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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가 아닌 사람을 코칭하라

고현숙의 ‘리더십 코칭’

조직의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서 리더가 해야 할 역할이 바로 코칭이다. 보통 일 잘하는 사람들이 리더가 되는데, 자기 일을 잘하는 것과 코칭을 잘하는 것은 완전히 다른 문제다. 어떻게 하면 코칭을 잘 할 수 있을까?

고현숙 국민대 경영학부 교수 겸 코칭경영원 대표코치 helenko@kookmin.ac.kr


실수가 잦은 직원이 있었다. 고객 담당인데 주문 사양을 꼼꼼하게 체크하지 못해서 제작사고로 이어지고 있었다. 고객 항의는 물론 제작부서나 상사로부터 여러 차례 주의를 받았지만 개선이 잘 되지 않았다. 주문이 복잡하고 표준화되지 않은 사양에 대한 요구도 많아서 심지어 어떤 내용은 미처 이해하지도 못한 채 제작부에 전달하는 정도였다.

코칭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배운 적이 없는 상사 A는 코칭을 이렇게 시작한다.

“고객이 주문하면 잘 적어두고, 또 체크리스트 항목을 보면서 점검하란 말이야. 주문서 사양 작성 후에 확인 꼭 받고. 기억에만 의존하면 실수가 꼭 나오잖아. 그리고 원래 그렇게 덜렁대나? 꼼꼼한 성격이 아니면 여기선 일 감당 못해! 제작에 넘겨만 놓고 넋 놓고 있지 말고, 바빠도 시간 내서 중간 점검을 꼭 해야 돼. 바쁘다는 핑계로 챙기지 않으면 엉뚱한 데서 사고가 꼭 난다고! 알았나? 처음부터 잘하는 사람이 어디 있나. 다 내가 말한 대로 하면 돼. 알겠지?”

상사는 나름대로 중요한 포인트를 가르쳤다고 생각하겠지만, 이런 코칭 방식은 효과가 적다. 우선 일방적으로 조언만 하다 보니 정작 당사자가 느끼는 진짜 문제가 무엇인지, 어떤 어려움이 있고 어떤 시도를 해보았는지를 경청하지 않았다. 자기 경험에 의존해서 훈계만 했다. 이렇게 되면 부하는 앞에서 고개를 끄덕거리긴 하겠지만 속으로는 답답하고 억울한 마음을 갖게 된다. 상사가 훈계할 때 직원들이 가장 많이 생각하는 게 뭔지 아는가? “내가 지금 그걸 몰라서 그러는 게 아니에요”다.

상사 B는 달랐다. 코칭은 일방적 훈계나 조언을 해주는 게 아니라, 스스로 고민하면서 답을 찾게 만들어주는 것이라 여겼다. 질문을 통해 스스로 깨닫게 해야, 물고기 잡는 법을 알려주는 코칭이 된다고 생각했다. 상사 B는 이렇게 코칭을 시작했다.

“어떻게 하면 실수를 줄일 수 있을까?” “그동안 어떤 노력을 해봤나” “효과가 있었던 것은 무엇이고, 없었던 것은 무엇인가?”

이렇게 열린 질문을 하자 직원도 대답을 하고 상사도 아이디어를 더해주면서 코칭 대화가 이어졌다. 문제는 잘 모르는 제작 용어를 그냥 넘기고 있고 바빠서 체크하지 못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모르는 용어를 반드시 메모했다가 선배에게 물어보고, 제작부서에도 주 1회 체크하기로 정했다.

그런데 코칭이 끝나도 직원은 동기부여가 되지가 않고 뭔가 주눅이 드는 느낌이었다. 본인이 챙겨야 할 과제만 늘어났다는 생각이 들었다. ‘업무 실수’라는 이슈만 해결하는 코칭이었기 때문이었다. 코칭의 고수 상사 C는 이렇게 질문을 했다. “우리 회사에서 어디까지 올라가고 싶은가?” “지금 이 직장에서 성공하는 것이 당신 인생에서 어떤 의미가 있나?”

이 질문에 직원은 눈을 빛내며 대답하기 시작했다. “사실 제가 여기를 얼마나 들어오고 싶어했는지 모릅니다. 제가 기독교인인데 금식기도를 할 정도였죠. (중략) 여기서 정말 성공하고 싶습니다. 조직에서 다 알아주는 사람이 되고 싶고, 없어선 안 될 존재가 되고 싶습니다.”

상사 C는 신나게 얘기하는 직원을 보면서 다시 질문을 했다. “열정이 정말 대단하네! 그런 비전을 향해 가는 길에 지금 작은 장애물을 만난 셈인데, 어떻게 해보겠나?”

잠시 멈칫한 직원은 이런 말로 상사를 감동시켰다. “밤을 새워서라도 해야죠! 말을 하다 보니 제게 뭐가 부족했는지가 느껴지는 것 같습니다. 열정이네요. 시야가 뻥 뚫리는 것 같습니다. 고맙습니다!”

무엇이 직원의 태도 변화를 가져오게 한 것일까? 우리는 코칭을 할 때 흔히 문제 자체를 해결해주는 데 골몰하기 쉽다. 하지만 숙련된 코치들은 이슈 자체만이 아니라 그 뒤에 있는 ‘사람’ 요소를 본다. 사람은 누구나 독특한 존재이고, 가치관과 성품이 다르며, 나름대로 삶의 역사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같은 이슈라도 맥락은 완전히 다르게 이해한다. 이것을 깊이 살피면, 영업 성과를 높이려는 직원을 코칭할 때 영업 방법만을 코칭하는 건 아주 초보적인 코칭임을 알 수 있다. 직원이 현재 어떤 상태에 있는지,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지, 성과 내는 것이 자기 삶에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 즉 이슈 자체가 아니라 사람에 초점을 맞출 때 깊이 있는 코칭이 된다는 얘기다.

모시고 사는 시어머니가 치매 증상이 막 시작되자 혼란스러워하던 부인이 있었다. 전문직 여성으로 바쁘게 사는 분이다. 문제에 당면하자, 즉각적으로 ‘앞으로 어떻게 모시나, 시설을 알아봐야 하나, 형제들에게 도움을 청할까?’ 하는 고민에서 맴맴 돌고 있었다. 코치가 물었다. “시어머니가 당신 인생에서 어떤 분입니까? 그 분에게는 당신이 어떤 존재일까요?”

이 질문에 아무 말 못하고 눈물을 펑펑 쏟던 부인이 말했다. “제가 커리어를 쌓은 것은 다 시어머니 덕분이죠. 결혼 초부터 집안일 다해 주시고, 두 아이를 모두 키워주셨죠. 25년동안이나요.”

이 말을 하면서 그에게 어떤 내적 전환이 일어났을지는 상상에 맡기기로 한다.

이슈의 해결이 아니라 생각하는 관점의 전환에 초점을 맞춘 코칭을 할 때 코치 받는 사람은 보다 근본적이고, 변혁적인 해결책을 내놓게 된다. 그래서 ‘이슈를 코칭하지 말고 사람을 코칭하라’고 하는 것이다.


고현숙 교수는…
국민대학교 경영학부 교수 겸 코칭경영원 대표 코치, (사)한국코치협회 부회장 등을 맡고 있다. 서울대학교 소비자학과를 졸업했으며, 한국리더십센터 사장, 한국코칭센터 대표 등을 역임했다. 삼성전자, 현대차그룹, LG전자, 두산중공업 등에서 임원 코칭을 한 바 있다. 저서로 ‘티칭하지 말고 코칭하라’ ‘유쾌하게 자극하라’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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