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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사이즈 컨트롤러

이보다 큰 게임 컨트롤러는 세상에 없다. 하지만 너무 심하게 즐기면 발목을 삘지도 모른다

작년 2월 네덜란드 텔프트공대 전기공학과에 재학 중인 벤 알렌과 그의 친구 6명은 1980년대 인기를 끌었던 닌텐도 NES 게임기 컨트롤러의 특대형 버전을 개발했다. 그러나 시제품 테스트는 결코 쉽지 않았다. 세계 최대 게임기 컨트롤러를 목표로 한 이 기기는 그야말로 무식할 만큼 덩치가 컸던 것. 길이가 3.65m, 크기는 무려 소형차만 했다.

알렌은 교내의 주점에서 공짜 맥주로 학생들을 유혹, 테스터로 포섭했지만 나무와 PVC로 제작된 시제품은 설계상 심각한 결함이 있었다.

테스터들이 버튼 위에서 점프하기 시작하자 컨트롤러가 얼마 버티지 못하고 부서진 것.

"애당초 내구성 부분을 우려했어요. 그 우려가 현실이 된 거죠."

학생들이 처음 NES 컨트롤러의 스케일업에 도전한 것은 게이머들 사이에 NES가 지닌 상징성 때문이다. 기네스북이 조이스틱 컨트롤러를 인정하지 않는 점 또한 하나의 중요한 이유가 됐다.

어쨌든 시제품을 폐기처분한 알렌과 친구들은 설계부터 모든 것을 다시 시작했다. 철제 프레임과 가로대를 설치하고 버튼 아래에는 추가로 지지대를 만들었다. 컨트롤러 본체의 소재는 저렴하지만 튼튼한 강화목재를 택했다.

컨트롤러의 지시를 NEC에 전달하는 일도 쉽지 않은 과제였다. 폐기된 시제품에 적용했던 버튼형 시스템은 게이머가 거칠게 다룰 경우 신호를 전달하는 기계식 스위치가 휘어져버리는 문제가 있었다. 그래서 학생들은 광(光)기반 시스템을 채용했다. 컨트롤러에 달린 8개의 버튼 밑에 적외선 LED가 광다이오드를 향해 빛을 발산하고 있는데, 버튼이 눌릴 때 빛이 차단되기 때문에 버튼의 눌림을 즉각 정확히 감지한다.

최종적으로 알렌은 컨트롤러 2개를 제작, 마을 광장으로 가져가서 아이들이 축구와 슈퍼마리오 게임을 마음껏 즐기도록 하는 것으로 테스트를 했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그리고 작년 9월 마침내 2012년 세계 기네스북 게이머 판에 이 기기가 등재될 것이라는 통보를 받았다.

"목표를 이뤘지만 우스꽝스러울 만큼 거대한 장난감을 개발했다는 사실 자체가 더 기뻐요. 이 컨트롤러를 보면 게임을 하지 않고는 못 배길 걸요."

전자장치
컨트롤러에 내장된 칩의 입력 단자는 8개다. 이 단자들은 각각 다른 버튼에 연결돼 있다. 칩은 1초당 50번씩 버튼의 눌림 여부를 체크하는데 LED의 적외선이 광다이오드에 닿는지가 핵심 관건이 된다. 버튼이 눌려지면 LED와 광다이오드 사이가 차단되면서 적외선이 광다이오드에 닿지 않게 되고 이는 회로기판의 전압 상승을 초래한다. 센서가 이 전압을 감지해 버튼 눌림을 파악하는 것이다.

외장재
컨트롤러의 도색은 제작과정 중 제일 힘든 부분이다. 학생들은 원래의 컨트롤러와 동일한 느낌을 재현하면서도 거친 사용에도 견딜 수 있도록 하고 싶었다. 이에 강화목재를 재단한 뒤 초벌 도색을 두 번 하고는 그 위에 흰색과 검은색, 붉은색 등을 칠하고 투명 래커로 마무리했다. 하지만 모든 작업을 마치고 광장으로 컨트롤러를 끌고 나온 후 알렌은 한 가지 실수를 깨달았다. 콘솔과 스크린을 연결할 케이블이 없다는 것이었다. 결국 급하게 무대 조명용 케이블을 빌려서 끝 부분에 커넥터를 붙여 사용하는 것으로 문제를 해결했다.

플레이
이 컨트롤러는 보통 두 사람이 조작한다. 방향제어 키와 적색 버튼의 거리가 1.8m나 돼 혼자서는 동시 조작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광장에 있었던 어린이들은 위(wii) 컨트롤러의 조상을 온몸으로 체감하며 게임을 즐겼지만 알렌은 이 컨트롤러가 게임을 잘 할 수 있게 해주지는 못한다고 말한다.

"원래의 NES 컨트롤러에 비해 너무 큰데다 반응도 느리죠. 이걸로 슈퍼마리오 게임을 하면 정말 많이들 죽습니다."

Edited by Doug CantorH20@popsc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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