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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성장 시대 투자법을 익혀라”

주식ㆍ펀드ㆍ부동산 전문가 6인이 말하는 2012 투자시장

2012년 투자 시장을 바라 보는 견해에는 따뜻한 시선보다 차가운 시선이 많다. 투자 환경에 변동성이 짙게 드리우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시장에도 기회는 있게 마련이다. 포춘코리아가 김한진 피데스투자자문 부사장과 이채원 한국투자밸류 자산운용 부사장(주식), 박진환 한국투자증권 WM컨설팅부 부서장과 이계웅 신한금융투자 펀드리서치 팀장(펀드),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팀장과 함영진 부동산써브 부동산연구 실장(부동산)과 좌담을 갖고 내년 국내 투자 환경을 예측해 봤다.

진행 및 정리: 신기주 기자 jerry114@hk.co.kr, 정운섭 기자 sup@hk.co.kr 사진: 이종철 부국장 bellee@hk.co.kr


주식 “유동성 쏠림 현상에 주의할 것”

이채원 한국투자밸류 자산운용 부사장(이하 이): 2011년은 투자자 관점마다 다르겠지만 상반기와 하반기에 둘 다 만만치가 않았습니다. 가치 투자 관점에선 특히나 어려운 한 해였죠.

김한진 피데스투자자문 부사장(이하 김): 경기에 대한 확신이 없었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오버 밸류에이션 부담이 1분기가 지나가면서 높지 않았나 싶어요. 그걸 쫓자니 거품이 보이고 부담된다고 안 쫓자니 뒤처지는 것 같아서 안절부절못하게 되는 거죠. 그런데 하반기엔 그런 오버 밸류에이션이 진정되다 못해 아예 얼어붙어버렸어요. 그대로 순환이 멈춰버린 거죠.

포춘: 그런 급격한 변동성엔 외부 요인이 컸다고 봐야겠죠.

이: 실질적으론 외부 요인이 국내 요인에 영향을 미친 꼴이 됐습니다. 상장기업 상위기업들의 대외의존도와 경기민감도가 높다는 게 이번에도 드러났죠. 반도체, LCD, 자동차, 조선, 유화, 건설, 하나같이 그랬어요. 코스피를 형성하는 대형주들이 너무 예민하다 보니 주식 시장 전체가 요동친 거죠. 아모레퍼시픽이나 LG생활건강처럼 생활 가치주들의 시가총액 비중이 높으면 좋을 텐데, 한국엔 글로벌 소비재 기업이 별로 없으니까요. 경기 민감주 비중이 높은 국내 증시의 약점이 고스란히 드러나 버린 한 해였습니다.

포춘: 앞으로도 개인 투자자들이 계속 해외정보에 신경을 써야 할까요? 대외 악재가 이어지고 있으니까요.

이: 리먼 사태가 터졌을 때 코스피가 순간적으로 2000에서 1600대까지 빠졌어요. 그러고 나서 중국이 괜찮아지니까, 2000을 다시 돌파하며 오히려 올랐죠. 그러고 나서 다시 1년 있다가 900이 깨진 것 아닙니까. 그 영향이 나중에 온 거죠. 지금 그리스가 터지고 이탈리아가 터진다고 해서 당장 코피스가 무너지는 건 아닙니다. 두려워하는 심리가 시장을 흔들 뿐이죠. 저는 지금 시점에선 유럽에 대해서 아예 신경을 안 씁니다. 그럴 시간이 있다면 우리가 투자할 기업을 직접 찾아 다니면서 기업 가치를 눈으로 확인하는 게 낫기 때문이죠. 몸으로 투자하는 게 가장 좋은 방법입니다.

김: 사실 따지고 보면 올해가 특별히 어려웠다고 보진 않습니다. 점점 통화정책 의존도가 높아지고 있잖아요. 금융위기가 만성적이고 잠복된 것 같습니다. 어느 자료를 보니 지난 40년 동안 변동성 위기가 1번 이상이었던 때가 37년이 있었다고 해요. 매년 두려운 이슈가 하나 이상은 터졌다는 거죠. 2~3년 만에 한 번씩은 대단한 이슈가 터졌습니다.

포춘: 블랙스완이 이젠 너무 자주 나타나고 있다는 것입니까.

김: 그렇습니다. 올해의 진짜 교훈은 변동성이 앞으로 일상화 될 것이라는 것을 보여준 겁니다.

포춘: 대내적으론 자문형 랩 상품의 투자 실패가 투자자들의 신뢰를 잃는 원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입니다.

이: 충분히 막을 수 있었는데, 안타깝습니다.

김: 마음이 급했죠. 대안도 없었고요. 그동안 투자가 잘 됐기 때문에 고객들도 분별력을 잃고 판단을 잘못한 부분이 있는 것 같아요. 랩도 스타일이 다변화 돼야 하는데, 처음에 잘 된 것들을 마켓플레이어들이 단순하게 추종한 게 문제였습니다. 한가지 스타일로 갔고, 그것이 포트폴리오의 동질화로 나타나면서, 쏠림 현상에 의한 반작용이 있었어요.

이: 수익이 나는 상품을 파는 게 아니라 잘 팔리는 상품만 팔려고 한 게 문제였습니다.

김: 금융은 신뢰가 문제입니다. 자문사나 운용사나 판매사의 진정성이 시험받은 한 해였던 것 같아요. 누구를 위한 서비스였던 것인지 스스로 자문해 봐야 합니다. 고객이 아픈 만큼 판매자 운용사도 아파야죠. 한국 자산 시장이 성숙하는 단계에서 생긴 문제입니다. 반성의 기회가 됐어요.

포춘: 김한진 부사장님은 2012년의 키워드로 유동성 장세를 꼽으셨던데요.

이: 유동성이 아무리 늘어도 좋지 않은 기업은 올라가지 않습니다. 유동성이 많아도 결국 좋은 기업에게만 투자가 쏠릴 겁니다. 유동성 장세에 현혹되지 않는 것도 주요한 투자 포인트 가운데 하나일 겁니다.

김: 동의해요. 2012년에 투자자들이 제일 조심해야 할 건 풍부한 유동성이 빚어내는 쏠림 현상일 겁니다.

포춘: 거꾸로 시중에 유동성은 많지만 개인의 주식 투자에 대한 관심은 줄어들고 있다고들 하던데요.

이: 일단은 다들 지쳤어요. 게다가 자금이 주식에 물려 있어요. 팔고 사야 하는데 손절매를 하지 않고는 팔 수 없는 게 현실입니다.

김: 차이나 펀드 때와 똑같습니다. 코스피가 올라가면 결국 내년에 생겨날 새로운 투자처로 옮겨가겠죠.

이: 지금은 나라도 돈이 없고 개인도 돈이 없고 기업에게만 돈이 몰려 있지 않습니까. 개인에겐 이제 주식에 쏟아부을 여유 자금이 없어요.

포춘: 연말이 다가오면서 코스피가 상승 반전을 하는 듯도 한데요. 어쨌든 급락세는 진정된 듯합니다.

김: 탐색 구간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이: 전반적으로는 불안정하지만 패닉은 안 온다는 방증일 수 있죠. 그렇다고 좋아진다는 것도 아닙니다. 그냥 이대로 연초까진 갈 겁니다.

포춘: 2012년 성장률 전망치가 안 좋게 나오고 있습니다. 주식 시장엔 어떤 영향을 미칠까요.

이: 성장의 둔화가 첫 번째 변수일 겁니다. 본격적인 저성장 시대에 접어드는 첫해겠죠. 성장 파티가 끝났다면 고성장 시대에 맞춰졌던 투자 패러다임도 바뀌어야 합니다. 과거 2~3년 동안은 저성장 가치주에 투자할 이유가 없었어요. 그냥 성장해서 잘나가는 기업에 투자하면 됐죠. 하지만 성장가치주가 주도하던 장세는 올해까지입니다.

포춘: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이: 성장이 둔화되는 국면에선 반드시 분배라는 단어가 시장을 지배하게 됩니다. 이번 정권에선 규제와 수출 드라이브 성장 정책이 강해져서 수익가치주나 자산가치주가 숨 쉴 틈이 없었습니다. 내년에는 분배 쪽으로 시장 패러다임이 바뀔 것이기 때문에 과거에서부터 꾸준히 성장해온 가치주들이 중요해집니다. 또 유보금을 많이 쌓아놓은 기업은 배당 압력도 세질 겁니다.

포춘: 성장주는 이제 놓아야 합니까.

이: 신성장주를 찾아야 합니다. 대표적인 성장주인 삼성 역시 새로운 도전을 하고 있습니다. 2012년은 새로운 성장 동력이 주식 시장에도 영향을 미칠 겁니다. 내년에는 정말 공부를 많이 해야 합니다. 따라가는 투자를 해선 결국 실패합니다.

김: 저 역시 저성장이야말로 내년 주식 시장의 핵심 변수라고 봅니다. 또 다른 변수로는 양극화와 유동성이 있겠죠. 저성장은 이채원 부사장님께서 짚어주셨으니까 다른 변수를 말씀 드리자면, 일단 유동성은 상반기에 가장 풍부할 겁니다. 그래서 유럽 경기는 좀 둔화되겠지만 미국은 나쁘지 않을 겁니다. 중국 역시 괜찮을 겁니다. 중국 경기가 둔화되더라도 우리가 우려하는 정도까진 아닐 겁니다. 만일 상반기에 미국 경기가 나쁘지 않다면 금리 인상 얘기가 나오겠죠. 결국 하반기로 가면 달러가 강세로 갈 겁니다. 상반기의 반작용이 일어나는 거죠. 결국 투자자들은 위험 자산과 안전 자산을 오가면서 안전하게 최대 수익을 올리는 방식을 고민해야 할 겁니다.

포춘: 양극화 문제는 어떻게 보시나요.

김: 지금 코스피에선 죽어가는 기업의 시가총액을 성장하는 기업들이 집어삼키는 형국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무서운 시장이죠. 결국엔 살아남는 기업이 다 먹을 겁니다. 양극화가 잔인하게 진행되고 있죠.

포춘: 주목하고 있는 주식이 있으신지요.

김: 중국 소비 관련 주식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기존 중국 관련 주식이 더 올라갈 수도 있지만, 중국 내수 시장의 성장세를 고려하면 생소한 주식이 등장할 가능성도 많습니다. 한국 기업들 역시 공격적인 투자를 실행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주식 시장도 미리 반응하겠죠. 여러 가지로 2012년은 변곡점이 되는 한 해가 될 겁니다.

이: 한국은 역시 내수 쪽이 악재라서요. 분배나 복지 관련 정책들을 변수로 놓고 보면 대다수가 피해를 입은 주식인 거죠. 복지를 하려면 약값을 깎아야 하지 않겠어요?

포춘: 2012년 정치 일정이 어떤 변수로 작용할까요.

이: 선거 정책들이 대부분 복지나 분배에서 나온다면, 정치 관련 주식들 가운데 수혜주를 찾기가 어려워질 겁니다. 그래서 특정 유력 인사를 통한 수혜주가 등장하면 투자자들이 무섭게 달려들 공산이 큽니다. 아마 다들 그걸 스터디하느라 바쁘겠죠. 내년의 정책 테마주를 찾는 것 말입니다. 그게 금맥이니까요. 저출산, 고령화, 노인복지 같은 걸 고려하면 바이오주나 분유주일 수도 있겠죠. 거꾸로 마진이 큰 기업은 조심해야 할 겁니다. 과거의 패자가 승자가 되고 과거의 승자가 패자가 될 수도 있어요.

펀드 “수평적 올레길 투자에 관심 가져야”

박진환 한국투자증권 WM컨설팅부 부서장(이하 박): 2011년에는 블랙스완이 너무 자주 나타나서 화이트스완이 돼 버릴 정도였어요. 그러다 보니 자산 분배의 쏠림 현상이 심해졌죠.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가 증가하고 노령화가 전개되면서 월지급식 상품의 인기가 치솟았습니다.

포춘: 월지급식 상품 시장이 더 커질까요.

이계웅 신한금융투자 펀드리서치 팀장(이하 이): 월지급식이 거의 열풍에 근접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넓게 보면 은퇴 시장에 대한 선제적인 준비의 성격도 크죠. 은퇴 관련 상품은 어린이 펀드도 될 수 있고, 퇴직 연금도 될 수 있어요. 그런데 월지급식 상품의 개념은 은퇴를 준비하는 상품이라기보단 이미 은퇴 시기에 도달한 고객이 은퇴에 대비하는 상품에 가깝다는 게 특징입니다. 사실 개인적으론 시장이 조금 빨리 온 게 아닌가 싶습니다. 상품 선점 효과라는 측면에서 펀드사들이 상품을 대거 출시하면서 붐을 이뤘습니다. 실제로 은퇴해서 돈을 받으려는 사람들보다는 상품성이 좋아서 들어온 투자자들이 많을 겁니다.

포춘: 수익률 측면에서 월지급식이 우위였나요.

이: 안정성과 고수익성을 두루 갖췄었죠. 2010년엔 일본에서도 월지급식 상품이 1위부터 10위까지 싹쓸이를 했습니다. 그런데 2011년엔 절반 가까이로 줄었죠. 브라질 국채 같은 고금리 투자 대상이 등장한 것도 원인일 겁니다. 월지급식 말고는 ELS도 많이 팔렸습니다. 시장의 변동성이 컸던 만큼, 이런 유동성 장세에서도 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상품으로 투자자들이 많이 몰린 거죠. 올해 8월과 9월엔 펀드에 유입되는 자금 규모도 늘어났습니다.

포춘: 금융위기 이후 지속적으로 줄어드는 추세 아니었던가요?

이: 지금 금리가 채권에 투자하기엔 그다지 매력적이지 않아서일 겁니다. 이런 금리는 전망이 좋더라도 투자자들이 매력을 못 느낄 수밖에 없습니다.

박: 다른 측면도 있습니다. 전셋값이 폭등하면서 펀드를 깨서 돈을 마련해야 하는 중산층이 많았다는 거죠. 젊은 세대는 실업률과 취업난 때문에, 직장 생활 10년 차는 전셋값 때문에, 돈이 모자라서 허덕였죠. 또 돈 많은 사람들은 자산을 키우기보단 지키는 데 몰두했던 한 해였어요. 그러다 보니 판매사들도 월지급식 펀드에 매달렸죠. 노후 준비 개념도 있지만, 월지급식은 매달 캐시 플로가 생긴다는 장점이 있으니까요.

포춘: 월지급식은 부동산으로 치면 오피스텔 투자 열풍과 흡사하군요.

박: ELS나 ELF가 늘어난 건 역시 5월 일본 지진 이후 차화정으로 대표됐던 대형 우량주들 주도의 장세가 꺾이고 투자자들이 차화정을 순환매하면서 시장의 변동성이 커진 게 원인인 것 같습니다. 물론 여기에 유럽발 재정 위기가 끼어들었죠. 지수 움직임이 부정적이니까 액티브펀드보단 ELS나 ELF 쪽으로 갈아타게 된 겁니다. 과도한 급락은 위기입니다만, 위기에서도 기회를 찾아보겠단 거였죠.

포춘: 헤지펀드의 등장이 2012년 투자 흐름에 변화를 가져올 수 있을까요.

박: 헤지펀드는 절대수익 추구형 펀드입니다. 이제까지의 롱 위주 투자에서 롱과 숏을 같이 쓰는 투자가 가능해진단 얘기죠. 이런 헤지펀드의 투자 흐름은 일반 투자자들에게도 파급 효과가 클 걸로 보입니다. 공매도도 할 수 있구나, 단타를 때려도 돈을 벌 수 있구나, 이런 생각을 하게 될 것이란 거죠. 증권사도 차별화될 겁니다. 주식을 대차해줄 수 있는 증권사가 인기를 끌겠죠. 투자 패턴이 바뀐다는 건 시장의 지형도가 바뀐다는 걸 의미합니다.

포춘: 지형도가 바뀔 정도라고 보시는군요.

박: 장기적으로 그렇다는 거죠. 울트라 매니지먼트 어카운트라고 해서 일본에선 UMA라고 부르는 상품이 한국에서도 주목받을 가능성이 큽니다. 한국에선 스페셜 매니지먼트 어카운트라고 SMA라고 부르는데, 결국은 같은 얘기죠. 단순한 투자 자문뿐만 아니라 의료 서비스까지 아우르는 포괄적인 개인 서비스 상품이죠. 자산 투자 형태는 역시 ELF겠죠. ELF는 장기적으로 개인 자산 배분의 한 축을 형성하게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이: K리그를 발전시켜도 프리미어리그가 될 순 없잖아요. 헤지펀드는 아직 두고 볼 대상인 것 같습니다. 사실 올해만 놓고 봐도 사실상 헤지펀드에 가까운 투자 패턴을 보였던 펀드들의 수익률이 좋지 않았어요. 그런데도 헤지펀드는 절대수익을 장점으로 홍보하죠. 저 역시 헤지펀드에 대한 손실 기억이 더 많습니다. 하지만 이슈화는 계속 될 것으로 봅니다.

박: 한국형 헤지펀드의 제약 요인 가운데 하나는 롱숏을 정말 탁월하게 활용했던 펀드 매니저들이 시장에 진입하지 못하도록 해놓았다는 겁니다. 고수들이 해야 하는데 그렇질 못한 거죠. 아직 인적 인프라가 부족합니다. 롱 위주의 투자가 아니라 롱숏을 한다는 것은 원활한 주식 대차가 가능해야 한다는 건데, 실제 그렇게 될 수 있을지도 지켜봐야죠.

이: 제가 보기에 2012년 펀드 시장 트렌드 가운데 하나는 베타에서 알파로 간다는 겁니다. 헤지펀드 역시 크게 보면 알파로 간다는 거죠. 절대 수익을 추구한다는 거니까. 자산 배분이건 자문형 랩이건 안정 추구형이 돼야 할 겁니다.

포춘: 원자재 펀드 쪽은 어떨까요.

이: 역시 베타(수익성)에서 알파(안정성)로 이동하는 흐름과 일맥상통합니다. 이젠 지금 가격이 싸다고 사는 게 아니라 안정적이냐 아니냐를 고려해 봐야 할 때입니다. 지금은 예측이 어렵습니다. 정책이 안 나오니까요. 대책이 나와도 조금 반등하다가 다시 폭락하길 반복하죠. 유럽 재정 리스크는 미국처럼 부채를 화폐화하는 식으로 수습되진 않을 겁니다. 결국 근본적인 해결책이 없죠. 그렇게 막다른 길로 몰리면 또 수습책이 나오고 또 나오고 할 겁니다. 그러니까 지역 전망이 좋으니 중국을 사라거나 금을 사라거나 조언할 수 없는 거죠. 사실 올해 참 좋았던 브라질 국채도 내년 전망은 불투명합니다.

포춘: 그래도 안전자산 회귀 현상은 지속될 것 같은데요. 금은 어떻습니까.

이: 사실 지금 같은 재정 위기 상황에선 금이 더 올라야 해요. 시장의 리스크가 확대되면 금으로 가야죠. 그런데 덜 가고 있습니다. 현금으로 가거나 관망해요. 유가가 100달러 넘은 상태인 데다 원유로 돈이 쏠리지도 않죠. 유럽이 이 모양인데도 달러 약세가 나타나지 않아요. 과거처럼 유동성이 이머징 시장이나 원자재로 쏠릴 상황이 아닌 것 같습니다. 그래서 예전처럼 원자재가 주목받을 것 같지는 않아요. 금은 조금 환경이 다르긴 하죠. 최후의 안전 자산이니까요.

포춘: 2012년에는 구체적으로 뭘 사고 뭘 사지 말아야 합니까?

박: 올해 내내 올레길 투자를 강조해왔어요. 올레길은 수평 문화이고 환경에 순응하는 문화 아닙니까. 여럿이 함께 걷죠. 수익이 나면 혼자만 올라가는 게 아니죠. 자산 관리에 빗대어 본다면, 고금리 시절에야 모두가 행복했죠. 지금은 실질 금리 마이너스 시대니까, 뭔가를 하긴 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여러 가지 가용 자산을 분배해서 올레길 투자를 하세요. 액티브 펀드보단 ETF나 인덱스 펀드 같은 패시브 펀드 쪽에 투자할 필요도 있고요. 아시아 컨슈머 상품도 주목할 만합니다. 아시아 내수 시장은 아직은 매력적인 투자처입니다. 여전히 견조한 경제 성장률을 보이고 있으니까요. 아시아 채권 역시 살펴볼 만합니다. 이렇게 여러 가지를 한꺼번에 보는 게 올레길 투자죠. 2012년은 확실히 불확실합니다. 차입 투자나 쏠림 투자를 자제하세요. 분할 투자를 해야 합니다. 아마 더 많은 투자자들이 지키는 투자에 중점을 둘 겁니다.

이: 2012년에는 어쩌면 주변 경치를 돌아보면서 가기조차 어려워질지도 모르겠습니다. 이젠 투자자들이나 투자 관리자들이나 기대 수익률을 낮춰 잡아야 할 것 같습니다. 그게 높으면 서로가 힘든 시대입니다. 대신 변화를 공부해보면 틈새 시장은 있을 겁니다. 정치적인 변화가 시작되는 중국이 주목할 만합니다. 장기적으로야 중국 투자를 줄여야겠지만, 그 전에 한 번 정도는 회복하는 순간이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아시아 시장도 봐야죠. 브라질 역시 적극적인 재정 정책과 통화 정책을 펴고 있으니까 잘 관찰해야 합니다. 인도나 터키, 러시아는 제외하는 게 좋습니다.

포춘: 2012년 상반기까진 관망해야 하는 건가요.

이: 저는 반대로 상반기부터 좋아질 수도 있다고 봅니다. 유럽의 정책 공조가 속도를 내고, 2011년 4분기 미국의 경기 전환이 이뤄지면 빠른 호전도 기대해 볼 수 있어요.


부동산 “선거 이슈도 상승 견인에는 역부족”

포춘: 정부의 12·7 부동산 대책이 실효성을 가질 수 있을까요.

함영진 부동산써브 부동산연구 실장(이하 함): 이번 정부 대책은 다 열어줬다는 쪽에 가깝습니다. 정부가 7년 동안 마지막까지 쥐고 있던 게 양도소득세 중과세였어요. 내년까진 양도세가 유예되고 있었기 때문에 빠져나갈 구멍이 있었다고 해도 많은 주택 보유자들을 관망하게 만들었던 게 사실이니까요. 이번 대책으로 시세차익 구조가 바뀌었다는 게 가장 큰 이슈입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팀장(이하 박): 정부가 이미 다섯 차례의 거래활성화 대책을 내놓았지만 시장은 꿈쩍도 안 했죠.

포춘: 5번이나 정책이 모두 실패했는데, 과연 이번에는 얼어붙은 시장이 반응할까요.

함: 올해 발표된 정부 정책을 모두 합치면 7번이나 됩니다. 다 굵직했지만 큰 반향은 얻지 못했죠. 시장을 보면 강남 재건축이 난항을 겪으면서 가격 조정을 이끌었고, 결국 서울의 전체적인 집값을 끌어내렸습니다. 가계 부채가 900조 원이나 되는 상황이라 개인들에겐 더 이상 여력도 없죠. 내년 경제 성장률 전망치도 안 좋기 때문에 구매가 본격적으로 살아나긴 어려울 것 같습니다. 강남을 투기과열지구에서 해제해줬다는 게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지켜봐야겠죠. 강남이라는 희소성 때문에 어느 정도 정부 의도대로 시장 활성화에 일조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박: 앞으로도 상당수 재건축 단지들은 사업성이 맞지 않아서 표류하는 곳이 많을 겁니다. 재건축은 주거환경 개선사업이라기보단 집주인들의 재산증식을 위한 재테크 성격이 강하기 때문이죠. 미래 집값이 더 오른다는 강한 신호가 없이는 일부 지역을 제외하곤 대체로 재개발, 재건축이 당분간 속도가 늦추거나 표류할 수밖에 없을 겁니다. 정부가 2006년 도입했던 재건축 초과이익 부담금도 2년간 부과를 중지하기로 했지만 시장에 큰 영향을 주긴 어려울 겁니다. 집값이 오르지 않는 시대에 개발 사업은 매력이 떨어지죠.

포춘: 부동산은 총선과 대선 같은 정치 변수가 호재로 작용하는 시장 아닌가요.

함: 선거철마다 이슈가 다 달랐어요. 18대 총선 때만 해도 부동산과 관련된 게 많았죠. 하지만 최근에는 복지 논쟁이 주요 화두잖아요. 내년 선거 때 부동산 관련 공약이 얼마나 구체화될지도 관건입니다. 아마 정치가 부동산을 떠받치기에도 한계가 있지 않을까 싶네요.

박: 호재와 악재가 겹쳐 있죠. 호재로선 총선과 대선이라는 국가적 이벤트일텐데요. 과거처럼 시중에 유동성이 대거 풀리거나 개발 공약이 남발될 가능성은 적지만 상승 요인으로 작용할 건 분명합니다.

포춘: 2012년 시장 전망은 역시 상저하고인가요.

박: 2012년 수도권 주택 시장만 놓고 보면, 상반기까지는 고전을 면치 못하다가 4분기 들어 회복의 단초가 발견되는 쪽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다만 지금 상황이 폭락을 앞둔 전야도 아니고 거품 붕괴의 과정도 아니란 걸 인지해야 합니다. 지금은 거품이 서서히 걷히면서 시장이 정상화되는 과정이 아닌가 싶어요.

함: 내년 상반기까긴 바닥 다지기로 가고, 내년 하반기에나 가야지 좀 괜찮아질 것 같아요. 중소형 주택 시장이 풀려도 전세 가격이 여전히 높아서 말이죠. 내 집 마련으로 전환할 수 있는 여력이 있다거나 임대사업을 통해 캐시 플로를 확보할 수 있는 일부만이 따뜻할 겁니다. 고여 있는 시장이 빠르게 회복되기는 어렵지 않겠나 싶네요.

박: 결론적으로 2012년 주택 시장도 큰 호전을 기대하긴 어려울 거 같습니다. 2011년에 이어 2012년에도 회복을 위한 시장 에너지를 비축하는 시기라고 봐야죠.

포춘: 전세 시장은 내년에도 이렇게 가파르게 오를까요.

함: 올해 강남권 보금자리 지구가 잘 됐어요. 대신 일장일단은 있었죠. 보금자리주택 때문에 주변 아파트 시세가 떨어졌으니까요. DTI 규제 강화 같은 정책이 등장하면서 3월부터 거래가 줄더니, 그 다음에 전셋값이 폭등한 겁니다. 사실 전세는 2008년 하반기부터 꾸준히 올랐어요. 2011년에 두 자릿수로 올라서 도드라진 거죠. 요즘은 전세에서 월세 전환이 많아졌습니다. 이젠 자산 수익률보다는 소득 수익률을 챙기려는 움직임이 도드라져요. 대출금 이자를 갚기보단 월세를 내는 게 낫다는 움직임이 분명하죠. 전세 가격 상한제나 재계약 갱신제 같은 정책이 검토되고 있긴 한데, 시장에 어떤 영향을 줄지는 속단하기 어렵습니다.

박: 2012년에도 전세난이 일어날 가능성이 높습니다. 공급 물량이 달려요. 2012년에 수도권에 전세로 공급될 수 있는 아파트 입주 물량은 11만 가구입니다. 2000년대 평균에 비해 35%나 줄어든 물량이죠. 도시형 생활주택이나 오피스텔 같은 물량이 있긴 하지만, 그건 월세용 상품이죠. 2011년만큼 심하진 않아도 이사철마다 국지적으로 전세난이 일어날 겁니다.

포춘: 전세난 탓에 월세 물량이 늘어나고 있는데요.

박: 전세난에 편승한 이들 월세형 주택 상품은 좀 더 주목을 받을 것 같습니다. 다만 지금 속도로 공급이 진행된다면 2012년 말쯤에는 월세주택이 공급과잉 될 가능성도 있습니다.

포춘: 지난해 지방 주택 시장은 활황이었다면서요.

함: 세종시나 평창처럼 이슈가 있는 지역이나 부산 지역은 정말 뜨거웠습니다. 올해 부산에는 아파트가 2만 채나 보급됐어요. 공급 과잉이었죠. 올해 18% 가까이 올라서 2012년에 더 오르긴 어려울 것으로 보입니다. 올해 지방 분양 시장은 꽤 좋았습니다.

포춘: 서울은 차고 지방은 따뜻했던 이유가 뭔가요.

함: 지방은 주택 시장 조정이 일찍 왔어요. 그 전에 몇 년은 고생들 했죠. 기존 미분양을 파는 수준이었으니까요. 지방 건설사들은 4대 강이 아니면 생존할 수조차 없을 정도였죠. 악전고투했어요.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수급이 늘어나고 수요가 살아났죠. 결국 시간의 문제였던 거죠.

박: 하지만 지방 주택 시장의 회복 사이클은 이미 피크에 달했어요. 신중한 접근이 필요합니다. 주택 시장의 하방 경직성을 고려하면 급락할 가능성은 낮지만, 계속 오르지 않을 수도 있어요. 지방 주택 시장은 최근 3년 동안 가파르게 시세를 분출했습니다. 게다가 지방 주택 시장은 주로 실수요 중심으로 형성돼 있어 사이클이 짧습니다. 지금의 상승세가 오래가지 못할 가능성도 있기 때문에 늘 하락 리스크를 고려해야 합니다.

포춘: 상가는 어떤가요?

박: 상업용 수익형 부동산은 옥석 가리기가 필요합니다. 2012년에는 경제성장률이 잠재성장률을 밑돌 것으로 예상돼 소비심리 침체로 상가시장도 활기를 띠지 못할 수 있어요. 요즘 강남 역세권 등 일부 지역을 제외하곤 안정적인 수익을 올릴 수 있는 상가가 흔치 않습니다. 안정적 상가 투자의 대명사였던 아파트 단지 내 상가도 예전 같지 않죠. 소비 침체의 시대와 상가 공급의 과잉 시대의 상가는 더 이상 ‘머니 파이프 라인’의 로망이 아니라는 것을 명심해야 합니다.

포춘: 2012년 전체 부동산 시장도 지방이 살아난 것처럼 되살아날 수 있을까요.

함: 내년 경제 여건이 안 좋아요. 하지만 정부가 공격적인 대책을 잇따라 내놓고 있고 수도권 역시 올해 집값 재조정이 어느 정도 됐으니까, 이런 것들이 영향을 미칠 수도 있겠죠. 하지만 주택 구매력이 살아나려면 역시 가계의 가처분 소득이 늘어나고 결국 경기가 살아나야 합니다. 문제는 너무 커져버린 가계 부채죠. 마이너스 신용 대출에다 자동차 대출까지 생기다 보니, 주택 담보 대출로 돈을 움직일 여력이 없어도 너무 없어져버렸어요. 하지만 실수요는 분명 살아날 겁니다. 중대형보단 중소형 위주로 수급이 있을 걸로 봅니다. 2011년 가장 큰 특징 중 하나가 자발적 전세자가 많았다는 거죠. 집을 살 여력은 되지만 집값 하락을 예상하고 관망하는 사람들이죠. 이 사람들이 내년에 어떤 선택을 하느냐가 관건입니다.

포춘: 부동산을 자산 투자의 대상으로 보는 시대는 지났을까요.

함: 지금의 부동산 시장 변동은 과거의 패턴에서 완전히 벗어나 있어요. 2000년 초반부터 2006년 정도까지 부동산 불패 신화가 있었지만, 2008년 위기 이후 강남은 40% 넘게 집값이 떨어지는 쓴맛을 봤습니다. 이제 더 이상 가격 폭등 현상은 안 나타날 겁니다. 과거와 같은 대세 상승기는 기대하기 어려워요. 이미 주택 보급률도 상당히 올라와 있죠. 절대 가격 역시 비싸서 과거처럼 돈 벌긴 어려워요. 정말 주택 구입을 원하는 소비자들은 보금자리주택에 주목하는 게 맞겠죠. 주변 시세의 60~70%밖에 안 되니까요.

박: 2012년은 투자수요 중심 시장에서 실수요 중심으로 시장이 재편될 겁니다. 투자수요 중심 시장은 금리나 유동성에 민감하지만, 실수요 중심 시장은 항상 소득에 예민하게 반응하기 마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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