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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파선 탐사 로봇 군단

데이터 해양고고학이 연구에 새바람을 몰고 온다

작년 10월 초 해양 고고학자 브렌단 폴리 박사는 필자와 함께 에게해 한복판에 떠있는 소형 보트에 앉아있었다. 해저 30m에 가라앉은 난파선 잔해를 수색하고 있는 3명의 다이버를 기다리는 중이었다. 이미 수중 탐색을 마치고 잠수 장비를 재정비하고 있던 폴리 박사는 좀이 쑤신 듯 이렇게 말했다.

"저는 소형 보트가 정말 싫어요. 물론 큰 보트라고 좋아하는 건 아니지만요."

그가 진정 좋아하는 것은 당연히 난파선의 발견이다. 이날 그와 동료들이 그리스 크레타섬의 최대 도시 이라클리온에서 북쪽으로 13㎞ 떨어진 작은 바위섬인 디아섬 인근의 바다 속으로 뛰어든 것도 이 때문이다. 폴리 박사에 따르면 이라클리온 항구는 6,000년 동안 운영돼 왔으며 그동안 이곳을 오가던 많은 선박들이 디아섬 앞바다에서 난파해 수몰됐다. 1976년 프랑스의 유명 해양탐험가 자크 이브 쿠스토가 전설 속 지상낙원 아틀란티스를 찾다가 디아섬 남쪽 해안에서 몇 개의 잔해를 발견하기도 했지만 폴리 박사팀은 디아섬 북쪽 해안을 탐사하는 최초의 고고학 연구팀이다.

지난 14년간 26차례나 난파선 잔해를 발견하거나 발견을 도왔던 폴리 박사는 탐사 자체를 즐기면서도 전근대적 탐사방식 때문에 시간이 허비되는 것은 참지 못한다. 다이버들이 직접 수심 300m의 심해에 잠수하도록 하기 보다는 자율무인잠수정(AUV) 투입을 훨씬 선호한다는 얘기다. 디아섬처럼 AUV가 활약하기 힘든 지역에 한해 리브리더 호흡기, 추진장치 등 탐사범위를 넓혀줄 기기를 짊어진 다이버를 투입하고 있다.

그는 어떻게든 신속한 일처리를 원한다. 그래야 더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사실 해양 고고학자들은 몇 개 지점의 탐사에만 수년의 시간을 쏟기 일쑤다. 그러나 선박 한 척의 잔해로는 폴리 박사의 연구목적을 충족시키기 어렵다. 그의 표현을 빌리면 이는 1시간짜리 연설문 속의 단어 몇 마디에 불과하다.

폴리 박사의 연구모델은 단순히 잔해를 발굴해 해석하는 수준의 소프트 사이언스(인문 과학)가 아니다. 유전자나 신약 연구에 쓰이는 고속 대량 스크리닝(HTS)이 필요한 하드 사이언스(자연과학)다. 이런 계통의 연구자들은 산업 규격 데이터를 수집, 고성능 컴퓨터로 분석한다. 일반적 수준의 분석으로는 볼 수 없는, 수많은 데이터 속에 숨은 미세한 패턴을 발견하기 위함이다.

만일 폴리 박사가 수백~수천 척의 난파선 잔해를 찾아 항해 중이었던 방향, 시기, 목적지, 탑재 화물 등의 정보를 확보할 경우 컴퓨터 분석을 거쳐 인류 초기 문화의 기원을 추적할 수 있다. 또 '해상 무역이 지중해 문명의 전파를 가능케 했다'는 그의 가설을 검증하는 것도 가능하다. 다만 이 모든 연구를 컴퓨터로 수행하려면 일단은 지중해 전체를 세밀히 탐사, 가급적 많은 잔해를 발굴해야 한다. 폴리 박사는 총 면 적이 약 300만㎢인 지중해에만 최대 30만개의 난파선 잔해가 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리브리더 (rebreather) - 다이버가 내쉰 공기를 정화해 호흡에 재사용하는 방식.

고속 대량 스크리닝 (High Throughput Screening) - 동시에 다수의 물질에 대한 분석을 고속으로 처리하는 고효율의 물질 탐색 방법.





해저 수색대
알키온호는 레무스 100의 수상기지 역할을 한다. 폴리 박사[작은 사진]는 리브리더 호흡기를 사용, 한 번에 최대 3시간 동안 잠수한다.

그 날의 작업은 특히나 어려웠다. 폴리 박사의 '레무스 100(Remus 100)' AUV는 디아섬 인근 해역에서는 제 역할을 하지 못했다.

가파른 해저 절벽이 AUV의 센서를 방해하는 것. 효율성과는 거리가 먼 기존 방식의 탐사를 할 수밖에 없는 조건이었다. 그래서인지 그날 이미 한 차례의 탐색에서는 아무 성과를 얻지 못했다. 폴리 박사에게는 그야말로 최악의 날과 다름없었다.

해양고고학은 HTS 기술의 혜택을 가장 최근에 받은 학문에 속한다. 컴퓨터 공학과 제조업 분야에서 수십년 전부터 사용해온 혁신적 데이터 수집·분석법인 이 기술은 1990년 시작된 인간게놈프로젝트에 적용되면서 과학 영역과의 밀월관계가 본격화됐다.

HTS의 기반은 자동화다. 로봇들이 수백, 수천, 심지어 수백만 개의 데이터 포인트를 체계적으로 수집해 대형 컴퓨터에 전달하면 컴퓨터가 데이터의 패턴을 분석한다. 인간 게놈 프로젝트의 경우 연구자들은 이 기술 덕분에 DNA 한 조각의 염기쌍 서열을 자동적으로 파악할 수 있었고 인간 DNA를 구성하는 33억개의 염기쌍과 2만5,000개의 유전자 지도를 13년에 걸쳐 완벽히 완성해냈다.

최근 로보틱 시스템의 발전으로 HTS는 한층 신속·정확해졌다. 그리고 분자생물학 이외의 과학계 연구자들도 이를 자신의 영역에 활발히 적용하기 시작했다. 일례로 현재 약리학 자들은 이를 이용해 수백 종의 화합물이 어떤 생물학적 기능을 발휘하는지 동시에 파악, 유망 신약후보물질 탐색 속도를 일취월장시켰다.

1,000억개에 달하는 인간 뉴런의 상호 연결 지도를 작성하려는 '휴먼 커넥톰 프로젝트' 연구팀은 뉴런의 매핑에 HTS를 동원하고 있다.



폴리 박사는 생물학·물리학과의 연대를 굳건히 함으로써 해양고고학을 자연과학의 반열에 올려놓고자 한다.



6인 1조
폴리 박사는 3명의 엔지니어로 구성된 탐사팀에 더해 3명의 그리스 현지인을 추가 고용해 AUV를 활용한 디아섬 탐사에 나서고 있다.

해양고고학에 대한 폴리 박사의 데이터 처리형 접근법이 전에 없던 새로운 시도는 아니다. 단적인 예로 영국 해양고고학자 A. J. 파커가 이미 1992년 지중해에서 발견된 1,259개의 난파선 잔해를 목록화한 바 있다. 그러나 폴리 박사에 의하면 이 데이터는 너무 기초적 수준에 머물러 있다. 또한 데이터 수집 방식에도 일관성이 없다.

"어떤 잔해는 철저한 탐사 끝에 찾은 반면 어떤 잔해는 100% 우연히 발견됐어요. 비전문가가 발견한 잔해는 시대나 출처조차 제대로 데이터화되지 않은 것도 있죠. 이로 인해 특정 난파선의 잔해를 다른 난파선 잔해와 비교하는 게 힘듭니다."

이 점에서 레무스 100은 매번 동일한 데이터를 수집하므로 향후 잔해들 상호간의 즉각적인 비교가 가능하다.

폴리 박사의 연구방식을 살펴보면 HTS를 활용한 해양고고학이 매우 쉽게 느껴질 수도 있다. 지중해의 모든 난파선 잔해를 발견, 관련 데이터를 기록·저장하는 것이 단지 시간문제인 것처럼 말이다. 사실은 그렇지 않다. 이 연구 기법은 최초의 시도인 탓에 신뢰성이 검증된 바 없고 기술적 난제도 존재한다.

더 심각한 것은 비용이다. 지난 한 달간 벌인 디아섬 원정 탐사에만 50만 달러가 들었다. 이는 그가 가진 1년치 연구예산이며 평범한 고고학자라면 무려 5년간은 쓸 수 있는 돈이다.

폴리 박사는 레무스 100의 운용과 유지관리, 인건비의 충당을 위해 여느 연구자들과 마찬가지로 미 국립과학재단(NSF)과 해양대기관리처(NOAA)에 연구보조금 지원을 요청했지만 예산 대부분은 개인투자자에게서 나온다. 때문에 그는 잔해 탐사를 하지 않을 때는 후원자를 찾아다니느라 정신이 없다. 그럼에도 연간 연구예산을 현재의 5배인 250만 달러로 늘리려 하고 있다.

필자는 이런 그에게 연구비가 너무 많이 드는 것 아니냐고 물었다. 그의 답은 이랬다.

"물리학자들은 거대강입자가속기(LHC) 같은 수십억 달러짜리 연구시설을 보유하고 있는데 왜 고고학자들은 안 되죠? 일반인들이 뮤온 입자, 힉스 입자가 뭔지 신경이나 쓰고 살까요. 물리학자들 외에 그런 걸 생각하는 사람은 없을 겁니다. 인류가 어떻게 살아왔는지 아는 것은 뮤온만큼, 아니 뮤온을 이해하는 것보다 더 중요해요."

디아섬 탐사 며칠 후 필자는 매사추세츠주 소재 우즈홀해양연구소(WHOI)의 AUV 전문가 그레그 패커드를 만나 어뢰를 꼭 닮은 레무스 100의 조종시범을 볼 수 있었다. 중량 36㎏, 대당 제조단가가 37만5,000달러인 이 AUV는 WHOI가 해군용 기뢰탐지장비로 개발한 것으로서 폴리 박사가 2대를 임대, 해저 탐사에 사용하고 있다.

시범의 중책은 비디오카메라를 탑재한 영상 담당 레무스 100에게 주어졌다. 하지만 당초 예정된 80여분의 탐사과정을 30% 가량 수행한 상황에서 예기치 못한 누수가 발생, 스스로 임무를 종료하고 알키온호로 복귀했다.

이를 지켜보던 필자의 아쉬움이 얼굴에 드러났는지 패커드는 또 다른 레무스 100을 수면에 내렸다. 소나를 탑재한 음향 담당 모델이었다. 패커드가 자신의 러기다이즈드 노트북으로 AUV의 소나시스템 점검을 마치는 순간 이 녀석은 기다렸다는 듯 수면 아래로 사라졌다. 노트북에서 눈을 뗀 그가 이렇게 말했다.

"소나의 음파가 대형 물고기나 바위, 선박 잔해 등 단단한 물체에 부딪혀 반사되면 영상장비에 그 위치와 크기가 명암으로 나타납니다. 탐사의 효율성 증대를 위해 알키온호에 장착된 해저 지형 조사용 다중음향측심기로 AUV의 활동을 보조해주는데 AUV의 소나보다 정밀도는 떨어지지만 한층 넓은 해저면을 탐색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죠."

러기다이즈드 노트북 (ruggedized notebook) - 우주항공, 군사, 극한지 및 오지탐험 등 열악한 환경 조건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방수·방진·내충격성·내구성 등의 성능을 극대화한 노트북.





선박 없는 선박 잔해
크레타섬을 둘러싸고 있는 에게해는 연중 수온이 따뜻해 고대 선박의 주재료인 나무는 썩어 없어졌다. 남은 잔해는 고대 그리스·로마시대에 널리 쓰였던 '암포라' 항아리가 대다수다.

폴리 박사의 데이터 수집은 앞서 언급한 2 대의 레무스 100을 중심으로 이뤄진다.

기초탐사는 음향 담당 레무스 100의 몫이다. 최대 수심 100m까지 내려가서는 격자 모양으로 해저면의 구획을 나눠 소나를 발사한다. 여기서 난파선 잔해로 보이는 무언가가 탐지되면 영상 담당 레무스 100이 투입되며 그 물체의 동영상을 촬영해 선박 잔해 여부를 가린다.

이후 잔해가 확증되면 다이버가 현장에 들어가 수백 장의 사진을 찍는다. 레무스 100의 영상은 디지털화해서 데이터로 변환하기에는 해상도가 떨어지기 때문이다. 폴리 박사는 다이버의 촬영 사진을 가지고 잔해물의 위치와 심도 데이터가 포함된 포토모자이크를 만든다.

탐사 로봇, 다시 말해 AUV로 데이터를 수집해 컴퓨터로 분석하는 것은 상당히 대단한 작업으로 들릴지 모르지만 막상 현장에서는 여러 문제점들과 직면한다. 우선 지중해는 면적이 300만㎢로 매우 넓다. 현 탐사속도대로라면 2,658년 뒤에야 폴리 박사가 지중해 전체의 탐사를 마칠 수 있다.

또 지중해의 해저 상황은 매우 유동적이다.

모래가 움직여 잔해를 덮어버릴 가능성이 높다.

탐사시점에 따라 잔해를 찾을 수도, 그렇지 못할 수도 있다는 얘기다.

마지막으로 레무스 100의 음파 센서는 해저 절벽을 가진 섬이나 해안 인근에서 제대로 작동하지 않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난파선 잔해들은 그런 곳에 가장 많다. 그래서 다이버팀 운용이 불가피하며 그만큼 탐사시간은 더 늘어나기 마련이다. 다이버의 탐사 속도를 높여줄 장비가 있지만 가격이 부담스런 수준이다. 추진장치는 대당 3,500달러, 리브리더 호흡기는 대당 1만 5,000달러나 된다.

설령 모든 난관들을 극복하고 완벽한 데이터 수집에 성공하더라도 장애물은 남아있다.

아직 그는 데이터들의 신뢰성 높은 분석법을 확립하지 못했다. 이 부분에 대해 폴리 박사는 선박의 크기와 암포라 항아리의 형상을 인지하는 이미지 인식 소프트웨어를 개발할 경우 난파선 잔해를 시대별·출처별로 분류, 위치 데이터 및 행선지 추정 결과와 연관 지을 수 있다고 본다.

이 같은 방식이라면 폴리 박사는 남부 에게 해에서 나온 모든 청동기 시대 유물들의 신원을 확인할 수 있다. 특히 이렇게 확보된 데이터 세트가 충분할 때는 이들의 패턴 분석을 통해 그가 생각조차 못했던 새로운 의문들을 세상에 제기할 수도 있을 것이다.

"고고학에 HTS 기술이 보편화돼도 현장탐사가 사라지지는 않을 겁니다. 옛 기술과 신기술은 상호보완적이니까요."

과학의 계량화를 전문적으로 연구한 미국 캘리포니아대학 LA캠퍼스의 역사학자 시어도어 포터 박사는 과거에도 인문과학의 트렌드가 '해석' 중심에서 '데이터' 중심으로 위치이동 한 전례가 있다고 말한다.

바로 지리학이다. 대동여지도로 유명한 조선후기 지리학자 김정호는 정확한 지도제작을 위해 전국 방방곡곡을 직접 답사해야 했지만 현대의 지리학은 과학기술과 접목되며 정량화와 데이터에 기반한 학문이 됐다. 지난 50년간 지도제작기술이 다양한 출처로부터 데이터를 수집해 상호작용형 디지털 지도를 만들어내는 지리정보시스템(GIS)과 융합해왔다는 점도 이를 뒷받침하는 명백한 증거다.

덧붙여 경제학도 해석의 과학에서 수학의 과학으로 변모했다. 그것이 얼마나 성공적이었는지에 대한 부분은 이견이 있겠지만 말이다.

하버드대학의 고고학자이자 역사학자인 마이클 맥코믹 박사 역시 "지난 수십년 동안 고고학자들의 접근법이 날로 정량적 모습을 갖춰왔다"며 "물리적 대상을 데이터로 변환시켜주는 방사성 탄소 연대 측정, DNA 분석 등이 대표적 사례"라고 설명했다.

폴리 박사의 방식은 여기에서 한 단계 더 발전한 것이다. 이것이 구현되면 스스로 영속성을 갖는 데이터 피드백 고리가 생겨난다. 굳이 난파선의 잔해가 묻힌 곳을 찾아가지 않고도 그 잔해를 탐사할 필요가 있는지 알 수 있다. 그리고 이처럼 가치 있는 잔해를 분별하는 능력은 자연히 탐사활동의 효율성을 높여줄 것이며 이는 다시 더 많은 양질의 데이터 생산으로 이어지는 선순환이 나타난다.

다만 맥코믹 박사는 HTS 고고학이 보편화 돼도 현장탐사 같은 옛 기술이 사라지지는 않을 것으로 예견한다. 옛 기술과 신기술은 상호 배타적이 아닌 상호보완적이라는 이유에서다.

"현장에서 정밀히 탐사된 한 척의 난파선 잔해는 선박의 출발지, 침몰지, 행선지 등을 알려 주는 타임캡슐입니다. 그런데 HTS에 의해 얻은 100척의 잔해에 대한 패턴분석 결과가 있다면 현장탐사에서 수집된 희귀한 증거와 비교분석 할 다양한 방안이 창출됩니다. 한마디로 서로가 서로를 더 밝게 비춰주는 거죠."

디아섬 탐사 후 2주가 지난 뒤 필자는 폴리 박사에게 전화를 걸어 진행상황을 물었다. 그는 그리스 아테네 소재 미국고전연구학교 (ASCSA) 담당자에게 보여줄 프레젠테이션을 준비 중이라고 전했다.

그리스에서의 한달 동안 폴리 박사팀은 총 8척의 잔해를 찾아냈다. 안타깝게도 3척은 현대 선박의 잔해였고 나머지 5척 중 1척도 예전에 자크 이브 쿠스토가 발견한 로마 선박이었다. 그토록 원했던 청동시 시대의 잔해는 다이버도, AUV도 찾지 못했다.

그렇지만 폴리 박사는 전혀 실망스럽지 않다고 말했다. 4개의 새로운 고대 선박 잔해를 발견, 데이터베이스에 그만큼의 데이터 포인트를 더 입력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음향 담당 레무스 100이 1척의 난파선을 발견함으로써 자신의 시스템이 유효하다는 게 드러났다는 사실에 흐뭇해했다.



디아섬에서 탐사를 하면서 폴리 박사는 이미 올해 수행할 몇몇 원정탐사를 염두에 두고 있었다. 올 봄으로 예정된 알제리의 앞바다 탐사도 그중 하나다. 그의 알제리 동료들은 선박 장착형 소나를 이용해 AUV의 활동을 도와줄 것이다.

또 지난해 실패한 이집트와 리비아에서의 탐사도 다시 추진한다는 복안이다. 탐사를 위해 정부담당자들과 협상을 했었지만 '아랍의 봄' 반정부 시위로 모두 물러나면서 계획이 무산됐었다.

아울러 폴리 박사는 AUV의 숫자를 더 늘릴 계획이라 설명했다. 이번에는 해저 6,000m까지 탐사할 수 있는 '레무스 6000'도 WHOI에서 대여할 생각이다. 새로 합류하는 AUV 군단들에 힘입어 그는 더 넓고 많은 지형을 탐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레무스 6000이라면 지중해에서 가장 깊은 바다도 문제없다.

디아섬 탐사 이후 지금까지 그가 발견한 고대 선박의 잔해는 무려 34척에 달한다. 이들은 모두 데이터베이스에 입력 완료됐다. 지중해에 가라앉은 선박의 잔해가 약 30만개라는 점을 감안할 때 이 정도의 실적은 조족지혈에 불과하다. 하지만 그가 반드시 30만개 모두를 목록화 시킬 필요는 없다. 수백개나 수천개의 잔해만 목록화해도 통계적으로 의미 있고 학문적 의문을 던질 가치가 있는 수준에 도달하기에 충분하다.

지금보다 더 많은 예산이 확보되고, 더 많은 AUV를 동원할 수 있다면 폴리 박사의 목표는 달성될 것이다. 그러나 혹여 1년 내내 단 몇 개의 잔해를 데이터베이스에 등록한다고 해도 그는 앞으로 25년간은 이 일을 계속하기로 마음을 굳혔다.

"저는 다른 연구자들을 찾아가 당신의 연구가 정말 가치 있는 것이냐고 물어보지 않아요. 예산을 받을 수 있고 현장에 나가서 프로젝트를 수행할 수 있으며 논문을 발표할 수 있다면 그 이상 무슨 입증이 필요하죠?"

STORY BY Brooke Bore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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