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럴 때 냄비 하나로 국과 구이를 동시에 요리할 수 있다면 정말 좋지 않을까. 지난 1999년 서울의 김 모 씨는 이처럼 주부들이 일상에서 겪는 어려움을 해소시켜 줄 '구이판 겸용 냄비'의 실용신안을 출원했다. 이 신통방통한 냄비는 구이면과 조리부가 각각 상하면에 구성돼 있는 형태다.
하단의 오목한 조리부에서 국을 끓이면서 그 위 평평한 구이면에서 생선이나 육류를 굽는 것. 육류 등을 구울 때 발생하는 기름을 수거할 수 있도록 구이면의 둘레에는 기름 배출용 주둥이도 채용돼 있다. 때문에 이 냄비만 있으면 별도로 후라이팬 등을 사용하지 않고도 다양한 요리를 손쉽게 해낼 수 있다.
또한 냄비를 맥반석으로 제작, 육류 특유의 냄새를 제거하고 풍미를 향상시킬 수 있으며 중금속의 위험까지 근본적으로 해소할 수 있다고 출원인은 설명한다. 특허청은 이 아이템의 등록을 수락했다.
하지만 어쩐 일인지 출원인은 등록료를 납부하지 않고 스스로 권리를 포기했다. 짐작컨대 뒤늦게 치명적 문제점이 발견된 것은 아닐까.
가령 국과 구이를 동시에 제대로 조리하려면 불의 세기 조절이 관건인데 이 냄비는 그 같은 사실을 간과한 것으로 보인다. 국을 끓이기 위해 불의 세기를 강하게 하면 생선이 타고, 반대의 경우에는 국이 끓지 않을 수 있다.
박소란 기자 psr@sed.co.kr
자료 제공:한국특허정보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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