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리저리 날리는 화산 쇄설물로부터 몸을 지키기 위해 그는 강철 갑옷으로 몸을 둘렀다. 하지만 완벽을 기하려면 유연하면서도 탁월한 방염 성능을 가진 소재로 만든 슈트와 안전로프도 반드시 필요했다.
그가 선택한 것은 방열, 방염 능력이 뛰어난 섬유상 규산염광물, 즉 석면이었다.
무려 3시간이나 들끓는 용암 옆에서 표본을 채취하는 동안 석면 슈트는 예상대로 키르너를 완벽히 지켜줬다.
산소탱크가 바닥이 나서 유황이 섞인 공기를 흡입하는 바람에 폐출혈을 일으키기는 했지만 열에 의한 상해는 전혀 없었다. 그는 1933년 4월호 기사에서 이렇게 말했다.
"분화구 밖으로 나오는 과정은 형언할 수 없을 만큼 고통스러웠어요. 제 의지는 이미 한계에 달했죠."
키르너 이후 극한지대를 탐사하는 연구자들의 도전은 계속되고 있으며 인체를 보호할 신소재의 개발도 가속화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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