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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패션의 한류 바람 타기

‘패션테인먼트’로 세계 시장 겨냥한다

한류 스타의 영향력을 활용한 한국 패션의 글로벌화가 가속화되고 있다. 음악, 영화, 드라마에 집중되어 있던 한류 사업이 패션 업계로 확장되면서 다양한 사업 기회를 제공하고 있는 것이다. 포춘코리아가 한층 업그레이드 된 ‘패션 한류’의 현주소를 진단해봤다. 김의준 기자 eugene@hmgp.co.kr

최근 일어난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의 명품백 논란은 우리에게 ‘패션 홍보 대사’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일깨워준다. 박 당선인의 명품백 진위 여부를 떠나 호미가(Hormiga)와 유사 제품의 판매 실적과 브랜드 인지도가 급상승했다. 이는 유명인 패션 아이템의 중요성과 파급력을 잘 대변해준다. 특정 브랜드의 홍보뿐 아니라 국내 패션 업계 전체의 세계화로도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유명인을 활용한 한국 패션의 글로벌화가 현재 한류 업계를 중심으로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한류의 세계적인 인지도 향상으로 한류 스타를 통한 한국 패션 홍보가 빛을 발하고 있는 셈이다.

‘패션 한류’의 높아진 위상

‘K-Pop은 이제 더 이상 음악에만 국한된 사업이 아닙니다. 패션, 스타일, 음악이 함께 결합되어 탄생한 일종의 시각 예술(Visual Art)에 가깝습니다.” 세계에서 가장 규모가 큰 영어권 한류 매체 올케이팝닷컴(Allkpop.com)을 운영하는 쟈니 노 Johnny Noh 대표의 말이다. 2007년 설립 된 이 사이트는 전 세계 200개국에서 월 600만 명의 순수 방문자가 찾는 영어 한류 매체다. 그에 따르면 신보 소개와 스캔들, 그리고 논란성 기사를 제외한 뉴스 콘텐츠 중 패션 관련 소식이 가장 많은 관심을 모은다고 한다. 노 대표는 “한류 스타들은 유행 선도자들입니다. 최근 많은 독자들로부터 한국 패션과 액세서리 제품 구매에 대한 문의가 쏟아지고 있습니다” 라고 말했다. 한류 업계의 패션에 대한 관심은 예전부터 존재해왔다. 하지만 최근에는 한류 패션의 수준이 스타를 중심으로 한 차원 높게 뛰어오르고 있다. YG엔터테인먼트 소속의 2NE1이 대표적인 케이스다. 그들은 지난해 아디다스 오리지널스의 아시아 대표 모델로 뽑히며 글로벌 스타로서의 높아진 인기를 확인했다. 니키 미나지 Nicki Minaj, 비오비 B.o.B, 데릭 로즈 Derrick Rose 같은 글로벌 스타들과 함께 광고에 출연했고, 세계적 디자이너 제레미 스콧 Jeremy Scott과 공동으로 이름을 내건 운동화 브랜드를 출시하기도 했다. 아디다스 코리아 김동석 대리는 말한다. “한국 연예인이 과거 미국이나 유럽의 스타만 참여했던 프로젝트에 참여하면서 한류의 높아진 위상을 실감하고 있습니다. 한국에도 2NE1이라는 강력한 패션 아이콘이 있다는 사실을 글로벌 시장에 각인시킨 셈이죠.” 실제 제레미 스콧은 주로 데이빗 베컴이나 칸예 웨스트, 리한나 처럼 세계 패션을 주도하는 스타들과 협업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그는 한 인터뷰에서 “2NE1은 문화와 언어, 음악에 스타일까지 결합시켜 지구촌 전 세대에 영향력을 과시하고 있다”고 칭찬하기도 했다. 이 밖에도 한류 스타가 패션 업계에 진출한 사례는 많다. 로만손의 주얼리·핸드백 브랜드 ‘제이에스티나’의 경우 소녀시대를 전면에 내세워 톡톡한 홍보 효과를 거두고 있다. ‘태연 가방’, ‘윤아 가방’ 등을 제작해 출시 10분 만에 모두 판매하는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제이에스티나 가방은 이 같은 실적에 힘입어 론칭 2년 만에 매출 300억 원대의 브랜드로 급성장했다. JYP엔터테인먼트도 성공 케이스로 꼽을 수 있다. 지난해 리복과의 파트너십을 통해 2PM의 닉쿤과 우영, 미스에이의 수지가 참여한 신곡과 뮤직비디오를 내놓았다. 이 프로젝트에는 여가수 앨리샤 키스의 남편으로도 유명한 스위즈 비츠 Swizz Beatz도 참여해 인지도를 높였다. 지난해 국내 최초 SPA브랜드 스파이시칼라와 콜래보레이션 작업을 진행한 가수 현아도 ‘현아 위드 스파이시칼라’라는 의류 라인을 론칭하며 패션 아이콘으로서의 행보를 시작했다.

JYP와 YG의 차별화된 프로모션

그동안 스타들이 광고 모델이나 제품 디자이너로서 패션 업계에 참여하는 형태가 많았던 탓에 이젠 기본적인 콜래보레이션 형태의 프로모션은 다소 식상해졌다는 분위기다. 때문에 최근 많은 기업들이 점점 독창적이고 차별성을 둔 프로모션을 기획하고 있다. 최근 JYP 소속가수 2PM과 의류 브랜드 베네통이 협업으로 진행한 프로모션은 특히 참신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베네통 매장에서 판매되는 제품에 콘텐츠 코드를 부착해 소비자가 스마트 다바이스를 통해 2PM의 음원과 콘텐츠를 다운로드할 수 있는 신개념 음원 유통 사업을 펼친 것이다. 그리고 이 같은 콜래보레이션은 단박에 소비자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출시 당일 한정 판매한 1,000장이 하루 만에 완판을 기록했다. JYP와 베네통은 향후 중국, 대만 등으로 10만 장 이상을 추가 유통시킬 계획이다. 이번 협업은 패션과 엔터테인먼트를 결합시킨 ‘패션테인먼트’를 효과적으로 활용한 사례라 할 수 있다. 단순히 ‘아티스트+브랜드’에 그치지 않고 한발 더 나아가 ‘아티스트+브랜드+콘텐츠’를 종합적으로 활용해 차별성을 높였기 때문이다. 이에 힘입어 업계 내 ‘패션테인먼트’에 대한 관심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JYP엔터테인먼트 측은 설명한다. “세계적인 한류스타들과 함께 펼치는 스타 마케팅은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 시장 소비자들에게 거부감 없이 다가갈 수 있는 최적의 방법이라고 판단됩니다. 이를 통하면 패션 사업을 포함한 각종 비즈니스에 새롭게 진출할 기회가 넓어질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YG엔터테인먼트도 창의적인 실험을 시도하고 있다. 최근 제일모직과 함께 ‘내추럴 나인’이라는 패션 기획사를 합작법인으로 설립하기로 한 것이다. 합작법인의 대표는 YG엔터테인먼트의 CEO인 양민석(양현석의 친동생) 씨가 맡았다. YG와 내츄럴 나인의 대표를 겸직하기 때문에 소속 가수들의 인기와 영향력을 최대한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아직 사업 초기 단계라 구체적인 사업 방향이나 계획에 대해 밝혀진 것이 없지만, 조만간 ‘내추럴 스토리’라는 신규 브랜드를 론칭할 것이라고 업계는 내다보고 있다. 제일모직의 한 관계자는 “현재 음악에서 한류가 일고 있듯이 패션에서도 한류 열풍이 만들어질 수 있을 것”이라며 이번 협업에 대한 기대감을 나타냈다. YG엔터테인먼트는 최근 MMMG라는 브랜드와 합작으로 ‘YOU GREAT’라는 라이프 스타일 브랜드를 선보이기도 했다. 패션 아이템에서 액세서리와 머그잔까지 다양한 제품을 판매하는 ‘YOU GREAT’에는 YG의 영향력을 문화 전반으로 확대시켜 나가자는 의미가 담겨 있다.

해외 소비자들의 높아진 한류 구매 욕구

한류 문화가 패션계로 확장되면서 ‘한류스타 패션 따라잡기’에 대한 욕구가 덩달아 커지고 있다. 이는 당연히 한국 패션 아이템의 구매로 이어지고 있다. 현재 한국 의류를 가장 활발하게 판매하는 온라인 상점 중에 예스 스타일(YesStyle.com)이란 곳이 있다. 2006년에 처음 생겨난 이곳은 한국뿐만 아니라 중국, 일본 등 아시아 국가의 패션 아이템을 전 세계에 판매하는 의류 전문 판매 사이트다. 현재 가장 영향력이 큰 아시아 연예 상품 판매 사이트인 예스 아시아 (YesAsia.com)의 계열사이기도 하다. 예스 아시아와 예스 스타일의 조슈아 라우 Joshua Lau 대표에 따르면, 두 사이트는 매년 30%의 고공 성장률을 기록하며 연간 5,000만 달러 이상의 매출을 기록하고 있다. 라우 대표는 말한다. “예스 스타일은 한류 스타들의 인기와 K-Pop으로 대변되는 한국 연예 시장의 인기 상승 덕을 톡톡히 보고 있어요. 최근 한류와 한국 패션에 관심을 보이는 고객이 수직 상승하고 있죠.” 그는 로스앤젤레스에서 진행된 SM 타운 콘서트와 싱가포르에서 열렸던 원더걸즈 콘서트를 직접 후원하며 한류를 활용한 마케팅에 집중하고 있다. 예스 스타일 전체 제품의 절반 이상을 한국 패션 아이템으로 채우고 있기도 하다. 서울 사무소를 차려 50개 이상의 국내 업체와 협력관계를 맺고 제품을 만들고 있다. “현재 100개 이상의 국가로 배송이 이뤄지고 있으며 최대 구매 국가는 단연 미국”이라는 라우 대표는 “현재 전체 고객의 3분의 1이 해외에 거주하는 비동양계 고객들이기 때문에 앞으로 해외 주류 시장을 집중 공략 할 것”이라고 말했다. 예스 스타일은 최근 샌프란시스코에 첫 번째 오프라인 매장을 열고 고객들에게 더 적극적으로 다가서고 있다. 올해 3월에는 새너제이 지역에 2호점을 열 예정이다. 무엇보다 이들의 빠른 성장은, 국내 G마켓을 비롯한 국내 온라인 쇼핑몰들이 최근 영어 서비스를 시작하며 해외 고객들을 집중 공략하게 하는 기폭제가 되고 있다. 현재 ‘패션 한류’에 대한 잠재력이 가장 큰 지역으론 중국 시장이 꼽히고 있다. 한류 드라마로 시작된 중국 내 한류 붐이 아이돌을 거쳐 패션으로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대한상공회의소와 하나투어가 진행한 설문조사에서도 중국인 관광객의 70% 이상이 동대문 시장을 가장 자주 찾는 쇼핑 장소로 뽑을 정도로 한류 패션에 대한 관심이 높은 상황이다. 또 86.5%가 의류를 쇼핑 필수품으로 꼽아 한국 패션 아이템에 대한 높은 수요를 보여주었다. 동대문 시장에서 유통사업을 하는 한 업자는 말한다 “고객의 70-80%는 중국인이에요. 개인도 많지만, 한국 옷을 대량 구매해서 중국에 유통시키려는 분들도 많습니다. 한국 패션의 품질이 높아 현지에서 2배 이상의 가격으로 판매 되기 때문이죠.” 그는 덧붙였다. “한국 경제가 발전하고 드라마에서 좋게 비치니까 해외에서 한국 사람 사는 모습을 멋있고 좋게 보는 거죠. 지금 당장 국내 SPA 브랜드가 치고 나가면 해외 유수 SPA 브랜드와도 충분히 경쟁할 수 있습니다.” 국내 대표 SPA 의류 브랜드를 소유한 제일모직이나 이랜드 같은 기업들은 이미 기회를 포착하고 중국 시장에 활발히 진출하고 있다. 제일모직의 SPA 브랜드 에잇세컨즈는 2020년까지 중국 시장 매출을 6,000억 원까지 끌어올리겠다는 야심 찬 목표를 밝혔고, 이랜드도 2016년까지 전체 중국 사업을 연매출 10조 원 규모로 육성하겠다는 비전을 내세우고 있다. 박성경 이랜드그룹 부회장은 “이랜드 SPA브랜드인 미쏘와 스파오가 세계 3대 SPA브랜드(유니클로, 자라, H&M)를 제치고 글로벌 1위 SPA브랜드가 될 수 있도록 키울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패션 한류’의 미래 방향

한류 덕분에 한국 패션업계 전체에 대한 관심과 인지도는 확실히 올라갔다. 연예계와 패션계에 걸쳐 다양한 사업 기회도 제공하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한국 패션이 풀어야 할 과제는 남아 있다. 홍익대 섬유미술패션디자인과 간호섭 교수는 말한다. “한국 패션을 확실히 정의 내리기는 여전히 힘듭니다. 어떻게 보면 현재 그것을 찾아가는 과정에 있다고 봅니다. 저는 그걸 코리안 시크(Korean Chic)라고 부르는데, 점차 그 정체성을 찾아 갈 것이라 생각합니다.” 일본의 경우 ‘재패니즈 시크(Japanese Chic)’라는 고유명사가 있을 정도로 자국 패션 문화에 대한 정체성을 뚜렷하게 드러내고 있다. 간호섭 교수에 따르면 가장 시급한 문제는 국내에서 스타 디자이너를 육성하는 것이다. 케이블 채널의 디자이너 서바이벌 프로그램 ‘프로젝트 런웨이 코리아’에 멘토로도 출연하는 그는 ‘호랑이는 죽어서 가죽을 남기고 사람은 죽어서 이름을 남기지만, 디자이너는 자신의 브랜드를 남긴다’고 입버릇처럼 말하곤 한다. “하지만 그렇게 되려면 기업과 자본과 디자인의 힘이 만나 유기적으로 돌아가야 합니다. 단순히 연예인 이름만 빌리거나 하는 식으론 한계가 있다는 거죠. 가장 중요한 건 역시 차별화입니다.” 그는 차별화가 이뤄지고 지속성장 가능한 사업으로 이어지기 위해선 결국 기본 내실을 튼튼히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한다. “한국의 경제 성장이 먼저 이뤄졌기 때문에 그걸 바탕으로 K-Drama, K-Pop, 한국 아티스트, 한국의 패션, 그리고 패션 디자이너들이 주목을 받게 되는 겁니다. 하지만 유행이라는 건 어느 날 갑자기 그 열기가 식을 수 있어요. 그 열기가 식어도 버틸 수 있는 기초와 그 밑바탕이 될 수 있는 실력이 필요한 상황이란 거죠.” 마지막으로 그는 현재의 결과가 지난 20년간 꾸준히 이어져온 노력의 결실이란 점을 강조하며 ‘패션 한류’의 밝은 미래를 언급했다. “하루 아침에 이뤄지는 일이 아닙니다. 하지만 지금처럼만 잘 키워나가면 좋은 결과가 나올 것이라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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