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은 한 달에 하나의 난자를 만든다. 반면 남성은 청소년기부터 평생 동안 초당 1,000개의 정자를 만든다. 이를 막는 것이 힘든 게 당연하지 않나.
현재 연구되고 있는 호르몬 피임약의 작용기전은?
남성에게 충분한 테스토스테론 호르몬을 투여하면 뇌는 고환에서 정자를 만들도록 유도하는 생식선 자극 호르몬의 분비를 중단한다. 많은 보디빌더들이 불임인 것도 이 때문이다. 다만 모든 남성에게 통하지는 않는다.
테스토스테론 요법이 유효한 남성의 비율은?
95% 이하다. 특정인을 대상으로 이 요법의 유효성을 파악할 수는 있지만 그러려면 정자수 세는 작업을 매우 많이 해야 한다. 이 약을 먹으면 피임이 된다고 말하면 좋겠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여성의 경우 피임약이 효과가 있을 경우 배란 여부 확인이나 테스트가 필요 없다.
대안이 있나?
정자의 임무는 매우 복잡다단하다. 그만큼 차단할 여지도 많다. 일례로 한 연구팀이 원숭이에게 에핀(eppin) 단백질을 주사했더니 정자가 코팅되면서 헤엄을 치지 못했다. 또 정자의 에너지 생산과정을 차단, 활동성을 떨어뜨리는 방법도 있다. 특히 고환이 정자를 생산하려면 비타민 A를 활성대사물질인 레티노산(retinoic acid)으로 변환하는 효소가 반드시 필요하다.
레티노산 없이는 정자도 없다. 이에 우리 연구팀은 현재 효소의 작용을 방해해 고환의 레티노산 생산을 멈출 약물을 개발 중이다. 5년 내 미 식품의약국(FDA) 승인 획득이 목표다.
남성용 피임약 시장이 크다고 보나?
물론이다. 남성은 대개 성(性)에 관심이 많다. 하지만 결혼 전후 일정기간을 제외하면 여성을 임신시키기를 원치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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