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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전! 무공해 비행 태양광 항공기

솔라 임펄스

날이 갈수록 치솟는 유가와 정부의 규제에 시름이 가득한 항공업계.

이런 가운데 스위스의 두 조종사가 꾸린 프로젝트 그룹 '솔라 임펄스(Solar Impulse)'의 태양에너지 항공기가 화석연료를 전혀 사용하지 않는 무공해 세계일주에 도전하고 있다.

솔라 임펄스의 야심찬 도전은 항공업계가 화석연료라는 굴레를 벗어날 수 있음을 증명하는 시금석이 될 것이다.


이동훈 과학 칼럼니스트 enitel@hanmail.net

항공기의 발명으로 인류는 바다 건너 다른 대륙에도 쉽게 갈 수 있게 됐다. 하지만 그렇게 된 이면에는 다소 불편한 진실이 숨어 있다. 사실 항공기는 그 자체로 엄청난 '공해 공장'이나 다름없다는 게 그것이다.

실제로 항공기는 이산화탄소(CO₂)를 비롯해 질소산화물, 유황, 탄화수소 등 온갖 유해물질을 지구 상공에 뿜어내고 있다. 항공기가 만들어내는 비행운(飛行雲) 속의 수증기가 배기 가스 내 탄소산화물의 온실효과를 3~4배나 인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되기도 했다. 지난 2007년 유럽연합 의회가 유럽 내에 노선을 가진 모든 항공사들을 탄소 배출권 거래 대상에 포함시키는 법안을 통과시킨 배경도 이 같은 위기의식에 근거한다.

특히 제트 엔진의 채용이 일반화되면서 항공기의 공해성은 더욱 심각해졌다. 제트 엔진은 필연적으로 엄청난 소음을 동반하는 데다 연비는 현존하는 엔진 중 최하위권인 탓이다. 즉 항공기의 비행은 대량의 화석연료를 소비하고 그만큼 많은 CO₂를 대기 중에 뿜어낸다.

그러나 소음이 전혀 없고 화석연료를 단 한 방울도 소비하지 않는 완벽한 무공해 항공기라면 어떨까. 스위스의 두 조종사인 베르트랑 피카르와 안드레 보쉬베르크가 로잔연방공과대학(EPFL)과 함께 '솔라 임펄스 프로젝트'를 통해 바로 그 꿈의 실현에 도전하고 있다.

지난 2003년 피카르는 태양에너지 항공기로 세계일주를 하겠다는 야심찬 아이디어를 기획했다. 이를 전해들은 보슈베르크가 사업 타당성을 연구한 끝에 피카르와 의기투합하며 피카르를 최고경영자(CEO)에 앉히고 이듬해 솔라 임펄스 프로젝트를 공식 개시했다. 이후 현재까지 솔라 임펄스 팀은 6개국 50명의 각 분야 전문가와 100명의 외부 자문을 둔 강력한 팀으로 성장했다.

2004년과 2005년에 걸친 개념 정립과 2006년 장거리 비행 시뮬레이션을 마친 뒤 2006년부터 2009년까지 3년간 동체를 제작, 드디어 첫 태양에너지 항공기 'HB-SIA'가 세상에 첫선을 보이게 된다.

1.35㎏
제트A 항공유 1파운드(0.45㎏)가 연소됐을 때 대기권 상층부에 유입되는 이산화탄소량.

솔라 임펄스 HB-SIA
태양에너지로의 유인비행, 그것도 세계일주를 한다는 것은 얼핏 들으면 무척이나 낭만적으로 느껴진다. 그러나 이는 인류 항공 역사에 전례가 없던 혁신적인 도전이다.

이 계획에 성공하려면 항공기는 며칠 동안 오직 태양광에만 의존해 비행을 해야 한다. 또한 낮 시간대에 에너지를 비축해 놓았다가 햇빛을 받을 수 없는 야간에도 비행을 실현해야 한다. 지금껏 솔라 임펄스 외에 다수의 태양광 항공기들이 개발됐지만 이처럼 햇빛이 없는 야간이나 구름 낀 날씨에는 비행을 포기해야 했다.

많은 무공해 항공기 프로젝트들이 유인비행을 포기하고 무인항공기 형태로 개발하거나 수소 연료전지 등 보조동력원을 채용하는 것도 이 난제를 풀기 위한 조치였다.

하지만 솔라 임펄스 팀은 재생 가능 에너지의 엄청난 잠재력 입증을 모토로 당초부터 유인비행을 목표로 삼았다. 이 목표의 현실화를 위해 개발팀은 동체 제작에 당대 최고의 소재 공학, 에너지 관리, 인간-기계 인터페이스 기술을 아낌없이 투자했다. 태양광 발전으로 전기모 터를 구동, 프로펠러를 돌리는 방식은 제트엔진 만큼 큰 추력을 얻을 수 없기에, 제한된 에너지로 최대한의 양력과 체공 시간을 얻기 위해 최 신 기술을 총동원한 것이다.

솔라 임펄스의 첫 작품인 HB-SIA는 전폭이 63.4m로 에어버스 A340 항공기와 유사한 수준이지만 초경량 고강도 탄소섬유를 주재료로 사용해 중량은 승용차 1대에 불과한 1.600㎏ 밖에 되지 않는다.

당연히 동체 설계에 있어 최대 주안점은 에너지 부분이었다. 한낮에 지면 1㎡가 받는 태양광 에너지는 1,000와트(W), 즉 1.3마력에 해당한다. 하지만 태양이 없는 밤까지 다 계산에 넣으면 하루 평균 1㎡당 250와트로 뚝 떨어진다.

HB-SIA는 주 날개의 200㎡ 면적에 장착된 태양 전지 셀들이 태양광 에너지를 전기에너지로 변환, 추진장치에 전달하는데 총 4기의 모터가 내는 평균에너지는 10마력에 불과하다. 이는 지난 1903년 라이트 형제가 만든 최초의 동력항공기 '라이트 플라이어(Wright Flier)'의 엔진 추력(12 마력)만도 못한 수준이다.










피카르 가(家)의 특이한 내력

솔라 임펄스의 공동 개발자이기도 한 베르트랑 피카르[우측]의 집안은 하늘과 바다에 목숨을 건 지독한 모험광 가문이다.

피카르의 할아버지인 오귀스트 피카르는 1931년 기구를 타고 1만5,780m 높이의 성층권에 도달해 우주선(宇宙線)을 연구했으며, 처음으로 지구의 만곡면을 두 눈으로 직접 본 인물이기도 하다. 또한 '바티스카프(bathyscaphe)'라는 심해잠수정을 개발, 아들인 자크 피카르와 함께 1953년 3,150m 깊이까지 잠수하기도 했다. 그가 설계 제작한 또 다른 심해잠수정 '트리에스테(Trieste)'는 지구상에서 가장 깊은 심해인 수심 10,916m의 마리아나 해구로 그의 아들 자크를 태운 채 내려갔다. 자크도 가풍을 이어 최초의 관광용 잠수함을 건조하고 미국 최초의 우주정거장인 '스카이랩(skylab)' 프로젝트 준비를 위해 중심해 잠수정을 개발, 1개월간의 표류 잠수에 도전한 바 있다.

그 핏줄을 타고난 베르트랑 피카르는 청년시절부터 기구(ballon) 광이었다. 첫 대서양 횡단 기구 경주에서 입상했으며 1999년에는 기구를 사용해 세계 일주 비행에도 성공했다. 이때 사용한 '브라이틀링 오비터 3호(Breitling Orbiter 3)'는 현재 스미스소니언 항공우주박물관에 아폴로 11호, 라이트 플라이어 등과 함께 전시되고 있다.


3.5%
전 세계 이산화탄소 배출량 중 항공기에 의한 발생 비중. 이용객 증가세를 감안할 때 2050년경 최대 10%에 달할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중량은 최소화, 효율은 최대화
이렇듯 적은 에너지로 보조동력원 없이 밤낮을 가리지 않고 비행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개발 팀은 각고의 노력을 기울였다. 구체적으로 HBSIA에는 면적 12.5㎠의 단결정 실리콘 태양전지 셀이 총 1만1,628개 붙어 있다. 주 날개에 1만748 개, 후미의 수직안정판에 880개다. 각 셀은 두께가 150미크론(μ)에 불과해 중량과 효율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았다. 이렇게 태양전지가 모은 에너지는 중량 400㎏, 에너지 밀도가 ㎏ 당 240와트시(Wh)인 리튬폴리머 배터리에 저장된다.

또한 중량 대비 날개 너비가 극단적으로 넓기 때문에 이륙 시 속도가 시속 35㎞로 매우 낮음에도 충분한 양력이 생성된다.



동체 자체도 견고성과 경량성, 높은 조종 성을 만족시키기 위해 육각형 허니콤(honey comb) 구조의 탄소섬유 골조를 샌드위치처럼 패널로 마감한 형태로 제작됐다. 날개의 경우 하부 면이 유연한 경량 필름으로 이뤄져 있고 그 내부는 120개의 탄소섬유 소재 뼈대가 50㎝ 간격을 두고 심어져 지지력을 제공한다.

앞서 언급한 4대의 10마력급 모터는 주 날개 하단의 모터 포드 속에 위치해 있으며 직경 3.5m의 2엽 프로펠러를 분당 400회씩 회전시킨다. 포드에는 또 70개의 리튬 폴리머 배터리와 배터리 관리시스템도 들어있다. 낮 시간대에 생산한 전력 중 일부를 저장, 야간 비행에서 활용하는 것이다. 특히 모터 포드는 전체가 단열재로 보호돼 있어 HB-SIA의 최대 비행고도인 8,500m 상공에서 직면하게 될 영하 40℃의 혹한으로부터 배터리를 보호해준다.

이에 더해 HB-SIA는 정교한 항공전자장비를 갖추고 있다. 일례로 내장 컴퓨터는 비행에 필요한 수백 가지 정보를 수집해 조종사에게 전달하여 조종 편의를 돕는 한편, 주요 데이터를 지상팀에도 전달한다. 또 비행 특성과 배터리 잔량에 맞게 모터의 출력을 최적화시킨다.

하지만 이 같은 첨단 장비를 장착하고도 HB-SIA의 조종석은 마치 세계 1차 대전 당시의 비행기를 연상시키는 비여압식이다. 따라서 조종사는 산소 호흡기와 특수 비행복이 없으면 비행이 불가능하다. 조종석까지 여압화했다가는 중량이 과도하게 늘어나기 때문에 불가피한 선택이었다.








태양에너지 비행 선구자

HB-SIA는 최초의 태양에너지 항공기가 아니다. 솔라 임펄스팀이 세계일주라는 야심찬 계획을 세우기 이전에도 많은 사람들이 태양에너지 항공기를 타고 창공을 갈랐다.

그 시기는 태양전지가 작고 저렴해져 대중화가 시작된 1970년대로 거슬러 올라가는데 초기의 모델들은 모두 무인기였다. 유인기의 경우 1980년 등장한 에어로바이런먼트의 '가서머 펭귄(Gossamer Penguin)'이었다. 출력 2.5㎾의 이 항공기는 1981년 영불해협 횡단비행에 성공했다. 유럽에서도 군터 로헬트가 2,500개의 태양전지로 출력 2.2㎾급 솔에어 1호를 개발한다.

1990년에는 미국인 에릭 레이몬드가 태양에너지 항공기 '선시커(Sunseeker, 사진)'로 400㎞ 비행에 성공했고 에어로바이런먼트가 NASA에 납품한 태양광 무인항공기 '헬리오스(Helios)'는 2001년 고도 30㎞까지 상승하기도 했다. 또한 2005년 AC 프로펄션의 창립자 알란 코코니가 개발한 전폭 5m의 태양광 무인기가 태양에너지만으로 48시간 연속비행이라는 쾌거를 달성했고 2010년 7월에는 미국 키네틱의 무인기 '제피어(Zephyr)'도 21㎞ 상공에서 2주일간의 연속비행에 성공했다.


88만889명
2012년 설 연휴기간 6일간 전국 14개 공항의 항공 이용객수. 전년대비 5.5% 증가한 수치다.

세계 최초 기록 양산
HB-SIA의 처녀비행은 지난 2009년 6월 26일, 스위스 뒤벤도르프 공항에서 마르쿠스 쉐르델의 조종 하에 이뤄졌다. 이날 항공기는 1m 고도에서 총 350m 거리를 비행했다. 첫 비행에서 보여준 이 같은 성능은 엔지니어들의 기대를 완전히 충족시켰으며 이로서 엔지니어링 단계를 종료하고 본격적인 비행시험이 시작됐다.

이후 2010년 4월 7일, HB-SIA는 총 87분간 비행하며 1,200m 고도까지 올라갔다. 같은 해 5월 28일에는 비행 중 충전한 태양광 에너지만으로 비행하는데 성공했다.

그리고 2010년 7월 8일, HB-SIA는 태양에너지 항공기로서는 사상 처음으로 만 하루를 넘겨 26시간 10분 19초라는 연속 유인비행 기록을 작성했다. 안드레 보슈베르크의 조종으로 7월 7일 오전 6시 51분에 스위스 파예른 공군기지를 이륙, 다음날 오전 9시 안전하게 착륙한 것. 이 비행에서 HB-SIA가 상승한 최고 고도는 무려 8,700m였다. 이는 지금까지 유인 태양에너지 항공기의 최장 시간, 최고 고도 비행 기록으로 남아있다.

2011년 5월 13일의 경우 첫 국제 비행에 성공했다. 스위스 파예른 비행장을 출발한 지 13시간 만인 오후 9시 30분경 벨기에 브뤼셀의 자벤템 공항에 성공적으로 착륙한 것이다. 당시 비행에서는 평균고도 1,830m, 평균속도 시속 50 ㎞를 기록했다. 같은 해 6월 14일 파리 에어쇼 참가를 위해 또 한 번의 국제비행을 시도했는 데 벨기에 브뤼셀을 출발한 HB-SIA는 안드레 보슈베르크의 조종으로 16시간 5분 동안 1,600 ㎞를 비행, 파리의 르 부르제 공항에 터치단운했다.



디지털 유목민
HB-SIA의 조종석[작은사진 좌측]. 공간은 1.3㎡로 매우 좁지만 완전한 디지털시스템이 갖춰져 있다.

4,912만명
지난해 국적항공사를 이용한 총 고객수. 이중 저가항공사 이용객이 1,052만명으로 5명 중 1명꼴이었다.





HB-SIB와 세계 일주
솔라 임펄스의 궁극적 목적은 세계일주 비행이다. 하지만 여압실도 없는 HB-SIA로는 이 목적의 달성이 현실적으로 어렵다.

그래서 솔라 임펄스 팀은 세계일주 도전용으로 후속기인 HB-SIB를 개발할 계획이다. 올해 중 완성을 목표로 현재 제작이 한창 진행되고 있다.

현 계획상 HB-SIB의 기존 구동 메커니즘과 평균속도 등은 HB-SIA와 동일하다. 다만 날개폭이 80m로 늘어나며 450㎏의 배터리를 탑재, 중량이 2톤 정도로 상승해 몸집이 조금 커진다. 최대 비행고도 역시 1만2,000m로 상향조정될 예정이다. 이는 햇빛의 강도에 따라 고도를 조절, 낮에는 최대한 많은 전력을 생산하고 밤에는 전력소비를 최소화하기 위한 조치다. 실제로 HB-SIB는 일출 이후 3,000m 고도에서 조금씩 상승, 최대 1만1,900m까지 올라갔다가 날이 어두워질수록 하강해 3,000m로 내려오는 형태의 비행을 하며 에너지 효율을 극대화할 계획이다. 조종실 역시 여압식으로 만들어져 1만 2,000m 고도에서 무리 없이 비행 가능한 산소와 난방을 제공하게 된다.

인류 항공역사에 한 획을 그을 솔라 임펄스의 세계일주 도전은 2014년 개시된다. 북반구의 모든 대륙을 지나며 지구를 한 바퀴 도는 데 약 3주가 소요될 전망이며 조종사의 체력적 한계를 감안해 적도 인근의 북반구 상공에서 3~4일간 비행한 후 착륙해 휴식을 취하는 방식을 5번 반복할 예정이다. 그리고 착륙 시마다 조종사의 교체가 이뤄진다. 조종사 한 명이 20여일을 충분한 수면 없이 홀로 버틸 수는 없기 때문이다. 물론 3~4일간의 비행도 결코 쉬운 일은 아니기에 벌써부터 조종사들의 모의비행 훈련을 철저히 실시하고 있다.

현 시점에서 솔라 임펄스팀의 계획이 과연 성공할지는 아무도 모른다. 성공하더라도 이 업적이 태양광 항공기의 상용화로 즉각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1903년 첫 동력비행에 성공했던 라이트 형제조차 그로부터 60여년 뒤에 인간이 달에 발을 딛을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 솔라 임펄스의 성공은 인류가 화석연료경제를 탈피해 재생 가능한 에너지 경제시대로 나아가는 확실한 이정표가 될 것이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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