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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추어 합성생물학 요리사

주방과 차고의 한 구석에서 합성생물학계의 난제를 풀고 있는 아마추어 연구자들

벤투라카운티 필모어 스트리트
in 미국 샌프란시스코주

이곳의 상점은 한 두 개의 화랑을 제외하면 거의 커피숍 일색이다. 필자는 여기서 메레디스 패터슨을 만나기로 했다. 얼마간의 시간이 흐르자 전투화와 가죽 재킷을 입고 고양이 눈 모양의 안경을 착용한, 마치 1950년대의 괴짜 모습을 한 30대의 여성이 다가왔다.

컴퓨터 프로그래머이자 언어이론가인 그녀는 스스로 원해서 된 일종의 강박증 환자다. 어렸을 때부터 자동차와 전기 배선 수리를 하는 아버지를 도우며 자라나면서 DIY에 푹 빠져 지냈고 최근에는 자신의 집에서 생명공학 실험을 하는 것에 강박적으로 삶의 열정을 쏟아 붓고 있다.

사실상 미국은 열정적 아마추어 발명가들에게는 꽤 이상적인 활동 무대다. 그리고 최근 이들 무리에 합류한 일단의 사람들이 있었으니 바로 새로운 형태의 생명체 개발을 목표로 하는 합성생물학자들이다. 개 중에는 메레디스처럼 독학으로 전문가 이상의 지식을 쌓은 생물학자들도 있다.

이들은 스티브잡스가 컴퓨터를 대상으로 했던 것과 같은 독창적·창의적 일을 염색체를 가지고 하려한다. 대도시 아마추어 합성생물학자들의 경우 1970년대의 컴퓨터 프로그래머, 2000년대의 아마추어 로봇공학자들처럼 이미 '신바이오' 클럽을 조직하기 시작했다. 클럽들 중에는 별도의 오프라인 실험실을 보유, 팀원들이 공동으로 다양한 게놈 조작 실험을 할 수 있는 곳도 있다.

21세기에 들어 아마추어 정신이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대다수는 '한물 간 정신'이라 말할 것이다. 개인이 혼자서 일궈낸 신생기업이 세상을 바꿔놓는 시대가 한 세대 전에 종말을 고한 지금, 그런 대답은 어찌 보면 당연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는 지난 100년 동안 계속됐던 대답이며 틀린 대답이기도 하다. 아웃사이더와 아마추어, 괴짜들의 시대는 결코 끝나지 않았다. 대중들이 끝났다고 생각하는 순간, 어느새 그들의 전성기는 다시 찾아온다.

이렇게 무한 반복되는 그들의 역사는 미국, 더 나아가 인류 역사의 중요한 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특히 벤자민 프랭클린이 가출해 필라델피아로 떠날 때부터, 마크 주커버그가 하버드대학을 떠나 샌프란시스코주 팔로 알토를 향할 때까지 이들의 창의성은 항상 기숙사, 동아리방, 차고 같은 곳에서 태어나 활짝 꽃을 폈다.

메레디스의 창의성 산실은 다름 아닌 아파트 주방이다. 정확히 말해 주방 한 구석의 탁자 위에 차려진 그녀만의 임시 실험실이다.

아파트로 초대를 받은 필자는 그녀의 실험장비를 볼 수 있었다. 톡 까놓고 말해 실험장비라고 해봐야 어느 집에서나 볼 수 있는 가재도구가 거의 다였지만 이 도구들은 여기서 전혀 다른 용도, 즉 생명의 기본 단위인 DNA를 조작하고 만드는 용도로 쓰인다.

그녀는 요즘 몰두하고 있는 프로젝트의 진행을 도와달라고 부탁했다. 해파리 DNA의 플라스미드를 박테리아에 주입, 요거트 속에서 배양해 어둠 속에서 빛이 나는 요거트를 개발하는 프로젝트였다.

메레디스는 본격적인 생명공학 작업을 실행하기에 앞서 자신이 즐겨 찾는 신바이오 물품 상점부터 들여야 한다고 했다. 일명 '글로-거트(Glogurt)'라는 그녀의 발광 요거트 개발에 필요한 '락토바실러스 아시도필루스(lactobacillus acidophilus)' 유산균이 함유된 요거트를 구입하기 위해서였다.

신바이오 (synbio) - 합성생물학(synthetic biology)의 약자.

플라스미드 (plasmid) - 세포 내에서 핵이나 염색체와 독립적으로 존재하며 독자적으로 자가증식해 자손에 전해지는 유전 요인.

상점으로 가던 중 우연히 그녀의 발목에 새겨진 문신이 눈에 들어왔다. 톱니바퀴와 피스톤, 자전거 체인 등이 복잡하게 얽혀 있는, 이 세상에 오직 그녀만이 갖고 있을 것 같은 그림이었다.

"아직 완성된 작품은 아니에요. 제 발목 생김새가 이상한데 '그래요, 제 발목 이상해요'라고 세상에 소리치는 저만의 조크죠."

메레디스의 발광 요구르트는 '녹색 형광 단백질(GFP)' 유전자가 핵심 재료다. 해파리나 바다 팬지(sea pansy)라는 산호류에서 발견되는 이 유전자는 이들 생물이 위험 및 불안감을 느낄 때 발광 반응한다. 지난 2000 년 헤두아르도 켁이라는 예술가가 GFP 유전자를 활용, 자외선 하에서 밝은 녹색을 발광하는 토끼 'GFP 버니(GFP Bunny)'를 선보인 이래 GFP를 비롯한 발광 유전자들의 보급이 확산되고 있는 추세다. 일례로 미국의 애완동물 가게에는 GFP를 주입, 제브라피시 열대어를 유전자 조작한 '글로피시(GloFish)'가 한 마리당 8달러에 판매되고 있다.

하지만 GFP의 진정한, 그리고 더 중요한 가치는 유전자 단위에서 모든 변화와 효과를 육안으로 관찰할 수 있는 표지자(marker)로서의 효용성에 있다. GFP 유전자를 발견하고 발전적 연구성과를 도출한 공로로 지난 2008년 관련 연구자 3명이 노벨화학상을 수상한 것도 이런 GFP의 잠재가치를 인정했기 때문이다.

이 점에서 발광 요구르트라는 메레디스의 목표는 그리 높은 편은 아 니다. 그녀는 단순히 먹을 수 있는 야광스틱을 가지고 파티나 콘서트에 간다면 정말 재미있을 거라는 생각에서 이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요거트를 구입해서 아파트에 돌아온 뒤 그녀는 GFP 플라스미드 샘플을 보여줬다. 노스캐롤라이나주에 있는 한 바이오기업에서 주문한 이 샘플은 비닐봉지로 밀봉된 채 냉장고에 보관되고 있었다.

요커트의 유산균을 배양, GFP 플라스미드 유전자를 주입하고는 이 유산균으로 요거트를 만들겠다는 게 그녀의 마스터플랜이다. 이를 위해선 일단 전기 천공(electroporation) 장치가 필요했다. 그게 있어야만 GFP 유전자를 락토바실러스 유산균 속에 넣을 수 있다.

전기 천공은 특정 세포에 인위적으로 유전자를 주입하기 위해 전기 펄스를 이용, 세포막에 가는 구멍을 내는 기술이다. 유전학 분야에서는 매우 흔한 공정으로 세포를 2,500V의 펄스형 전기장에 노출시킨다. 그러면 유산균 세포막의 투과성이 변하면서 GFP 플라스미드가 통과할 수 있는 구멍(통로)이 생성된다.

"간단히 말해 박테리아에 테이저 건을 쏘는 것과 같아요."

그녀는 전기천공을 포함한 모든 공정을 아파트 주방에서 진행한다. 실험을 하면서 아파트를 점령하고 있는 가재도구들은 계속 늘어나고 있는데 이 역시 모두 친숙한 것들이다. 중고품 가구의 잔해, 책과 상자 더미, 코트, 빈백(bean bag) 의자, 그리고 창문가에는 주체할 수 없을 만큼 많은 화초들이 놓여 있다.

실험대 역할을 하는 주방의 탁자 위에도 임시변통으로 사용하는 듯 한 유전학 실험도구들이 잔뜩이다. 실험실용 피펫은 개당 단가가 200달러나 되지만 메레디스는 온라인에서 마이크로리터(㎕) 단위까지 계측 가능한 1회용 인슐린 주사기를 구해 피펫 대용으로 쓰고 있다. 또 5달러를 주고 얻은 중고 컴퓨터의 플로피 드라이브 모터를 활용, 유산균 용액이 들어있는 유리병을 흔드는 원심분리기를 제작했으며 압력솥을 가압멸균기로, 냉각과 보온이 모두 가능한 테일게이터 냉장고로 인큐베이터를 대체했다.

"이런 걸 단돈 30달러에 내놓기도 하더라고요. 제가 냉큼 가져왔죠." 길거리의 벼룩시장에서 사왔건, 아니면 약국에서 파는 물건으로 요령껏 개조해서 만들었건 간에 유전자 조작실험을 하며 다양한 실험 장비를 갖추게 된 과정을 설명하는 그녀는 매우 신이 난 표정이었다. 사실 이런 즐거움과 경계가 없는 창의성을 발현할 자유야 말로 그녀를 신바이오의 세상으로 인도한 단초였다.

합성생물학자들은 스티브잡스가 컴퓨터를 대상으로 했던 것과 같은 독창적·창의적 일을 염색체를 가지고 하려한다.

몇 년 전 코드콘(CodeCon)이라는 프로그래머들의 컨퍼런스에서 메레디스는 간단한 DNA 쇼를 제안했다. 일반인들은 DNA 재조합, RNA 간섭 등 생명공학 관련 용어를 접하면 일단 골치부터 아프지만 그녀는 자신만의 방식으로 생명공학의 세계를 조망, 누구나 부담 없이 다가설 수 있는 분야임을 알리고자 했다.

실제로 완두콩에서의 DNA 추출은 매우 어렵고 복잡한 일로 느껴진다. 세포를 파괴해 세포막을 관통하고, 지질을 제거한 다음, 아이소프로 판올에 담그고, 프로테아제 효소로 씻어내 원심분리기로 돌려서 시험관 밑바닥에 가라앉은 소량의 섬유질 DNA를 얻는다는 식으로 설명한다면 말이다. 그러나 메레디스가 당시 DNA 쇼에 가져온 것은 일반 가정의 주방과 욕실에서 볼 수 있는 평범한 물건들뿐이었다.

"일단은 완두콩을 말려서 갈아야 해요. 그리고 이를 완충 식염수 (saline buffer)에 넣죠. 완충 식염수는 만든 지 오래된 소금물이에요."

그녀는 설명을 이어갔다. "완충 식염수를 조금 흔들고는 약간의 샴푸를 넣어요. 샴푸에 들어있는 세제 성분이 지방질이 풍부한 세포벽을 분해하거든요. 그런 다음 고기를 부드럽게 해주는 연육제를 넣는데, 여기에 함유된 파파인(papain) 성분은 세포핵을 분해하는 단백질 가수분해 효소죠."

다시 말해 샴푸가 세포의 배를 가르면 연육제는 DNA가 들어있는 세포핵을 분해, DNA를 단백질로부터 해방시켜주는 것이다.

"여기까지 성공했다면 이 용액이 걸쭉하게 될 때까지 잠시 동안 기다려야 해요. 그리고는 용액을 야채 탈수기에 넣어 액체만 따로 분리하고는 이 액체에 소독용 알코올을 첨가합니다. 물과 기름이 상극이듯 DNA와 알코올도 상극이기 때문에 DNA는 나머지 액체와 떨어지기 위해 한 곳에 모이게 되요. 아마도 끈적끈적한 실 형태의 물질들이 보일 겁니다. 바로 이 물질이 생명공학적 용도로 즉각 사용할 수 있는 순수 DNA 추출물이에요."

아마추어 과학자들이 전문 연구자들과 달리 연구를 하면서 자유와 기쁨을 누리는 이유 중 하나는 그들의 실험실에 있는 모든 기기와 물질의 작동원리나 내부 구조를 속속들이 알고 있다는 점이다. 메레디스도 마찬가지다. 주방 실험실에 있는 모든 것은 그녀 스스로 만들거나 개조했다. 설령 고장이 나더라도 누굴 부를 필요가 없다. 예를 들어 유산균의 밤참으로 먹일 배양액도 그렇다.

"락토바실러스균을 배양할 때는 보통 MRS 배양액을 써요. J.D. 디 맨, M. 로고사, M.E. 샤페 등 과학자 3명의 이름 머리글자를 딴 것인데 비싼 물건이죠. 그래서 저는 1956년 '저널 오브 데일리 사이언스'에 폴 엘리커라는 농부가 기고한 글에 적힌 방식으로 직접 만들어서 써요. 그만큼 많은 돈을 절약할 수 있었고요. 이 경험 덕분에 옛날 잡지에 실린 내용도 때로는 정말 유용하다는 걸 깨달았죠."

이렇게 연구와 실험을 임기응변식으로 진행하는 행위는 자칫 오류와 경솔함을 낳을 수도 있다. 반면 모든 것이 완벽히 이뤄질 경우 그녀의 연구는 더 없이 눈부시게 빛나게 된다.

지질 (lipid, 脂質) - 단백질, 당질과 함께 생체를 구성하는 주요 유기물질군. 3대 영양소 중 가장 많은 열량을 낸다.

메레디스는 손을 깨끗이 씻고는 유산균이 든 약병에 증류수를 담기 위해 살균된 코르크 튜브를 조심스레 제거했다. 그리고 발레 공연을 하는 듯한 우아한 동작으로 인슐린 주사기에 증류수를 채운 뒤 적정량의 증류수를 투입하고 코르크 마개를 닫았다. 그녀는 이 작업을 무려 20차례나 반복했다. 제대로 된 결과를 얻으려면 모든 것이 완벽하게 이뤄져야 했기에 조금이라도 완벽치 않다고 생각되면 처음부터 다시 시작했다. 계속되는 실패에도 그녀는 쉽게 좌절하지 않았다. 어릴 적부터 부모님의 꾸준한 격려를 받아오면서 생긴 장점이었다.

아마추어의 좌절과 실패는 프로의 그것과는 다르다. 프로에게는 성공 아니면 실패뿐이며 이는 대개 돈을 받느냐, 못 받느냐와 직결된다. 게다가 대중에게 실패가 알려지기라도 하면 낙담하고 당황한다. 최악의 경우 업계의 따돌림을 당하거나 직장에서 해고될 수도 있다.

반면 주방에 실험실을 차려놓고 50여년 전의 농부 조언을 따라 직접 만든 도구로 실험을 하는 연구자에게 실패는 그저 자신이 만든 시스템에 생긴 작은 결함에 지나지 않는다. 이들에게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고, 전문 연구자에게 이메일로 조언을 구하고, 위키피디아에 적힌 관련 연구자들의 글을 읽으면서 문제를 해결해가며 실험을 하는 것은 결코 실패가 될 수 없다. 성공을 향해 잠시 길을 돌아가는 것에 불과하다.

메레디스와 필자는 실험 시스템을 갖추기 위해 많은 밤을 함께 지새웠는데 하루는 심리학자 미하이 칙센트미하이가 창안한 개념인 '흐름 (flow)'에 대해 토론했다. 칙센트미하이는 어떤 사람이 자신의 행위에 완전히 몰입할 때 그의 마음은 큰 만족감을 느낀다는 입장을 견지했다. 그의 주장은 일견 세속적 열반의 경지를 표현하는 것 같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세상 모든 사람들은 그가 말하는 흐름을 경험한다. 이를 위해 명상 같은 특별한 기술은 필요치 않으며 어떤 상황에 빠져들어 자기 자신을 잊을 정도의 깊은 애정만 있으면 된다.

따라서 흐름은 무척이나 흔한 현상이다. 우리는 일상생활을 하며 다양한 방식으로 흐름의 즐거움을 느낀다. 쇼핑을 하거나 일에 몰입해 무아지경이 됐을 때, 야구경기 중 투수가 던진 야구공에 집중할 때, 클럽에서 열정적으로 춤을 출 때가 그렇다. 메레디스의 경우 그 순간은 유산균을 배양할 때다.

아마추어라는 말의 어원은 '사랑'이라는 뜻의 라틴어라고 한다. 궁극적으로 아마추어의 사랑은 금전적 이득의 유무와는 상관이 없다. 물론 아마추어라도 최종 목적은 돈이 될 수 있지만 이들조차 돈 때문에 매일의 힘든 작업을 견뎌내지는 않는다. 그래서인지 아마추어의 사랑은 정의를 내리기 힘들다. 에로스도 아가페도 아니며 부모자식 사이의 내리사랑이나 불교에서 말하는 세상만물에 대한 자비도 아니다. 아마도 그것은 아직 묘사된 적이 많지 않은 사랑, 즉 뭔가 새로운 것을 찾는 희망으로 가득한 독특한 자기애의 한 형태가 아닐까 싶다.

메레디스는 중고 컴퓨터의 플로피 드라이브 모터로 원심분리기를 만들었고 압력솥을 가압멸균기로, 테일게이터 냉장고를 인큐베이터로 사용한다.

필자가 방문하기 수개월 전부터 메레디스는 요거트 유산균에 GFP 유전자 주입을 시도하고 있었다. 그녀는 처음 열충격(heat shock) 방식을 사용했다.

"온도를 특정 수준 이상 높이면 박테리아는 열충격 단백질을 만들어 내기 시작해요. 그때 짧은 순간이지만 박테리아의 몸에 구멍(통로)이 생기죠. 주변에 있던 GFP가 이 통로로 들어가는 거예요."

그러나 열충격법은 먹히지 않았고 결국 전기 천공법으로 방향을 전환했다. 문제는 유산균에 무슨 수로 전기 충격을 가할 지였다. 그녀는 컴퓨터 기판과 손쉽게 최적화시킬 수 있는 아두이노 마이크로컨트롤러에 기반한 타이밍 장치를 만들었다. 이 장치는 글자 그대로 몇 분의 1초 단위로 타이밍을 제어할 수 있게 해준다.

이제 남은 것은 2,500V에 달하는 전압의 확보. 이는 사형집행도구인 전기의자에서 발생하는 것과 정확히 동일한 전압이다. 메레디스는 낡은 네온사인에서 떼어낸 변압기로 해법의 열쇠를 찾으려 했다.

"이 변압기는 12V를 3,000V까지 증폭시켜 줘요. 2,500V가 필요하니까 10V 정도만 공급하면 될 거에요."

그런데 실제 실험에서 출력 전압은 항상 우리가 원했던 것과 차이가 있었다. 연결 방식도 바꿔보고, 전자 부품 상점을 탈탈 털어서 트랜지스터를 비롯한 여러 부품들도 교체해봤지만 상황은 나아지지 않았다. 해가 저물 때까지 우리는 아두이노 기판의 입출력을 50번이나 테스트했다.



어떤 날은 배선을 이리저리 바꾸면서 10시간이 훌쩍 지나가기도 했다. 그녀와 필자 모두 칙센트미하이가 말한 '흐름'에 빠진 듯 이렇게 시간이 가는 줄은 전혀 인식하지 못했지만 말이다.

변압기에 매달려 좌충우돌하는 와중에 인큐베이터 속 요거트에서 무럭무럭 자라나고 있었던 락토바실러스 유산균에도 문제가 생겼다. 인큐베이터의 온도조절기가 고장나며 내부의 열을 자동 제어하는 능력이 상실된 것이다. 어쩔 수 없이 페레디스는 자신의 주의력을 두 개로 나눴다. 다른 작업을 하면서 인큐베이터 내부 온도를 수시로 체크했으며 온도가 너무 높다고 판단되면 전원을 꺼서 온도를 낮춘 뒤 다시 켜는 수동 온도조절로 유산균이 사멸되지 않게 막았다.

끽연가인 그녀는 실험 중 걸림돌에 직면하면 담배를 피웠다. 덕분(?)에 필자도 끊은 지 오래된 구름과자를 종종 다시 즐겼고 그럴 때면 우리 둘은 아파트 창가에서 희뿌연 연기를 내뿜으며 잠깐의 휴식을 취했다.

그녀의 실험을 도운지 며칠이 흐른 어느 날 저녁 필자의 머리에 문득 온도조절기 문제를 해결할 비책이 떠올랐다. 메레디스에게 달려간 필자는 이렇게 외쳤다.

"조명 타이머를 써보면 어떨까요?"

이는 절도범들을 속이기 위해 일정 시간동안 거실 조명을 켜놓았다가 지정된 시간에 소등해주는 장치로 메레디스는 필자의 생각에 동의하며 만면에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즉시 조명타이머를 구해 인큐베이터의 온·오프를 특정 시간 동안 제어할 수 있도록 프로그래밍 했다. 가격은 몇 달러에 불과했으나 조명 타이머는 우리 목적에 정확히 부합했고, 그 결과 우리는 한 시간 이상 아파트를 비워도 되는 자유를 얻었다. 변압기의 전압 문제가 여전히 거대한 장애물로 남아있었지만 우리는 과전압 방 지 장치에 연결된 조명 타이머를 멀뚱히 바라보며 주체할 수 없는 기쁨과 자기만족에 몸서리쳤다.

열충격 단백질 (heat shock protein) - 세포가 생리적 온도보다 높은 온도에 노출, 스트레스가 급증했을 때 합성되는 단백질. 열 스트레스로부터 세포를 보호하는 역할을 한다.

"머지않은 미래에는 누군가가 오크나무의 DNA를 조작해 나무가 곧바로 책장으로 자라나는 광경을 볼 수 있을 겁니다."

세계 각지에서 무서운 창의성을 발현 중인 아마추어 생물학자들은 이제 태동기에 들어선 신바이오 연구의 주체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 분야의 문을 처음 열어젖힌 사람은 분명 정통 학자 출신 연구자들이다.

미국 스탠포드대학 생명공학과 교수인 드류 엔디 박사도 그중 한사람. 합성생물학계에서 가장 두드러진 활동을 펼치고 있는 그는 머지않은 미래에 누군가가 오크나무의 DNA를 조작, 나무가 자라면서 곧바로 책장이 되는 시대가 도래할 것이라고 예견한다. 특히 엔디 박사는 합성생물학이 급속히 성장하기 위해서는 이 분야의 선두주자들이 메레디스와 같은 아마추어 연구자들을 지원하고 독려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 일환으로 그는 2003년 국제 유전자 조작 경진대회인 'i젬(iGEM)'의 창설을 도왔다. MIT에서 매년 개최되는 이 대회에는 전 세계 고등학교, 대학교, 아마추어 팀들이 몰려와 자신들의 생명공학 실력을 뽐낸다.

그는 또 신바이오 연구자들이 사용하는 부품의 표준화에도 앞장서고 있다. 표준화의 중요성과 관련해 엔디 박사는 윌리엄 셀러스라는 공학자의 논문을 자주 예로 든다. 셀러스는 남북전쟁이 끝날 무렵 논문을 하나 발표 했는데 여기서 그는 너트와 볼트의 규격을 표준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볼트의 직경에 꼭 들어맞는 나사산의 표준 간격을 알아내는 공식(P=0.24 D+0.625-0.175)도 함께 제시했다.

"셀러스의 공식 덕택에 볼트와 너트를 결합할 때 언제나 어긋나지 않고 잘 맞물려 들어가죠. 이것이 바로 표준화의 가장 큰 특징이에요. 표준화는 신뢰성과 기능성 있는 구조를 뜻하며 19세기 미국 제조업의 급속한 발전을 이끈 주요 요인 중 하나이기도 합니다."

엔디 박사는 DNA 연구에서도 이 같은 표준화, 다른 말로 신뢰성을 확보할 수 있다고 본다. MIT가 운용 중인 '표준 생물학 물질 등록소(Registry of Standard Biological Parts)'가 그 실례다. 이곳은 모든 표준 DNA를 보유한 일종의 DNA 은행으로서 전 세계 유전학자들은 이곳에 등록돼 있는 다양한 종류의 플라스미드나 DNA 가닥을 주문할 수 있다.

이와는 반대로 새로운 기능의 DNA 가닥, 일례로 배설물 냄새를 풍기는 실험용 박테리아를 상큼한 바나나향이 나도록 하는데 성공했다면 그 박테리아의 DNA를 등록할 수도 있다. 실제로 이 사이트에는 '바나나향 생물합성 시스템'이라 명명된 기술이 표준화와 등록 과정을 거쳐 'BBa_ J45900'이라는 식별번호로 등재돼 있다. 엔디 박사의 말이다.

"MIT의 등록소는 DIY 마니아와 아마추어 과학자들의 연구활동을 증진시켜 과학발전에 이바지하고 있어요. 표준 생물학 물질의 숫자는 매년 두 배씩 늘어나고 있는데 유전공학을 연구하고 싶어하는 10대 청소년들의 숫자도 같은 비율로 늘고 있죠. i젬 대회만 봐도 2004년 참가팀은 5개에 불과했지만 작년에는 무려 165개팀이나 됐어요."

엔디 박사와 함께 신바이오를 떠받치고 있는 삼각대의 한 축은 캘리포니아대학 버클리캠퍼스의 제이 키슬링 박사와 하버드대학의 조지 처치 박사다.

생화학공학자인 키슬링 박사는 신바이오를 멋지게 표현하는 것에는 별로 관심이 없다. 대신 합성생물학으로 아주 특별한 일을 하고자 한다. 그가 현재 집중하고 있는 말라리아 치료 같은 게 그것이다.

그에 따르면 말라리아 치료에는 아르테미시닌(artemisinin)이라는 성분이 필요하다. 문제는 이 성분의 원료식물인 개똥쑥이 천천히 자라는 식물인 탓에 충분한 양을 확보하기 어렵다는 것. 이에 키슬링 박사는 아르테미시닌을 신속히 생산하는 박테리아를 개발, 2010년 파일럿플랜트 수준의 생산을 시작했다. 모든 것이 잘 풀린다면 올해 중 상용화도 가능하다는 게 그의 판단이다.

처치 박사는 합성생물학계의 선구자 중 가장 실용성을 추구하는 인물로 꼽힌다. 합성생물학을 활용, 가급적 막대한 경제적 파급력을 확보해 대중들의 긍정적 관심을 받을 수 있는 것을 만들고 싶어 한다. 현재는 신바이오가 연료로서 지닌 잠재성에 주목하고 있다. 제약도 합성생물학의 최대 수요처지만 연료 분야에 비하면 미약할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지금도 제약보다는 연료시장이 더 크니까 말이다.

"연료로 변환 가능한 식물들의 당분은 셀룰로오스에 고정돼 있어요. 당분을 최종 목표인 바이오 연료로 만들려면 여러 단계를 거칠 수밖에 없죠. 그런데 셀룰로오스를 먹이로 삼아 당분을 생산하는 박테리아가 있다면 어떨까요? 세계 에너지 시장에 변혁의 바람이 불어올 거예요. 혹시 그거 아세요? 합성생물학을 활용하면 바이오 연료 정도는 쉽게 얻을 수도 있다는 걸 말이에요."

이들 세 명을 포함, 합성생물학계에 속한 모든 프로·아마추어 연구자들은 아직 이 학문이 초기단계임을 잘 알고 있다. 때문에 일반 대중들을 대상으로 한 홍보와 이미지 관리에 상당한 신경을 쓴다. 향후 이 분야에서 혁신적 발명이 이뤄지거나 웰메이드 영화가 제작된다면 대중적 관심이 촉발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는 자칫하면 자충수가 될 수도 있다. 선정주의에 물든 언론이나 영화 제작자의 자극적 전망이 반감을 불러일으키는 경우다. 처치는 대중이 새로운 과학분야의 복잡성을 이해하게 되는 과정을 설명하며 이렇게 말했다.

"할리우드는 디스토피아를 이끌어내는 나쁜 생물학을 즐겨 묘사해요. 쥬라기 공원, 가타카, 나는 전설이다 등 무수한 영화들이 생물학을 부정적으로 바라보게끔 일조했죠. 생물학 관련 영화 중에서 디스토피아를 전혀 표현하지 않은 영화는 오직 하나밖에 없어요. '로렌조 오일'이에요. 그런데 이 영화는 히트를 치지 못했어요."

"생물학 관련 영화 중에서 디스토피아가 표현되지 않은 영화는 '로렌조 오일' 하나밖에 없어요. 그런데 이영화는 히트를 치지 못했죠."

우리의 주방 실험실은 상당히 외진 곳에 있지만 이곳에서도 합성생물학계의 모든 사람들과 의사소통이 가능했다. 메레디스는 이미 여러 전문가들에게 변압기 문제를 타개할 조언을 부탁해 놓았고, 주기적으로 이메일을 확인했다. 또 여러 관련 사이트에 들려 도식을 다운로드하거나 위키피디아의 글에서 도움이 될 만한 정보를 찾기도 했다. 그러던 중 저녁 늦게 전기 분야 전문가라는 어떤 사람과 20분이나 통화를 했다.

"이걸 돌리라고 하더라고요. 그리고 전원과 집전장치 사이에 부하를 걸어 보라더군요." 전화를 끊은 그녀는 전선에 연결된 두 개의 커넥터를 가리키며 말했다.

우리는 조언자의 말 대로 세팅을 바꾸고, 문제를 계속 찾아나갔다. 한동안 아파트에서 들리는 유일한 소리는 스스로를 격려하는 그녀의 혼잣말뿐이었다.

"뭔가 불이 들어오네. 좋아."
"15k 저항기잖아. 다시 해도 작동이 안 되네."
"혹시 내가 핀의 위치를 헛갈린 거 아닐까? 그랬다면 난 정말 바보야."
"이건 너무 말이 안되는데..."
"대체 이게 어디서 나온 거지?"
"제발 좀 끼워져라."
"빨간 건 이쪽으로, 검은 건 이쪽으로 가야 해. 그리고 이 선은 베이스에 닿아야 하고, 이걸 잡아준다면 끼울 수 있을 것 같은데. 우선 손이 닿는지 확인해야해. 좋아..."

그 순간 방안에 무언가 부서지는 소리가 났다. 전구 몇 개가 나간 것이었다. 그녀는 콘센트에서 플러그를 빼냈다.

"우리 조금만 쉬었다가 하죠."

쉬는 동안 그녀는 전기 천공법이 계속해서 말썽을 일으키면 차선책인 '초음파 세척'으로 넘어가야 한다고 토로했다.

"실험실에서는 보통 세포를 분해한 뒤 용해해서 DNA를 꺼낼 때 초음파를 써요. 멸균을 할때도 쓰고요. 진폭이 큰 초음파는 박테리아를 죽일 수 있거든요. 40㎑ 주파수 범위에서는 유산균을 절개해 플라스미드가 들어갈 통로를 만들 수 있을지도 몰라요."

유산균에 전기충격을 주는 데 실패하면 음파 충격을 주겠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초음파 기계는 또 어디서 구한다는 걸까.

"걱정하지 않아도 돼요. 40달러면 살 수 있어요."

그녀가 말한 40달러짜리 기계는 40㎑ 초음파를 발산하는 보석 세척기였다. 작고 경제적이며 쉽게 구할 수 있는데다 조작도 편리해 주방 실험실용 도구로는 안성맞춤이다.

메레디스는 내친 김에 요즘 자신의 관심이 형광 요거트에서 좀더 실용적인 분야로 옮겨가고 있다고 밝혔다. 인터넷에서 만난 아마추어 합성 생물학 연구자와 대화를 하면서 멜라민(melamine)에 반응하는 박테리아를 합성하기 위한 DIY 생물학 메일링 리스트 서버의 가능성을 본 것.

멜라민이 사람들의 주목을 받게 된 것은 2008년 중국산 유제품과 계란, 이유식, 애완동물 사료 등이 멜라민에 오염돼 많은 사람과 동물이 숨진 사건이 계기가 됐다. 멜라민 함유 우유로 인해 고통을 당한 피해자만 무려 5만명이 넘는다. 메레디스와 그녀의 온라인 동료 연구자는 멜라민 탐지 박테리아를 만들어보자고 의기투합했고 벌써 "멜라미노미터 (Melaminometer)"라고 작명도 끝냈다.

이와 함께 두 사람은 장기적으로 멜라미노미터로 탐지한 멜라민을 물과 암모니아로 분해하는 '멜라미노미터 2.0' 박테리아도 만들 생각이다. 탐지해서 제거까지 일괄시스템을 구축하겠다는 얘기다. 멜라민 분해 박테리아의 경우 분해한 멜라민에서 바나나맛이 나도록 할 계획이다.

메레디스와 같은 사람들이 새로운 아이디어를 떠올리고 실험하는 동안 사회는 합성생물학에서 무엇을 얼마나 허용해야할지 논의를 시작할 것이다.

다른 많은 아마추어들과 다를 바 없이 메레디스는 합성생물학에서 더 나은 미래를 본다. 윌리엄 셀러스가 볼트와 너트의 표준화를 제안하며 보았던 미래처럼. 그리고 그녀와 같은 사람들이 새로운 아이디어를 떠올리고 실험하는 동안 사회는 합성생물학에서 무엇을 얼마나 허용해야할지 논의를 시작할 것이다.

새로운 과학기술이 출현했던 시기마다 어김없이 그랬듯이 이때 대중들은 이런 불안감이 머릿속을 휘저을지 모른다. 우리가 판도라의 상자를 열어버리는 건 아닐까. 혹시 이름 모를 괴짜 발명가나 아무 생각 없는 학생들이 어찌어찌해서 전 인류를 몰살시킬 수도 있는 치명적 바이러스를 창조해내는 것은 아닐까 하고 말이다.

이는 충분히 당위성 있는 우려다. 누구도 '합성생물학은 절대 그럴 일이 없다'고 단언할 수 없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이 분야의 아마추어 연구자들은 지금 이 순간에도 적절한 기준과 연구윤리, 실험 수칙 등을 수립하고자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메레디스의 말이다.

"새로운 도구를 손에 쥐면 언제나 걱정이 따르기 마련이죠. 엔디, 키슬링, 처치 박사가 신바이오의 이미지를 좋게 만드는 데 성공하면 아마추어 합성생물학자들은 인류의 번영과 발전을 모색하는 유전체학의 새 방법론을 제시할 수도 있어요. 인류와 국가안보에 잠재적 위협을 가할 수 있는 집단이 아닌 기술혁신을 선사해주는 창의인재가 되는 거예요."

이론물리학과 신바이오의 열렬한 팬을 자청하는 원로 정치인 프리맨 다이슨은 지난 2007년 한 매체에 다음과 같은 글을 기고했다.

"모든 난초와 장미, 도마뱀과 뱀은 헌신적이고 뛰어난 솜씨를 가진 사육사의 작품이다. 세상에는 아마추어와 프로를 막론해 사육에 인생을 건 수천 명의 사람들이 있다. 만약 그들에게 유전자 조작이라는 도구를 쥐어준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 상상해 보라. 정원사들이 쓸 DIY 유전자 조작 키트가 생길 것이며 정원사들은 이 키트를 사용해 장미와 난초의 신품종을 개발할 것이다. 개와 고양이는 물론 비둘기, 앵무새, 도마뱀을 애호하는 사람들도 이 키트를 사용해 새로운 품종을 만들어 기를 수 있다. 가정에까지 보급돼 주부나 아이들이 이용할 수 있는 생명공학기술은 대기업에서 선호하는 단일재배 품종이 아닌, 놀랍도록 다양한 새로운 생명체들을 만들어낼 것이다. 또 이들 생명체들은 단일재배와 화전 농법으로 사라진 동·식물들의 생물학적 다양성을 다시 풍부하게 만들 것이다. 그리고 게놈의 설계는 조각이나 회화처럼 누구나 혼자서 할 수 있는 새로운 창조적 예술행위가 될 것이다."

다이슨이 예측한 만큼의 멋진 신세계는 펼쳐지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적어도 가정주부와 10대 청소년들이 만들어낸, 다양한 생물들로 가득 찬 세상은 충분히 만들 수 있다.

story by Jack Hitt
photographs by Ray Le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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