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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AY`s BACK! 이베이의 귀환!

페이팔 PayPal을 등에 업은 이베이와 이베이 주식이 상한가를 기록 중이다. 아마존은 긴장해야 한다. By JP Mangalindan

“우리 함께 여행을 떠나 봅시다.” 2,500명의 이베이 직원들이 본사로부터 몇 마일 떨어진 새너제이 시빅 San Jose Civic 콘서트 홀에 모였을 때다. 이베이의 CEO 존 도나호 John Donahoe가 무대에 올라 직원들에게 각자의 업무를 반추해보라고 주문했다. 그는 “눈을 감으세요. 여러분의 팀이 올해 이룬 성과 중 가장 자랑스러운 일은 무엇입니까?”라고 낮은 바리톤의 목소리로 물었다. 도나호는 자신이 이베이에서 일한 8년간의 시간을 돌아보기 시작했다. 8년 중 5년은 CEO로 일했다. 그는 아일랜드와 독일, 그리고 미국 내 다양한 이베이 지사에서 이런 종류의 강연을 했다. 하지만 지난해 12월 아침 자기 회의에 빠졌던 순간을 회고할 땐, 그의 진실된 목소리가 마치 고해성사를 하는 것처럼 들렸다. 시카고에서 열렸던 판매업체 행사에 참석하기 전날인 2008년 6월 밤 같은 순간이었다. 이베이의 수수료 체계를 전면적으로 개혁하겠다고 발표한 지 몇 달이 흘렀고, 판매업자들은 이 결정에 격분해 있었다. 한 판매업자는 유튜브에 도나호와 쉰들러 리스트 Schindler’s List *역주: 스티븐 스필버그가 감독한 유태인 학살에 관한 영화에 나오는 나치 병사를 비교하는 동영상을 만들어 올리기도 했다. 도나호는 “그날 밤 호텔방에 앉아 ‘이럴만한 가치가 있을까?’라는 고민을 했다”고 회상했다.
5년이 지난 지금 그는 해답을 찾았다. 도나호의 리더십 아래 이베이는 괄목할만한 변신을 이뤄냈다. 온라인 경매라는 애초의 불안한 과업 대신 완전한 전자상거래 서비스 제공으로 목표를 전환했다. 홈 디포 Home Depot, 메이시스 Macy’s 같은 대형 소매업체를 포함한 수백 개의 상점들이 모바일 결제, 온라인 비교 쇼핑, 당일 배송처럼 복잡한 과정을 헤쳐나갈 수 있도록 돕고 있다. 바꿔 말해 이베이는 소매업체들에게 큰 폭의 할인과 현란할 정도로 다양한 비즈니스 신모델을 앞세워 업계를 뒤흔들고 있는 아마존에 대응하는 방법을 제시하는 사업파트너로 급부상하고 있다. 도나호는 “소매업체들이 우리에게 와서 ‘기술 파트너가 필요하다’고 말한다”고 전했다.

창업주 오미디야르는 “직원들이 혁신과 창조능력을 상실했었다”고 회고한다.

이베이는 오랫동안 판매업체들에게 유용한 전자상거래 도구를 제공해왔다. 가장 주목할 만한 것은 엄청난 성공을 거둔 온라인 결제 서비스 페이팔이다. 도나호는 모바일 결제 시스템 업체 종 Zong, 가격 정보 비교 애플리케이션 레드레이저 RedLaser 등을 인수해 모바일 서비스를 강화했다. 2011년 이베이는 도나호의 주도하에 GSI 커머스 GSI Commerce를 24억 달러에 인수했다. 이 기업은 대형 소매업체들을 위해 온라인 쇼핑 사이트들을 관리해 준다. 작년 말에는 소비자들이 모든 디스커버 Discover 카드 가맹점에서 페이팔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계약을 발표했다(점원이 “현금, 신용카드, 체크카드, 페이팔 중 어떤 걸로 결제하실 건가요?”라고 묻게 된다고 상상해 보라). 이를 통해 소매업체들에게 완벽한 상거래 서비스를 제공하게 됐다. 이렇듯 이베이의 성장은 가속화되고 있다. 지난해 이베이는 전년 대비 21% 상승한 141억 달러의 매출을 올렸다. 페이팔을 위시한 온라인 결제 서비스는 전년 대비 26% 성장해 56억 달러의 매출을 올렸다. 갈수록 정찰제 제품이 증가하는 이베이 마켓플레이시스 eBay Marketplaces *역주: 판매업체들과 고객을 연결해 온라인 거래를 이뤄지게 해주는 플랫폼 부문은 11%의 탄탄한 성장률을 기록했다. 도나호는 “이제 경매 부문은 사업의 10%도 차지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투자자들은 새롭게 태어난 이베이에 열광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작년 주가는 70% 급등해 아마존을 포함한 대다수 기술업계 기업들을 크게 앞질렀다. 애널리스트들은 업계에서 극히 보기 드문 성과(기업 회생)를 달성한 데는 도나호의 공이 크다고 평가한다(이와 관련해선 애플과 IBM이 전설적인 케이스다). 웨드부시 증권사 (Wedbush Securities)의 애널리스트 길 루리아 Gil Luria는 “도나호는 부실화한 실리콘밸리의 대기업을 고성장, 혁신, 모바일 기술 리더로 탈바꿈시켰다”고 말했다. 벤처 캐피털리스트이자 이베이의 이사회 멤버인 마크 앤드리슨 Marc Andreessen도 비슷한 평가를 내렸다. “스티브 잡스와 마크 저커버그가 창업자 겸 CEO의 본보기라면, 존은 전문 CEO의 귀감이라고 할 수 있다.”
도나호가 이베이 마켓플레이시스를 이끌던 2005년에만 해도 이 사업부문은 하향세였다. 컨설팅 회사 베인 앤드 컴퍼니에서 20년 넘게 근무했던 그는 “당시 이베이는 큰 혼란을 겪고 있었다”라고 회상했다. 이베이의 핵심 사업인 경매 부문은 급격히 쇠락했다. 소비자 행태 또한 변하고 있었다. 소비자들은 물건을 살 때 더 이상 이베이를 찾을 필요가 없었다. 단순한 도서판매 이상으로 사업을 대폭 확장한 아마존을 방문하기도 했고, 싸게 물건을 구매하기 위해 구글을 검색하기도 했다. 또 이베이는 2005년 25억 달러를 들여 스카이프 Skype를 인수했지만, 이후 마땅한 활용법을 찾지 못해 애를 먹고 있었다(고객들이 최근 구매한 물건에 대해 화상채팅으로 대화를 나누고 싶어하지는 않은 것 같았다). 도나호가 CEO에 오르기 1년 전쯤인 2009년, 이베이 주가는 2004년 기록한 최고가 58달러에서 폭락해 10달러에 거래되고 있었다.
이베이가 최고의 쇼핑사이트였던 시기도 있었다. (다른 곳에서) 수집하는 물건을 찾을 수 없거나, 최신 패션을 찾기 힘들 때 사람들은 이베이를 방문했다. 회사에서 전설처럼 내려오는 이야기에 따르면, 피에르 오미드야르 Pierre Omidyar는 페즈 디스펜서 Pez dispensers *역주: 수집용 인형 캐릭터가 들어있는 캔디 제품를 모으던 아내를 실리콘밸리의 다른 수집가들과 연결해 주기 위해 1995년 이베이를 설립했다(유리 벽장 가득히 진열돼 있는 페즈 디스펜서 인형들은 지금도 새너제이 사무실 한쪽에 남아 있다). 하지만 사실 오미디야르는 ‘완벽한 시장’을 만들기 위해 이베이를 설립했다. 이베이는 경매를 통해 고객들이 원하는 물건을 살 수 있도록 공평한 기회를 제공하는 웹사이트였다. 바꿔 말하면,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온라인 크리스티 경매장 (Christie’s auction house) *역주: 세상에서 가장 비싼 물건만 취급한다고 알려진 경매장 같은 존재였다.
하지만 수많은 인터넷 기업들처럼 이베이 또한 과거의 영광에 갇혀 인터넷 세계의 변화를 따라가지 못했다. 이베이 스스로 그 세계의 설립에 일조했으면서도 말이다. 닷컴 버블이 이미 붕괴한 2000년 초에도 이베이는 계속 채용에 열을 올렸다. 전직 간부들에 따르면, 이베이는 최고 인재를 유치할 수 있는 전도유망한 기업으로서 한 해에 수백 명을 채용한 적도 있다. 그러나 쓸데 없는 고급 인력들이 별 볼 일 없는 업무를 맡게 되는 부작용을 낳게 되었다. 일례로 다른 기업의 부사장급 인재가 이베이에선 제품 매니저(product manager)가 하는 일을 했다. 한 전직 임원은 “그들은 딱 15분간만 행복했다. 그 후에는 모두 더 높은 직책을 원했다”고 말했다. 직원들이 지나친 자만에 빠져 미팅이 끝날 때 박수를 치는 경우가 많았다. 심지어 하락하는 고객 만족과 고객 참여도를 논의할 때도 그랬다.
오미디야르는 “직원들은 우물 안 개구리처럼 보였다. 그들은 혁신과 창조능력을 상실했다”고 회상했다. 1998년부터 2008년 초까지 이베이의 CEO를 역임한 멕 휘트먼 Meg Whitman은 이 기업의 흥망성쇠를 모두 경험했다. 현재 휼렛패커드의 CEO를 맡고 있는 휘트먼은 당시 이베이가 창의력을 잃었다고 인정한다. 그녀는 포춘과의 인터뷰에서 “돌이켜보면 우리가 지속적으로 기술에 집중하고, 차세대 인터넷 혁신을 위한 도약을 준비하고 있었는지 의문이 든다. 분명 좀 더 신속하게 대응할 수도 있었다”고 털어놓았다.
휘트먼이 취했던 가장 과감한 조치는 바로 임기 말에 도나호를 영입한 것이다. 그녀는 1980년대 베인에서 도나호를 알게 되었다. 그에게 마켓플레이시스를 맡겨 CEO로서의 역량을 시험해 볼 심산이었다. 그러나 도나호는 큰 주목을 받지 못했다. 시카고 출신의 그는 공격적이고, 호언장담을 하는 실리콘밸리의 경영자 스타일이 아니었다. 다트머스 대학(196cm의 거구인 그는 이곳에서 경제학을 전공했고 농구선수로도 활약했다)과 스탠퍼드 경영 대학원을 졸업한 도나호도 커리어의 대부분은 첨단 기업들이 모여 있는 샌프란시스코 베이 에이리어에서 쌓았다. 하지만 기술업체에서 일한 경력은 전무했다.

한 내부인사는 “이베이는 판매업체들과 파트너가 되길 원하지, 그들을 몰아내려는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도나호는 베인 앤드 컴퍼니에서 성공적인 커리어-휘트먼이 이베이 이직을 제안했을 때 그는 세계시장을 총괄하는 매니징 디렉터였다-를 쌓았다. 회사 중책과 가장의 의무를 모두 훌륭히 해낸 노력 덕분이었다. 그가 베인 앤드 컴퍼니 샌프란시스코 지사의 젊은 매니저였을 때, 그의 부인 에일린 Eileen은 연방법원의 서기직을 제안 받았다. 이 일을 맡기 위해 그녀는 당시 6세와 8세였던 두 아이와 떨어져 지내야 했다. 도나호도 고객을 만나기 위해 매주 텍사스로 출장을 다녔다. 그래서 그는 당시 상관이었던 톰 티어니 Tom Tierney에게 가족을 보살피기 위해 퇴사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티어니는 “도나호, 자네는 멍청하기 짝이 없군”이라 말한 뒤, 베이 에이리어에 본사를 둔 파이어맨스 펀드 Fireman’s Fund에게 무료로 베인(그리고 도나호)의 컨설팅을 받으라고 설득했다. 도나호는 아이들을 돌볼 수 있었고, 결국 파이어맨스 펀드를 유료고객으로 만드는 데 성공했다. 도나호는 현재 4명의 아이를 뒀고, 그의 아내 에일린은 UN 인권 이사회(the United Nation Human Rights Council)에 미국 대사로 파견돼 제네바에서 일하고 있다. 도나호는 부인과 매일 통화를 하고, 개인적인 여행이나 출장 시간을 맞추려 노력한다고 밝혔다.
‘잘나가는’ 기술 분야에 도전하는 것에 대해 걱정도 됐지만(그는 “태어나 한 번도 잘 나갔던 적이 없다”고 농담을 했다), 도나호는 비 오는 어느 날 오후 새너제이 헤이즈 맨션 Hayes Mansion에서 오디미야르와 만나기로 약속했다. 그들은 단지 수익이 아니라 사회에 대한 장기적인 공헌으로 평가 받는 성공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그날 저녁 도나호는 이베이에서 제작한 판매자와 구매자에 관한 비디오를 시청했다. 한 고객이 2차 대전 때 사용된 개 인식표를 산 뒤, 주인을 찾아 그것을 돌려준 이야기를 듣고 난 후 감동의 눈물을 흘렸다. 그는 이베이가 실제로 사회에 기여하는 기업이란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결국 2005년 마켓플레이시스 총괄 사장으로 이직했고, 2008년 세계 경제위기의 소용돌이 속에서 이베이 CEO로 취임했다.
그는 이베이가 금융 위기와 날로 치열해지는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선 급진적인 변화를 단행해야 한다는 점을 알고 있었다. 결국 이베이 설립 후 처음으로 대규모 정리해고를 단행했다. 인력의 10%인 1,600명을 임시해고하고, 스카이프를 포함한 부실 자산들을 매각했다. CEO로 임명된 지 4일 만에 이베이의 최대 판매업체들 앞에서 요금 구조 개혁안(상품 등록 가격은 저렴하게 하고, 물건이 팔렸을 때 더 높은 수수료를 지불하도록 했다)을 발표했다. 뿐만 아니라 고객 만족도를 높이기 위해 판매업체들에 대해 더욱 엄격해진 입찰 원칙을 도입하기로 했다. 그리고 이베이에 전환점(turnaround)이 필요하다고 공개 선언하면서 모든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도나호는 “판매업체들은 정상화라는 단어를 싫어했다. 직원들과 투자자들도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그건 첫 걸음에 불과했다. 모든 인터넷 기업들의 전철을 밟지 않으려면 현실을 직시해야 했다”고 말했다. 이베이의 경우 뛰어난 기술력을 겸비한 경쟁 웹 사이트들이 가장 큰 위험요소였다. 특히 2000년대 중반부터 구글은 이베이에 수많은 도전장을 던졌다. 이 검색 대기업은 점점 더 복잡해지는 알고리즘을 이용해 고객들이 이베이를 방문하지 않고도 전통적인 소매업체들을 찾게 해주었다. 뿐만 아니라 온라인으로 중고 및 빈티지 상품을 파는 개인 판매업자들도 연결해 주었다(이들은 원래 이베이의 핵심 판매업자들이었다). 소규모 판매업체들은 이제 이베이 플랫폼이 아예 필요 없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또 반짝 세일이나 일일 세일 사이트들이 급성장하면서 질 좋은 중고가 아니라, 신제품을 염가에 구매하려는 고객들을 사로잡았다.
이상하게도 아마존이 이베이를 모방해 만든 아마존 옥션 Amazon Acutions을 오픈한 이후에도 이베이는 아마존을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시애틀에 기반을 둔 이베이에게 경매가 효자 사업이었던 적은 없었다. 그럼에도 아마존은 제3의 판매업자를 대상으로 엄격한 규제를 도입해 모든 고객들에게 일관된 쇼핑경험을 제공하려 애썼다. 도나호도 2008년 이베이 구조조정 과정에서 이 방식을 따랐다. 소매업 전 분야를 지배하려는 아마존의 끝없는 욕망은 오히려 이베이에 기회를 제공했다. 전자상거래에서 스위스와 같은 (Switzerland of e-commerce) 존재로 자리매김해 소매업자들이 공통의 적과 맞서는 것을 돕는 것이었다. 마켓플레이시스 총괄 사장 데빈 위니그 Devin Wnig는 “이베이는 전 세계 판매업체들과 파트너가 되길 원하지, 그들을 몰아내려는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정말로 이베이는 소매업 파트너들과 직접 경쟁하지 않는다(이베이는 책, 신발, 기저귀 같은 제품은 판매하지 않는다).
페이팔 덕분에 이베이는 이미 수백만 명의 판매업자들과 관계를 맺고 있다. 온라인 구매를 더 쉽게 하기 위해 2002년 인수한 페이팔을 통해 지난해 1,450억 달러가 결제됐다. 그중 140억 달러는 휴대폰으로 결제됐다(페이팔 계정은 은행계좌나 신용카드, 직불카드와 연결돼 있다). 웨드부시 증권사의 애널리스트 루리아는 페이팔이 이베이 주가 상승에 큰 기여를 했다고 평가했다. 도나호는 3~5년 이내에 페이팔 매출이 이베이의 마켓플레이시스 사업을 능가할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소비자들이 휴대폰 결제에 점점 더 익숙해 지고 있기 때문에 이베이는 더 많은 상점에서 페이팔을 이용할 수 있도록 밀어붙이고 있다. 사실 페이팔의 가장 큰 경쟁자는 스퀘어 같은 모바일 결제 서비스 회사들이다. 스퀘어는 지난해 11월 자사 서비스를 통해 매년 100억 달러가 결제된다고 발표했다. 페이팔은 최근 325명의 정규직, 120명의 계약직 직원을 해고하는 구조조정을 단행하며 혁신을 가속화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바 있다.
페이팔은 모바일 진출을 위한 이베이의 공격적 정책 중 한 사례에 불과하다. 도나호는 일찍이 스마트폰을 통해 쇼핑 및 결제방식이 완전히 달라질 것이라 확신하고 과감한 투자를 했다. 2009년 초 그는 어도비의 ‘전속 기업가(entrepreneur in residence)’ 스티브 얀코비치 Steve Uankovich를 스카우트했다. 그리고 그에게 수백만 달러를 지원하며, 모바일 팀을 만들어 아이폰을 비롯한 다양한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을 제작하도록 했다. 도나호가 이베이의 다른 부문을 정상화하는 동안, 얀코비치는 팀 구성을 위해 아낌없는 지원을 받았다. 메인 애플리케이션을 비롯해 자동차 구매 앱, 가격비교 앱 레드레이저 등 이베이의 각종 앱들은 총 1억2,000만 번 이상 다운로드되었다. 출시를 기다리는 새로운 앱도 기다리고 있다. ‘증강 현실(augmented reality)’ *역주: 실세계에 3차원 가상 물체를 겹쳐 보여주는 기능이라는 신기술은 휴대폰 카메라를 이용해 고객이 특정 제품을 착용했을 때 어떤 모습일지 보여준다. 손목시계가 잘 어울리는지 보고 싶다면 휴대폰을 손목으로 향하게 해라. 그러면 앱의 특별한 소프트웨어가 작동해 시계의 디지털 이미지를 팔에 보여줄 것이다.
도나호는 휴대폰으로 인해 소매업의 온·오프라인 경계가 사라질 것이라 믿고 있다. 고객들은 휴대폰을 이용해 후기를 읽고, 싼 거래를 찾고, 앱이나 웹사이트를 통해 주문을 할 것이다. 동시에 근처 매장을 찾아 제품을 착용해 보거나 구매할 수도 있다. 아니면 (제품을 확인 한 후에) 당일 배송 서비스로 온라인 주문을 할 수도 있다.
이베이는 소매업자들이 고객들과 거래하는 것을 돕고자 한다(물건을 보고, 구매하고, 결제하는 방식에 상관없이 말이다). 오프라인 상점을 외면하기보단 그들 사이에서 영향력을 강화하려 노력하고 있다. 디스커버와의 계약을 통해 페이팔 계정으로 상점에서 물건을 살 수 있도록 한 것이 좋은 예라 할 수 있다. 홈 디포와 풋 락커 Foot Locker에선 이미 페이팔을 통한 결제가 가능하다. 작년 말 이베이는 타깃과 베스트 바이 같은 소매업체에서 산 물건을 한 시간 만에 받아볼 수 있게 해주는 이베이 나우 eBay Now라는 앱을 출시해 일일 배송 경쟁에 뛰어들었다. 현재는 뉴욕과 샌프란시스코에서만 사용 가능하지만, 몇 달 내에 다른 주요 도시들로 서비스를 확대할 예정이다.

포터는 “나는 내가 하는 일을 무척 사랑한다”고 말했다. “전혀 질리지도 피곤하지도 않다. 너무나 많은 학자들이 질려 하는데 말이다.”

최고급 소매업체 피프스 앤드 퍼시픽 Fifth & Pacific(케이트 스페이드 Kate Spade, 주시 꾸뛰르 Juicy Courture, 러키 브랜드 Lucky Brand의 모기업이다)의 CEO 빌 매콤 Bill McComb은 이베이가 그의 브랜드들이 빠르고 쉽게 온라인 고객들에게 다가갈 수 있게 해주는 스마트 포트폴리오를 구축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베이는 어리석을 정도로 욕심을 낸 적이 없다. 대신 똑똑한 인재들과 매우 독특한 도구들을 잘 조화시켜왔다”고 평가했다. 피프스 앤드 퍼시픽은 자사 웹사이트를 운영하고, 주시 꾸뛰르 같은 자회사 웹사이트에서 고객들이 어떻게 행동하는지 분석하기 위해 이베이의 GSI를 이용하고 있다. 이베이는 단순한 기술 판매업체 이상의 역할을 한다. 규모가 크기 때문에 이베이는 케이트 스페이드처럼 틈새를 노리는 소매업체들에게 매력적인 파트너라 할 수 있다. 작년 겨울 케이트 스페이드는 이베이 마켓플레이시스에서 두 가지 초청자 한정(invitation-only) 판매를 시험했다. 더 넓은 고객층에게 브랜드를 홍보하기 위한 목적이었다. 한시적으로 운영되는 온라인 판매(online ‘pop-up’store) 기간 동안 자사 제품 중 극히 일부만을 판매했다. 매콤은 판매량 공개를 거부했지만, 앞으로도 이베이 마켓플레이시스를 이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물론 소매업체들의 고객 서비스 향상을 도울 수 있는 능력과 기술력을 겸비한 기업이 이베이 하나만 있는 것은 아니다. 구글은 모바일 결제 플랫폼과 검색엔진을 소유하고 있다. 마음만 먹는다면 구글 같은 초대형 기술기업이 소매업체들의 웹사이트를 개설하고, 관리하는 건 ‘식은 죽 먹기’다. 숍킥 Shopkick과 퍼카 Perka 같은 소수의 신규 업체들도 더 많은 고객들이 대형 소매업체들의 웹사이트를 방문하도록 돕고 있다. 그리고 아마존이 있다. 매콤은 “아마존은 모든 도구들을 갖추고 있다. 때문에 아마존이 소매업체들에 완전히 문을 연다면, 이베이를 위협하는 경쟁자가 될 것이다. 하지만 결코 그럴 일은 없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기술업계의 변화에 뒤떨어지지 않기 위해 도나호가 기울이는 또 다른 노력은 젊은 기업가들에게 배우는 것이다. 도나호는 지난해 10월 에어비앤비 Airbnb의 샌프란시스코 사무실에서 하루 동안 머무르며 창업자 브라이언 체스키 Brian Chesky가 어떻게 그의 숙박 제공 서비스를 운영하는지 관찰했다(스퀘어의 도시 Dorsey와 체스키에 관해 더 알고 싶으면 ‘선구자들(Trailblazers)’ 기사를 참고하라). 도나호는 이후 체스키를 이사회에 초대해 이사진에게 그의 경영 방식을 설명해달라고 요청했다. 체스키는 도나호에 대해 “나이가 많고 전문적인 사람들은 정답을 찾으려 한다. 하지만 도나호의 경우는 거의 질문을 찾으려 한다”고 말했다. 체스키는 도나호가 이베이의 고객 서비스를 향상시킬 디자인에 대해 더 많이 고민하도록 영감을 주었다. 도나호는 체스키의 조언을 받아들였다. 실례로, 이베이 나우는 고객이 구매할 물건을 고르는 내내 친절하고 상세한 설명을 제공하고 있다.
도나호는 이베이의 고객 만족도를 향상시키기 위해 다각적인 노력을 펼쳤다. 사용자 친화적인 앱 디자인은 그런 노력의 일환이다. 홈페이지의 경우 과거 웹 1.0시대의 것으로 보이는 낡은 디자인을 버리고, 제품목록 및 정보를 간결히 보여주는 깔끔한 디자인으로 개선했다. 또 사용자가 웹사이트에서 검색했을 때 신선하고, 세련된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이베이 사내에 미니 신생 기업을 설립하기도 했다. 그는 잭 에이브러햄 Jack Abraham (최근 지역 검색운영 책임자(head of local search operation) 자리에서 물러났다)과 여러 부서에서 선발한 다섯 명의 젊은 직원들을 멀리 호주로 보냈다. 그들은 이베이 웹사이트 디자인의 시제품을 가지고 돌아왔다. 오늘날 이베이 고객들은 큼지막한 제품 연속 사진들을 넘겨보며 원하는 물건을 찾고 있다.
도나호와 그의 팀은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 더 많은 고객들을 이베이로 유치해야 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페이팔 하나만으론 역부족이다. 경영진은 향후 3~5년 내에 현재 1억 1,200만 명인 활성 사용자 수를 두 배로 늘릴 계획이다. 이를 위해 국가간 거래를 활성화하고, 중국과 같은 나라들에서 이베이의 국제적 입지를 다지려 하고 있다. 작년 말에는 이베이 스타일 eBay Style을 선보였다. 고급 온라인 소매업체 시우닷컴 Xiu.com과 협력해 중국 고객들의 해외 구매를 대행해주는 서비스다. 시우닷컴이 배송이나 고객 서비스 같은 국내 업무를 처리하면서 이베이의 중국 시장 진출을 돕는 동안, 이베이는 중국의 까다로운 규제환경에 대처하려 하고 있다.
도나호는 기술업계에서의 성공이 찰나에 지나지 않는다는 사실을 뼈저리게 느낀 바 있다. 그는 실리콘 밸리에서 수많은 혁신이 일어났지만, 오랫동안 살아남은 기업은 인텔, 시스코, 애플, 오라클, 휼렛패커드 정도에 지나지 않는다고 경고한다. 이베이가 과거의 상태(도나호가 8년 전에 목격했던 비대하고, 자만에 차고, 변화에 뒤떨어진 기업)로 퇴조하지 않는 원동력은 무엇인가? 그의 지지자들은 도나호 자체가 예방주사와 같은 역할을 한다고 말한다. 정말이다. 수많은 CEO들이 성공을 자축하고 있을지 모르는 이때, 그는 아직 미완성으로 남은 일들에 집중하고 있다. 그는 포춘과의 인터뷰에서 이베이는 좋은 기업이지만, 아직 위대한 기업은 아니라고 말했다. 더 정확히 말하면, 만족할 만큼 직원들이 이베이 제품을 활용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는 새너제이 시빅에 모인 직원들에게 “경쟁사 제품이 회사 메일박스로 배달되는 것을 보았다. 여러분은 우리 제품을 사용해야 하고 가능한 모든 곳에서 페이팔로 결제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한때 도나호의 상사였고, 지금은 이베이 이사회 멤버로 활동하는 티어니는 “존의 최고 장점은 적절한 질문을 찾아내는 것이다. ‘회사 상황이 호전되고 있나?’라는 것은 정말로 중요한 질문이었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오늘날 상황에 더욱 타당한 질문은? 아마도 ‘이베이가 완전히 재기한 것인가’일 것이다. 그리고 많은 투자자들은 하나같이 그렇다고 답할 것이다. 하지만 도나호는 이베이가 여전히 긴 여정 중에 있다고 답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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