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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인이 바라본 G2의 역학관계

스한빙 지음/ 차혜정 옮김/ 권성용 감수/ 청림출판/ 1만9,800원

경제현상을 분석하고 예측하는 데 ‘정답’은 없다. 어차피 결과야 한참 지난 뒤에야 판명되는 것. 당장은 누가 더 그럴듯한 근거로 상대를 설득하는지가 헤게모니를 결정한다.
그런 점에서 현대사를 통틀어 가장 견고한 발언권을 틀어쥐고 있는 집단은 서구의 학자와 시장 전문가들이다. 그들의 손에서 브릭스가 그룹 지어졌고, 개발도상국과 신흥국이 나뉘었으며, 한강의 기적도 명명됐다. 문제는 이런 일련의 분석과 설명 과정에 늘 서구 중심의 가치관이나 이해가 개입되기 마련이라는 것. 아프리카 빈국의 경제발전 계획을 논하는 미국 학자가 온전히 아프리카인의 관점에서 생각하는 걸 기대하기란 어렵다는 얘기다.
이는 중국에 대한 분석에서도 예외가 아니었다. 중국의 개혁개방이 어떤 결과를 낳았는지, 연 10%의 고성장이 세계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중국이 마주한 위기와 미래는 어떻게 전개될지, 우리는 물론 중국인들조차도 대개 서구의 설명에 기대어 왔다.
하지만 최근 들어 이런 구조에 조금씩 변화가 감지된다. 이른바 G2 시대의 영향일까. 요즘 국내에도 부쩍 중국 전문가들의 시각이 많이 소개되고 있다. 이들이 논하는 세계 경제와 중국의 현실은 기존 서구의 시각과 사뭇 다른데, 오늘 소개하는 스한빙 역시 그런 예이다. 우리에겐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스한빙은 특유의 역사의식과 애국심으로 중국 내에서 많은 지지를 얻고 있다고 한다. 그렇다고 무조건 중국이 최고라는 식은 아니다. 그는 “문제만 나타나면 모든 잘못을 상대에게 떠넘기면서 반성은 뒷전인 사람들이 많다”고 다수 중국인들의 태도를 경계하고 있다. 중국인의 눈으로 본 세계 경제의 거대한 흐름을 잠시 들여다 보자.
스한빙은 먼저 화폐의 위기에 주목하고 있다. 세계 어느 나라를 막론하고 엄청나게 풀어대는 유동성이 결국은 돌이킬 수 없는 재앙을 불러올 수 있는데, 이런 구조에서도 중국이 특히 취약하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그가 보기에 미국도 돈을 많이 푸는 나라지만 중국의 화폐 공급 속도는 훨씬 더 빠르다. 현재 중국의 GDP는 35조 위안, M2(광의통화)는 70조 위안이다. GDP 1위안 당 2위안이 ‘화폐화’됐다는 얘기인데, 이에 반해 미국은 아직 GDP 1달러당 M2 0.6달러를 유지하고 있다고 그는 우려한다.
과잉 유동성이 끼치는 인플레이션이나 구매력 저하 등 부작용 수준에서 미국과 중국은 크게 다르다. 달러는 기축통화라는 이점을 타고 발행량의 70퍼센트가 미국 밖으로 빠져나가는 데다가(중국이 사들인 미국 채권 포함), 미국의 첨단과학 분야에서 상당량을 흡수하기 때문에 인플레 충격이 적은 편이다.
반면 중국은 위안화가 국제 통화가 아닌 탓에 막대한 유동성을 고스란히 국내에 풀어놓는 구조다. 여기에 정부 정책에 따라 무역흑자 등으로 들어온 외화를 강제로 중앙은행이 결제하고 국내 시장에 같은 양의 위안화를 방출하는 시스템이어서 세계 최대 규모의 외환보유고만큼 국내 유동성은 폭발적으로 늘어나게 되었다. 그 결과 중국은 대내적으론 인플레로 인한 위안화의 가치절하 현상이 지속되면서도 대외적으론 환율절상 압력을 받는 딜레마에 처해 있다.
필자가 가장 우려하는 시나리오는 이렇다. 미국이 치밀한 작전으로 위안화 절상을 압박해 중국의 수출형 제조업체들이 대규모 적자 파산사태를 맞고 이후 다시 위안화 대폭 절하를 유도해 중국의 거품을 뺀다. 그 다음 중국 우량 기업 등의 자산과 자원을 저가에 사들인다는 것이다.
스한빙은 최근 유럽의 재정위기도 미국의 치밀한 공작의 결과로 본다. 자국의 부채 문제가 유권자나 투자자의 우려 대상이 되는 것을 피하기 위해 유로존의 부채 문제를 부각시킨 결과라는 시각이다.
이는 미국이 흔히 쓰는 수법이다. 1985년 플라자 합의는 미국의 국제수지 적자가 커지면서 국제사회의 달러에 대한 의구심이 높아지자 펼친 작전이다. “경쟁자보다 잘할 수 없다면 경쟁자를 자신보다 형편없게 만드는 전략”이라는 설명이다.
스한빙의 관찰에 따르면 2008년 상반기 유럽위기 악화, 2008년 하반기 아일랜드 위기, 2009년 11월 두바이 위기, 2009년 12월 그리스 위기까지 모두가 미국의 부채 위기를 대중의 관심으로부터 숨겨주는 결과를 낳았다. 이들 지역의 위기가 주목 받을 때 전 세계의 리스크 회피 자금이 그나마 안전한 미국으로 흘러 들어가 미국 경제회복에 필요한 자금을 공급하면서 달러 하락세를 늦췄다는 게 저자의 분석이다.
튀니지, 이집트 등으로 번진 ‘아랍의 봄’ 사태 역시 현지 부호들이 정세불안으로 자산을 대거 미국 등 선진국으로 옮기면서 미국에 수혜를 제공했다. 유럽 재정위기의 뇌관이 된 그리스 사태 역시 마찬가지다. 미국의 대표 금융사 골드만삭스는 2001년 그리스가 유로존 가입을 위한 재정적자 기준에 미달하자 CDS를 발행해 부채를 감추는 방식으로 도움을 줬다. 쉽게 말하면 복권사업과 항공세 등 미래 수입을 담보로 주고 현금을 바꿔오는 식이었다.
이를 통해 막대한 수수료를 챙긴 골드만삭스는 한발 더 나아가 머지않은 미래에 필연적으로 닥칠 그리스의 재정 위기를 예견하고 그리스 부채에 대한 보험(CDS) 또한 사들였다. 꿩 먹고 알 먹고였던 셈이다. 때마침 공교로운 시기에 신용등급을 일제히 내려 그리스의 조달 금리를 폭등시킨 신용평가사의 지원사격이 있었음도 물론이다. 스한빙은 “신용평가사 역시 월스트리트의 빼 놓을 수 없는 무기”라고 지적하고 있다.
세계 경제의 슈퍼파워 미국은 경제 회복을 위해 자국보호 카드를 즐겨 쓴다. 대표적인 조치가 2009년 미국 의회가 도입했던 ‘바이 아메리칸’ 조항이다. 뉴딜 자금이 사용되는 공공사업에 반드시 미국산 철강 등을 써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방식은 당연히 교역 상대국의 반발을 산다. EU 무역위원회는 “결코 수수방관하지 않을 것”이라고 엄포를 놨고 결국 시행수위를 상당부분 낮췄다.
하지만 이에 저항했던 중국은 오히려 각종 무역보복 조치를 얻어 맞고 말았다. 왜일까. 중국은 수출대국이지만 소비대국이 아니다. 그만큼 미국 입장에서 서로 맞붙었을 때 수출을 못해 피해볼 일은 적다. 스한빙은 “미국이 EU와 무역전쟁을 하면 양측 모두 상처를 입지만 중국과 무역전쟁을 하면 중국을 압박해 미국 제품을 대량 구매하게 하거나 미국 국채를 구입하게 할 수 있다”고 조소하고 있다.
이 밖에 저자는 미래 자원전쟁에서 석유의 중요성, 미국의 신에너지 전략, 중국이 직면한 절체절명의 9가지 당면과제 등을 중국인의 시각으로 면밀히 분석하고 있다. 서구가 아닌 아시아의 관점에서 본 경제대이동 판세. 궁금하지 않은가.

김용식 한국일보 경제부 기자 jawohl@hk.co.kr

스토리로 리드하라

폴 스미스 지음/ 김용성 옮김/ IGM북스/ 2만2,000원
일상 비즈니스에서 활용할 수 있는 스토리텔링 구조와 예를 담은 책. P&G에서 리더십과 커뮤니케이션 교육을 담당하고 있는 저자는 “행동에서 변화를 이끌어내는 것이 리더십의 본질”이며 “가장 효과적인 리더십 툴은 스토리”라고 강조한다. 리더십의 주제에 따라 △성공을 상상하고 △승리의 여건을 만들며 △활기찬 팀을 만들고 △직원들을 교육하며 △다른 사람들에게 권한을 위임하라고 권한다.


어모털리티

캐서린 메이어 지음/ 황덕창 옮김/ 퍼플카우/ 2만원
죽을 때까지 나이를 잊고 살아간다는 의미의 어모털리티는 타임지 편집장 출신의 저자가 만든 신조어다. 방대한 자료와 인터뷰, 다양한 인물을 통해 어모털리티를 추구하는 사람들의 생활상과 경향, 산업 변화를 설명하고 있다. 저자는 “어모털리티는 단지 노화에 저항하고자 하는 열망, 그리고 그 열망을 실현시켜주겠다고 약속하는 온갖 의학기술보다 훨씬 강력하고 광범위한 현상이 됐다”고 말한다.

사장의 일

하마구치 다카노리 지음/ 김하경 옮김/ 쌤앤파커스/ 1만5,000원
경영 전문 컨설턴트가 수천 개 기업의 흥망성쇠를 지켜보며 경영자가 반드시 갖춰야 할 덕목을 풀어 썼다. 사장의 진정한 능력은 회사를 일시적으로 성공시키는 것이 아니며, 회사를 영원히 지속시키기 위해 필요한 모든 일을 실천하는 것이야말로 ‘사장의 일’이라고 저자는 주장한다. 사장으로서 꾸준히 실력을 갈고 닦아 회사와 직원을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고 동시에 자신과 싸워 이겨야 한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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