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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언스 챌린지 2012] "풍력발전기가 꼭 바람개비처럼 생겨야하나요?"

수상팀: 대구 계성고등학교 토네이도 (이명훈, 정성훈)

연구주제: 토네이도형 풍력 발전기의 원리 및 에너지 효율증대와 실용성 방안 연구

풍력은 태양에너지와 함께 포스트 화석연료시대를 주도할 친환경 신재생에너지의 쌍두마차다. 지난 10월 국내에서 개최된 2012 월드그린에너지포럼에서는 2030년에 이르면 전 세계 전력 수요량의 22% 정도가 풍력에 의해 공급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풍력은 그 장점만큼이나 한계점도 상당수 존재한다. 기존 풍력발전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바람개비 모양의 수평축 풍력터빈은 바람의 양은 물론 방향에 의해 전력생산효율에 많은 영향을 받는다. 또한 소형화가 어려워 대규모 풍력발전단지 형태로 조성되면서 환경파괴의 우려를 낳고 있기도 하다.

물론 바람의 방향에 구애받지 않으며 소형화가 가능한 수직축 풍력발전시스템이 개발돼 있지만 이들은 발전 효율이 낮아 일반 가정 한 곳의 전력수요조차 독자적으로 감당하기 어려운 게 사실이다. 과연 두 시스템의 장점을 융합할 방법은 없는 걸까.

파괴자가 준 영감

대구 계성고등학교 3학년 이명훈 군과 2학년 정성훈 군은 이번 사이언스 챌린지 대회에서 나름의 해법을 제시했다. 아름드리나무를 뿌리째 뽑아버리고, 자동차를 날려버리는 자연의 파괴자인 토네이도로부터 영감을 얻은 신개념 고효율 수직축 풍력발전기가 그 해법이다.

명훈 군은 "토네이도는 자연계에서 가장 강력한 바람"이라며 "그게 무엇이든 토네이도에 기계를 부착할 수 있다면 막대한 에너지를 얻을 수 있겠다는 생각에서 아이디어가 출발했다"고 밝혔다.

이렇게 두 사람은 사방 어디에서 바람이 불어와도 동일한 효율로 회전하는 수직축 풍력 블레이드와 토네이도를 꼭 닮은 나선형 홈 구조의 원추형 하우징을 설계·제작했다. 블레이드에 하우징을 씌우면 유입된 바람이 하우징의 홈을 따라 회전하면서 빠져나가 블레이드의 회전력을 극대화할 수 있다.

실물 모형을 활용한 실험에서도 바람의 방향이나 풍속에 상관없이 하우징을 씌웠을 때 블레이드의 분당회전수(rpm)가 월등히 높았다. 또한 상대적으로 약한 바람에도 유의미한 수준의 전압이 발생, 풍량과 풍속이 적은 도심형 풍력발전과 소형화의 가능성을 입증했다.

성훈 군은 "비용 부분 때문에 확인하지는 못했지만 발전기의 부력탱크에 유체를 담아 블레이드 회전축의 마찰력을 최소화하면 효율이 더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며 "대형, 중형, 소형 등 모든 사이즈로 개발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첫 출전에 대상 수상

토네이도형 풍력발전기는 사실 명훈 군이 고교 1학년 때부터 염두에 뒀던 것이다. 그리고 관련 내용으로 특허를 출원, 지난해 2월 정식 특허 등록이 이뤄진 국가공인(?) 아이디어이기도 하다. 두 사람이 고교생으로 출전한 첫 번째 과학경진대회에서 단박에 대상을 거머쥔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닌 셈이다.



상황이 이랬던 만큼 다른 참가자들에 비해 대회 준비도 훨씬 수월하지 않았을까. 천만의 말씀이다. 특허라는 것이 기본적으로 이론적 부분에 집중해 심사가 이뤄지기 때문에 이론을 실험으로 검증하고, 효용성을 증명하는 일은 전혀 다른 차원의 도전이었다고 한다.

성훈 군은 "많은 시행착오를 겪어야 했다"며 "마찰력을 미처 감안하지 못하고 모형을 제작해서 실험 중에 부서져버린 적도 있었다"고 설명했다.

명훈 군도 "기존 풍력발전기와 다른 탓에 모형을 만들 재료를 구하기가 가장 힘들었던 것 같다"며 "다행이 아버님이 건축사로 일하시는 덕분에 3D 모델링 등 설계 부분에서는 적지 않은 조언과 도움을 받을 수 있었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결선 날짜가 코앞에 닥친 상황에서 중간고사 기간이 겹친 것도 두 사람을 힘들 게한 부분이다. 성훈 군에 의하면 결선일 하루 전날 시험이 끝났다고 한다.

가슴 따뜻한 기부천사

그러고 보니 명훈 군의 경우 중간고사와는 비교할 수 없는 수능을 앞둔 고3 수험생이다. 학업에 방해된다는 느낌은 받지 않았을까.

"가끔씩 '내가 왜 이러고 있지'라는 생각이 들기는 했어요. 하지만 대회 준비 과정과 많은 사람 앞에서 프레젠테이션을 하는 등의 경험이 앞으로 분명히 도움이 될 것이라 믿고 마음을 다독였어요."

그러면서까지 대회에 매진했던 것은 혹시 대상을 예견한 때문은 아니었을까. 실제로 명훈 군은 대상과 우수상 두 팀을 남겨놓고 연단에서 사회자가 던진 질문에 자신이 대상을 탈 것이라고 대답했었다.

"우리 팀에게 처음 물어보기에 자신 있게 대답한 것뿐이에요. 다른 팀들도 자신 있다고 해서 당황했었어요."

고교생에게는 엄청난 거금인 4,000만원의 상금을 어떻게 쓸지 궁금증이 일었다. 명훈 군으로부터 예상치 못한 답이 돌아왔다. 대회 다음날 성훈 군과 통화를 하며 상금의 50%를 학교에 장학금으로 기부키로 했다는 것이었다.

"저희는 비교적 윤택한 가정에서 태어나서 실험 비용에 대한 부담 없이 대회를 준비했어요, 하지만 그렇지 못한 친구들도 많자나요. 그런 친구들에게 도움이 됐으면 하는 마음으로 기부를 결정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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