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측정기술이 발전해 대기 중 CO₂ 농도 증가와 기후변화의 증거가 제시된 1958년까지 대다수 과학자를 포함해 이를 믿는 사람은 없었다. 이후 과학자들은 인간의 행위가 자연에 끼친 영향을 정확히 파악하는 데 주력했다. 그래야만 대처법을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스라엘 바이츠만연구소의 생물지구화학자 댄 야키르 박사도 인간들이 환경에 저지른 악행을 파헤치려하는 연구자의 하나다. 사실 그는 수년 전부터 다소 특이한 방법으로 빅토리아 여왕 시대의 대기 중 CO₂ 농도를 측정하고 있다.
인류가 처음으로 대량의 화석연료를 사용하기 시작했지만 기후과학이라는 학문 자체가 없어 관련자료가 미비한 산업화 초기의 상황을 파악하기 위해서다. 과거의 공기 성분을 알아내는 가장 대표적 방법은 극지방의 빙하 속에 갇혀 있는 공기방울을 찾아 분석하는 것이다.
실제로 과학자들은 그린란드와 남극에서 칼바람을 맞으며 드릴로 얼음을 뚫고 70만 년 전의 공기를 찾아내기도 했다. 하지만 이런 샘플들은 너무 오래됐고 시대를 특정하기도 어려워 시대적 기후환경 파악이 어렵다. 수십만년이 아닌 수십~수백 년 전이라면 나무의 나이테를 보는 것이 좋다.
나이테에는 매년 나무가 광합성 과정에서 흡수한 공기의 성분이 축적돼 있는 탓이다. 다만 이 또한 그리 쉬운 작업은 아니다. 야키르 박사는 "나무는 화재, 가뭄, 가축, 인간의 공격, 동종 간의 경쟁 등 수많은 변수에 의해 영향을 받기 때문에 무수한 반복 검증 과정을 거쳐야 한다"고 말한다.
그는 100~200여 년 내에 서식했던 나무 표본 수집에 매진하고 있는데 이런 나무의 확보에는 많은 어려움이 있다. 그래서 선택한 방법이 바로 종이를 분석하는 것이다. 그의 표현을 빌리면 종이는 나무를 썰어 넣은 샐러드 접시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그 종이가 신문이라면 발행일이 위쪽에 적혀 있어 정확한 시대상황 분석이 가능하다. 이에 야키르 박사는 미국 전역의 유서 깊은 신문사 10곳의 편집장에게 오래된 신문의 한 토막을 잘라달라는 내용의 편지를 띄웠다.
안타깝게도 답장을 보낸 곳은 보스턴 글로브 뿐이었으며 그나마도 완곡한 거절의사를 밝힌 것이었다. 하지만 그는 1872년 창간한 보스턴 글로브가 최적의 조건을 지닌 신문사라고 판단, 끈질긴 통화 끝에 100달러를 주고 샘플을 받아냈다.
이후 야키르 박사는 100장 이상의 샘플을 산소가 매우 풍부한 환경의 오븐에서 1,100~1,200℃ 온도로 태웠다. 종이 속 탄소와 산소를 결합시켜 CO₂를 만들기 위해서다. 그 다음 오븐에서 배출된 CO₂ 양을 측정한 뒤 질량분광기로 동위원소를 분석했다. 가장 주목한 것은 화석연료 연소시 배출되는 탄소-13과 탄소-12의 비율이었다.
그리고 이렇게 그는 나무가 매년 흡수한 공기의 성분을 알 수 있었다. 애리조나대학 나이테연구소의 스티븐 레빗 소장은 신문지를 이용했다는 점이 야키르 박사 연구의 가장 뛰어난 부분이라 평가한다.
신문지는 넓은 지역에 서식했던 많은 나무들이 섞여 있을 가능성이 많아 나무 한 그루만을 분석했을 때 나타날 수 있는 오차를 크게 줄일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향후 야키르 박사가 초기산업사회의 CO₂ 농도를 밝혀낸다면 인간이 자연에 가한 영향을 한눈에 볼 수 있는 바로미터가 될 것이다.
신문추적
과학자들은 북극 얼음 속에서 공기방울을 채취하는 대신 오래된 신문지에서 산업화와 기후변화의 연관성을 찾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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