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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 재화는 3차 산업혁명” KT가 꿈꾸는 디지털 미래세계

④ 디지털 콘텐츠

집 안 한쪽 벽을 가득 채운 음반. 한때 이런 것이 자랑거리였는지 모르지만 이제는 애물단지가 된 지 오래다.

사람들은 더 이상 음반을 소유하지 않는다. 디지털 콘텐츠를 소비하는 방식도 빠르게 진화하고 있다.

차병선 기자 acha@hk.co.kr


음원 시장이 연초부터 요동을 치고 있다. 연초 음원 가격을 올렸던 주요 서비스 업체들이 다시 앞다퉈 할인 서비스를 내놓고 있다.

국내 1위 온라인 음원 서비스 멜론을 운영하는 로엔 엔터테인먼트는 1월 1일부터 기존 3,000원에 판매하던 온라인 스트리밍(실시간 전송) 상품의 요금을 6,000원으로 인상했다. 정부 가이드라인에 맞추기 위해 가격 인상이 불가피했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음원 권리자의 수익을 보전하기 위해 지난 연말부터 가격 인상을 권장해왔다. 업계는 1위 업체가 서비스 이용료를 올림에 따라 후발 업체도 서비스 이용료를 올릴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타 업체들이 이와는 반대로 사실상 가격 인하에 나서며 가격경쟁에 불이 붙었다. 멜론도 닷새 만에 입장을 바꿔 4,900원짜리 스트리밍 서비스를 새로 내놓았다. 스트리밍 업체가 잇따라 가격 인하에 나서면서 음원 권리자의 수익이 줄어들 것이라는 우려가 다시 떠오르고 있다.

음원을 둘러싼 업계의 논쟁은 다시 원점으로 되돌려질 공산이 있다. 사실 음원 권리자들이 정부 개정안에 모두 동의하는 건 아니었다. 당초 음원 권리자들이 요구했던 건 정액제를 폐지하는 것이었다. 정액제는 원래 한시적인 제도, 임시 방편이었다. MP3와 같은 디지털 음원이 등장하면서 음원 시장은 지각변동을 겪기 시작했다. 소비자들은 CD를 구입하는 대신 소리바다와 같은 P2P 서비스를 이용해 무료로 음원을 다운받아 즐겼다. 음원 제작자들은 소리바다를 폐지시키고 MP3를 유료화하려 했지만 소비자들의 저항이 너무 컸다. 그래서 한시적으로 도입한 게 음원 정액제였다. 핵심은 음원 가격을 아주 싸게 책정한 것. 무료 다운로드에 익숙한 이용자들을 유료 시장으로 유인하기 위해 가격 문턱을 낮춘 것이다. 음원정액제는 1년간 시행한 뒤, 시장이 안정되면 폐지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아직까지 시장에 남아 있다.

저가정책은 절반의 성공이었다. 소비자들을 유료 시장으로 끌어들이는 데는 성공했지만, 음원 권리자들의 수익은 기대만큼 커지지 않았다. 때문에 음원 권리자들은 정액제 폐지를 요구하고 나섰다. 하지만 대형 음원사이트는 여전히 "정액제를 폐지하면 소비자들이 다시 불법 다운로드 시장으로 이탈할 가능성이 높다"며 반대하고 있다.

이홍 광운대 경영대학 교수는 현 상황을 논문 'K-팝의 형성과 지속가능성'을 통해 다음과 같이 진단하고 있다. "현재 가수 · 작곡가 · 제작사 등 음악 관계자들이 겪는 어려움은 낮은 음원 가격뿐만 아니라 수익에 대한 불공정한 배분 문제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소비자 저항이 큰 가격 인상은 장기적인 과제로 삼고 우선 수익배분 문제를 합리적으로 개선해야 합니다."

현재 음원 시장에서 벌어지는 상황은 주도권 싸움이라 볼 수 있다. 음원을 소비하는 방식을 놓고, 소비자와 제작자, 유통사 간에 벌이는 삼자간 알력 다툼이다. 어찌 보면 구태의연한 전쟁이다. 제품은 첨단이지만, 유통과 수익 배분방식은 이전과 달라지지 않았다. 이에 반해 싸이의 성공스토리는 시장을 바라보는 새로운 시각을 요구하고 있다.


진정한 세계 단일 시장의 등장

지난해 7월 가수 싸이는 정규앨범 6집 '싸이 육갑 파트1'을 내면서 타이틀곡 '강남스타일'의 뮤직비디오를 유튜브에 올렸다. 뮤직비디오를 무료 동영상 사이트에 공개한 것이다. 이는 사실상 음원 판매에는 도움이 되지 않을 수 있는 결정이었다. 그러나 결과는 정반대였다.

강남스타일은 유튜브에 올린 뒤 161일 만에 10억 조회수를 기록하며 세계적인 히트곡이 됐다. 글로벌 무대에선 무명 가수나 다름없던 싸이가 일약 월드 스타덤에 오른 셈이었다. 강남스타일은 유엔 회원국 193개국보다 많은 222개 나라에 전파되며 강력하게 세계인의 가슴속을 파고들었다.

이전까지 유튜브에서 8억 건 이상의 조회수를 기록한 뮤직비디오는 하나밖에 없었다. 저스틴 비버의 '베이비'가 바로 그것. 베이비가 8억 건 조회수를 기록하기까지는 1,009일이 걸렸지만, 강남스타일은 132일밖에 걸리지 않았다. 강남스타일이 이렇게 빠르게 퍼진 이유는 무엇일까?

이성춘 KT경제경영연구소 연구원은 말한다. "그 답은 음원을 소비하고 향유하는 방식이 달라지고 있는 데서 찾아볼 수 있습니다. 베이비가 등록된 2010년 이후 강남스타일이 등장한 2012년까지 네트워크와 디지털 콘텐츠가 일상의 영역을 빠르게 변화시켜나갔다는 거죠." 이 연구원에 따르면 또 유무선 브로드밴드 가입자 역시 7억 명에서 14억 명으로 2배 늘어났다. "스마트폰과 유무선 브로드밴드의 결합, 거기에 SNS에 따른 파급력이 더해지면서 기존 방식과는 근본적으로 다른 비즈니스 기회와 거대한 성장 기회가 나타나고 있습니다." 이성춘 연구원은 이 같은 변화의 중심에 '가상 재화(Virtual Goods)'가 있다고 강조했다.

가상 재화는 일반적으로 온라인 커뮤니티나 온라인 게임 등 가상 세계에서 사용되는 재화를 지칭해왔다. 게임머니, 아이템, 아바타 등이 이에 해당한다. 그러나 스마트폰이 보급되고 사람들이 항시적으로 네트워크에 연결된 이후 가상 재화는 더욱 포괄적인 의미로 확장되고 있다. 이 연구원은 말한다. "현재 가상재화란 △무형의 디지털로 존재하고 △네트워크로 유통되며 △스마트 단말기를 통해 소비되는 모든 재화를 말합니다." 새로운 정의에 따르면, 애플 앱스토어를 통해 유통되는 수십만 개의 애플리케이션, 아마존 킨들을 통해 유포되는 전자책, 아이튠즈를 통해 판매되는 음원 모두 가상재화에 속한다고 할 수 있다.

가상재화 시장은 전 세계를 무대로 한다는 게 특징이다. 국경도 없고, 관세도 없으며, 수송비도 들지 않는다. 스마트 단말기가 보급되고 모바일 네트워크가 구축되면서 24시간 언제 어디서나 누구든 이 시장에 접근할 수 있게 됐다.

가상재화 시장은 또한 △속도(Speed) △범위(Scope) △규모(Scale) 면에서 기존의 재화와 뚜렷하게 구별되는 특징을 갖는다. 이성춘 연구원은 말한다. "가상재화 시장에는 네트워크와 클라우드 컴퓨팅, 스마트 단말기, 글로벌 유통 플랫폼이 결합되어 있습니다. 가상재화는 이 같은 인프라를 통해 전 세계에서 동시 다발적으로 소비될 수 있어요." 강남스타일 역시 유튜브라는 플랫폼과 SNS를 통한 입소문을 활용해 기존에는 상상할 수 없던 기현상을 보여준 사례다. 이처럼 가상재화가 가진 잠재력은 무궁무진하다. 이에 따라 많은 기업이 이 시장에 참여하려 하고 있다. KT 역시 그중 하나다.


가상재화 기업으로 변신 중인 KT

KT는 통신회사다. 적어도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알고 있다. 그렇지만 이석채 KT회장은 KT를 달리 보고 있다. 이 회장은 통신사업에서 한계를 느끼는 듯, 그동안 방송과 콘텐츠, 금융 등으로 사업영역을 확대해왔다. 현재 이 회장은 가상재화에 그룹의 미래를 걸고 있다. 2013년 신년사에서 이 회장은 가상재화 유통그룹으로 도약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드러냈다.

그는 "우리는 강력한 미디어 1위 사업자로 브로드밴드 위에 가상재화(Virtual Goods)와 컨버전스 기반을 구축해 왔다"며 .새해에는 진정한 글로벌 가상재화 유통그룹으로 도약할 것"이라고 신년 포부를 밝혔다. KT는 가상재화 유통 기업으로 어떻게 변모하게 될까? 그 단초는 현재 KT 모습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KT는 이미 관련 사업을 추진해 나가고 있다.

동영상 분야에선 동영상 검색업체 엔써즈(Enswers)를 인수했고, 온라인 동영상 플랫폼인 유스트림(Ustream)을 운영하는 유스트림 코리아 합작사를 설립하기도 했다. 또한 빅 데이터 기반 클라우드 경쟁력 확장을 위해 넥스알(NexR)을 인수하고, kt이노츠를 설립하는 등 관련분야 경쟁력 강화에 힘쓰고 있다.

KT는 개인이나 중소업체가 아이디어만으로 세계로 진출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등 콘텐츠 생태계를 활성화하기 위한 동반성장 전략도 추진 중이다. 펀드를 조성해 재능 있는 콘텐츠 창작자들을 금전적으로 지원하고, 인프라와 콘텐츠를 노출할 플랫폼도 구축하고 있다. 이를 통해 영상콘텐츠, 애니메이션, 게임, 뮤직 등 다양한 분야의 콘텐츠 제작을 지원할 계획이다. IPTV내 등용문 채널을 활용해 노출도를 높이고, KT가 운영 중인 유스트림 사이트를 통해 글로벌 진출을 장려한다는 것이다.

소프트웨어 분야에선 현재 오아시스(OASIS·One Asia Super Inter Store)를 통해 국내의 우수한 앱 콘텐츠를 소개하고 있다. 오아시스는 한.중.일 앱마켓 교류 프로젝트로, 한국의 KT, 중국의 차이나모바일, 일본의 NTT도코모 등 아시아의 대표 통신사가 모여 만든 앱 장터다. 경쟁력이 우수한 앱은 오아시스를 통해 지원을 더욱 강화할 예정이다.

이석채 회장은 한발 더 나아가 가상재화 사업전략을 본격적으로 수행하기 위해 지난해 말 자회사 'KT미디어허브'를 신설했다. KT미디어허브는 △올레tv now, 전자책, 모바일게임 등 '콘텐츠 사업' △IPTV광고, 디지털사이니지를 활용한 '광고사업' △IPTV 내 방송영상을 공급하는 'IPTV지원사업' 등 크게 세 가지 영역을 담당하며, 자금규모는 800억 원 수준이다. 그동안 통신사업에 가려 제대로 평가 받지 못했던 콘텐츠 사업에 힘을 싣고 있는 것이다.

가상재화가 지닌 실제 가치는 어마어마하다. 콘텐츠 시장만 해도 2011년 308억 달러에서 2016년 1,912억 달러로 6배 이상 성장할 것으로 KT는 전망하고 있다. 여기에 각종 소프트웨어와 솔루션, 서비스까지 확장되면 가상재화 시장규모는 2,00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가상재화의 파급력은 '제3차 산업혁명'에 비견될 만큼 클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어쩌면 싸이가 새로운 산업혁명의 시발점으로 기억에 남을지도 모를 일이다.


"스마트폰과 유무선 브로드밴드의 결합, 거기에 SNS에 따른 파급력이 더해지면서 기존 방식과는 근본적으로 다른 비즈니스 기회와 거대한 성장 기회가 나타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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