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시장의 마음

날 조울증 환자 곰이라 불러도 좋아요. 양극성 장애를 지닌 황소라 해도 상관없어요. 비이성적이라 부르지만 말아 주세요.

by Stanley Bing (포춘 칼럼니스트)

오늘 아침엔 최악의 기분으로 눈을 떴다. 그리스 사태를 보라. 스페인은 또 어떤가. 게다가 손가락 끝엔 조그만 뾰루지가 돋고 있다. 암인 것 같다. 시작은 늘 이런 식이다. 눈에 띄지도 않는 구석에 작은 혹이 하나 생겼나 하면 덜컥. 흑색종이란 선고다. 피부암으로 죽는 것이다. 지인들이 장례식장에 찾아와 하루 동안 내 얘기를 한 다음 날 영영 잊어버리겠지. 그러니까 오늘 아침은 약세로 출발하련다. 모든 게 최악이고 그러다 죽으면 끝이다.

그런데…… 봐라! 등교하는 꼬마 아이가 보인다. 아이들! 아이들이 미래의 희망이지 않은가! 그리고 저 꼬마는 적어도 800달러짜리 명품 옷을 걸치고 있는 것 같다. 맙소사, 요새 부모들이 자식 옷 입히는 것 좀 보라. 실업률이 이리 높은데도 자신을 희생해가며 진정 소중한 데 돈을 쓴다. 이는 희망을 가질만한 이유가 아닌가. 희망! 어라, 잠깐! 난 이제 올라간다! 엄청나게 올라간다! 너무 높이 올라 바닥이 안 보일 정도로! 길거리의 사람들이 얼마나 작아 보이나! 꼬물거리는 벌레들 같다!

벌레는 딱 질색이다. 집 구석구석에 파고들어가 우리 생활의 토대를 갉아먹는다. 내 친구 머레이 Murray는 침대에 빈대가 생긴 경험을 가지고 있다. 상황이 해결될 때까지 호텔에서 지냈는데 그동안 부인이 증권맨과 바람이 나 도망갔다. 그런 건 전구 소켓에서 나온다고 한다. 아, 증권맨이 아니라 -이들은 보통 와튼스쿨 Wharton School 을 나온다- 빈대 같은 벌레 말이다. 마치 워싱턴에 있는 작자들 같은. 그걸 과연 리더십이라 할 수 있나? 부채 한도도 엉망으로 처리하더니 이젠 또 세금을 올린단다. 아, 나는 추락한다. 바닥까지 떨어져 가치란 가치는 모조리 뭉개버리는 중이다. 까짓 거 갈 데까지 가자. 점심시간에 술이나 퍼야겠다. 주말까지 확 잠적해버릴까 보다. 일 따위는 될 대로 돼버려라. 그럼 다들 고생 좀 하겠지.

그런데…… 그거 아는가? 아까 점심 때 엄청난 깨달음을 얻었다. 어떤 남자를 봤는데 경제학자 같이 생긴 사람이었다. 그는 대머리였다. 그 남자는 참치 샌드위치를 사며 계산대에서 "오후에 날씨가 변한다 하더군요" 라고 말했다. 가게 직원은 "그놈의 날씨란! 항상 변화무쌍 하죠!" 라고 답했다. 그리고 말인데, 이건 정말 맞는 말이다! 상황은 변하기 마련이다! 우리는 변화에 대비하고 있어야 한다. 그리고 올바른 태도로 사물을 본다면 거의 모든 분야에 기회가 넘쳐난다. IT 주! 제약 주! 미디어 주! 저평가된 물건이 곳곳에 널려 있지 않은가!

어라? 이거 봐라? 난 다시 올라간다! 너무 높이 올라 눈이 뱅글뱅글 돌아갈 정도로! 오오! 잘하면 오늘 하루 천 포인트 정도 오를 수도 있겠다! 눈 앞에 밝은 내일이 보인다…… 내가 제일 앞서 가 있어야지! 그런 말이 있지 않나 .일찍 일어나는 새가 벌레를 잡는다고!

그런데…… 누가 벌레 따위를 원하는가? 우리가 새도 아닌데 말이다. 은유법이라고? 난 그런 거 모른다. 난 매우 과학적이고 이성적인 사람이라 미터법이나 미분법이나 수량화할 수 있는 개체 외에는 취급하지 않는다. 펀…더…멘…털…이 어떠냐고? 내가 궁금한 게 바로 그거다! 펀더멘털이 좋다? 앗싸! 펀더멘털이 나쁘다? 우우우. 음. 기분이 이도 저도 아니다. 아무래도 커피가 필요한가 보다.

다시 컴백했다. 엄청 바가지를 썼다. 브라질산 스트롱 커피에 에스프레소 샷을 추가하고 쿠키를 하나 더한 가격이 최저 임금보다 높다는 사실을 아는가? 이러니 사람들이 소비를 멈춘 게 아닌가! 우리는 일본처럼 앞으로 한참 동안 고생해야 할 것이다. 일본처럼 되고 싶지는 않다! 으악!!!

훌쩍. 음. 지금 몇 시더라? 벌써 4시? 결과가 어땠지? 뭐, 본전인 셈이네. 딱히 나쁘진 않군. 집에 가서 뉴스 보고, 혼자 저녁 먹고, 보드카나 한 잔 벌컥벌컥 마신 후 안락의자에 앉아서 침 흘리며 잠들겠지. 새벽 3시가 되면 일어나 해외 증시가 어떤지 살펴봐야겠다. 그 다음에 내일 기분이 어떨지 결정해야지. 판단의 기준이 될만한 이성적인 지표가 있는 게 참으로 다행이지 않은가.

번역 류지예 yoojiye@gmail.com

※ 포춘 미국판의 유명 칼럼을 한글과 영어로 동시 게재합니다. 유려한 비즈니스 영어 문장 속에서 알찬 경제 정보를 찾아보세요.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경 마켓시그널

헬로홈즈

미미상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