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헤지 펀드 귀재가 개미군단에 눈을 돌리다

A HEDGE FUND GENUIS GOES RETAIL BY SHAWN TULLY

클리프 애즈너스는 엘리트 투자자들을 위해 이미 수십억 달러의 자금을 운용하고 있다. 이제 그는 보통 사람들도 쉽게 투자할 수 있는 완벽한 방법을 고안해 냈다고 믿고, 뮤추얼 펀드 제국을 건설하기 위해 그 공식을 사용하고 있다.

내로라 하는 헤지 펀드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클리프 애즈너스는 높은 성취를 이룬 사람으로 손꼽힌다. 그는 불과 13년 만에 AQR 캐피털(이하 AQR)을 업계 6대 펀드 중 하나로 키워 냈다. 운용자산은 420억 달러에 이른다. 코네티컷 주 그리니치에 위치한 우아한 사무실에서 29명의 박사학위 소지자들을 이끌고 있는 애즈너스는 금융상품을 개발하는 일종의 최첨단 실험실을 운영하고 있다. 그 자신도 박사학위를 가진 애즈너스는 올해 나이 마흔다섯으로, 교수직과 자산관리업 사이에서 고민하다가 어렵게 후자를 선택했다. 그는 학계에서도 영향력을 과시하고 있다. 바로 이런 점이 애즈너스의 성공 비결이다. 그가 개발하는 투자전략의 성과는 너무도 탁월하기에 투자 관련 연구자들의 압도적인 지지를 받고 있다.

애즈너스의 투자기법을 떠받치는 과학적 분석의 힘은 미국 대형 기관투자자들의 돈을 계속 끌어모으기에 충분하다. 그러나 최근 애즈너스는 자신의 헤지 펀드 왕국을 확장하고 학계에서의 입지를 굳히는 데 만족하지 않고, 난다 긴다 하는 헤지 펀드 귀재들도 이제껏 손대지 못한, 대부분 손댈 엄두조차 내지 않는 분야인 뮤추얼 펀드에 뛰어들었다. 이를 통해 그동안 기관 투자자들이나 구경할 수 있었던 정교한 투자전략을 일반 투자자에게 널리 제공하고 있다.

애즈너스가 뮤추얼 펀드에 뛰어들면 투자업계에 두 가지 중대한 변화가 생길 수 있다. 첫째, 모방사례가 대거 생길 수 있다. 9개의 뮤추얼 펀드를 운영하고 있는 AQR은 이미 55억 달러에 이르는 자산을 끌어들였다. 이들 펀드는 많은 펀드 매니저들을 매혹시키고 있어, 다른 헤지 펀드도 미국 401(k)*역주: 미국의 퇴직연금제도 중 하나 가입자를 대상으로 한 헤지 펀드 스타일의 상품이 가진 시장잠재력을 인식할 것이 분명하다. (지금까지 뮤추얼 펀드 시장에 진입한 또 다른 대형 헤지 펀드는 J.P. 모건의 사업부인 하이브릿지 캐피털 Highbridge Capital이다. 이 사업부는 현재 7개의 뮤추얼 펀드를 운용 중이다.) 세인트루이스에 위치한 투자자문회사로 35억 달러의 자금을 운용하고 있는 버킹엄 자산관리사 Buckingham Asset Management의 연구팀장 래리 스웨드로Larry Swedroe는 “우리는 AQR이 운용하는 펀드를 우리 고객에게 추천할 것이 거의 확실하다”며 “AQR은 그들의 정교한 투자전략을 소액투자자에게 적정한 가격에 제공한다. 그들의 과학적 투자기법에 우리는 탄복했다”고 말했다.

둘째, 기관투자자들이 헤지 펀드에 대해 부담하는 것보다 훨씬 낮은 가격으로 뮤추얼 펀드를 제공함으로써, 경쟁 헤지 펀드의 터무니없이 높은 수수료를 대폭 낮추도록 압박을 가할 수 있다. 지금까지 수수료는 보통 투자자산의 2%, 운용수익의 20% 수준으로 책정되었다. 샌프란시스코에 위치한 40억 달러 규모의 투자회사로 AQR 뮤추얼 펀드를 취급하고 있는 베이커 스트리트 어드바이저(BSA)의 공동창업자 제프 콜린Jeff Colin은 “이제 연금 기금 같은 기관투자자들이 ‘일반 투자자들은 똑같은 상품을 훨씬 싸게 제공받고 있는데, 우린 왜 이렇게 높은 수수료를 내야 하는가’라는 질문을 하기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애즈너스는 어째서 자신이 몸담은 업계의 황금률을 어지럽히고 있는 것일까? 그도 인정하는 것처럼, 수백억 달러의 자금을 더 끌어 모아 AQR의 덩치를 더 키우고, 그 과정에서 자신의 재산을 증식시키려는 것도 한 가지 이유다. 그러나 텁수룩한 수염에 건장한 체격의 이 사내는 기존 체제를 뒤흔들려는 이유도 있어 자신의 입으로 수수료 문제에 관해 경쟁자들에게 도전장을 던진다는 생각을 하면 매우 즐겁다고 말하기도 했다. 아닌 게 아니라 이것은 이미 시작되었다. AQR이 운영하는 50여 개 펀드 중 투자자산 2%, 운용수익 20%에 해당하는 수수료를 부과하는 것은 단 두 개에 불과하다. AQR 헤지 펀드는 대부분 자산의 1%, 수익의 10%만큼만 수수료로 받고 있다. 애즈너스는 캡틴 아메리카 Captain America나 스파이더 맨 같은 만화 주인공 모형장난감이 널려 있는 자신의 사무실에서 소파에 앉아 “헤지 펀드들은 자기들이 천재라고 떠벌리면서 말도 안 되게 높은 수수료를 요구한다. 우리가 뮤추얼 펀드에 뛰어든 건 물론 이타심 때문이 아니다. 어쩌면 욕심 때문일 수도 있다. 하지만 우리의 선택으로 세상이 좀 더 나아진다는 것도 사실이다”라고 말했다.

애즈너스는 또한 뮤추얼 펀드사업이 지난 20년간 그가 주창해 온 아이디어를 대중화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고 생각하고 있다. 그것은 바로 모멘텀에 기초한 투자전략이다. 1990년대 테크 붐이 일어났을 당시에도 ‘시장 모멘텀을 이용해야 한다’는 류의 이야기가 많이 나왔는데, 그것과는 다른 내용이다. 애즈너스가 사용하는 기법은 대부분의 투자자들이 지금껏 접해본 적이 없는 매우 특수한 방법론이다. 그는 모멘텀이 자산관리분야의 차세대 핵심개념으로 떠오를 것이라고 믿고 있다. 애즈너스가 이를 그토록 중시하는 데에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그는 1994년 시카고 대학 박사학위 논문에서 모멘텀 현상을 다룸으로써 학계에서 이를 가장 먼저 발견한 사람 중 한 명이 되었고, 이후 이를 적용한 기관투자에서 10년이 넘는 기간 동안 괄목할 만한 성과를 내기도 했다. 모멘텀에 기초한 접근법은 매우 강력한 아이디어로서 상식에 기초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실제 데이터가 이를 강력히 지지하고 있다. 그 핵심은 최근에 실적이 좋은 주식은 단기적으로 계속 실적이 좋으리라는 것이다. 애즈너스의 공로는 이런 개념을 기초로 시장성 있는 상품을 개발해냈다는 것이다. 여기에 수수료를 낮게 책정한 것도 한 몫을 단단히 했다.

애즈너스의 모멘텀에 기초한 터 잡은 투자전략이 크게 어필할 것으로 판단한 이유는 단순하지만 설득력이 있다. 그에 따르면 포트폴리오를 적절히 구성할 경우 모멘텀을 통해 위험 증가 없이 포트폴리오 수익률을 크게 높일 수 있다. 현재 많은 주식이 고평가 되어 있는 상태이고 향후 몇 년간 시장수익률이 장기평균을 밑돌 것이라는 그의 견해를 고려하면, 모멘텀이 가져다 주는 추가적 이익은 의미하는 바가 자못 크다. 애즈너스는 주식시장의 연간 수익률이 7%가량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아래에서 설명하는 것처럼 모멘텀을 통해 이 수치를 높일 수 있고, 이는 시간이 흐르면서 큰 차이를 낳을 것이다.

애즈너스가 처음으로 세계 금융계에 영향을 미친 것은 1995년 29세의 나이로 골드만 삭스에서 글로벌 알파Global Alpha 펀드를 만들었을 때였다. 글로벌 알파는 이른바 “퀀트 투자전략quant vehicle*역주: 계량적 모델을 통해 수립하는 투자전략”의 초기 모델 중 하나였고, 헤지 펀드 역사상 가장 영향력 있는 펀드에 속했다. 이 펀드의 기본 아이디어는 주식시장 상황과 무관하게 높은 실적을 내는 것이었다. 애즈너스와 그의 팀은 강력한 컴퓨터 투자모델을 이용해 전 세계를 샅샅이 뒤졌다. 탐색대상은 저평가된 주식이나 채권에 한정하지 않고 각국 통화와 원자재에까지 투자 대상을 넓혔고, 모멘텀 개념을 대폭 수용해 차입매 leverage나 공매도short selling 등의 기법을 복합적으로 활용했다. 골드만 삭스에서 일한 지 3년 만에 애즈너스 팀의 운용자산은 폭발적으로 증가해 처음 1억 달러 수준이었던 것이 70억 달러 규모로 커졌다. 글로벌 알파의 성공 이후 퀀트 펀드가 쏟아져 나왔다.

1998년이 되자 애즈너스는 골드만 삭스에서 함께 일했던 펀드 매니저 세 명과 함께 AQR(응용 계량 분석을 의미하는 Applied Quantitative Research의 약자)을 설립했다. AQR은 그 후 10년간 눈부신 실적을 보이다가 2008년 금융위기 때 큰 타격을 입었다. 2007년 390억 달러에 달하던 운용자산이 2008년 말이 되자 170억 달러로 격감했다. 애즈너스는 “그때 우리는 저승사자를 만난 기분이었다”고 당시를 회고했다. 애즈너스는 동료들과 함께 투자자들을 직접 만나 상황을 설명했고, 그 덕분에 수많은 경쟁 펀드를 무너뜨린 대량 투자금 반환사태를 막을 수 있었다. 애즈너스는 “우리는 그간 투자자들에게 어떤 펀드는 변동성이 매우 높고 과거의 데이터가 이를 보여준다는 것을 누누이 강조했다. 그래서 실제로 그런 사태가 터졌을 때, 투자자들은 단기적 충격이 생길 수 있다는 점, 그러면서도 장기적으로는 훌륭한 실적을 올릴 수 있다는 점을 이해했다”고 말했다.

과연 AQR의 수익률은 신속하게 회복되었다. 그 좋은 예가 AQR의 주력상품인 앱솔루트 리턴 펀드 Absolute Return Fund다. 이는 글로벌 알파의 후속작이었다. 포춘 지가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16년 동안 앱솔루트 리턴의 투자전략은 애즈너스가 동일한 기법을 적용해 3년간 운용했던 글로벌 알파의 실적을 포함하여 수수료를 제외하고 연간 10.8%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이는 6.8%를 기록한 S&P 500 지수와 대비되는 수치다. 반면 최근 몇 년 동안 골드만 삭스 글로벌 알파 펀드의 실적은 참담한 수준이었다. 최대 110억 달러였던 자산규모가 10억 달러까지 떨어졌고, 급기야 지난 9월 폐쇄되기에 이르렀다.

2009년에 AQR은 일련의 뮤추얼 펀드를 새로 론칭했다. 이 중 일부는 M&A 대상이 되고 있는 회사 주식을 매입해 인수합병이 성사될 때 발생하는 차익을 노리는 합병 재정거래merger arbitrage 전략을 채택했고, 또 일부는 고전적인 롱-쇼트 헤징 전략long-short hedging *역주: 매수를 의미하는 롱 전략과 매도를 의미하는 쇼트 전략을 복합적으로 구사하는 전략을 적용한 것도 있었다. 모멘텀 접근법을 적용한 펀드도 있었는데, AQR 모멘텀, AQR 소형주 모멘텀, AQR 인터내셔널 모멘텀 등이 이에 해당됐다. (이 펀드들은 순수 업무수수료 방식fee-only으로 일하는 펀드 매니저들을 통해 판매된다.)

애즈너스의 투자전략을 이해하기 위해 대형주large-cap stocks에 주로 집중하는 AQR 모멘텀 펀드를 살펴보자. 포트폴리오 구성 시 AQR은 시가총액 기준으로 대형주 1,000종을 심사해 그중 지난 12개월간 가장 높은 실적을 나타낸 33%를 매입한다. 이 펀드는 3개월마다 한번씩 각 주식의 실적을 조사해 최근 실적이 나쁜 것들은 처분하고 실적이 높은 주식은 새로 포함시켜 포트폴리오를 재조정한다. 매우 단순한 방식이나(물론 이를 정교하게 수행하기 위해선 고도의 알고리즘이 요구된다), 펀드의 수익률 수치는 이것이 실제로 작동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실제로 AQR 기법의 설득력은 매우 강력하다. 학계에서도 대부분 이에 동의하고 있다. 심지어 평소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않기로 유명한 인사 한 명도 AQR 기법의 효과를 인정했다. 그는 바로 효율적 시장가설 이론의 권위자이자 애즈너스의 박사학위 논문 지도교수이기도 했던 유진 파머Eugene Fama 교수다. 파머 교수는 “AQR의 투자전략이 거의 어디서나 통한다는 것을 데이터가 입증하고 있다”며 “낮은 비용으로 투자를 할 수 있다면, 이 전략이 장기간에 걸쳐 높은 수익률을 낸다는 증거는 충분하다”고 말한다.

AQR 펀드들은 출시된 지 아직 몇 년 되지 않았기 때문에, 모멘텀 기법의 유용성 평가는 현재 AQR이 사용하는 기법을 과거의 데이터에 적용하는 “사후검증back testing”에 의존하고 있다. AQR의 연구에 따르면, 1980년부터 2011년까지 모멘텀 기법을 적용해 대형주 투자를 했을 경우 연평균 12.6%의 수익률을 기록했을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비교대상으로 삼은 러셀 1000 지수보다 10.8%를 상회했다. 애즈너스에 따르면, 이러한 사후검증을 1928년 데이터에까지 확대할 경우 모멘텀 기법의 우위가 더욱 극명하게 드러난다고 한다. 모멘텀 기법을 중요한 두 종류의 주식, 즉 성장주와 가치주, 혹은 (주가와 장부가치비율이 높은) 고평가 주식과 (주가와 장부가치비율이 낮은) 저평가 주식의 실적과 비교해 보는 것은 특히 유용하다. 1980년 이후 모멘텀 기법을 적용했을 경우, 9.9%의 수익률을 보인 성장주 투자보다 매년 2.7% 포인트 높은 수익률을 기록했을 것으로 분석된다. 더욱 인상적인 결과는 그동안 학계에서 오랫동안 시장수익률을 뛰어넘기 위한 최적의 전략으로 여겨왔던 가치주 투자방식보다 모멘텀 투자가 매년 1.3 % 포인트 높은 수익률을 가져다 주었을 것이라는 점이다.

아이러니한 점은 이러한 모멘텀 효과가 왜 존재하는지를 누구도 확실히 말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데이터는 분명 모멘텀 효과의 존재를 보여주지만, 논리적으론 설명이 잘 되지 않는다. 그러나 애즈너스가 생각하는 가장 그럴듯한 설명은 기업의 상황에 대해 이런저런 정보가 나올 때 이에 대한 투자자 반응에는 일정한 시차가 있다는 것이다. 그는 “이것은 효율적 시장에 야성적 충동animal spirits의 영향을 더하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 예컨대 어떤 회사가 수익이나 이윤이 어느 날 갑자기 크게 올랐다고 발표했다고 치자. 이것이 제대로 반영된다면 주가가 10% 오를 만한 일이라고 해보자. 애즈너스의 설명에 따르면, 이런 상황에 대해 투자자들은 처음에 절반 정도밖에 반응하지 않아 주가상승은 5%에 그친다. 이후 몇 달에 걸쳐 주가는 공정가치fair value에 점차 근접해 갈 것이다. 그러다가 마지막에는 밴드웨건 효과가 생긴다. 주가가 공정가치를 넘는 수준까지 올랐다가 다시 내려온다. 모멘텀의 핵심은 가속을 받아 계속 주가가 오르고 있는 동안 주식을 샀다가 다시 떨어지기 전에 재빨리 처분하는 것이다.

애즈너스는 주식의 연평균 수익률을 7%로 본다. 모멘텀을 적용하면 이 수치가 시간이 흐를수록 오를 수 있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애즈너스는 모멘텀 투자기법이 나타내는 최상의 효과는 이를 또 하나의 고수익 투자방식인 가치주와 50대 50으로 혼합한 포트폴리오를 구성할 때 나온다고 말한다. 그는 “모멘텀 방식은 그 자체로도 훌륭하지만, 가치주와 결합될 때 더욱 놀라운 성과를 보여준다”고 열띤 어조로 말한다. AQR의 사후검증 연구는 가치주와 모멘텀 방식을 결합했을 경우 매우 높은 수익률을 보였을 것이며, 각 방식을 독립적으로 취했을 때보다 연속적인 실적하락의 경우가 훨씬 적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지난 30년간 재무이론의 핵심 중 하나는 장기적으로 가치주가 성장주를 압도한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가치주의 문제는 테크 버블 붕괴 당시 시장수익률보다 무려 29% 포인트 낮아진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주가 폭락사태가 벌어지는 경우에 드러난다. 모멘텀 방식 역시 장기적으로는 우수한 성과를 보이지만 단기적으로 가치주와 같은 위기상황을 맞닥뜨릴 수 있다. 그러나 양자를 결합하게 되면 그야말로 난공불락의 상품이 된다.

모멘텀과 가치주 투자방식이 어떻게 상호보완적 역할을 하는지 살펴보자. 1980년부터 현재까지의 데이터를 대상으로 가치주-모멘텀 결합전략을 취했을 경우 연평균 수익률은 12.2%였다. 이는 모멘텀 단독전략보다 약간 낮고, 가치주 단독전략보다 90 베이시스 포인트(bp·0.01%) 높았다. 이 결합전략의 최대강점은 한 쪽이 급격히 변할 때 다른 쪽이 이를 메워 준다는 데 있다. 연구대상 기간에 걸쳐 가치주-모멘텀 결합 포트폴리오가 러셀 1000 지수보다 높은 수익률을 보인 것은 총 32년 중 25년으로 전체 기간 중 78%에 해당한다. 이에 비해 가치주 단독 포트폴리오가 러셀 1000 지수를 앞지른 것은 전체 기간의 53%에 그쳤다. 약 9년 동안 결합전략은 시장수익률을 상회한 반면, 가치주 단독전략은 이를 하회했다.

애즈너스와 그의 파트너들은 모멘텀-가치주 결합방식이 전통적인 성장주-가치주 결합방식을 가뿐히 능가한다는 점을 강조한다. 모멘텀 전략은 주가가 오르고 있는 주식만을 선택하기 때문이다. 성장주는 그 정의상 시간이 흐르면서 가치가 상승한다. 그러나 이들은 결국 고평가되기 마련이다. 모멘텀 방식은 그런 주식을 상승세 때 매입하는 것인데, 주가가 오르는 도중에도 너무 과대평가되기 전까지만 매입한다. 그렇다면 높은 주가수익률을 올리면서 주가급락 위험에 극도로 취약한 진짜 고공 비행주 highflyer는 어떤가? 모멘텀 방식은 이런 주식도 매입한다. 하지만 이들의 주가가 너무 갑작스럽게 떨어지지 않는 한, 모멘텀 전략의 실적에는 문제없을 것이다.

모멘텀 투자의 유용성이 이론상으론 분명하지만, 애즈너스는 자신의 펀드를 보급하는 과정에서 한 가지 불편한 사실에 부딪힐 수밖에 없었다. 최근 이 전략에 따른 투자수익이 만족스럽지 않다는 것이다. 모멘텀 방식을 적용한 AQR의 세 펀드 모두가 2009년 론칭 이후 시장수익률을 하회하고 있다. 예를 들어 AQR 대형주 모멘텀 펀드의 경우 출범 이후 가치가 34% 상승했는데, 같은 기간 동안 러셀 1000 지수는 43%나 올랐다. 애즈너스는 이 문제 때문에 곤혹스러운지 사실을 드러내지는 않고 있다. 다만 아무리 훌륭한 투자전략이라도 예측할 수 없는 변수가 있기 마련이며, 투자자가 끈기 있게 버텨주기만 한다면 모멘텀 전략이 장기적으로 높은 수익을 달성하는 것은 분명하다며 투자자들을 설득하고 있다.

이런 자신감에도 불구하고, 최근 몇 년간 급격한 시장변동으로 인해 가치주-모멘텀 결합펀드의 실적이 곤두박질치면서 AQR의 박사들마저 어찌할 바를 모르고 있다. 이들은 대형주를 예로 들며 다음과 같이 이 현상을 설명하고 있다. 주식시장이 붕괴되고 있던 2008년부터 2009년 초까지 모멘텀 전략은 당시 평균 이상의 수익을 내던 엑슨 Exxon이나 월마트 같은 수익률 방어용 주식을 대거 사들이고, 주가가 급락하고 있던 뱅크 오브 아메리카 Bank of America나 J.P. 모건 등 금융주는 외면했다. 하지만 2009년 2분기 들어 시장이 폭발적으로 반등하면서 금융주가 30%나 급등하고 러셀 1000 지수는 16%라는 높은 상승을 기록했다. 대형주 모멘텀 포트폴리오의 두 중심축이었던 엑슨과 월마트의 상황은 좋지 않았다. 엑슨 주식은 3% 증가에 그쳤고, 월마트는 심지어 7% 하락을 기록했다. 이런 상황변화는 너무도 갑작스러웠기 때문에 이 펀드는 그 후 몇 달 동안 저수익 증권을 어찌하지 못하고 끙끙거리고만 있었다. 결국 가장 빠른 성장을 보인 부문에서 얻을 수 있었을 이익의 대부분을 놓쳐 버리는 우를 범하고 말았다.

이 기간에는 가치주와의 결합도 격차를 좁혀주지 못했다. 30년 만에 처음으로 가치주 역시 시장수익률을 크게 밑돌았다. 2010년 가치주-모멘텀 포트폴리오의 실적은 양호한 편이었지만, 2011년에 들어서는 다시 고전하고 있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11월 내내 1% 미만의 증가를 보인 러셀 1000 지수를 3% 포인트 차이로 뒤따르며 2.3% 하락을 기록했다.

장기적으로 시장은 안정을 되찾을 것이고 모멘텀 투자는 시장수익률을 상회하게 될 것이다. 하지만 설사 그렇게 된다 하더라도 모멘텀 방식의 펀드가 일반 투자자에게 어필하기 위해선 수수료 및 제반 주식매매 비용이 낮아야 한다. 애즈너스도 이 점을 잘 알고 있다. 그는 대형주 AQR 모멘텀 펀드의 경우 0.49%의 관리수수료만을 부과하고 있다. (판매수수료는 없다.) 이 수수료는 대부분의 인덱스 펀드보다는 약간 높은 수준이지만, 능동 관리 대상actively managed 펀드의 평균 수수료 1.3%에 비하면 훨씬 낮다. 그렇다면 기관 투자자 입장에선 그들이 헤지 펀드에

부담하는 비용의 극히 일부에 불과한 대가만으로 애즈너스의 서비스를 받는 뮤추얼펀드 투자자 때문에 속이 쓰리지는 않을까? 애즈너스는 그렇지 않다고 말한다. 모멘텀 뮤추얼 펀드와 유사한 형태의 단순 헤지 펀드의 경우, 수수료 부담이 투자자산의 0.5%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애즈너스는 “헤지 펀드들이 스스로 천재라고 떠벌리면서 엄청난 수수료를 요구하고 있다”며 헤지 펀드 업계의 관행을 꼬집었다

하지만 주식 매매비용은 모멘텀 펀드의 중요 문제로 부각될 가능성이 있다. 3개월마다 한 번씩 재조정을 하기 때문에 AQR 포트폴리오의 매매 회전율은 150%나 된다. 이렇게 매매가 잦다 보면 아무래도 매매비용이 커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AQR은 거래 데스크를 직접 운영하고 자체 개발한 알고리즘 모델을 사용해 거래를 할 때 월가의 다른 회사를 통하지 않아도 되게끔 하여 비용인상을 억제했다. 애즈너스는 매매 비용 규모를 연간 0.7% 정도로 추산한다. 따라서 AQR 모멘텀 펀드 가입 시 발생하는 총비용은 수수료와 매매비용을 포함해 1.2% 정도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여기서 잊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 AQR 포트폴리오의 절반은 가치주라는 사실을 기억하는가? 애즈너스는 투자자들에게 모멘텀 펀드와 저렴한 가치 인덱스 펀드의 결합을 권한다. 그가 가장 선호하는 것 중 하나는 학계의 칭송을 받는 또 하나의 펀드회사 DFA(Dimensional Fund Advisors)가 출시한 DFA U.S. 대형주 가치펀드다. 이 펀드의 수수료는 0.28%에 불과하다. AQR의 추산에 따르면 AQR 모멘텀 펀드와 DFA 가치펀드를 혼합해 포트폴리오를 구성할 경우, 제반 비용을 제하고 연간 1% 포인트 정도의 순수익을 추가로 얻을 수 있다고 한다. 당신이 이 전략을 고수한다면, 30년 뒤엔 재산이 시장을 통째로 살 때보다 35% 정도 더 많이 불어나 있을 것이다.

그때쯤 모멘텀 기법이 우월한 투자전략으로 확고하게 자리잡고 AQR도 그 혜택을 얻었으면 하는 것이 애즈너스의 바람이다. 그는 “자기 생각이 분명히 옳다고 여길 땐 끝까지 살아남아 내가 옳았다는 걸 증명하고 싶은 법”이라며 “회사도 똑같다. 내가 만든 회사가 앞으로 20년 동안 잘 버텨서 내 이론이 잘 작동하는 모습을 보고 싶다”고 말했다. 사후검증결과는 만족스러웠다. 하지만 지금부터 그의 거대한 아이디어는 시장에서 평가받게 될 것이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경 마켓시그널

헬로홈즈

미미상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