대처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 소장=풍력은 선진국과 비교했을 때 가격이나 기술 격차가 크지만 정부 주도로 해상풍력 단지를 조성하고 육상풍력의 인허가 절차도 개선 중인 만큼 앞으로 충분한 성과를 낼 수 있다. 입지규제 등에서 자유로운 부유식 해상풍력 운송·설치·시스템 기술개발에도 정부가 380억원을 투입할 계획이다. /정리=김우보기자 ubo@sedaily.com 사진=성형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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