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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범죄를 처벌하는 판사

제드 라코프 Jed Rakoff 판사는 뱅크 오브 아메리카 사건과 관련해 미 증권거래위원회(SEC)를 맹비난하고, 라자트 굽타 Rajat Gupta를 감옥에 보낸 인물이다. 그가 기업 범죄와 처벌에 대한 의견을 밝혔다. By David A. Kaplan

미국 지방법원 판사 제드 라코프는 라자트 굽타를 감옥에 보내기 오래전부터 법정에서 명성을 떨치며 논쟁적인 커리어를 쌓아온 인물이다. 그의 판결은 사려 깊고 직설적이며 재치 있다. (때론 상위 법원에서 번복된 경우도 있었다). 그는 2009년 SEC가 뱅크 오브 아메리카의 비공개 의무 위반(nondisclosure violations)에 대해 불충분한 처벌을 내렸다고 비난했다. 별 성과는 없었지만 2002년에는 연방 사형제도가 위헌이라고 선언하기도 했다.
라코프는 지난해 특히 주목을 받았다. 그는 2012년 5월 뉴욕 메츠 야구단 New York Mets 소유주들과 버나드 매도프 Bernard Madoff 폰지 사기 *역주: 실제 아무런 이윤 창출 없이 투자자들이 투자한 돈을 이용해 수익을 지급한 피라미드 방식의 투자 사기. 찰스 폰지 Charles Ponzi의 이름에서 유래했다 피해자 신탁관리인 사이의 1억 6,300만 달러 합의를 주재했다. 그리고 10월 말에는 한때 매우 존경 받았던 기업인 라자트 굽타-매킨지 McKinsey & Co.를 경영했던 당시 골드만삭스 이사-에게 내부자 거래 혐의를 적용해 징역 2년에 벌금 500만 달러를 선고했다. 연방 양형 기준은-반드시 지켜야 하는 것은 아니다-그가 내린 판결의 약 네 배의 형량을 제시했다. 정부 측은 그보다도 더 긴 징역형을 제안했다.
굽타(63)는 갤리언 그룹 Galleon Group이라는 헤지 펀드의 억만장자 창업자 라즈 라자라트남 Raj Rajaratnam에게 이사회의 내부 기밀을 누설한 혐의로 유죄를 선고 받았다(라자라트남은 증권 사기로 2011년 징역 11년 형을 선고 받고 현재 복역 중이다). 굽타에 대한 라코프의 판결과 15쪽짜리 서면 판결문은 한편에선 공정함의 표본으로, 또 다른 한편에선 화이트칼라의 타락에 대한 지나친 관용의 사례로 상반되게 인용되어 왔다. 라코프는 다음과 같이 썼다. “이 판결의 근본적인 문제는 굽타의 이력과 인성이 그가 저지른 범죄의 성격 및 상황과 극명하게 대비된다는 것이다.”
현직 판사들은 인터뷰에 응하는 경우가 매우 드물다. 하지만 검사 출신으로 화이트칼라 범죄 전문 변호사로 일하다가 1996년 클린턴 대통령에 의해 판사로 지명된 라코프(69)는 최근 남부 맨해튼에 있는 법원 집무실에서 포춘 취재진을 만나주었다. 그는 굽타 사건은 현재 항소심이 진행 중이기 때문에 직접 언급하지 않았지만, 경직된 양형 기준에 대한 반대 의견만큼은 명백히 밝혔다. 다양한 주제에 걸쳐 이뤄진 인터뷰에서 라코프는 화이트칼라 범죄에 대한 대중의 혐오, 금융 위기 이후 기소 건수가 적은 이유, 그리고 자비의 가치에 대해서도 이야기했다. 다음은 인터뷰 내용을 발췌·편집한 것이다.

선인과 악행

굽타 사건을 논의할 수 없다는 점은 이해하지만, 가정법으로 질문하겠다. 특별히 모범적으로 살았다고 할 수 없는 화이트칼라 피고인이 있다고 하자. 그는 그저 탐욕스러운 자본가일 뿐이다. 내가 당신의 판결문을 정확히 이해했다면, 이 피고인은 같은 죄로 기소됐지만 선행을 해 온 다른 피고인보다 판결에서 더 불리한 입장에 놓인다는 것인가?

A: 맞다. 두 가지 이유에서 그렇다. 첫 번째는 연방법이 판사가 피고인의 개인적 이력과 인성을 고려하도록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내 생각으론 판결에 접근하는 적절한 방법이란 점도 중요한 이유다. 피고인들 중에는 원래 선한 사람이지만 악행을 저지른 경우도 있다. 나는 자선 기부를 하는 사람들에겐 전혀 관심이 없지만, 사람들이 어디서 선행을 하며 시간을 보냈는지에는 관심이 많다.
구식 표현을 쓰자면 ‘악하다(Evil)’고 말할 만한 사람들도 있다. 나는 마크 드레이어 Mark Dreier (투자자들을 상대로 7억 달러 규모의 사기를 벌여 2009년 기소된 맨해튼의 변호사) 같은 화이트칼라 피고인에겐 징역 20년 형을 선고한 적도 있다. 나는 그의 인성에서 결점을 보완할 만한 부분을 찾기 힘들었다. 그는 엄청난 사기를 저지른 사람일 뿐이었다.

굽타에 대한 선고는 분명히 그의 ‘플러스’ 쪽에 집중한 것처럼 보인다.

합당한 추론이다. 그러나 선고는 그것만이 전부는 아니다. 흥미로운 점은, 미국 대중이 안타깝게도 매우 징벌적이라는 것이다. 미국은 세계 어느 나라보다도(그것도 매우 큰 격차로), 인구 대비 수감자 수가 많은 나라다. 200만 명이 훨씬 넘는다. 그리고 누군가 잘못을 저질렀을 때 미국인들의 국민성 깊은 곳에서 “사회로부터 영원히 격리시켜라”라고 말한다.

오랫동안 사형제도를 옹호해 온 것도 그 때문인가?

그렇다고 생각한다. 미국 문화는 도덕주의가 매우 강하다. 이는 장점이 될 수 있다. 나 역시 필요하다고 생각될 때는 주저 없이 도덕적 분노를 표현해 왔다. 그러나 이런 경향은 집단 린치 심리로 변질될 위험이 있다. 내가 가벼운 처벌을 선고하면 어김없이 “당신은 멍청이다. 왜 (나만) 왜 규칙을 지키며 사나? 범죄를 저지르고도 솜방망이 처벌(a slap on the wrist)만 받는데”라는 식의 악담이 가득한 메일을 받는다.

화이트칼라 범죄자의 이점?

두 사람을 비교해 보자. 한 명은 남의 돈을 훔친 화이트칼라 범죄자인데, 직업 덕분에 선행을 할 기회가 있었다. 다른 한 명은 편의점 강도라고 하자. 피고인의 선함을 감안하는 현행 판결 체제에서는 화이트칼라 범죄자가 구조적으로 유리하지 않은가? 물론 오류가 있는 비유이기는 하다.

내가 연민하는 사람은 주위를 보살필 줄 안다는 사실을 행동으로 보여주고, 인생의 99%를 명예롭게 살다가 한 번 실수를 저지른 사람이다. 드레이어를 그 반대의 예로 들겠다. 그는 몇 년에 걸쳐 엄청난 규모의 사기를 저질렀다. 물론 자선단체에 기부를 하기도 했지만, 그것이 그의 본성은 아니었다. 편의점 강도의 비유에서 범인이 평생 법을 준수하며 살다가 절박한 사정이 생겨 단 한 번 강도를 저질렀다고 하자. 장담하는데, 그런 경우엔 주 법원에서 (피고인들이) 매우 낮은 처벌을 받는 경우가 많다.

물론 화이트칼라 범죄는 폭력을 수반하지 않는다.

그것이 당신이 든 비유의 또 다른 문제다. 폭력 범죄와 비폭력 범죄가 다르지 않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내 생각에는 폭력 범죄를 한 번도 경험하지 않은 사람들이다. 폭력을 엄격하게 다루지 않으면 문명은 근본적으로 와해된다. 흥미로운 점은, 지난 10~15년간 화이트칼라 범죄에 대한 대중의 혐오감이 커지면서 화이트칼라 범죄자들에 대한 (연방법원) 처벌이 지속적으로 강화됐다는 사실이다. 화이트칼라 범죄자에 대한 처벌이 폭력을 수반한 비화이트칼라 범죄자에 비해 심한 경우도 종종 있다.

“미국 대중은 안타깝게도 매우 징벌적이다. 미국은 세계 어느 나라보다도 (그것도 매우 큰 격차로) 인구 대비 수감자 수가 많다.”

그렇다면 화이트칼라에 대한 선고가 정말 변한 것인가?


30년 전에는 확실히 화이트칼라 범죄자가 마약사범에 비해 낮은 형벌을 받았다. 그러나 엔론 Enron *역주: 2001년 적발된 대규모 분식회계 사건. 결국 회사는 파산하고 CEO는 24년 2개월 형을 받았다 과 월드컴 WorldCom사건 *역주: 2002년 파산신청 후 지출을 설비투자로 과대 계상해 순이익을 부풀린 사실이 드러나 CEO가 25년 형을 받음 이후에는 특별히 그렇지는 않다.

당신의 판결문에서 두드러지는 점은 그것이 재판 판사들에게 얼마나 힘든 과정인지를 엿볼 수 있다는 것이다.

내가 좋아하는 선고법은 (연방법) 18조 3553(a) 항 같은 것이다. ‘당신이 유념해야 할 요소들은 다음과 같다. 이런 요소들이 어떻게 작용하는지 그 핵심을 충분히 파악하는 매우 어려운 일은 당신의 몫이다’라는 게 이 조항의 핵심이다. 이와 반대로 이른바 양형 기준이라는 말도 안되는 계산법은 몇 가지 변수만을 분리해 놓고 ‘자, 이것들을 가지고 선고를 결정하면 된다’는 식이다.

만약 10명의 현명하고 합리적인 연방 판사들이 똑같은 조건을 놓고 매우 다른 선고 결정을 내리면 어떤 일이 벌어지게 되나?

물론 그런 문제 때문에 양형 기준이 생긴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기준이 근본적 해결책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내 생각에 근본적 해결책은 극단적인 경우들에 대처하기 위해 항고 심사를 활발히 하는 것이다. 하지만 그러는 대신 ‘우리는 몇 가지 요소들을 분리해 볼 것이다. 돈의 손실 규모나 마약 분량처럼 측정이 가능한 변수들 말이다. 이것들을 다른 모든 요소들보다 우위에 둘 것이다”라는 식으로 일을 처리해왔다. 그런 기준이 애초부터 의무였다니, 말도 안되는 짓을 한 셈이다.

‘선고의 사회학(The sociology of sentencing)’은 늘 범죄 억지의 가치와 재활에 대해 이야기하는데, 이는 모두 모호한 개념들이다. 3553항의 ‘공정한 처벌(just punishment)’이라는 목표가 특히 그렇지 않은가?

선고에는 도덕적 요소가 포함돼 있다. 내가 보기에 인간의 마음 깊은 곳에는 ‘나쁜 사람들이 나쁜 짓을 했는데 처벌을 받지 않으면 세상이 올바르지도 정의롭지도 않다’는 감정이 깔려 있는 것 같다. 그것이 ‘공정한 처벌’의 의미다.

형사소추와 금융위기

금융 위기 이후의 기소에 대해 묻겠다. 라즈 라자라트남 등 일부 인물 외에는 감옥에 간 사람이 거의 없다는 사실에 비판이 쏟아졌다. AIG나 리먼 브라더스에서는 아무도 감옥에 가지 않았다.

몇 차례 판결문에 이에 관한 내용을 쓴 적이 있다. SEC와 뱅크 오브 아메리카 간에 성사된 합의를 처음에 각하했던 판결을 예로 들 수 있다. 나는 판결문에서 그 어떤 문제보다도, SEC가 최고위 경영진이 연루된 노골적인 사기라고 주장했지만 단 한 명의 개인도 거명되지 않았다는 점을 지적했다.

그 덕분에 영웅이라는 칭송이 자자했다.

나는 화이트칼라 분야에서 사법기관이 역할을 충분히 했는지에 대해서는 할 말이 없다. 대신 전혀 다른 질문을 하나 하고자 한다. ‘일단 누군가를 성공적으로 기소했다면 적절한 선고란 어떤 것인가’ 하는 문제다.

대중의 시각에서는 그 두 질문이 서로 관련된 것 아닌가?

법이 평등해야 한다는 점은 매우 중요하다. 누군가가 중요한 금융기관의 최고 경영진이거나, 문제가 너무 복잡하게 얽혀 있다는 이유로 형사책임을 피할 수 있어서는 안 된다는 의미다. 조직의 밑바닥부터 최고위층까지 연루돼 연방 정부가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는 복잡한 음모에 대해서라면 반론의 여지가 없을 것이다. 지금까지는 화이트칼라 범죄 상황에서 그런 경우가 빈번했다. 하지만 최근 위기와 관련된 케이스는 드물어 보인다.

그렇다면 왜 기소를 더 많이 하지 않는 것인가?

나는 1970년대 (맨해튼의 연방지방 검찰청에서) 증권사기 기소 담당 팀을 이끈 적이 있다. 화이트칼라 사건을 기소하는 데는 크게 두 가지 어려움이 있다. 첫 번째는 관련 정보 수집에 너무 많이 기댄다는 점이다. 그래서 정보를 얻기 위해 라즈 라자라트남의 경우처럼 전화 도청을 하거나, 보스키 Boesky와 밀켄 Milken *역주: 1986년 주가조작 혐의로 기소된 인물들 사건처럼 관련자 중 누군가의 협조를 얻는다.

관련자가 검찰에 협조하면 처벌이 경감되는데.

한번은 러시아 판사가 내게 “어떻게 그런 사람들에게서 협조를 얻을 수 있는가? 심각한 범죄를 저지른 사람인데 실질적으로 징역을 면하게 해주는 것이다. 비도덕적 처사 아닌가”라고 물은 적이 있다. 그래서 나는 “그럼 복잡한 사건을 어떻게 추적하는가?”라고 되물었다. 그랬더니 그는 “간단하다. 도청을 무제한으로 한다”고 했다. 그래서 독약 같은 일을 선택하게 되는 것이다.

두 번째 문제는 무엇인가?

화이트칼라 범죄를 포함한 모든 범죄는, 법률 용어로 ‘범의’(犯意·mens rea)라는 일종의 악한 의도가 있어야 성립된다. 그리고 우리 제도는 잘못된 것을 알고도 잘못을 저지르는 사람들과, 부주의로 실수를 저지르는 사람들을 구분한다. 이것이 복잡한 금융 사건에서 특히 어려운 문제다.

그러나 결국 가치 판단의 문제 아닌가? 때로는 부주의한 일도 범죄가 된다.

전형적인 경우가 ‘무모한 무시(reckless disregard)’다. 예컨대 누군가 시속 100마일(약 160km)로 차를 몰았다고 치자. 그는 누군가를 죽이겠다는 의도로 그런 행위를 한 것은 아니지만, 당연히 그럴 위험을 높였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을 것이다. 역사적으로 ‘무모한 무시’의 개념은 고위층 화이트칼라 범죄를 기소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해 왔다. 법무부나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하고 있는지는, 사실관계를 정확히 모르기 때문에 평가할 입장은 아니다. 그러나 “오늘은 100만 명을 속이기로 결정했다. 멋진 날이다”라고 일기에 쓰는 사람을 절대 찾을 수 없는 사건을 기소할 때 이 개념을 더 많이 이용하지 않았다는 사실은 놀랍다.

처벌에 실패하는 건 결국 기소 의지의 문제인가?

의지 부족의 문제는 아니라고 본다. 검사들은 일반적으로 큰 사건을 기소함으로써 명성을 쌓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런 사건을 법정으로 가져가는 것은 매우 까다롭다. 엄청난 의지와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내가 사기 담당 팀을 이끌고 있을 땐 (부하 검사에게) “뭔가 심상치 않은 냄새가 나는 상황이 있으니 한번 알아봐라. 도움을 줄 요원들도 몇 명 있다. 그러나 솔직히 말해 종국에 가서 이 사건에 일 년씩 투자하고도 결국 기소할 거리가 없다는 결론이 날 수도 있다. 그리고 나는 당신이 ‘이 일에 꼬박 1년을 투자했으니 꼭 기소해야 한다’는 입장이 되는 것을 절대 바라지 않는다”고 말하곤 했다.

그럼 당신이 아는 한, 1년씩 걸리는 그런 수사가 2009년이나 2010년에 진행됐을 수 있다는 것인가?

그랬을 수 있다. 그 사건들에 그처럼 전념할 만큼 필요한 자원이 (법무부에) 있는지에 대해선 어느 정도 의문이 있었다. 또 모기지 관련 케이스 같은 일부 사건에는 정부가 직접 관련이 됐다는 사실 때문에 조사가 더 어려웠을지 모른다는 생각도 했다. 정부는 국민 모두에게 모기지를 홍보하는 데 초기부터 관련되어 있었다. 내 생각에 이는 (검사가 하는) 일을 더 어렵게 만든다. 검사가 막강한 소환권을 행사해 회사 임원을 대배심 앞에 부르는 것과, “그럼 X부 장관님(또는 차관님), 와서 증언해 주시죠”라고 하는 것은 천양지차이기 때문이다.

처벌의 상징성

일단 기소에 성공하면, 최고위층 사람들을 하나의 본보기로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나?
“이 사람이 재계의 정점에 있고 이 건이 기소하기 매우 까다로우니까 꼭 잡아 넣어야 한다”는 식의 경향이 있는 게 현실이다. 완전히 비합리적인 것만은 아니다. 중국은 이런 경향을 극단으로 몰고 가서 중절도를 포함한 66개 범죄 건에 사형을 선고한다. 내 기억이 정확하다면, 매년 약 1만 명에게 사형을 선고한다. 그러곤 “사형만큼 확실한 범죄 억지책은 없다”고 정당화한다. 범죄 억지만이 중요하다면, 우리는 제한속도를 시속 10마일만 넘겨 과속해도 사형을 선고해야 한다. 하지만 그것을 공평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좀 다르게 질문하겠다. ‘능력에 따라 모든 사람들로부터…’ *역주: 공산주의의 ‘능력에 따른 생산, 필요에 따른 분배’를 의미함라는 정의에서 출발하는 일반적인 개념이 있다. 그런 의미에서 CEO나 대학 총장처럼 신뢰를 받아야 하는 특별한 지위에 있는 개인들에게는 엄벌을 내려야 하는 것 아닌가?

그런 주장은 극히 일부만 맞다. 범죄자들은 대부분 자신이 잘못하고 있다는 점을 아주 확실히 알고 있다. 최고위층에 있는 사람만 그런 것은 절대로 아니다. 화이트칼라 범죄의 상당 부분은 회계장부 관리자의 1만 달러 횡령 같은 사건들이다.

논점은 사회가 확실한 본보기로 삼아야 하기 때문에 위로 갈수록 화이트칼라 범죄가 더 엄하게 처벌받아야 한다는 것인 듯하다.

그런 논리는 법 앞에 차별적 대우를 금한다는 수정헌법 14조를 일부 위반하는 것처럼 들린다.

거기까지 앞서가는 건 아니다. 논지는 ‘공정한 처벌’의 근간인 정책적 판단을 강화하는 것이다.

내 생각에는 다음과 같은 논리가 더 합당하다. 모든 사람은 상습범을 더 엄하게 처벌해야 한다는 데 동의한다. 누군가 엄청난 범죄를 저질렀을 때 당연히 고려돼야 할 적절한 변수다. 그가 자기 지위를 남용했다면, 그 역시 의미 있는 변수다. 수많은 변수들이 있다는 얘기다.

논란이 된 판결을 내린 후 편지들을 받았다고 했는데….

전화도 많이 받았다.

실제로 전화를 직접 받는가?

주변에 받을 사람이 없으면 당연히 내가 직접 받는다. 한번은 만취한 목소리의 남자가 전화해서 “당신이 X 사건에서 내린 판결을 봤는데, 정말 터무니없었다. 죽여버리겠다”고 협박했다. 그런데 그 사건은 내가 아니라 동료 판사가 담당한 것이었다. 그 순간에는 “담당자에게 전화 돌려드리겠다”고 말하고 싶은 유혹이 정말 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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