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숭이를 좋아하나? 하지만 제이크 오웬스 만큼은 아닐 것이다. 미국 드렉셀대학 환경공학과 박사과정에 지원한 오웬스는 서아프리카산 드릴개코원숭이의 생태와 행동방식을 연구하고 있는데 고충이 장난이 아니다. 기니 만(灣)의 화산섬인 비오코섬과 같은 곳에서 뱀이 득실대는 밀림을 헤치며 원숭이의 대변을 채취하는
일이 일상다반사인 것. 특히 지난 2010년에는 적도기니에서 멸종위기에 처한 영장류 고기를 팔고 있는 불법 야생동물 시장을 조사해야만 했다.
“썩는 듯한 악취를 참아내며 원숭이의 털과 조직 표본을 채취했어요. 이 표본의 동위원소를 분석, 밀렵이 성행하는 지역을 알아내고자 했죠.”
당시 시장에 있던 대다수 사람들은 오웬스는 물론 그가 하려는 일도 싫어했다. 그런 적대감을 굳이 감추지도 않았다. 상인들은 그가 다가오면 빗자루로 때리거나 발에 침을 뱉기 일쑤였고, 정글도를 휘두르며 내쫓는 경우도 있었다. 이 모든 것을 참아내며 그가 얻은 성과가 궁금한가? 안타깝게도 한 달간 이름 모를 병에 걸려 머리카락이 뭉텅 빠진 게 전부다.
[THE BEST JOBS] 아이스크림 바리스타
유명 아이스크림 체인점 벤앤제리(Ben&Jerry’s)에 근무하는 크리스 리버드의 공식 직함은 글로벌 연구개발 부문 수석 식품공학자다. 하지만 사내에선 그를 ‘맛 구루’로 부른다.
식품공학 및 영양학 학위 소유자인 그의 업무는 새로운 맛의 아이스크림 개발. 대중들을 매혹시킬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맛을 창조해내야 한다. 때문에 다양한 맛의 아이스크림을 만들어서 맛보는 게 주요 일과다. 물론 신제품 하나를 개발하려면 완벽한 성분조합을 찾을 때까지 무수한 후보제품을 먹어보고 개량해야 하며 때로는 구운 마늘, 버섯, 랜치 드레싱 등 기괴한 맛의 제품도 입에 넣어야 하지만 말이다.
리버드는 1년에 한 번 팀원들과 현장조사도 나간다. 전 세계 도시 중 하나를 정해서 가급적 많은 아이스크림을 먹어보며 새로운 맛과 신제품에 대한 영감을 얻는 것이 목표다. 그리고 여행(?)에서 돌아오면 마케팅팀과 함께 해외시장 공략을 위한 신제품 개발전략을 수립한다.
“여러 문화권을 대상으로 독특한 도전과제를 해결해야한다는 점에서 정말 흥미로운 직업이 아닐 수 없어요.”
구루 (guru) 경영, 금융 등 특정분야에서 일정한 경지에 이르러 지도자이자 정신적 지주로 인정받는 인물.
랜치 드레싱 (ranch dressing) 마요네즈와 버터밀크를 혼합해 만든 샐러드드레싱 소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