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사업으로 시작한 CJ㈜는 생명공학, 엔터테인먼트, 물류 사업군 체제를 완성하며 2012년 국내 최고의 문화 서비스업 중심 소프트파워 기업으로 성장했다. CJ㈜는 지난해 17조 6,284억 원의 매출을 올리며 포춘코리아 500대 기업 중 29위에 올랐다.
유부혁 기자 yoo@hmgp.co.kr
2013년 대한민국은 ‘창조경제’로 시작했다.
CJ㈜는 문화를 산업화하는 ‘창조 DNA’를 기반으로 창조경제를 실현하고 있는 대표기업이다. 아침에 일어나서 마시는 커피부터 잠들기 전에 보는 케이블 방송까지 우리 생활에 가장 밀접한 문화 콘텐츠 기업으로 서비스업 중심의 문화산업을 선도하고 있다.
CJ는 지난 몇 년 동안 ‘온리원 정신’을 경영활동의 화두로 삼아왔다. 그 결과로 CJ 구성원들은 ‘온리원 정신’을 바탕으로 다양한 히트상품과 콘텐츠를 개발했다. 우선 식품 사업을 예로 들 수 있다. ‘햇반’, ‘컨디션’으로 국내엔 전무했던 즉석밥, 숙취해소 음료 시장을 개척했다. 최근에는 복합외식공간인 CJ푸드월드를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까지 선보이며 CJ만의 앞선 식문화를 전파하고 있다. 바이오사업에선 사료용 아미노산 시장에서 일본을 밀어내고 글로벌 선두를 달리며 올 매출이 2조 원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CJ의 ‘온리원’이 가장 돋보이는 분야가 엔터테인먼트-미디어 분야이다. 1999년 국내 최초로 멀티플렉스 극장을 도입해 국내 영화산업을 선도했을 뿐 아니라 디지털 디바이스 확산으로 더 이상 극장산업이 전망이 없다는 세간의 평가에도 불구하고 더욱 공격적으로 투자하고 창조적인 아이디어를 도입해 신개념 복합문화 공간으로 극장을 탈바꿈시켰다. 그로 인해 오히려 새로운 관람객 수요를 창출해냈다. 또 다양한 영화 제작을 위해 블록버스터부터 독립영화 지원까지 폭넓은 투자를 하고 있다.
특히 지난 2010년 CJ그룹의 미디어 엔터테인먼트를 총망라해 합병 출범한 CJ E&M은 국내 대중문화 콘텐츠 개발 및 한류 문화선도에 앞장서고 있다. 케이블 방송에선 ‘기적’이라 불리는 두 자릿수 시청률을 기록한 ‘슈퍼스타 K’는 국내 문화전반에 오디션 열풍을 불러일으키며 전국민의 사랑을 받았다. 또 이 프로그램의 포맷은 중국 등 해외로 수출되기도 하면서 우리나라 콘텐츠의 우수성을 입증하기도 했다.
‘응답하라 1997’은 지상파 방송을 넘어서는 인기로 화제가 됐다. CJ의 투자가 바로 성공이나 사업 성장으로 이어진 것은 물론 아니다. 지난 10여 년간 1조 원을 쏟아부으며 우리나라 최고의 문화창조기업이 되겠다는 의지를 실천한 결과이다. 다양한 문화 콘텐츠사업 확대를 통해 CJ그룹은 ‘사업보국’을 강조했던 이병철 선대 회장의 유지를 ‘문화보국’으로 이어가고 있는 셈이다.
이재현 회장은 “이미 문화-콘텐츠 산업은 세계적으로 자동차, 반도체보다 큰 규모이며 우리가 세계 최고가 돼 국가의 새로운 기간산업으로 성장시켜야 한다”고 주문하고 있다.
2013년은 CJ가 창립 60주년을 맞아 ‘글로벌 CJ’ 원년으로 선포한 해다. 이는 2012년의 성공적인 사업군 안착이 뒷받침됐기 때문인데 글로벌 바이오 사업의 경우 중국, 미국, 남미 등으로 생산기지를 확대하며 사료용 아미노산 시장에서 선두 지위를 확보했다.
2006년부터 해외로 진출한 엔터테인먼트 사업도 무르익고 있다. 특히 CJ CGV의 경우 자체 상영관 확보에 이어 중국에서 CGV영화제까지 개최하는 등 중국 진출의 열매를 수확하고 있다. 특히 중국과 합작한 영화 ‘이별계약’의 경우 중국 최대 국영배급사 CFG가 배급을 맡아 제작비의 6배가 넘는 매출을 기록해 글로벌 사업화의 새로운 성공모델을 만들어 냈다는 평가도 받았다.
이밖에 MAMA(Mnet Asia Music Award)의 경우 매해 다양한 스타들이 총집결하고 또 시상식 중 여러 이슈를 만들어 내며 전 세계 20개국에서 방영되는 등 CJ만의 독창적인 음악 시상식으로 자리잡았다.
CJ는 현재 21개국 126개 법인을 운영하며 매해 글로벌 매출 비중을 늘려가고 있다. 2012년엔 CJ의 전체 매출 중 글로벌 매출이 32%를 차지했다. CJ는 이를 70%까지 확대하겠다는 비전을 가지고 있다. 이는 이재현 회장의 “CJ의 살길은 글로벌에 있다”는 말에서처럼 내수 기업이 아닌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려는 CJ의 의지를 알 수 있는 대목이다.
CJ가 진출한 주요국가는 미국, 중국, 일본, 베트남 등이다. 이들 국가 중 미국, 일본은 10여 년 전부터 진출해 이제 어느 정도 안정적으로 사업을 운영하고 있으며 베트남은 동남아시아의 전초기지, 터키는 유럽의 관문, 중국은 대륙 전체를 거대한 시장으로 보고 전략을 수행 중에 있다. 이들 중 CJ가 가장 힘을 쏟고 있는 시장이 아시아 지역이다. 신흥 시장에 다른 기업보다 먼저 진출해 이들 나라 내수 성장의 혜택을 누리겠다는 전략이다.
대한통운 인수 후 신물류, 유통 사업을 강화하고 있는 CJ는 인도와 중동지역에도 진출하며 성장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또 유럽에는 CJ오쇼핑과 CJ헬로비전이 사업을 진출했다. 국내 최대의 헬스&뷰티숍인 CJ올리브영도 본격적인 해외진출 선언 후 최근 상하이에 1호점을 오픈했다.
CJ의 글로벌 진출에는 다양한 전략이 시도되는데 그중 SGMS는 최근의 기업진출 러시를 이루는 베트남에서 문화산업을 전파하기 위해 시행한 전략이다. 현지에 문화를 심고(Seeding) 성장(Growing)시킨 뒤 융합(Mixing)을 통해 확산(Spreading)시킨다는 뜻이다. 이를 두고 CJ는 차별화된 문화 콘텐츠를 심고 지속적으로 성장시킨다는 이른바 ‘글로컬라이제이션’을 통한 창조경제의 신모델을 제시했다고 자부하고 있다.
CJ가 강조하는 또 하나의 키워드는 ‘존경받는 CJ’이다. 사회적 책임과 역할을 다하겠다는 의미이다. 이는 CJ의 고용계수가 3.6으로 대기업 중 가장 높다는 데서 잘 나타난다. 고용계수 3.6은 매출 10억 원이 늘 때마다 3.6명의 임직원을 채용한다는 뜻으로 지난 10년간 매출 대비 일자리창출 능력이 국내 30대 대기업 중 1위이다.
신규 채용 역시 재계 순위보다 높은 5위권으로 국가 경제 기여도가 다른 기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다.
CJ는 산업 생태계를 조성해 존경받는 기업이 되겠다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 이는 ‘공존공영’을 강조해 온 이병철 선대회장의 뜻에 따라 이재현 회장이 “상생을 통해 존경받는 기업이 돼야 한다”며 늘 강조하는 부분이다. 이재현 회장은 이를 실천하기 위해 CSR(기업의 사회적 책임)의 개념을 뛰어넘어 사회와 더불어 사는 산업 생태계를 조성해 CSV(공유가치 창출)의 개념을 그룹에 도입했다. 대표적인 사례가 판매 마진을 협력업체에 돌려주는 국민제품 출시, 지역 브랜드와의 상생 프로젝트 등이다.
이재현 회장이 강조해 온 ‘창조 경영’은 CJ E&M의 이종 산업 융합과 새로운 가치 창조를 통해 열매를 맺고 있다. 예를 들어 기아자동차와의 제휴를 통해 CJ E&M이 운영하는 엠넷 닷컴에서 성별, 연령, 날씨, 기분에 따라 최적의 음원을 기아자동차의 운전자가 편하게 감상할 수 있도록 제공하는 서비스가 있다. 이는 자동차에 오직 나만을 위한 콘텐츠를 담는다는 창조적 아이디어를 콘텐츠와 IT, 자동차 산업이 융합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해 낸 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CJ E&M 전략지원담당 탁용석 상무는 “상상력과 창의력이 곧 경쟁력이 되는 지금이 창조경제 구현의 적기”라며 “엔터테인먼트와 미디어를 중심으로 한 콘텐츠 전반을 다른 산업과 잘 접목시켜 명실상부한 창조경영 기업의 역할을 다할 것”이라 말했다.
CJ는 2012년 글로벌CJ를 위한 준비를 마치고 2013년 창립 60주년 기념과 함께 야심 찬 도약에 나섰다. CJ만의 ‘창조와 도전 DNA’를 갖춘 4대사업(식품, 미디어, 물류, 바이오)으로 포트폴리오를 구축하며 ‘그레이트 CJ’(매출 100조 원, 영업이익 10조 원, 해외 매출비중 70%)의 목표로 향해 전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