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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에서 가장 깊은 광산

엔지니어들이 광물 채굴의 깊이 한계에 도전하고 있다. 과연 우리는 땅속으로 얼마나 깊게 들어갈 수 있을까.

남아프리카공화국 음포넹(Mponeng) 금광. 매일 새벽 4시가 되면 엘리베이터 앞에 긴 줄이 생긴다. 상하 일체형 작업복과 헬멧, 헤드램프, 보안경, 귀마개 를 착용한 남아공 광산기업 앵글로골드 AS의 광부들이 만든 행렬이다.

엘리베이터는 3층으로 된 적재중량 30톤급으로 150명이 동시에 탈 수 있지만 넉넉하기는 커녕 항상 만원사례다. 모든 광부들은 은색 상자를 하나씩 들고 있는데 그 속에는 8시간의 근무 시간 동안 갱도 내에서 독성가스가 유출되거나 산소 공급이 차단됐을 때를 대비, 30분간 호흡용 산소를 공급해주는 생명유지장치가 들어있다.

탑승정원이 꽉 차면 엘리베이터 운용담당자가 철문을 내리고 하강버튼을 누른다. 그러면 엘리베이터는 미세한 진동을 일으키며 하강을 시작한다. 이곳의 광부들을 제외하면 이 세상 누구도 가보지 못한 깊은 곳으로.

남아프리카 반투족(族) 언어인 소토어로 '나를 봐(look at me)'라는 뜻의 음포넹은 지구상에서 제일 깊은 광산이다. 음포넹 금광만큼 지구의 중심에 가깝게 접근할 수 있는 곳은 세상에 없다는 얘기다. 수직 갱도와 수평 갱도를 합쳐 총연장이 370㎞에 이르며 가장 깊은 지점은 지하 3.9㎞가 넘는다.

지구의 핵에 가깝기 때문에 별도의 냉각시스템이 없을 경우 온도가 56℃까지 올라간다.

작년 하반기 지하 3,900m에 도달한 음포넹 광산의 엔지니어들은 이제 4,400m를 목표로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63빌딩 높이의 17.6배에 해당하는 깊이다.

앵글로골드 AS가 채굴 중인 남아공의 또 다른 광산 사부카(Savuka)와 타우토나(TauTona)의 갱도 깊이도 모두 3,600m 이상이다. '웨스트 위츠(West Wits)'라고 불리는 이 세 광산은 전 세계 심부 채광(深部採鑛)의 최전방에 해당한다.

음포넹의 엘리베이터는 최대 시속 48㎞의 속도로 하강, 3분이면 지하 2,250m에 도착한다. 광부들은 여기서 다른 수직갱도 입구까지 도보로 이동한 뒤 그곳의 엘리베이터를 타고 더 깊은 곳으로 내려간다.

두 번째 엘리베이터가 멈추는 곳은 지하 3,470m 지점. 광부들은 투광기(flood light)가 켜진 큰 갱도로 몰려가서는 자신의 작업 위치를 찾아 일을 시작한다.





"과도한 응력을 받으면 암석도 폭발합니다. 플라스틱 자를 구부렸을 때 어느 순간 부러지는 것과 같아요. 주변 사람은 결코 살아남기 어렵습니다."

갱도 벽에는 굵은 파이프들이 부착돼 있다. 물과 신선한 공기, 전력 등을 공급하는 일종의 생명선이다. 바닥에는 인력과 장비, 채굴한 원석 등을 지상으로 옮기는 화차를 위한 작은 철로도 건설돼 있다.

웨스트 위츠는 모두 세계 최대 금 매장지인 비트바테르스란트 분지의 북쪽에 위치한다. 2010년 한 해 동안 세 곳의 광산에서 채굴된 금은 총 23톤. 이들 광산은 기껏해야 100년 남짓한 역사를 가졌지만 인류가 지금까지 캐낸 16만 8,000톤의 금 중에서 무려 3분의 1을 생산했다.

현재 남아공이 금 생산 산업을 지배하게 된 것도 이 덕분이다.



그런데 최근 남아공의 이 같은 지위가 위협받고 있다. 웨스트 위츠의 금 생산량이 계속해서 줄고 있는 것. 실제로 1970년의 남아공 금 생산량은 1,000톤이나 됐지만 2010년에는 190톤에 불과했다. 미국에서 생산된 금보다도 적은 양이다. 미국 온타리오주 소재 채굴기술혁신센터(CEMI)의 더글러스 모리슨 부소장은 이렇게 설명한다.

"가치가 뛰어난 광산의 자원은 이미 사라졌어요. 그래서 전 세계 어디 할 것 없이 광물 채굴이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죠. 예전보다 더 좋은 기술과 더 많은 돈이 투입되고 있습니다."

사실 아직까지 채굴되지 않은 금 원석은 지구상에 풍부하다. 문제는 그들 대부분이 현 기술로는 채굴하기 힘든 땅 속 깊은 곳에 묻혀있다는 점이다.

이 점에서 "우리 회사는 심부 채광 역사상 지난 100년 사이에 가장 중대한 변화의 기로에 서 있다"는 앵글로골드 AS의 마크 큐티파니 최고경영자의 말은 결코 허언이 아니다.

HOW IT WORKS
미래의 광산
지하 4,400m 이상의 깊이에서 작업하려면 특수장비를 갖춰야 한다

이동
미래의 광산에는 자기부상 엘리베이터가 기존의 기계식 엘리베이터를 대체한다.

하나의 수직 갱도에 다수의 엘리베이터 운용이 가능해 인원과 광물 원석의 이동속도를 배가시킬 수 있다. 현재 일부 초(超) 심부 광산에서 활용 중인 의자식 리프트와 모노레일도 보편화될 것이다.



갱도 냉각
대다수 심부 광산에서는 갱도의 온도를 낮추기 위해 냉각수가 흐르는 파이프로 열을 흡수한다. 하지만 이 방식은 대량의 냉각수를 수시로 주입하고, 열을 흡수한 냉각수를 회수하는 과정에서 막대한 전력을 소모한다. 그 대안으로 음포넹 금광은 지하의 대형 댐에서 얼음 슬러리를 이용해 냉각수를 냉각한다.

채굴
갱도가 깊을수록 온도는 높아지고 위험성도 커진다. 때문에 미래의 심부 광산은 소형 드릴로봇이 인간 대신 갱도 끝의 채굴작업을 맡는다.

남아공의 과학·산업연구협의회(CSIR)는 최근 이런 드릴 로봇의 콘셉트를 정립했다.

굴착
광산 굴착장비 전문기업 헤렌크네히트, 아틀라스 콥코, 아케르 비르트는 각각 기존의 발파 해체 공법을 대체할 굴착기 시제품을 개발했다. 이 장비들은 암석을 분쇄한 뒤 그 잔해를 뒤로 빼내 용이한 처리를 돕는다. 헤렌크네히트는 수직 굴착, 나머지 두 회사는 수평 굴착 장비다.



평범한 사람들은 음포넹 금광 속으로 깊이 들어갈수록 폐소공포증을 경험하게 된다. 현대의 광산은 수직 갱도를 중심으로 여러 깊이의 수평 갱도가 방사상 형태로 뻗어 나온 구조를 하고 있는데 가장 큰 메인 갱도의 직경이 최대 7.5m에 불과한 탓이다.

광부들이 채굴 작업을 하는 갱도의 끝으로 갈수록 여건은 훨씬 가혹해진다. 몸을 수그린 채 이동해도 헬멧의 헤드램프가 천장에 닿을 정도로 좁아 광부들은 무릎을 꿇고 기어 다니기 일쑤다. 공기에는 먼지가 잔뜩 껴 있어 방진마스크 없이는 숨을 쉴 수 없고 벽 틈새에서는 녹물 같은 붉은 물이 흘러나온다.

웨스트 위츠에 광부들이 찾는 금은 두 개의 역암층에 들어있다. 30억년 전 형성된 이 역암층의 두께는 최소 몇 ㎝부터 최대 1.5m까지 다양하다. 금 원석은 발파를 통해 테니스공 크기로 부서뜨린 다음, 지상에서 분쇄·정련된다. 그리고 누군가의 손가락에 끼워지거나 금고에 보관된다. 광부들의 표현을 빌리면, 금은 구멍(갱도)에서 나와 누군가의 구멍(반지)이 된다.

웨스트 위츠에서는 금 채굴을 위해 발파 해체 공법을 사용한다. 휴대형 공기 동력식 드릴로 원석에 직경 2.5㎝ 정도의 구멍을 뚫고 질산 암모늄 계열 폭약을 넣는다. 그리고 폭발의 강도에 맞춰 갱도 전체, 혹은 광산 전체의 사람들을 대피시킨 뒤 원격 폭파한다.

"한 가지 방식을 너무 오래 고수해 왔어요. 이젠 패러다임을 바꿔야 합니다. 정신 나간 생각이라도 한번 쯤 해야 해요."



단칸방
광부들은 좁아터진 갱도에서 앉거나 엎드린 채 작업해야 한다. 이렇게 채굴된 금 원석은 지상에서 분쇄·정련공정을 거쳐 금괴가 된다.

광부들이 초(超) 심부 갱도에서 발파 해체 작업을 할 때는 크게 두 가지 문제에 직면한다.

고열과 암석의 응력 증대다. 먼저 온도와 관련 해 수십년 전 남아공 광산업계는 갱도 작업의 최대 허용온도를 28℃로 정했다. 하지만 그 당시에도 이미 몇몇 광산의 갱도는 지하 3,000m에 도달해 있었고 그곳의 온도는 50℃나 됐다. 이에 엔지니어들은 냉각수가 흐르는 파이프를 갱도에 설치, 온도를 낮추는 냉각시스템을 운용했다.

하지만 이 시스템은 소도시의 하루 물 소비량에 맞먹는 냉각수를 매일 같이 펌프로 주입해야 한다. 갱도의 열을 흡수해 온도가 높아진 냉각수를 대체하기 위해서다. 타우토나 광산의 경우 초당 550ℓ의 물을 수 ㎞ 길이의 파이프 속으로 순환시킨다. 문제는 여기에 소비되는 전력량이 실로 막대하다는 것.

때문에 음포넹 금광은 얼음을 이용해 냉각수의 양을 줄일 수 있는 시스템이 채용돼 있다.

1990년대 초반 이스라엘의 IDE 테크놀로지스에 의뢰해 설치한 이 시스템은 진공냉각기술로 물을 얼려 얼음 슬러리로 만든다. 시범운용을 거쳐 현재 9기의 시스템이 가동되고 있는데 각각 시간당 33톤의 슬러리를 생산, 지하 갱도에 건설한 일명 '얼음 댐' 2곳으로 보낸다. 댐의 담수량은 180만ℓ와 220만ℓ며 냉각수와 슬러리를 혼합해 냉각수 온도를 낮춘 뒤 다시 파이프로 순환시킨다. 효과에 만족한 앵글로골드 AS는 현재 지하 3,470m에 세 번째 얼음 댐을 건설하고 있다.





암석의 응력 증대를 막는 일은 갱도의 냉각보다 훨씬 어렵다. 실제로 웨스트 위츠에서의 발파 해체작업은 소규모 지진을 유발한다. 학자들이 정기적으로 데이터를 수집, 지진 연구에 활용할 정도다.

작업 지점이 깊을수록 암석이 받는 응력도 커지며 대량의 금 원석 채굴은 주변 암석이 받는 압력을 엄청나게 높인다. 남아공 과학·산업 연구협의회(CSIR) 소속 지리물리학자 레이더 레힘 박사는 이렇게 설명한다.

"암석이 과도한 응력을 받으면 내부의 에너지를 급격히 발산하며 폭발합니다. 플라스틱 자를 구부렸을 때 어느 순간 부러지는 것과 같아요. 이때 암석 근처에 있는 사람은 살아남기 어렵습니다."

25년 전까지만 해도 웨스트 위츠에서는 매년 수십명의 광부들이 매몰 사고로 숨졌다. 이후 채굴방식이 크게 바뀌어 지금은 갱도 지지용 돌기둥이 더 많이 배치됐고 금 원석의 분쇄· 정련 후 남은 폐석들을 갱도 속으로 보내 빈 공간을 메우고 있다.

또한 초심부 광산에는 정밀 모니터링 시스템도 운용된다. 갱도 곳곳의 암석에 넣어놓은 건전지 크기의 지진감지기들이 지상의 컴퓨터에 지진파 정보를 전달하고 있으며 지진학자들이 데이터를 분석, 갱도 붕괴 위험이 높다고 판단되면 작업장을 폐쇄한다.

이러한 노력 덕분인지 2010년 웨스트 위츠에서 사고로 사망한 광부는 4명에 불과하다. 같은 해의 전체 남아공 광부 사망자도 128명으로 줄었다. 다른 나라보다는 높은 수치지만 1986년과 비교해 6분의 1에 불과한 것이다.



지하 철도 999
인력과 장비, 광물 원석의 이동을 돕기 위해 남아공 광산의 갱도에 설치된 철로는 총연장 32만㎞가 넘는다.

10년 전 더레힘 박사는 연구를 통해 현행 발파 해체 공법으로도 지하 5,000m까지 채굴이 가능하다는 결과를 얻었다. 그보다 더 깊은 곳에서의 효과는 과학적으로 아직 미지수다.

그러나 5,000m 이하에도 상당한 금맥이 있다. 웨스트 위츠 역시 7,600m까지 금맥이 뻗어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그리고 인간의 작업 한계선은 지하 1만m 정도로 추정된다. 그 이하에서는 인간이 감당하기에는 열기와 암석의 응력 증대에 따른 위험이 너무 크다.

엔지니어들은 일단 1만m라는 한계선까지만이라도 채굴 능력을 확장할 수 있도록 기존 광산의 모든 것을 새로 구상하고 있다. 이들의 첫 번째 과제는 인력과 물자의 이동속도 증진이다. 현 엘리베이터는 철제 로프 한 가닥으로 케이지를 들고 내리는데 로프의 길이는 약 3,000m가 한계다. 더 길면 로프의 무게만 엘리베이터의 최대 적재하중인 30톤을 넘긴다.

웨스트 위츠 광산들이 두 개 이상의 수직 갱도를 보유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갱도 끝까지 가려면 엘리베이터를 갈아타야 하고 이를 위해 수 ㎞를 걸어가야 한다. 그래서 광산 입구에서 작업장으로 가는 이동시간만 90분이나 소요된다. 나올 때도 마찬가지다. 근무시간은 8시간이지만 실제 작업시간은 5시간에 불과한 것이다. 더레힘 박사의 설명에 의하면 이의 개선책으로 갱도에서 숙식을 해결, 생산성을 높이자는 아이디어도 있었지만 복지와 안전 등의 이유로 폐기됐다. 그는 이 대신 엘리베이터 시스템에 주목한다. 세계 각지에서 자기부상열차가 상용화된 만큼 이 기술을 광산용 엘리베이터에 적용하자는 생각이다.



심해 광부
캐나다 기업 노틸러스는 파푸아뉴기니의 심해 1,600m 해저에서 금과 구리를 함유한 황화물 매장지를 찾고있다.

"자기부상 엘리베이터는 저항이 거의 없어 이동속도를 높일 수 있어요. 하나의 수직 갱도에 다수의 엘리베이터를 운용하는 것도 가능하죠. 현재 비트바테르스란트대학 연구팀이 CSIR과 공동으로 이런 시스템을 연구하고 있습니다."

또 하나의 과제는 새로운 굴착 기술의 개발이다. 더레힘 박사는 많은 연구자가 여기에 도전했지만 발파 해체 공법보다 뛰어난 효율의 공법은 아직 개발되지 않았다고 설명한다. 하지만 그런 상황은 머잖아 변할 것이다. 앵글로골드 AS가 호주의 거대광산기업 리오 틴토와 손잡고 신개념 초심부 광산 굴착 공법 개발에 뛰어들었기 때문이다.

알프스 산맥을 통과하는 총연장 57㎞의 세계 최장 터널인 고트하르트 베이스 터널에 굴착기를 공급한 독일의 유명 굴착장비 전문기업 헤렌크네히트도 이미 수직 갱도 굴착용 3,000톤급 굴착기의 설계를 마쳤다. 금명간 시제품을 제작, 내년 중 현장 테스트를 실시할 예정이다.

이 장비의 수직굴착시스템(SBS)은 1차로 원형 톱과 유사한 절삭용 휠로 직경 1.5m의 구멍을 뚫은 뒤 샤프트 주변을 회전하며 구멍을 넓힌다. 이와 동시에 컨베이어 벨트가 굴착 과정에서 파쇄된 돌을 지상으로 내보낸다.

헤렌크네히트는 SBS로 하루 10.5m의 굴착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한다. 기껏해야 하루 3m 에 불과한 현 기술보다 3배 이상 빠른 속도다.

특히 SBS는 굴착을 하면서 수직 갱도의 외벽에 모르타르나 콘크리트를 뿜어내는 숏크리트(shotcrete) 작업을 수행, 붕괴를 막고 광부들의 안전한 지지대 설치를 돕는다.

또 다른 광산장비 기업 아틀라스 콥코와 아케르 비르트는 굴착 속도를 획기적으로 높인 자체 추진식(self-propelled) 수평 갱도 굴착기 시제품을 개발했다. 이중 아케르의 길이 60m 짜리 굴착기는 최대 80℃ 온도를 견디며 발파 해체 공법의 두 배 속도로 갱도를 뚫는다. 리오 틴토의 지하채광기술혁신 부문 책임자 프레드 델라비오의 말이다.

"이런 기계들은 광부들에게 성배나 다름없죠. 이제껏 누구도 이 정도 성능의 광산용 경암(硬岩) 굴착 장비를 개발한 적이 없어요. 광산 굴착의 속도와 안전성에 근본적 혁신이 이뤄질 것입니다."

"새로운 굴착 장비들은 광부들에게 성배나 다름 없죠. 속도와 안전성에 근복적 혁신이 이뤄질 겁니다."



우주 광산
달에는 소행성 충돌로 생겼을 것으로 예상되는 엄청난 양의 백금족 금속이 매장돼 있다. 또한 희귀 동위원소나 핵융합 연구에 필수적인 헬륨3 같은 고부가가치 자원도 다량 존재한다.

앵글로골드 AS의 숀 뉴베리 부사장도 이 같은 최신 장비에 힘입어 초심부까지 굴착이 가능하다는 점에 동의한다. 다만 그 정도 깊이에서는 굴착에 더해 채굴 기술에도 진화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한다.

"우리는 여전히 힘으로 암석을 파쇄하고 있어요. 이제는 그런 방식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암석에 화학물질을 주입해 특정광물을 추출한 다면 어떨까요. 전기나 음파, 박테리아로 채굴하거나 아예 갱도 내에서 원석을 용해시켜 손쉽게 가져올 수는 없을까요?"

뉴베리 부사장은 갱도가 깊어질수록 누가 채굴하는지의 문제도 중요해진다고 말한다. 깊고 가혹한 환경에 무작정 사람을 보낼 수는 없기 때문이다.

"미래의 초심부 광산에서는 지금보다 적은 수의 광부가 일하게 될 겁니다. 시간이 더 지나면 인간은 단 한명도 없어질 것이고요."



이와 관련 CSIR의 채굴기술혁신센터 데클란 보그트 소장은 언젠가 남아공 광산기업들 이 포도주병 크기의 기계 수천대를 활용, 금을 캐는 시대가 올 것으로 예견한다. 뉴베리 부사장은 금을 먹는 박테리아를 내장한 로봇 개미 군단이 인간 광부를 대체하는 세상도 상상한다. 이 로봇 개미를 정련해 금을 얻는 방식이다.

"우리는 똑같은 방식을 너무 오래 고수해 왔어요. 그간 변한 것은 양적 팽창뿐이죠. 이제는 패러다임을 바꿔야 합니다. 정신 나간 생각이라 도 한 번쯤 해봐야 해요."

지금으로부터 100년 전 인간이 파내려간 가장 깊은 갱도는 지하 1,460m에 불과했다. 당시에는 100년 뒤 광부들이 3배나 깊은 곳에서 금을 채굴하리라고는 상상조차 못했다. 같은 이유로 뉴베리 부사장은 100년 뒤에는 현재의 음포넹 광산이 아주 얕은 광산으로 치부될 수도 있다고 본다.

한편 전직 광부이자 현재 캐나다 로렌시아 대학 공대 교수인 그레그 베이든 박사는 초심부 광산에 매달리기 전에 다른 지역의 광산을 개발하는 편이 더 합리적이라는 입장이다. 그리고 첫 도전지는 바다라고 설명한다.

그의 말처럼 이미 다수의 광산기업들이 바다에서 광물탐사를 시작했다. 앵글로골드 AS는 다이아몬드 업계의 강자 드비어스와 뉴질랜드 및 캐나다 앞바다에서 대형 금 매장지를 찾고 있고 캐나다의 노틸러스는 대형 광산기업 3곳의 지원을 받아 1년 전 파푸아뉴기니에서 세계 최초로 심해 채굴권을 획득했다. 노틸러스의 타깃은 금과 구리를 함유한 황화물 매장지로 내년 중 수심 1,600m의 해저면 굴착이 개시된다.

베이든 박사는 이에 더해 위를 쳐다볼 필요도 있다고 주장한다. 유망 광물자원 미개척지인 안데스 산맥이나 소행성 말이다. 달 역시 금, 은, 백금, 헬륨3 등이 가득한 자원의 보고다.

"달의 중력은 지구의 6분의 1에 불과하죠. 때문에 지구보다 훨씬 깊게 굴착할 수 있습니다. 달이 보유하고 있는 채굴 가능한 광물 원석의 양은 지구보다 많을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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