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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톱·클라우딩 통한 3차 산업혁명 시작된다

‘롱테일 법칙’ 창안자 크리스 앤더슨 인터뷰

‘롱테일 경제학’으로 유명한 크리스 앤더슨 Chris Anderson. 그는 온라인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경제 전문가 중 한 명이다. 11년간 IT잡지 ‘와이어드’의 편집장을 지내기도 한 그는 지난해 돌연 저널리스트 생활을 접고 자신이 2009년 설립한 3D 로보틱스의 CEO로 자리를 옮겼다.

이는 지난해 출간된 그의 세 번째 책 ‘제조자들: 새로운 산업 혁명(Makers: The New Industrial Revolution)’과도 밀접한 관계가 있다. 그가 포춘코리아에 자신이 바라보는 제조업의 미래와 한국 경제 전반에 관한 의견을 들려줬다. 다음은 그와 나눈 전화 인터뷰 내용이다.

김의준 기자 eugene@hmgp.co.kr

많은 한국인들이 당신의 혁신적인 아이디어와 미래 지향적인 사상에 감탄하고 있다. 도대체 어디서 그런 영감을 얻는가?

내가 다른 분들과 굳이 다른 점이 있다면 어떤 일에든 항상 직접 참여하려 한다는 것이다. 단순히 관찰만 하는 수준에서 벗어나 직접 뉴스에 참여하고 있다. 내 전공이 아무래도 과학과 기술 쪽이다 보니 본능적으로 새로운 기술들을 직접 시도하게 되는 것 같다. 그래야만 그 기술이 정확하게 어떤 의미이고 어떤 부분에 쓰일 수 있는지 이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롱테일 법칙’*을 예로 들어보겠다. 나는 처음부터 이 용어를 염두에 두고 연구를 시작하지는 않았다. 기본적인 데이터 수집이 출발점이었다. 분명 인터넷에 존재하는 대기업의 데이터에 소비자 행동 변화나 21세기 수요 변화에 관한 뭔가 흥미로운 사실이 숨겨져 있을 것이라는 생각은 했다. 결국 엄청난 양의 데이터 세트를 수집하게 됐고, 그 후 그것을 분석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데이터에 있는 숫자들을 좀 더 자세히 관찰하자 놀라운 사실을 발견하게 되었다. 우리가 ‘머리’, 다시말해 블록버스터급, 상위 40위 혹은 상위 100위에만 너무 집중한 나머지 디지털 시장에 얼마나 많은 제품들이 존재하는지를 깨닫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그 ‘머리’를 잘라내는 과정에서 ‘꼬리’를 발견하게 된 셈이다. 그 깨달음은 단순 관찰이 아닌 참여를 통해 얻어낸 결과물이다.

새 직장에 대해서 얘기를 좀 해달라. 와이어드 편집장 직을 그만두기로 결심한 결정적 계기는 무엇인가? 3D 로보틱스가 추구하는 비전이 있다면?


3D 로보틱스는 무인 비행기를 만드는 회사다. 날아다니는 로보트 말이다. 회사는 현재 3년이 조금 넘었고, 직원은 50명쯤 된다. 나와 조르디 무노즈 Jordi Munoz가 공동 설립했다. 회사 설립 후 나는 와이어드에 잔류했고 무노즈는 계속 회사를 운영했다. 사실 처음에는 회사가 이 정도로 커질 줄 몰랐다. 무노즈가 수백만 달러 규모로 회사를 키워냈다. 그가 성공적으로 기업을 성장시켰기 때문에 내가 와이어드를 떠나는 것에 대한 리스크는 거의 없었다.

삼성과 LG, 그리고 애플과 안드로이드 같은 회사들 덕분에 시작된 스마트폰 혁명은 전화기에 엄청난 기술적 변화를 가져왔다. 전화기에 탑재된 각각의 부품은 사실 스마트폰 밖으로 나와도 엄청난 활용가치가 있다. 예전에는 이 부품들이 엄청 고가였지만 현재는 많이 저렴해진 상태다. 군사나 무기 분야 종사자들만 접해 볼 수 있었던 기술들을 이제는 어디서나 쉽게 배우고 적용할 수 있게 된 셈이다. 우리의 비전은 스마트폰에 활용되는 기술을 적용해 날아다니는 로보트(드론)를 더욱 싸고, 간편하고, 쉽게 접할 수 있는 제품으로 만드는 것이다. 드론은 대부분의 경우 카메라를 운반하는 데 사용된다. 현재는 다소 별나고 낯선 제품으로 느껴지지만 곧 흔한 기술로 받아들여질 것이다. 실제로 최근 농장들이 드론을 활용해 농작물 관리를 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물론 현재의 스마트폰만큼 보급되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확실한 건 현재 500달러를 호가하는 제품이 조만간 100달러 아래로 내려갈 것이라는 사실이다. 소비자들이 관심을 갖기 시작하면 현재 우리가 상상도 하지 못하는 관련 제품들이 쏟아져 나올 수 있다.

“생산의 디지털화로 인해 전문가가 아니어도 세계적인 제조 기술을 활용 할 수 있게 되었다. 이른바 대규모 산업 혁명이 일어날 바탕이 마련된 것이다.”

당신의 책 ‘제조업자’에 3차 산업 혁명이라는 얘기가 나온다. 데스크톱 컴퓨터가 물건을 만드는 제조 문화의 변혁이 시작된다는 말인가?

데스크톱에만 국한된 변화는 아니다. 클라우드도 함께 동반되어야 한다. 데스크톱 제조와 클라우드 제조가 미래 산업 혁명을 이끌게 될 두 축이다. 1차 산업 혁명은 기계 기반이었고, 2차 산업 혁명은 정보와 컴퓨터 중심이었다. 3차 산업 혁명은 둘을 합친 형태로 진행될 것이다. 이는 단순히 제조 방식을 디지털화 한다는 의미가 아니다. 거기까지는 이미 진행이 된 상태다. 내가 의미하는 바는 디지털 혁명이나 생산의 민주화를 통해 산업 기술과 그에 필요한 테크놀로지를 일반인이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현재 일반인의 참여가 확대됨에 따라 관련 아이디어와 창의성, 혁신성 등이 증대되고 있다. 궁극적으로 그것이 새로운 경제 모델을 이끌게 될 것이다. 어떤 기술이든 일반 대중이 사용하기 전까지는 실질적인 변화를 몰고 왔다고 할 수 없다.

한국에서도 점점 확산되고 있는 스타트업 문화에 대해 설명해 달라.

무엇보다 모든 직원들이 회사의 큰 그림, 사업 방향, 하는 일, 그리고 운영 목적에 대해 정확히 이해하고 있어야 한다. 전체적으로 공통된 목적과 비전이 명확하게 그려져 있어야 한다는 말이다. 스타트업이라면 직원들의 업무가 어느 한 분야에 국한되어 있지 않고 자신이 원하는 업무를 팀을 구성해 진행할 수 있어야 한다. 무엇이든 가능하다는 의식, 즉 ‘Yes’ 문화가 깊이 형성된 근무 환경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세계 스타트업의 중심지인 실리콘밸리의 환경은 어떤가?

개인적으로 실리콘밸리에서 살기를 희망했다. 이곳이 전 세계에서 가장 살기 흥미로운 곳이라고 자신한다. 이곳에서 마주치는 대다수의 사람들은 뭔가 세상을 변화시킬 만한 대단한 일을 진행하고 있다. 새로운 기술과 사람들의 활력이 넘쳐나는 곳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런 것들은 실리콘밸리 혁신 모델의 단면에 불과하다. 다른 한 면은 인터넷이다. 우리 조직은 공동체(community)와 기여자(contributor)들을 기반으로 운영된다. 우리는 오픈 소스 기술을 제공하는 회사이기 때문에 기여자들 대부분이 실리콘밸리에 거주하지 않고도 실제 이곳에 거주하는 집단만큼이나 신나고 흥미진진한 일을 할 수 있다. 위치와 관계없이 세상을 바꾸는 일을 하는 건 언제 어디서나 충분히 가능하다는 말이다.

한국에서도 스타트업 문화가 조성되고 있지만, 여전히 삼성이나 LG 같은 대기업들의 영향력이 강한 상황이다.

나는 한국 제품 애호가다. 지금도 LG 전화기를 사용한다. 아내도 삼성 갤럭시를 쓰고 있다. 삼성이나 LG가 하드웨어적인 측면에선 대단히 훌륭한 일을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특히 혁신적인 디자인과 효율적인 생산 과정이 돋보인다. 하지만 중요한 점은 내가 이 제품들을 구입한 이유가 삼성이나 LG 같은 브랜드가 무조건 좋았기 때문은 아니라는 사실이다. 정확히 말하면 안드로이드라서 구입한 것이다. 소프트웨어가 실질적인 구매 이유란 얘기다. 앞으로 가장 눈여겨볼 부분은 지금처럼 하드웨어에서 뛰어난 업적을 이룬 이들 기업들이 소프트웨어 분야에서도 성공적인 혁신을 이끌 것인가 하는 것이다. 물론 난 그들이 좋은 성과를 낼 것이라 믿는다. 하지만 일본의 경우에서 본 것처럼 하드웨어에만 집중하고 소프트웨어 개발에 실패할 경우 매우 큰 피해를 볼 수 있다. 노키아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하드웨어는 하나의 상품이지만 대부분의 가치는 소프트웨어에서 나온다. 회사가 성공하기 위해선 양쪽 분야 모두에서 두각을 나타내야 한다. 훌륭한 하드웨어만 개발한다면 결국 언젠가는 누군가 더 빠르고 성능이 뛰어나고 저렴한 제품을 가지고 나타나게 마련이다.

모바일 소프트웨어가 애플과 구글의 대결 구도로 가고 있다. 최근 애플의 위기를 논하는 분들이 많은데, 이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나?

애플이 몰락할 것이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않는다. 애플은 그들이 하는 일을 정말 잘하고 있지만, 다른 한쪽에선 다른 업체들이 빠른 속도로 그들이 하던 일을 똑같이 잘하고 있다. 애플이 과거보다 못하고 있다기보단 상대적으로 다른 업체들이 예전보다 훨씬 일을 잘하고 있다는 얘기다. 그래서 애플의 선두 수성이 예전만큼 뚜렷하게 나타나지 않게 된 것이다. 그렇다고 애플이 더 이상 훌륭한 기업이 아니라는 말은 절대 아니다. 미래 전망이 어둡다는 말은 더더욱 아니다. 이제 더 이상 시장을 독식하지는 못할 것이라는 얘기다.

삼성과 애플의 법정 소송이 점점 더 치열해지고 있다. 왜 그런 일이 벌어지고 있다고 보나

그 부분에 대해선 특별히 할 말이 없다. 미안하지만 그 부분에 관한 충분한 지식이 부족하다.

중국 시장이 급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향후 시장 상황이 어떻게 전개될 것이라 전망하나?

중국이 남의 것을 베끼기에만 급급하고 있다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중국인들은 혁신적이고 훌륭한 기술자들이며 세계에서 가장 뛰어난 생산 시스템도 보유하고 있다. 디자인과 마케팅 분야에서도 점점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내 생각으론 모든 기업들이 중국과 어떻게 경쟁해야 할지 전략을 미리 수립해 놨어야 했다. 나라면 지금이라도 중국을 매우 심각한 경쟁자로 받아들이고, 앞으로 어떻게 그들과 성공적이고 효율적으로 경쟁할 수 있을지 고민해 볼 것이다.

반면 일본 기업들은 최근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일본 기업들이 다시 부활할 수 있다고 보나?

정말 그러길 빈다. 나는 일본을 사랑하고 그들의 정신과 문화, 그리고 역사를 존경한다. 하지만 최근에는 내가 기대했던 만큼 젊은 회사나 혁신적인 사업이 발견되지 않고 있다. 여전히 대기업들이 지배하는 구조이고 그것이 가장 큰 걸림돌이라고 본다. 최근에 일본의 젊은 개발자들과 학생들을 만날 기회가 있었다. 그들에게 장차 어떤 일을 하고 싶냐고 물었더니 하나같이 파나소닉 같은 대기업에 취직하고 싶다고 답했다. 너무 안타까웠다. 아무도 창업을 하고 싶다거나 새로운 제품을 개발하고 싶다는 얘기를 하지 않았다. 반대로 중국은 모두가 창업을 통해 기업가가 되고 싶어 하는 분위기였다.

당신을 보고 있으면 남들보다 항상 한발 앞서 나가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앞으로 또 다른 무엇을 기대할 수 있나?

우리는 3D 로보틱스를 통해 제조 운영 방식을 새롭게 재탄생시키고 있다. 오픈 혁신 모델과 소규모 제작 모델을 개발해 회사 운영을 매끄럽게 진행하고 있다. 지금은 대규모 생산 모델에 집중하고 있다. 우리의 제작 모델이 빠르고 효율적이고 통합적이어서 대규모 생산 방식에 잘 들어맞는다. 모든 제작 부품을 직접 생산·관리할 수 있게 된다. 이 같은 방식이 훨씬 빠르게 혁신과 변화를 줄 수 있고, 더 통합적인 관리 체계를 제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20년 전에는 우리의 방식이 나쁜 모델이었다. 어느 한 분야도 제대로 잘하는 것이 없다는 인식을 심어준 탓이었다. 그래서 사람들은 외부 생산 네트워크를 물색했다. 하지만 이제는 생산의 디지털화로 전문가가 아니어도 세계적인 제조 기술을 활용할 수 있게 되었다. 이른바 대규모 산업 혁명이 일어날 바탕이 마련된 것이다. 그리고 바로 그것이 내가 3D 로보틱스에서 추진하고자 하는 방향이기도 하다.

롱테일 법칙: ‘결과물의 80%는 조직의 20%에 의해 생산된다’는 파레토의 법칙과 상반된 개념으로, 80%의 ‘사소한 다수’가 20%의 ‘핵심 소수’보다 뛰어난 가치를 창출한다는 이론이다. 개별 판매량이 많지 않은 80%의 상품이 전체적으로 모이면 틈새 시장을 형성할 수 있다는 의미로도 쓰인다. 2004년 크리스 앤더슨이 처음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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