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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마리 3만원 농담 아닌데…" 시름앓는 치킨집 사장님들

콩기름 5만원 돌파 1년새 60%↑

사료비 오르자 닭고기 47% 껑충

'배민1' 새 수수료 체계 도입하며

2만원 한마리 팔면 28%가 배달비

프랜차이즈 본사 "한계에 부딪혀"

작년 올렸는데…올해도 인상 검토





서울 관악구에서 치킨집을 운영하는 박 모(54) 씨는 요즘 기름 한 방울이 아깝다. 한 통(18ℓ)에 4만 원대에 구매했던 콩기름 값이 올 들어 5만 4000원을 훌쩍 넘겼기 때문이다. 박씨는 “지난해 이미 기름값 인상분을 반영해 전 메뉴 가격을 500원씩 올렸는데 올해 들어서는 닭고기와 기름값마저 뛰고 있다”며 “가격을 또 올릴 수 없어 인건비라도 줄여보자는 생각으로 자식들이 가게로 나와 일을 도와주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불똥이 국내 치킨 업계로 튀었다. 카놀라유 원료인 유채와 해바라기씨 최대 생산국으로 꼽히는 우크라이나가 멈추자 전 세계적으로 ‘식용유 쇼크’ 현상이 나타면서 값이 크게 뛰었기 때문이다. 국제 곡물 가격 급등으로 사료 값이 인상되면서 닭고기 가격도 비싸지고 있다. 여기에 배달 애플리케이션 수수료도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치킨집 자영업자들 사이에서는 “치킨 한 마리에 3만 원을 받자는 게 농담이 아니다”라는 말이 나온다.

金값된 식용유…1년새 66%↑


4일 가격 비교 사이트 에누리닷컴에 따르면 치킨집에서 주로 쓰는 오뚜기 콩식용유(18ℓ) 최저가는 5만 5170원으로 3개월 전인 1월 2일(4만 9170원)에 비해 12.2% 올랐다. 같은 기간 CJ제일제당의 백설 카놀라유(18ℓ)는 5만 6380원에서 6만 3760원으로 13% 뛰었다.

지난해 4월까지만 해도 콩기름 도매가는 3만 3000원대였다. 그러나 미국과 브라질 등 주요 콩 생산지의 작황 부진과 바이오디젤용 콩기름 수요가 늘어나면서 값이 50% 이상 뛰었다. 올해는 우크라이나 사태까지 가격 오름세에 불을 지피고 있다. 미국 시카고상품거래소(CBOT)에서 이달 초 대두유(콩기름) 선물 가격은 파운드당 71.20센트로 지난해 말(55.85센트)보다 27.4% 올랐다.



닭고기 값도 비싸졌다. 전쟁 여파로 국제 곡물 가격이 들썩이자 사료 값이 급등했기 때문이다. 비싼 사료 값에 사육 마릿수가 줄어들며 지난달 도계 마릿수는 6638만 마리로 전월 대비 17.4% 감소했다. 한국육계협회에 따르면 생계(1㎏) 가격은 2790원으로 10년 내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1년 전(1890원)과 비교해서는 47.6%나 뛴 금액이다.

치킨 업계의 한 관계자는 “2017년 조류인플루엔자(AI) 사태 때도 생계 가격이 2700원을 넘은 적이 없다”며 “처음 보는 숫자”라고 설명했다. 치킨 반죽에 쓰이는 전분과 튀김가루 가격도 3개월 전과 비교해 각각 7%, 3% 인상됐다.



총 매출에서 30%가 배달비로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배달비도 오른다. 배달의민족은 지난달부터 ‘배민1’ 서비스에 새 요금 체계를 도입했다. 기존 요금제는 중개 수수료 1000원, 배달비 5000원이다. 그러나 이번 개편으로 중개 수수료는 6.8%, 배달비는 6000원으로 변경됐다.

새 요금 체계의 세 가지 유형(기본형·절약형·통합형) 중 외식 업주들이 가장 많이 선택하는 기본형 기준이다. 만약 2만 원짜리 치킨 한 마리를 주문 받으면 업주는 중개 이용료(1360원), 결제 정산 수수료(460원), 고객과 반씩 부담한 배달비(3000원), 부가세(782원) 등 5600원을 제외한 1만 4400원만 손에 쥘 수 있다. 총 매출에서 배달 서비스가 차지하는 비중만 28%에 달하는 셈이다. 이에 일부 외식 업주들은 “배민1으로 주문하지 말아달라”며 보이콧 조짐을 보이고 있다. 자영업자 A 씨는 “경쟁이 치열한 곳은 음식점 부담 배달비가 6000원 중 4000원 이상”이라며 “결국 메뉴 가격을 인상하는 방식으로 손해를 줄일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식자재 값 급등에 치킨 값 또 오르나


치킨 프랜차이즈 본사와 가맹점 간 갈등의 불씨도 점화되고 있다. 원재료 값 인상에 부담이 커진 본사가 가맹점에 공급하는 식자재 가격을 올려 받기 시작하면서부터다.

굽네치킨은 이달 1일부터 부분육 납품가를 최대 1500원으로 인상했다. 굽네 측은 “닭고기 가격이 인상된 데 따른 일시적인 조치”라며 “가격이 안정화하면 원상 복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다른 치킨 프랜차이즈 업체들도 가맹점에 공급하는 식용유와 닭고기 가격 인상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치킨 업계의 한 관계자는 “내부적으로는 올해 들어 식자재 값 부담이 30%가량 오른 것으로 보고 있다”며 “규모의 경제를 통해 인상 폭을 최대한 낮추고 있지만 한계에 다다른 상황”이라고 말했다. 관련 업계는 식재료 값이 안정되지 않을 경우 추가적인 가격 인상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 말 교촌치킨과 bhc를 시작으로 대부분의 치킨 프랜차이즈 업체가 메뉴 가격을 1000~2000원가량 인상한 바 있다. 윤홍근 제너시스비비큐 회장은 최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가맹점을 위해서는 치킨 가격이 2만 원이 아닌 3만 원이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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