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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 회사 차' 찬스 막으려다…중소기업 오너에 '세금 폭탄' 안기나

'배당 않고 유보금 쌓으면 과세' 논란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20일 오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2020년 세법개정안 발표’에서 기본 방향 등 주요 내용을 설명하고 있다. 왼쪽부터 고광효 소득법인세제정책관, 임재현 세제실장, 홍남기 부총리, 김태주 조세총괄정책관, 정정훈 재산소비세정책관. /연합뉴스




정부가 내년부터 배당을 하지 않고 유보금을 많이 쌓은 법인에 ‘배당 간주 소득세’를 부과하기로 한 것이 국내 중소기업의 상당수를 차지하는 가족기업에 세금폭탄이 될 것으로 지적됐다. 손에 쥐지도 않은 소득에 세금이 붙는 것도 모자라 금융소득종합과세 대상이 되고 건강보험료도 추가로 내게 돼 중소기업인들의 타격이 클 것으로 우려된다. 재계와 세무 업계는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우는 격”이라는 비판에다 “정부가 세수 확보에 급급해 합법적 절세 루트까지 막고 있다”는 주장도 제기해 향후 입법 과정에서 적잖은 논란이 예상된다.

금융위 "전자금융거래법 전면 개정"
26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올해 세법 개정에 ‘개인 유사법인의 초과 유보소득 배당 간주’를 신설하면서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 지분율이 80% 이상인 법인을 사실상의 개인사업자로 보고 세법상 개인 유사법인으로 정의했다. 일반적 주주 구성을 갖춘 법인으로 보기 어렵고, 조세 회피 목적이 있다고 본 기재부는 이들 유사법인이 적정 유보소득 이상을 배당하지 않고 쌓아두면 여기에 배당소득세를 매기기로 했다.

세무 업계는 그러나 실현되지 않은 소득이 배당소득세뿐 아니라 이자 및 배당소득을 합쳐 연간 2,000만원이 넘으면 적용되는 금융소득종합과세까지 발생시켜 중소기업인을 과도하게 옥죌 것으로 내다봤다. 국내 중소기업의 상당수는 가족법인 또는 1인 법인 형태여서 신설되는 세제에 영향을 받는데, 이들 중 일부는 금융소득인 배당이익이 늘면서 건보료 폭탄도 맞게 된다.

이익재 안세회계법인 회계사는 “국내 중소기업 중 어지간히 큰 규모가 아니면 대부분 개인 유사법인 형태의 가족기업”이라며 “개정안이 그대로 추진되면 법인 설립이 위축되는 것은 물론 투자도 감소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소득세 회피·과다 경비처리 막겠다지만…
정부는 올해 세법 개정안에서 ‘개인 유사법인의 초과 유보소득 배당 간주’를 신설해 법인을 통해 소득세를 회피하거나 외제차 등 과도한 경비처리를 하는 관행을 막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연구개발(R&D)과 증설·인력채용 등 추가 투자를 위한 유보금까지 세금을 때리면 신규 투자를 제약할 것이라는 우려는 커지고 있다. 아울러 법인세만 내면 됐던 대부분 중소기업 오너들이 실제 배당을 하지 않았는데도 배당간주소득세·금융소득종합과세·건강보험료까지 과도한 세 부담을 지게 된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26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배당을 하지 않고 유보금을 많이 쌓은 법인에 매기는 ‘배당 간주 소득세’에서 적정 유보소득은 자본금의 10%와 ‘유보소득에 배당 등을 합한 금액의 50%’ 중 높은 액수로 정해졌다. 안세회계법인의 자문에 따르면 예컨대 A씨가 100% 소유한 자본금 1,000만원인 법인의 경우에 당해 사업연도 소득이 1억원이고, 법인세로 1,000만원을 낸 후 1,000만원을 A씨에게 배당했다면 유보소득은 9,000만원(소득금액 1억원-배당 1,000만원)이 된다.



하지만 기재부가 보는 ‘적정 유보소득’은 5,000만원((유보소득 9,000만원+배당 1,000만원)×0.5)이어서 유보소득(9,000만원)에서 적정유보소득(5,000만원)을 뺀 4,000만원이 초과 유보소득, 다시 말해 배당 간주금액이 된다. A씨가 배당을 받지 않는다는 가정 아래 현행 세법을 적용하면 법인세 1,000만원만 내면 됐지만 개정 세법에 따르면 법인세 1,000만원에 배당 간주금액(초과 유보소득) 4,000만원에 대한 배당소득세 14%(지방소득세 포함 15.4%), 616만원을 내야 한다.

여기에 실제 받지도 않은 배당 간주금액 4,000만원은 금융소득종합과세 대상에도 해당해 2,000만원 이하에 대해서는 15.4%, 2,000만원 이상 금액은 다른 소득까지 합산해 최대 42%(개정 후 45%)의 누진세율이 적용된다. 특히 건강보험료를 정산 납부해야 하는 경우도 생길 수 있다. 국민건강보험법에는 보수외 소득의 경우 보험료를 정산하도록 돼 있어 직장가입자 기준으로 배당소득 4,000만원에서 3,400만원(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금액)을 뺀 뒤 12분의1을 곱한 금액을 보수월액에 추가해 정산보험료를 1년간 내야 한다.



가족기업 형태로 법인을 운영하는 한 기업인은 “유보금은 향후 투자를 위해 쌓아놓는 돈”이라면서 “유보금에 과세하겠다는 것은 과도하고 기업의 재무건전성을 해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대형 법무법인의 한 변호사는 “세법은 엄연히 개인과 법인을 구분해 규율하고 있다”면서 “본질을 벗어나는 과도한 입법”이라고 지적했다.

소득세+금융종합과세+건보료 '3중 폭탄' 될수도
통상 우리나라 중소기업들은 개인 기업으로 창업한 뒤 이익이 일정 규모 이상이 되면 법인으로 전환한다. 개인사업자에게 적용되는 최고세율은 42%인데 반해 법인사업자는 2억원까지는 10%, 2억원 초과 200억원 이하는 20%여서 절세 차원에서 선택하는 경우가 많다.

중소기업의 소액 지분은 사실상 가치가 없거나 적어 특수관계자 외에는 주주로 참여하는 사례도 흔하지 않다. 중소기업중앙회에서도 비상장사가 많아 중소기업 내 가족법인이 얼마나 되는지 정확히 파악은 하지 못하고 있으나 중소기업 대표 대부분이 최대주주인 점으로 미뤄 상당수가 이에 해당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기재부는 향후 시행령에서 사업특성 등을 고려한 제외 업종 법인을 제시할 예정이나 상당수 비상장 기업이 개인 유사 법인에 해당될 가능성이 높아 향후 개인 사업자의 법인 전환은 크게 위축될 것으로 보인다. 이 때문에 “개인사업자들은 다 법인 전환을 하지 말라는 것이냐”는 불만 섞인 목소리도 나온다.



정부는 벤처기업에 대해서는 신설 세제의 예외로 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기재부 관계자는 “미국과 일본 등도 개인과 경제적 실질이 유사한 법인을 통해 주주의 소득세 부담 회피를 막기 위한 과세제도를 운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실제 배당이 이뤄질 때 이미 배당으로 간주해 과세한 소득은 제외하기 때문에 기재부 측은 “과세 시기만 앞당기는 효과가 있을 뿐”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정부의 의도와 달리 명의신탁을 통해 지분율을 낮춰 유사법인 대상에서 탈피하려는 부작용도 우려된다. 익명을 요구한 한 회계전문가는 “지금까지 중소기업들은 배당을 할 때 금융소득종합과세의 기준선인 2,000만원을 고려해왔다”면서 “지분 80% 이상이라는 과세대상에서 벗어나기 위해 지분 일부를 명의신탁하는 사례가 활발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오문성 한양여대 교수는 “정부로서는 ‘무늬만 법인’인 개인회사를 과세 대상에 넣으려고 한 것이지만 조세 합리화 목적뿐 아니라 증세 목적도 있어 보인다”고 평가했다. /세종=황정원·한재영기자 양종곤기자 jyha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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