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LLUSTRATIONS BY CHRIS KOEHLER
9.11 테러 이후 아프가니스탄에서 벌어진 탈레반과 미군의 전쟁이 마무리돼 가면서 미국은 시급히 제압해야할 새로운 적을 맞았다. 파병 장병들의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가 그것이다.
"이륙 5분전!"
헬리콥터의 엔진 소음이 가득한 가운데 제임스 켈리 원사가 수신호를 보내며 이렇게 소리쳤다. 헬리콥터의 화물칸에는 소총과 전투배낭을 맨 병사들이 줄지어 앉아있었다.
병사들이 속한 미 육군 제101공수사단 불독 중대는 수십 명의 아프간 정부군, 전방항공통제관, 정보장교, 폭탄탐지 군견들과 함께 적지로의 공중강습을 앞두고 있었다. 작전명은 '라이언 스트라이크'. 아프가니스탄 남부의 칸다하르주에서 가장 위험하기로 유명한 탈레반 지배지역을 장악해야하는 게 이날의 목표였다. 병사들은 지상군의 진격에 앞서 탈레반 게릴라와 무기가 숨겨져 있다고 의심되는 여러 마을을 급습, 적의 매복 및 급조폭발물(IED) 공격을 예방해야 했다.
이미 설치돼 있을지도 모를 IED에 의한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 작전본부에서는 F-15 전투기를 동원, 병사들이 착륙하기 전 500파운드(227㎏)급 유도폭탄을 투하할 예정이었다.
이날 작전에는 필자가 직접 동행했다. 병사들의 정신건강에 위해를 가할 수 있는 최전방 부대의 일상적 전투상황을 체험하기 위해서였다. 현재 아프가니스탄 파병 미군의 자살자 수는 전사자 수를 넘어선지 오래다. 필자와 함께 헬리콥터에 타고 있는 장병들은 탈레반의 공격으로 전사할 확률보다 자살할 확률이 더 높다는 얘기다.
새벽 4시에 이륙한 헬리콥터는 강하 지점에 도착하더니 속도를 줄이고 꽁무니를 아래로 내린 채 빠르게 하강했다. 병사들은 소총과 장비를 부여잡고 일어나 뒷문으로 향했다. 그리고 뒷문이 열리는 순간 신속히 뛰쳐나가 사방으로 퍼진 다음 주변을 경계했다.
민간인인 필자는 이륙 이전부터 심박수가 빨라지고 아드레날린이 마구 분비되는 것을 느꼈다. 시간 감각도 달라져 모든 일들이 동시에, 그리고 아주 느리게 벌어졌다. 하지만 불독 중대원들의 몸과 정신 상태는 필자와 전혀 달랐다. 무수한 연습을 통해 본인이 해야 할 임무를 정확히 알고 있었고, 정신적 스트레스는 오히려 주의력과 작전 수행 능력을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그러나 이 효과는 오직 전쟁터라는 공간에서만 나타난다. 제대 후 집으로 돌아온 뒤에는 정신에 심각한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실제로 20세기에 일어난 모든 분쟁에 참전한 미군에서는 전사자 수를 훌쩍 뛰어넘는 정신적 부상자가 발생했다. 미국 재향군인회에 따르면 2001년 이래 현재까지 20만명 이상의 이라크, 아프가니스탄 참전 병사들이 외상후 스트레스 증후군(PTSD) 진단을 받았다. 같은 기간 발생한 전사자 및 부상자 수의 4배나 되는 수치다.
물론 대다수 병사는 제대 후 민간인으로서의 생활에 잘 적응하지만 그렇지 못한 비율도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다. 자살, 배우자 학대, 자녀 방치, 약물 및 알코올 중독 등에 빠지는 사람들의 비율이 크게 늘고 있는 상태다.
전쟁이 남긴 정신적 상처는 고대 그리스의 작가 호메로스가 '일리아스'에서 다뤘을 만큼 문학계에서는 오랜 주제였지만 의학적 접근이 이뤄진 것은 의사들이 '포탄 충격(shell shock)'이라는 용어를 만든 제1차 세계대전 때부터였다. 초창기 의학계는 수일~수주일 동안 지속되는 포격이 뇌를 흔들면서 악몽, 떨림 등 다양한 질환을 유발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1차 대전이 종전되던 시기에 이르러 포탄 충격이 물리적 작용보다는 심리적 작용에 더 가깝다는 사실을 깨닫기 시작했다.
이후 제2차 세계대전 때는 심리학자들에 의해 포탄 충격이 '전투 피로증(battle fatigue)'이라는 용어로 대체됐다. 어찌할 수 없을 만큼 심각한 심신의 탈진을 지칭했다. 그리고 베트남 전쟁을 통해 연구자들은 전투와 관련해 인간의 뇌 및 신체의 변화를 더욱 잘 파악하게 됐다. 그들은 심리적·생리적 반응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병사들에게 불안과 강렬한 회상을 일으킨다고 결론 내렸다.
이런 과정을 거쳐 1980년 트라우마에 노출된 뒤 나타나는 과도한 각성 상태, 불면증, 공포 기억, 부적절한 감정 반응 등의 증상을 가리켜 PTSD라 부르게 됐다.
지난 10년간 미군이 전투지역에 파병한 군인은 200만명에 달한다. 이들은 베트남 전쟁 이후 가장 많은 PTSD 데이터를 제공하고 있으며, 현재 미 육군은 이 데이터를 바탕으로 국립정신건강연구소(NIMH)와 함께 6,500만 달러 규모의 '군 요원의 위험 및 회복력 측정 연구(STARRS)'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있다.
내년에 종료되는 이 프로젝트를 통해 미 육군은 10만명 이상의 현역병과 신병들을 관찰하고, 혈액 샘플을 채취하고 있으며, 이를 활용해 전투 스트레스와 자살을 유발하는 요인들을 파악하고자 한다.
이는 분명 필요한 연구지만 안타까운 점도 있다. 앞으로 파병될 병사들은 이번 연구의 혜택을 누릴 수 있겠지만 이미 전장에 나가있는 병사들에게는 사후약방문에 불과하다는 부분이다.
이를 직시한 미 육군은 현역병들을 위한 PTSD 관련 프로그램도 내놓았다. 1억2,500만 달러 규모의 '포괄적 군인·군인가족 보건(CSF2)'도 그중 하나다. CSF2의 궁극적 목표는 PTSD의 예방. PTSD에 대한 내성을 키워 미래에 치르게 될 전쟁에 대비하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감정적, 사회적, 신체적, 종교적 측면을 포괄하는 통합형 훈련요법을 도입·운용할 예정이다.
그런데 과연 이것이 정말 효과를 발휘해 병사들을 PTSD로부터 지켜낼 수 있을까.
대다수 병사는 제대 후 일상생활에 잘 적응하지만 자살, 배우자 학대, 약물중독 등에 빠지는 사례가 크게 늘고 있다.
아프가니스탄의 최대의 미군 기지인 바그람 기지에는 CSF2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설치된 자유회복센터(FRC)가 있다. 전투 중 정신적 트라우마와 스트레스를 받은 병사들이 쉴 수 있는 안식처다. 이곳에는 행동과학 전문가들과 치료견이 배치돼 있으며 푹신한 소파와 DVD플레이어, X박스 게임기도 있다.
햇빛이 화창한 어느 겨울날 필자가 이곳을 찾았을 때 4명의 병사들이 행동과학을 전공한 감미로운 목소리의 여성 병사로부터 긴장을 이완하는 기술에 대한 강의를 듣고 있었다.
"긴장을 푸세요. 그리고 여러분 속에 있는 평화와 평온의 샘을 찾아보세요."
이윽고 이 여성 병사는 음악이 흘러나왔던 MP3플레이어를 정지시킨 뒤 눈을 감은 채 편안한 자세로 앉아있던 병사들에게 말을 이었다.
"자, 지금까지 깊은 이완을 위한 음악을 들었습니다. 어제는 명상을 유도하는 음악도 들으셨죠? 그럼 이제 이완을 위해 뭘 하실 건가요?
질문을 받은 대니얼 피오트로우스키 병장이 대답했다.
"오랫동안 뜨거운 물로 샤워를 하고 싶네요. 그러면 이 현실의 모든 것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을 것 같아요."
잠시 어색한 침묵이 흘렀다. 그래서 필자는 피오트로우스키 병장에게 부대 내에 좋은 샤워시설이 없느냐고 물었다.
"있기는 있었죠. 폭탄트럭의 공격을 받고 박살나기 전까지는요."
제10산악사단 소속인 그는 와르다크주 탕기계곡에 위치한 전초기지에 배속돼 있었다. 탈레반 장악지역인 탓에 매일 같이 게릴라들의 박격포 공격이 이어지는 곳이었다. 탕기계곡을 따라 고속도로가 있었는데 어느 날 2,000파운드(900㎏)의 폭탄을 실은 덤프트럭이 기지로 돌진해 폭발하면서 기지 절반이 날아갔다고 한다.
이 사고로 그를 포함해 26명의 병사가 부상을 당했지만 다행히도 사망자는 자살폭탄테러범 한 명 뿐이었다. 공격을 직감한 선임하사의 사전 대피 명령이 인명피해를 줄였다. 그러나 이번 공격으로 피오트로우스키 병장은 과거에 이라크에서 폭탄에 피격됐던 때의 트라우마가 되살아났다. 극심한 불면증에 시달렸고, 집중력이 떨어지면서 삶에 대한 흥미조차 잃어버렸다. 이를 지켜본 중대장의 권유로 FRC에서 안정을 찾는 중이었다.
CSF2는 이처럼 부상과 트라우마가 누적된 병사들에게 긍정심리학을 적용해 해외 파병 상황을 극복하도록 고안된 프로그램이다. 2차 세계대전 이후 심리학자들은 개인의 행동 수정을 위해 고통과 병적 측면에 초점을 맞춰 왔지만 긍정심리학은 그보다 정서적 자각이나 자제력 같은 능력의 증진에 중점을 둔다.
긍정심리학의 창시자 중 한 명인 펜실베이니아 긍정심리학 센터 마틴 셀리그먼 소장은 이 같은 방식의 행동 수정 분야에서 오랫동안 활약한 인물이다. '학습된 무기력(learned helplessness)' 이론을 창안, 감금 혹은 억류된 사람들이 주체의식에 대한 자각 결여가 나타나 심리적 붕괴를 일으키는 현상을 해석하기도 했다.
어쨌든 CSF2에서는 개인의 회복능력을 감정, 신체, 사회, 가정, 종교라는 5개 영역으로 구분한다. 미 육군은 이에 기반해 병사들의 정확한 사격능력과 장거리 행군 능력, 엄정한 군기 배양은 물론 감정과 전우애, 배우자와의 관계, 종교적 믿음을 강화하는데 힘쓰고 있다.
그 일환으로 현재 미 육군에 입대하는 모든 신병들은 '전반적 기능평가 툴'이라는 설문조사를 받고 있다. 이를 가지고 각 병사의 회복능력이 측정되며, 미래에 나타나는 변화에 대한 기준점이 되기도 한다. 또한 병사들은 제대할 때까지 개인 및 단체 심리교육을 받는다. 아예 심리학자와 행동과학 전문가가 전투부대와 동행하는 경우도 있다.
FRC의 강의가 끝나자 병사들은 개인시간을 즐기기 위해 조용히 사라졌다. 4명의 병사는 며칠 후면 원래 소속됐던 중대로 복귀할 것이다. 혹여 심리치료를 받았다는 사실을 동료들이 삐딱하게 바라보지는 않을까. 피오트로우스키 병장은 어깨를 으쓱였다.
"저는 저희 중대에서 FRC에 온 첫 번째 병사에요. 하지만 첫 테이프를 끊은 만큼 앞으로 다른 병사들은 FRC의 도움을 받는 걸 부끄러워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아프가니스탄 남부의 칸다하르 미 공군기지에는 병원이 하나 있다. 이 병원은 항공기로 이송된 부상병들을 단 1초라도 빨리 치료할 수 있도록 활주로의 끝에 위치한다. 그리고 그 옆에 '롤 2(Role 2)'라 불리는 외래환자 치료병동이 있는데, 바로 이곳이 전투 스트레스의 치료를 목표로 정신과 의사와 행동과학 전문가들로 꾸려진 제883 의무중대의 일터다.
중대장인 리처드 토이 중령은 한 주립정신병원에서 정신과 의사로 일하다가 예비군으로 소집돼 IED나 총격에 의한 트라우마에 노출된 장병들의 정신건강을 보살피게 됐다.
"이곳은 전방, 후방이 따로 없이 모든 곳이 최전방이에요. 저희 중대의 임무는 가급적 많은 병사들이 소속 부대에서 제 역할을 다 할 수 있도록 돕는 거죠. 단체보다는 개인에게 집중하는 민간사회의 정신과와는 많이 다릅니다."
현재 그의 부하들은 다양한 종류의 예방·치료법을 수행한다. 그중 대부분은 일반적으로 정신과에서 활용하는 기법이지만 미 육군의 몇몇 PTSD 대책은 그렇지 않다. 때문에 그는 그런 기법의 효과를 확신하지 못하고 있다. 특히 CSF2 프로젝트에 대해서는 매우 회의적이다.
"종교적인 사람, 사회성이 좋은 사람, 신체적 건강이 뛰어난 사람이 스트레스에 대한 회복력이 우월하다는 이유로 병사들이 그런 특성을 갖도록 훈련시킬 수는 있겠죠. 하지만 훈련을 통해 정말로 스트레스 회복능력이 향상된다고는 생각하지 않아요. 제가 보기에 그건 그럴싸한 과학적 근거를 갖춘 듯 보이지만 실제로는 과학적이지 않은 유사과학(pseudoscience)일 뿐인데도 엄청난 돈을 쏟아 붓고 있는 겁니다."
그에 따르면 이는 CSF2의 롤 모델이 됐던 미국 펜실베이니아대학 연구팀의 '펜실베이니아 회복탄력성 프로그램(PRP)'에서도 일부 증명됐다.
"PRP는 초등학생과 중학생들의 회복능력을 높여 우울증 및 불안감을 예방하는 게 목표였어요. 프로그램에 참가한 아이들 중에는 회복능력이 크게 높아진 경우도 있었지만 아이들에게 행해진 요법들의 긍정적 효과 중 일부는 위약효과로 밝혀졌죠."
비영리기구 '사회적 책임을 생각하는 심리학자들'의 전 회장이었던 로이 아이델슨 박사도 여기에 동의한다.
"설령 PRP가 특정 인구 집단, 예를 들어 우울증과 불안증을 보이는 학생들에게 어느 정도 효과를 발휘했다고 해서 전투병들에게까지 효과가 있을 거라는 보장은 전혀 없습니다."
병사들은 적을 죽이는 데 타고난 반감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 역사를 통해 증명되었다.
전쟁 관련 미 정부의 예산이 급증하면서 약물, 유전학 등 신기술을 활용한 신개념 PTSD 예방·치료법 개발 연구도 활기를 띠고 있다.
일례로 국립정신건강연구소(NIMH)의 연구에서는 PTSD 환자들은 신경전달물질인 세로토닌의 수용체 가운데 특정 종류가 부족하다는 결과가 도출됐다. 또 다른 연구팀은 교내 총기난사 사건을 경험한 여성들 중 세로토닌 수송체 유전자(serotonin Transporter gene)를 보유한 여성이 PTSD에 걸리기 쉽다는 결론에 도달하기도 했다. 향후 이 같은 연구결과들을 통해 전투에 최적화된 병사를 선별할 수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또한 이스라엘의 셰바메디컬센터 연구팀은 충격적 상황을 겪은 직후에 즉시 코르티솔 호르몬을 주사해 스트레스 반응 경로를 차단하면 PTSD의 방지가 가능할지도 모른다는 가설을 연구 중에 있으며, 2011년 펜타곤은 D-사이클로세린(D-cycloserine)이라는 약물이 트라우마 상황에 대한 공포스러 기억을 경감시킬 수 있는지를 연구하는데 1,100만 달러의 예산을 배정하기도 했다.
한편 이런 종류의 연구들은 오랫동안 여러 전문가들의 괴롭혀왔던 주제다. 1980년대에 군사학자 리처드 게이브리얼은 전투 스트레스 문제를 약물로 해결하려해서는 안 된다고 권고했다. 전투 스트레스를 없앨 마법의 약물이 개발되면 인간성을 상실한 소시오패스들의 군대가 탄생할 위험이 크다는 이유에서였다.
이와 관련 병사들은 기본적으로 적을 사살하는 것에 반감을 갖고 있다. 이를 증명하는 연구결과는 매우 많다. 제2차 세계대전 중 S.L.A. 마셜 대령은 치열한 전투를 치른 지 얼마 되지 않은 보병들을 면접한 후 이들의 80~85%가 적을 보고도 사격하지 않았음을 발견했다. 또 다른 연구팀은 게티스버그 전투 등 과거의 전장에서 발견된 머스킷 소총 2만7,574정 중 무려 90%에 탄환이 장전돼 있음을 확인한 뒤 마셜 대령과 비슷한 결론을 내렸다.
반면 현대의 군대는 실전과 유사한 훈련으로 이 같은 인간성 발현을 최소화하고 있다. 원이 그려진 표적지를 사람 모양으로 바꾼 것이나 신병들을 욕설, 사격, 백병전 등 강압적이고 스트레스 많은 상황에 던져 넣는 것이 그런 노력의 일환이다. 그러면 신병들은 점차 폭력에 익숙해지고 부대의 결속과 상관에 대한 충성을 최고 가치로 삼게 된다. 그래서인지 미군 병사들의 자발적인 사격 비율이 6.25 한국전쟁에서는 55%, 베트남 전쟁에서는 90%까지 높아졌다.
병사들은 이렇게 전장에서 적들을 죽이면서 전쟁을 승리고 이끈 다음 가정으로 돌아오면 큰 문제없이 사회에 적응할 수 있다고 믿는다. 하지만 현실은 그리 녹록하지 않다. 그동안 몸에 익힌 훈련과 민간인으로서의 생활은 접점을 찾기 힘들 만큼 괴리가 크기 때문이다.
칸다하르주에 여명이 밝아올 때쯤 헬리콥터에서 내린 불독 중대 병사들과 아프간 정부군은 칸다하르 공군기지에서 16㎞ 정도 떨어진 파슈물이라는 마을 외곽에 도착했다. 전열을 정비한 병사들은 마을로 진입해 탈레반 게릴라오 무기 창고를 찾기 위한 수색에 돌입했다.
이번 작전은 노련한 병사들도 긴장을 늦출 수 없는 고난이도의 임무였다. 철저한 사전준비를 했지만 사고를 당하지 않으려면 순간순간의 상황에 맞춰 임기응변에도 능통해야 했던 탓이다. 모퉁이를 돌 때마다, 발을 내딛을 때마다 적들이 설치해 놓은 부비트랩을 조심해야했다.
병사들은 이 점을 명심한 채 소총의 안전핀을 풀고, 신속하게 이동했다. 짚단마다 속을 뒤졌고, 소총을 겨누고 의심스런 가옥에 들어갔다. 수색을 시작한지 30여분이 지났을 때쯤 어느 집 마당에서 AK-47 소총 1정과 로켓 포탄 몇 발이 나왔고, 마을주민 여려 명이 억류됐다.
이날 작전은 분명 매우 까다로웠지만 병사들이 그동안 훈련받은 일이기도 했다. 그리고 불독 중대 병사들은 전쟁도 때로는 재미있다는 점을 애써 부정하지 않았다. 파슈물에서 부하들을 이끌고 지독한 전투를 치른 적이 있는 닉 윌리엄스 중위는 이렇게 말했다.
"전쟁은 즐거워요. 죽지만 않는다면요."
불독 중대의 병사들 같은 수만 명의 병사들은 귀국하면 민간인 생활에 적응해야 하는 새로운 과제에 직면한다. 그 과제는 전투보다 덜 재미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전투만큼이나 어려운 과제임에 틀림없다.
긍정심리학(positive psychology) 인간의 긍정적인 심리를 과학적으로 연구하여 긍정적 사고와 행복을 지원하는 학문 분야.
위약효과(placebo effect) 약효가 전혀 없는 가짜 약을 진짜라고 속여서 복용시켰음에도 환자가 자신의 병이 나을 것이라는 심리적 믿음에 의해 병세가 실제로 호전되는 효과.
코르티솔(cortisol) 급성 스트레스에 직면했을 때 이에 대응하기 위해 콩팥의 부신 피질에서 분비되는 호르몬.
소시오패스(sociopath) 성공을 위해서라면 나쁜 짓을 저질러도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않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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