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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노믹스 5년을 듣는다

[FK초대석] 박재완 전 기획재정부 장관

'경제만은 확실하게 살릴 것'이란 국민의 부푼 기대 속에 출범했던 이명박 정부가 5년간에 걸친 긴 항해의 돛을 접었다.

이명박 대통령은 경제를 살리고 국격을 높이기 위해 지난 5년간 지구를 19바퀴나 돌았다. 새로운 미래 먹거리를 찾아 49차례나 해외 순방길에 올라 84개국(중복 방문을 제외하면 43개국)을 방문했다. 논란에도 불구하고 4대강 사업이 마무리되었고 친서민정책과 함께 대·중·소기업 간 동반성장을 위한 정책도 강도 높게 추진됐다.

그렇다면 MB노믹스는 성공적이었는가. 세계적인 경제위기 상황에서 우리 경제를 이 정도로 이끈 공로를 인정해야 한다는 시각도 있다. 이명박 정부는 글로벌 금융위기를 헤쳐나가기 위해 비상경제대책회의를 145차례나 열었다. 한 달에 2번꼴이 넘는다. 그 결과 가장 성공적으로 글로벌 금융위기를 극복했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하지만 경제 성적표는 기대 이하라는 비판도 적지 않다. 성장활력이 떨어지고 가계부채, 부동산 침체와 같은 구조 문제가 여전한 가운데 서민들의 생활은 더욱 팍팍해졌다는 것이 그 근거다.
이제 막 항해를 끝낸 정권의 공과를 지금 평가하는 것은 시기상조다. 우선은 MB노믹스의 성적에 대한 정리와 기록이 필요하다. 제대로 된 평가는 역사의 몫이다.

포춘코리아는 지난 2월12일 퇴임을 앞둔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을 만나 MB노믹스 5년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박 장관은 대통령실 정무수석 비서관, 국정기획수석 비서관, 고용노동부 장관을 거쳐 마지막 경제 사령탑을 맡았다. MB노믹스의 주역 가운데 한 사람이다. 박 장관의 표정은 시종일관 자부심에 찼지만, 사안에 따라 미안함도 숨기지 않았다.

대담 : 박시룡 서울경제 부사장 겸 포춘코리아 발행인 정리: 유부혁기자 yoo@hmgp.co.kr 사진: 이호재기자


Q: 한국 경제의 발달 과정상 이명박 정부 5년에 대해 어떤 의미를 부여할 수 있습니까.
A: 무엇보다도 1인당 국민소득 2만 달러 시대에 안착했다는 점이 중요합니다. (국민소득은) 2007년 잠시 2만 달러를 넘어선 이후 글로벌 위기를 거치면서 1만 6,000달러까지 내려갔다가 다시 회복됐습니다. 이제는 안착했다고 봐도 좋을 것 같습니다. 이른바 중진국의 함정, 2만 달러의 고비를 넘어섰다고 할 수 있습니다. 소득과 함께 국격도 높아지고 이미지도 크게 개선됐다고 생각합니다. 종합해서 선진국의 문턱에 다다랐다고 볼 수 있습니다.


성장, 물가, 국제수지 등 거시지표를 중심으로 지난 5년간의 성과를 정리해 주십시오.
성장률은 지난 5년 평균 2.9%를 달성했는데 이는 정부의 당초 출범 약속에 대한 국민들의 기대에 비하면 턱없이 모자란, 실망스런 수치임을 인정합니다. 그러나 절대적 수치보다는 대내외 여건을 감안한 상대적 평가가 필요합니다. 원인으로는 정부가 출범하자마자 불어닥친 글로벌 금융위기, 2010년 하반기부터 시작된 유로존 재정위기가 겹친 것을 꼽을 수 있습니다. 지난 정권의 경우 전반적으로 호경기였음에도 성장률은 세계 경제 성장률에 비해 0.5% 정도 낮았습니다. 이와 비교할 때 지난 5년 세계 경제의 평균 성장률 (2.9%)과 같은 수준의 성장세를 유지한 것은 상대적으로 선방했다고 봐도 좋을 것입니다. 100미터 달리기로 비유하면 역풍을 안고 달려서 기록은 처졌지만 순위는 낮아지지 않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물가여건도 매우 나빴습니다. 대부분의 기간 동안 유가가 100달러를 넘는 고유가 시대가 지속됐고, 세계 기상이변으로 국제 곡물가격도 크게 뛰었습니다. 생활물가 쪽에서 충격이 클 수밖에 없어 물가는 당초 목표보다는 조금 높은 수치를 기록했죠.

서민들의 식탁 물가를 확실히 잡지 못한 점은 상당히 죄송스럽게 생각합니다. 다행인 것은 임기 후반으로 들어서면서 물가가 안정세에 접어들었다는 점입니다.

일자리는 125만 개가 새롭게 창출됐습니다. 연간 25만 명 수준인데, 2003년부터 2007년까지 이른바 세계 경제 호황기에 연간 24만 개의 일자리가 창출된 것과 비교하면 선전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미·중·일 등 선진국들은 2007년 달성했던 일자리 수준을 아직 회복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일본은 150만 명, 미국은 300만 명 이상 부족한 실정입니다. 우리와 독일 정도가 일자리 창출에 성공한 나라라 할 수 있습니다.

경상수지 면에서도 좋은 성적을 거두었습니다. 작년의 경우 사상최대인 434억 달러의 경상수지 흑자를 기록했으며 특히 만성 적자를 면치 못하던 서비스 수지가 처음으로 흑자로 전환됐습니다.

종합하면 주요국가들 중에서 두 차례에 걸친 세계 경제 위기에도 불구하고 해마다 성장을 거듭한 나라는 우리나라가 유일합니다.


당초 747정책으로 요약되는 'MB노믹스'에 제시된 청사진과 비교해 볼 때 실적이 초라하다는 비판이 많습니다.

사실입니다. 원래 747정책은 10년 계획이긴 하지만 성장률의 경우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는 점에서 실적이 초라하다는 비판을 겸허히 수용해야 할 것 같습니다. 그러나 대외 의존도가 매우 높은 우리 경제의 특성상 불가피한 측면이 있었다는 점에 대해 이해를 바랍니다.

무역 1조 달러 시대를 열게 돼 지난해 무역규모 면에서 세계 8위를 차지했고 수출규모도 7위로 올라섰습니다. 그만큼 국력이 커진 것입니다. 그런 점에서 성장률을 제외한다면 747이 지향하는 세계 7위 경제대국의 기반을 다졌다고 생각합니다.


지난해 성장률이 2.0%에 그쳤을 정도로 우리 경제의 성장활력이 급격히 떨어지고 있습니다. 지난 5년간 성장 잠재력 확충 면에서 어떤 성과가 있었는지, 앞으로의 과제는 무엇이라고 생각 하는지 말씀해 주십시오.

저성장 국면에서 벗어나 잠재성장률 4% 내외로 복귀하는 것이 과제입니다. 경제활력 증진을 위해서는 고령화 추세를 최대한 늦출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하며. 고령 인력들이 생산활동에 직접 참여할 수 있도록 기회를 늘릴 필요가 있습니다. 잠재력이 있는 여성들을 위한 일자리 창출도 적극 지원해야 할 것입니다. 성장활력을 높이는 일은 하루아침에 가시적 성과를 볼 수 있는 일이 아닙니다. 인내심을 갖고 여성인력과 노령층의 경제활동 참여율을 제고하는 한편 신성장동력에 대한 기술개발과 기업투자를 늘려나가는 노력을 지속해야 합니다. 최근 출산율이 높아지고 있는 점은 긍정적인 신호라 생각합니다.

금융을 하나의 큰 산업으로 키워내지 못한 부분은 아쉬움으로 남습니다. 그렇지만 녹색성장이라는 새로운 비전을 제시했습니다. 녹색성장 패러다임은 이제 세계적인 아젠다가 되었는데, 우리처럼 선진국이 아닌 국가의 제안이 글로벌 아젠다가 된 것은 유례가 없는 일입니다. 서비스 산업과 내수분야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 노력해 왔고 관광, 콘텐츠 등의 분야에서 어느 정도 진전이 있었습니다. 세계은행이 평가하는 기업환경평가도 2011년 9위, 2012년 8위로 높아졌습니다. 얼마 전 블룸버그에서 발표한 세계혁신지수도 우리나라는 미국에 이어 2위를 차지했습니다. 연구개발비에 대한 투자를 지속적으로 확대해 온 것이 주된 요인이라 생각합니다. 매년 예산 증가율은 5% 정도인데 연구개발비는 10.3% 증가했습니다. 이 같은 과정을 통해 핵심 성장동력이 계속해서 발굴될 것으로 기대합니다.


"금융을 하나의 큰 산업으로 키워내지 못한 부분은 아쉬움으로 남습니다. 그렇지만 녹색성장이라는 새로운 비전을 제시했습니다."



개발연대 이후 지속돼 온 수출의존형 성장이 한계에 부딪혔으며 이제는 내수를 활성화시켜야 한다는 진단이 많습니다.
기본적으로는 세계 경기 침체로 인해 소득이 증가하는 속도가 떨어지고 있습니다. 내수활성화가 중요하지만 세계 경제가 침체된 상황에서 내수 활성화는 어느 정도 한계가 있을 뿐 아니라 여러 가지 장애 요인이 도사리고 있죠. 우선 가계구조의 변화도 내수활성화에 걸림돌이 되고 있습니다. 1인, 2인 세대가 늘어나면서 가구 수는 늘어나고 가구당 소득 편차는 더 심화되고 있는 실정입니다.

최근에 4대 보험 등 부담금이 빠른 속도로 늘어나고 있는 것도 제약 요인입니다. 국민연금의 경우 공공부문에서는 자금이 축적되고 있지만 가계의 입장에서 보면 소비를 제약하는 면이 있습니다. 고령화와 핵가족화, 부담금의 증가, 주택 시장의 부진과 침체 등도 내수 진작을 어렵게 하는 요인이 되고 있습니다. 이런 점들을 감안해서 주택 시장 정상화, 가구 구조의 변화에 부응하는 소비 진작 노력이 요구됩니다.


당초 규제개혁을 통한 시장 경제 활성화를 내걸었는데, 결국 영리의료법인 허용 등이 이뤄지지 못했습니다.

수출부문과 내수산업 간에 격차가 크고, 특히 낙후된 서비스부분이 우리 경제의 발목을 잡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국민소득이 2만 달러 중반으로 진입하면서 서비스산업에서 새로운 돌파구를 열어야 할 때이죠. 그러나 투자개방형 의료법인 신설 허용, 관광호텔 입지규제 개혁 등 서비스산업 활성화를 위한 방안들이 각종 규제 올가미와 칸막이들에 가로막혀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습니다. 국내 서비스 산업은 제조업에 비해 생산성이 54% 수준에 불과할 정도로 낙후돼 있습니다. 제조업은 글로벌 경쟁에 치열했던 결과로 경쟁력이 높아졌지만 서비스 산업은 아직 우물 안 개구리나 다름없습니다. 공론화 과정을 거치고 사회 대타협을 통해 규제를 완화하고 문호를 열어서 경쟁력을 제고해야 합니다. 조금씩 진전은 있지만 다음 정부에서는 이런 문제를 풀기 위한 노력이 결실을 거두길 기대합니다.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는 가계부채도 심각한 문제 중 하나입니다. 가계부채가 경제위기의 뇌관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결론적으로 말해 가능성이 없습니다. 가계부채 규모가 증가하고 있지만 2011년 하반기부터 증가속도는 계속 둔화되고 있습니다. 부채를 하루아침에 줄이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비록 부채규모는 증가하지만 증가율이 둔화되고 있고, 질적으로도 단기 대출에서 장기 대출, 변동금리 대신에 고정금리로 갈아타고 있습니다. 가계부채가 안고 있는 여러 가지 취약점이 완화·개선되고 있다고 할 수 있죠.

취약 계층, 다중 채무자, 일부 영세 자영업자의 경우에 위험이 있긴 하지만 맞춤형 대책을 통해서 어려움을 덜어 주면 경착륙을 막을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감세로 상징되는 이명박 정부 초기의 신자유주의적 정책기조에 대한 평가와 함께 결과에 대해 말씀해 주십시오.

감세는 신자유주의 기조에 입각한 보수정부의 정책이라고 볼 수 있지만 그보다는 글로벌 금융위기 극복을 위해 국제사회가 공동으로 추진한 위기대응책의 일환이었습니다. 세금은 깎고 재정지출과 통화공급을 늘리자는 것이 당시 G20국가들 간에 합의된 공조정책이었죠. 보호무역을 경계하면서 자유무역을 창달하자는 공감대도 형성됐습니다.

우리나라는 국제사회로부터 금융위기를 성공적으로 극복했다는 찬사를 받았습니다. 2010년 하반기부터 유로존 국가를 비롯해서 미국, 일본 등 대부분의 국가들의 신용등급이 강등되었지만 오히려 우리나라는 작년에 신용등급이 AA그룹에 진입했습니다. 이처럼 고무적인 성과를 얻게 된 데는 정부의 노력도 있었지만 우리 국민의 저력이 바탕이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우리 국민이 세계 경제 위기에 속수무책으로 당한 것이 아니라 체질을 강화하고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잠재력을 보여주었다는 점에서 자부심을 느끼고 있습니다.


부동산 경기 활성화를 위한 대책이 발표됐으나 이렇다 할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습니다. 장기화되고 있는 부동산 시장의 침체를 어떻게 보고 있습니까.

부동산 시장 침체에는 크게 두 가지 요인이 작용하고 있습니다. 우선 가구 구성이 빠르게 변하면서 소형 주택을 선호하는 현상이 두드러지고, 공급 측면에서는 이자가 낮다 보니 전세 대신 월세를 선호하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습니다. 이처럼 수요와 공급의 전반적인 패턴이 변한 것이 부동산침체의 한가지 요인이 되고 있습니다.

2000년대 들어 집값이 상승한 지역의 거품이 빠지면서 가격조정을 거치는 기간이라는 점도 한 가지 요인으로 생각됩니다. 수급 상황을 면밀하게 검토하지 않고 무분별하게 아파트를 건설한 지역일수록 타격이 큰 실정입니다. 지방과 수도권을 나눠서 보면 상당한 온도 차이가 있습니다. 수도권이 더 침체되어 있는데, 2000년대 초의 수도권 과열, 지방 침체에서 역조정되는 과정이 아닌가 하는 분석도 있습니다. 물론 거래가 거의 실종되다시피 한 것은 심각한 문제입니다. 특히 실수요자에게는 큰 고통이죠. 과거 일본과 미국, 최근의 스페인이나 아일랜드의 부동산 폭락과 같은 상황이 벌어지는 것은 아닌가 하는 우려도 일부 있는 것으로 압니다.

그러나 정부는 여러 가지 자료를 바탕으로 전망하고 분석한 결과 그런 사태는 없을 것이라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가구 수가 2035년까지 증가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고 소득도 꾸준히 늘어날 것임을 감안하면 조만간 부동산 경기는 완만한 회복 또는 상승국면으로 돌아서고 거래량도 늘어날 것으로 예상됩니다. 경착륙은 없을 것입니다.

"4대강 사업은 한강 재개발 사업의 확대판입니다. 사업 과정에서 얻은 교훈을 통해 지천과 지류 살리기에 계속 노력해야 합니다."


이명박 정부는 대외부문에서 많은 성과를 거두었습니다. 주요 성과와 의미를 설명해 주십시오.

우선 G7국가가 아닌 나라로는 처음으로 G20 정상회의 의장국 지위에서 회의를 주도하고 세계 경제의 룰을 만드는 데 핵심 플레이어 역할을 한 것은 매우 큰 의미를 지니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브릭스(BRICs)로 대변되는 신흥국과 선진 강대국들 사이에서 이견을 조율하는 중재자로서 역할을 성공적으로 수행한 것은 괄목할만한 지위상승이 아닐 수 없습니다. 적어도 우리가 하는 말에 대해 이제는 세계 주요국이 귀를 기울이는 시대가 된 것입니다. 우리나라의 국격과 국제사회에서 영향력이 그만큼 높아졌음을 보여주는 것이죠.

우리가 제안한 녹색성장이 글로벌 아젠다가 된 것도 빼 놓을 수 없는 성과입니다, 성장과 환경을 융합한 녹색성장이라는 용어는 우리나라보다 국제사회에서 더 잘 알려져 있습니다. 녹색 일자리, 녹색기술을 통해 환경도 보존하고 경제도 부흥시키자는 개념이예요. 우리나라가 제시해서 세계적인 의제가 된 첫 사례입니다. 앞으로 계속 떠오를 수밖에 없는 분야입니다. 앙헬 구리아 OECD 사무총장은 이명박 대통령을 '녹색성장의 아버지'라 부르기도 합니다. 녹색기후기금 유치를 통해 대규모 국제기구를 갖추고 세계로 뻗어나가는 기틀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습니다.

국가신용등급이 일본이나 중국보다 높고 부도 위험이 일본보다 낮다는 점도 자부심을 가져도 좋은 성과 가운데 하나입니다.

UAE에 대규모 원전수출을 성사시켜 몇 안되는 원전 수출국 대열에 합류하고 무역 1조 달러 시대를 연 것도 큰 성과라 할 수 있습니다.

문화적으로는 싸이의 음악, 음식, 한복 등 여러 분야에서 한류가 더욱 확산됐고 김연아와 박태환 선수처럼 선진국형 스포츠에서 세계 1위의 성과를 거둔 것 역시 우리나라의 위상을 높인 좋은 예라 할 수 있습니다.


이명박 정부의 최대 국책사업인 4대강 사업에 대한 논란이 가열되고 있는 데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1988년 서울 올림픽을 앞두고 한강 재개발 사업이 진행됐죠. 그전에는 수질도 나쁘고 수위도 들쭉날쭉이어서 취수도 잘 안되는 상황이었습니다. 준설작업을 하고 잠실과 김포에 수중 보를 설치함으로써 강우량과 관계없이 늘 수량이 풍부하고 일정하게 수심을 유지하게 됐습니다. 아울러 생태계도 복원되었습니다. 4대강 사업은 한강 재개발 사업의 확대판이라고 보면 됩니다.

우리나라는 세계 평균보다 비가 많이 오는 편인데 1인당 이용가능 수자원은 부족한 실정입니다. 국토의 70%가 산이라서 경사도가 급하기 때문에 비가 오면 대부분 바다로 흘러가 수자원의 낭비가 심합니다. 수자원과 수질을 어떻게 관리하느냐는 우리나라 생존의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측면에서 언젠가는 해야 할 사업이기 때문에 사업의 당위성에는 의문의 여지가 없습니다. 다만 감사원에서 지적된 일부 시공상의 문제는 지적을 받아들여서 보강하고 개선하면 될 것입니다. 경부고속도로 건설도 마찬가지이죠. 일부 구간의 보완이 필요했지만 안 하는 게 나았다고 말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4대강 사업에 대해 유엔환경계획(UNEP)에서는 녹색혁명이라고 극찬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태국 수자원관리기술 수출도 성사 가능성이 높다고 봅니다.

4대강 사업을 한꺼번에 하지 말고 10년 또는 20년에 걸쳐 단계적으로 하는 게 낫지 않냐는 지적도 있는 것으로 압니다. 그러나 물과 관련한 공사는 성격상 최단기간에 추진하지 않으면 비용증가 등 여러 문제가 생깁니다. 국민의견을 물었더라도 한꺼번에 공사하자는 쪽으로 모아졌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이미 끝난 사업에 대한 논란보다는 필요한 부분을 보강하고, 사업 과정에서 얻은 교훈을 통해 지천과 지류 살리기에 노력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합니다. 4대강 사업으로 온 국민이 깨끗하고 풍부한 수자원을 누리게 되길 기대합니다.


이명박 정부가 내건 '작고 효율적인 정부'는 어느 정도 성과를 거두었다고 보십니까.

이번 정부는 18부 4처에서 15부 2처로 건국이래 최대규모의 정부조직 개편을 단행했습니다. 키워드는 융합이었습니다. 부처 칸막이를 없애고 종합적인 관점에서 의사결정을 하고 업무를 속도감 있게 진행하자는 것이었죠. 전반적으로 작은 정부라는 취지는 유지되었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대민 업무, 교사 등 새로운 역할이 요구되는 분야에서 공무원 수가 조금 늘어난 것이 사실입니다.

유사기관 통폐합, 자회사 정비 등 공공기관 선진화를 통해 공공부문에서 총 2만8,000명의 감원이 이뤄졌습니다. 한국토지공사와 대한주택공사가 통합돼 LH공사가 탄생한 것이 대표적인 예입니다. 농협의 신용사업, 경제사업을 분리해서 고질적인 문제인 농산물 유통구조를 혁신하는 시도도 있었습니다. 공기업 기능 일부를 민간에 이양하면서 하드웨어 측면에 상당한 성과가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자율책임경영의 정착 등 소프트웨어 측면에서는 여전히 과제가 남아 있다고 봅니다.


노사관계 선진화에도 신경을 많이 썼는데 성과를 말해 주십시오.

국제 기준에 부합하는 방향에서 노사관계의 제도 및 관행에 많은 진전이 있었습니다. 노조 전임자에 대해 근로시간 면제제도가 도입되면서 노조 전임자 수도 많이 줄었습니다. 2011년까지 노사분쟁, 파업으로 인한 근로손실 일수가 꾸준히 감소했고 2010년과 2011년에는 OECD평균보다 낮은 수준을 유지했습니다. 2012년에 노사분규가 늘어난 것은 선거와 관련해서 정치적인 영향을 받았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지난해 세계(歲計) 잉여금에서 적자가 났는데, 이것이 다음 정권의 재정운영에 부담을 주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있습니다.

나라살림이 적자가 나서 다음 정부에 '마이너스 통장'을 물려주게 됐다는 지적이 있는데,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나라살림은 재정수지로 평가해야지 세계 잉여금으로 평가하는 것은 옳지 않습니다.

이해하기 쉽게 통장 잔액을 예로 들어보면 대출을 받지 않고 현금 잔고가 있는 것과 대출받아 잔고를 늘린 것과의 차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지금 나라 통장엔 7조 6,000억 원이 있고 지출해야 할 금액이 7조 7,000억이어서 통장잔고에 해당하는 세계 잉여금은 1,000억 원 적자로 나타납니다. 대신 국채발행은 없었습니다. 반면에 2009년의 경우 세계 잉여금이 5조 원이었지만 국가부채인 국채 발행규모가 35조 원에 달했습니다.

통장 잔고에 해당하는 세계 잉여금은 흑자였지만 재정적자를 메우기 위해 막대한 국채를 발행한 것을 감안하면 사실상 재정수지는 매우 나빴던 셈이죠. 2012년의 경우 국채발행 한도를 지켰고 한국은행으로부터 차입도 하지 않았습니다. 세계 잉여금이 많은 것보다 국채발행을 하지 않고 재정균형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국회에서 정해준 대로 세입과 세출을 알맞게 거두고 쓰는 것이 재정운영의 기본입니다. 1,000억 원이 재정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매우 미미합니다. 국채발행을 하지 않아 국가부채를 늘리지 않았다는 점에서 나라살림을 잘했다고 생각합니다.
더구나 1조 원 정도의 소득세 원천징수 세액을 지난해 미리 환급해 주었다는 점에서 결코 빚통장을 넘긴 것이 아니죠. 올해 지출 금액 중에서 1조 원을 미리 환급했기 때문에 다음 정부에 빚을 넘겼다는 지적은 사실과 다릅니다.


소득세 과표체계 개편, 파생상품 거래세 도입, 종교인 과세 등은 미결로 남게 됐습니다.

성직자 과세는 '시작이 반이다' '천리 길도 한걸음부터'라는 측면에서 이해해 주면 좋겠습니다. 도입원칙이 확정됐고 국민적 공감대도 어느 정도 형성됐다고 봅니다. 영세한 중소규모 종교시설의 경우 성직자 과세는 기술적, 실무적인 협의가 필요합니다. 성직자들의 특성을 존중해서 충분한 협의를 거친 후 개선방안을 내놓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현재 종교단체별로 면담을 통해 입장을 조율하고 있습니다. 파생상품 거래세는 3년 후 추진하는 것으로 준비했지만 국회에서 무산됐습니다. 다시 한 번 더 논의를 할 수 있는 기회가 있을 것으로 봅니다.

소득세 과표체계의 경우 준비는 어느 정도 마무리됐고 일부는 발표됐습니다. 과표체계 개선은 정치 일정을 앞두고 부담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새 정부가 들어서면 5년의 시계를 가지고 전체 조직을 개편할 때 종합적으로 검토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경제성장과 복지는 결코 택일의 문제가 아닙니다. 하지만 최근 정치권이 지나치게 포퓰리즘으로 흐르면서 '복지 지상주의'로 가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있습니다.

무엇이든 과유불급이라 생각합니다. 복지와 성장, 일자리의 3개 축이 함께 맞물려서 선순환 구조가 되어야 하는데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면 다른 두 축에 부담이 됩니다. 그리고 속도 역시 너무 빠르면 선순환을 해치게 됩니다.

우선은 속도를 단계적으로 높여가는 것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복지프로그램의 질도 일하는 복지를 지향할 필요가 있습니다. 성장과 복지를 함께 맞물려서 봐야 하죠. '생산적 복지' 원칙에 입각해 일하는 사람에게 혜택이 가도록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형편에 따라 수요에 맞춘 '맞춤형 복지'가 바람직하다고 봅니다.


세수 증대가 발등의 불입니다. 재정 건전성을 위해 세율인상이 불가피하다면 어떤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보십니까.

세율인상은 최후의 수단이어야 합니다. 4대 보험과 같은 일반 부담금이 빠른 속도로 늘어나고 있기 때문에 조세부담까지 가중되면 내수 타격이 불가피합니다.

우선 시급한 과제는 과세 형평성을 맞추는 것인데 세금 누락이나 탈루를 포착해서 현행 세율을 제대로 매기는 것이 중요합니다.

비과세 감면의 경우 정책적으로 필요하지만 너무 남용되는 측면도 있습니다. 지하경제 양성화 등을 통해 과세대상을 확대하는 것이 우선이고 세율 인상은 그 다음이죠. 최후의 수단으로 세율을 올린다면 국제기구의 권고 등을 존중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개인적으로 일자리 성장에 영향을 주지 않고 부정적인 외부효과를 줄이는 차원에서 환경세, 탄소세 등 에너지 쪽에서 세율을 인상하는 하는 방안이 검토될 수 있을 것입니다.


"경제가 가급적 정치에 휘둘리지 않았으면 합니다. 정치적인 고려나 개입은 정책과 경제의 왜곡을 초래합니다."



최근 화두가 되고 있는 경제 민주화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합니까.
이명박 정부가 추진한 공생 발전, 대·중·소기업 간 동반성장 등과 같은 맥락이라고 생각합니다. 중요한 것은 국제기준에 맞춰 추진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먼저 법이나 제도부터 만들기보다는 자발적으로 공생하고 상부상조하는 관행, 문화를 만들어 나가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제도를 만들더라도 시장친화적이어야 합니다. "하지 말라"고만 하는 제도는 수준 낮은 정책이죠. 시장친화를 위해 많은 연구와 고민이 필요하고. 가급적이면 인센티브를 통해 순응에 대한 보상이 돌아가도록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명박 정부의 마지막 경제 수장으로서 우리경제의 지속적인 성장발전을 위해 남기고 싶은 말씀을 해 주십시오.

경제가 가급적이면 정치에 휘둘리지 않았으면 합니다. 선거를 의식하거나 단기적인 인기에 연연하지 말고 중장기적 관점에서 꼭 해야 할 일, 가야 할 방향으로 정책의 일관성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정치적인 고려나 개입은 정책과 경제의 왜곡을 초래하기 마련입니다.


이명박 정부에서 청와대 수석, 장관직을 각각 두 번씩 맡는 등 공직자로서 전례가 드문 기록을 세웠는데, 특별한 비결이라도 있습니까.

자리를 많이 거쳤다는 점에서 경험을 많이 쌓은 것으로 볼 수도 있겠지만 한자리를 오래 지키지 못했다는 시각도 있을 것 같습니다,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평가도 다를 수 있겠죠. 다만 오늘 내가 하는 일에 최선을 다하는 자세를 잃지 않았습니다. 항상 이 자리가 마지막이고, 오늘이 마지막 출근길일지 모른다는 생각으로 공직생활에 임했습니다.


공직 생활에서 느낀 보람과 아쉬운 점, 퇴임 후 계획이 궁금합니다.

첫 직장이 공직이었는데 대학으로 갔다가 다시 공직으로 돌아 왔습니다. 잠시 머문다는 것이 너무 오래된 것 같습니다. 개인적으로 지난 5년간 국정의 중심에서 치열하게 시간을 보냈다는 느낌입니다. 국가대표 선수로서 가슴에 태극마크를 달고 최선을 다해 뛰었던 영광의 시간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그러나 지난 5년 내내 세계 경제가 어렵고 우리 경제도 저성장 기조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바람에 마치 흉년이 지속된 것 같아 국민들께 송구한 마음 금할 수 없습니다. 조금씩 봄기운이 돌지만 완연한 봄이라고 하기엔 이릅니다.

지난 2차례의 경제위기 때와 마찬가지로 새 정부를 중심으로 우리 모두 마음을 모은다면 다시 한 번 우리 경제가 우뚝 설 수 있을 것으로 믿습니다.

앞으로 어디에 있든 선진경제 진입을 위해 보탬이 되도록 노력할 생각입니다. 대학으로 복귀해 연구도 하고 논문을 쓰면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일을 하고 싶습니다. '고생 끝, 고생 시작'이라 생각하고 새로운 도전을 준비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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