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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WER INTERVIEW] 이종호 한국수력원자력 중앙연구원장

“원전 안전 극대화해 국민 신뢰 회복할 터”

한국수력원자력 중앙연구원은 지난 2011년 아랍에미리트(UAE)에 수출한 APR1400 원전 개발을 필두로 국내 원자력산업 경쟁력 강화에 일익을 담당하고 있는 연구기관이다. 또한 대외적으로 240억원 규모의 원전 시뮬레이터 2기 수출, 후쿠시마 원전폐기물 처리를 위한 유리화 기술 수출 등 주목할 만한 성과들을 다수 창출하고 있다. 이곳의 수장인 이종호 원장은 지난해 원전비리 사건 등으로 추락한 국민들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원전 안전 극대화’에 모든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고 밝혔다.

Q. 한수원 중앙연구원을 간단히 소개해주시죠.

한수원 부설연구소인 중앙연구원은 원전 운영기술을 뒷받침하고 미래가치 창출을 위한 신기술 개발을 목표로 설립된 기관입니다. 또한 국내외 산학연과의 기술협력과 지원을 통한 동반성장에도 많은 열정을 쏟고 있습니다. 현재 총 450여명의 인력이 136건의 연구과제를 수행하고 있는데 전체의 87%가 연구 및 엔지니어링 업무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주요 연구개발 분야는 신형 원전 기술 개발, 운영기술개발과 지원, 원전 친환경 기술 개발입니다. UAE에 수출된 APR1400 원전이 바로 2002년 중앙연구원에 의해 개발된 가장 대표적 성과입니다. 덧붙여 방사성폐기물의 부피를 획기적으로 감소시킬 수 있는 유리화 기술을 개발, 2009년 한울원전에 상용설비가 건설됐으며 일본 수출도 추진 중입니다.

작년에는 국내 최대 규모의 밸브펌프 성능시험설비를 구축하는 한편 자체 개발한 원전 운전원 훈련용 시뮬레이터를 UAE에 수출하는 성과를 올린 바 있습니다. 특히 소구경 배관 비파괴검사장비기술을 포함, 중앙연구원이 개발한 9개 기술을 한수원 분사 이래 최초로 중소기업에 이전하기도 했습니다.

Q. 일본 후쿠시마 원전 폐기물 처리 사업참여를 추진 중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원자력 발전이 친환경 기술이 되려면 원전 운영 및 해체 시 발생되는 방사성 폐기물을 안전하게 처리하는 것이 필수적입니다. 중앙연구원은 이미 이 같은 폐기물의 양을 획기적으로 저감하고, 처분 안전성을 높일 수 있는 친환경 방사성 폐기물 유리화 기술을 자체 개발해 상용화에 성공했습니다. 바로 이 기술을 가지고 후쿠시마 원전 폐기물 처리 사업에 참여하고자 노력 중입니다.

구체적으로 유리화는 유리 용융로 안에 1,000~1,200℃의 유리 용탕을 만든 후 방사성 폐기물을 투입해 열분해시킴으로써 방사성 물질과 유리구조의 화학적 결합을 유도, 고화체로 만드는 기술입니다. 압축, 건조 등 원전에서 활용 중인 기존 처리방법과 비교해 방사성 폐기물의 부피를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으며 영구 처분장에서의 장기보관 시에도 방사성 물질이 외부로 유출될 우려를 차단할 수 있다는 게 최대 장점입니다.

Q. 원구원의 비전은 무엇입니까?

후쿠시마 원전사고를 계기로 국민들의 원전안전에 대한 눈높이가 달라졌고, 원전 비리 등으로 국민의 신뢰가 떨어진 것이 사실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는 길은 ‘원전 안전’을 극대화하는 방법밖에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이를 위해 미래창조 기능과 기술현안 해결 기능을 효율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선진연구·엔지니어링 수행체계를 내재화하고자 2020 비전을 ‘원자력 기술을 선도하는 세계 최고의 연구원’으로 설정했습니다.

또한 이 비전을 실현하려면 무엇보다 이를 실천할 수 있는 인재상이 요구되는 만큼 창의형, 창조형, 문제해결형이라는 3대 인재상을 정립했습니다. 이에 맞춰 모든 연구원들이 자신의 직무와 적성에 맞는 인재상을 스스로 선택해 역량을 키워나가고 있습니다.

Q. 취임 1년을 자체 평가해주신다면?

어려웠던 시기에 취임했던 만큼 취임 직후 중앙연구원이 주축이 돼 국내 원전 산업의 프라이드를 되찾아야 한다는 취지로 ‘Top Value, Leading Future’를 슬로건으로 내걸었습니다. 그 일환으로 스타연구원 제도를 만들어서 우수연구원을 발굴·육성하고, 성과가 있으면 즉시 보상하는 시스템을 구축해 연구원의 분위기를 일신시키는데 힘을 기울였습니다. 연구원 외적으로는 지난해 사회적 이슈가 됐던 전원케이블 기기검증(EQ) 문제 등 굵직한 현안을 해결했고, 고장정지 시 원인분석과 대안을 제시해 신속한 원전 재가동에 일조했다고 자부합니다.

Q. 임기 중 가장 역점을 두고 있는 부분은 무엇입니까?

최우선은 현재 운영 중인 원자력발전소의 기술적 현안사항을 미리 예측해 선제적 조치를 취하고, 문제발생 시 즉시 대응하여 원전의 안전 운전 환경을 공고히 하는 것입니다. 이와 관련 원전 설비의 열화 현상을 예측해 선제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재료열화 특별대책반을 상시 운영하고 있습니다. 대책반의 전문가들에 의해 각 발전소별 예측, 검사결과 분석, 해결방안 도출, 종합 데이터 관리 등이 이뤄지고 있는 상태입니다.

원자력발전소도 사람과 마찬가지로 나이가 들면 아픔을 호소하게 되는데 이처럼 설비의 어느 부분이, 어느정도로, 어떻게, 언제쯤 아플지를 예측해내면 항상 건강한 상태를 유지할 수 있습니다. 두 번째는 친환경 기술 개발을 체계적으로 수행하고, 핵심기술을 조기 확보하여 우리나라의 차세대 성장 동력을 발굴하고자 합니다. 원전이 친환경 에너지원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것은 수명을 다한 원전과 방사성 폐기물을 안전하게 해체·처리하여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 할 때 가능하다고 봅니다.



그래서 2013년 수립한 원전해체 기술개발 로드맵과 세부이행계획에 맞춰 원전 해체 선원항 평가기술, 해체 금속폐기물 처리 및 재활용 기술, 고방사성 대형기기 절단 및 해체기술, 고방사성 계통 제염기술 개발 등의 연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에 기반해 한수원 중앙연구원이 국내의 여러 기관에서 독립적으로 수행하고 있는 해체 관련 기술개발을 통합·조정하는 컨트롤 타워 역할을 수행할 계획입니다.





Q. 신형 원전 개발 현황을 알려주세요.

지난 2012년 신형경수로 APR+의 표준설계를 완료한 바 있습니다. APR+는 APR1400의 후속 노형이자 원천기술 100%를 국산화해 독자수출이 가능한 수출 전략 노형입니다. 최근 개발된 미국의 AP1000, 프랑스의 EPR, 일본의 APWR 등 해외 신형 원전과 비교해도 동등 수준 이상의 안정성 및 중대사고 대처능력을 갖추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실제로 APR+는 후쿠시마 원전사고처럼 모든 전원이 상실돼도 핵연료를 안전한 상태로 냉각시킬 수 있도록 자연력에 의해 동작하는 보조급수계통이 적용돼 있으며, 9.11 테러와 같은 항공기 충돌에 대비해 원자로 격납건물 및 보조건물의 외벽설계가 한층 강화됐습니다.

이와 함께 저의 연구원은 2013년 6월부터 대형 자연재해와 발전소 정전 시에도 노심용융을 방지할 수 있는 혁신적 경수로(가칭 I-POWER)의 원천기술 개발에 착수했습니다. 전기나 운전원의 조치가 없어도 최소 7일간 발전소를 안전하게 냉각시킬 수 있도록 안전계통이 설계돼 있습니다. 인재(人災)에 의한 대형 재난사고를 원천 방지할 수 있는 것입니다. 오는 2018년 5월까지 핵심 원천기술을 확보하고, 2023년까지 개발을 완료할 방침입니다.

Q. 유럽형 APR1400은 어떻습니까?

전기출력 1400MWe급 APR1400의 UAE 수출 이후 유럽시장 진출이라는 더 큰 꿈을 위해 유럽 설계요건을 충족하는 유럽형 APR1400 개발에 뛰어들었습니다. 그동안의 노력에 힘입어 올해 4월 유럽 인증심사 스폰서 및 서포터 사업자를 최종 확정했으며, 내년부터 유럽 인증심사에 착수할 예정입니다.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 잠시 주춤하고 있지만 아시아, 중동, 유럽 등 원전시장은 앞으로 지속 확대될 전망입니다. 이에따라 국내 원자력산업의 발전과 세계를 선도하기 위해서는 최고의 기술력 확보가 필수적입니다. 중앙연구원이 글로벌 기술리더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여 우리나라 원자력 기술의 경쟁력 확보에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Q. 추가적으로 하실 말씀이 있다면?

2012년부터 2013년까지 각종 비리나 고장정지 등으로 한수원이 국민들께 많은 실망과 걱정을 안겨주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작년 9월 신임 사장 취임 이후 그동안 누적된 문제들을 일신하기 위해 대·내외적 혁신을 강도 높게 시행하면서 전사적으로 뼈를 깎는 자정 노력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먼저 한수원은 현재 ‘나눔, 소통, 미래’를 3대 핵심 추진전략으로 하는 ‘뉴 스타트’운동을 적극 전개하고 있습니다. 중소협력기업과의 상생 나눔을 위해 2017년까지 5년간 150개 중소기업에 총 30억원을 투입해 자생력을 키워나갈 계획이며, ‘CEO 토크 콘서트’를 통해 젊은층과의 소통을 적극 확대했고, 사내외 전문가가 참여하는 ‘미래발전위원회’를 출범시켜 혁신과 관련된 주요 경영현안에 대한 논의의 장을 마련했습니다.

대내적으로는 ‘조직, 인사, 문화’ 분야의 3대 혁신을 지속적으로 추진 중입니다. 이중 조직분야는 조직 전문화, 원전 공기업과 주요 민간업체로 구성된 ‘원전운영협의회’를 통한 협업체제 구축 등으로 원전 안전성을 더욱 확고히 하고 있습니다. 인사분야의 경우 ‘원자력 순혈주의 타파’를 위해 외부 영입 간부직의 대폭 확대, 역량 중심의 신규 채용, 주요 인사정책 기준의 사규화 등 인사의 투명성을 제고했습니다. 이러한 전사적 노력과 더불어 중앙연구원에서도 청렴과 원전안전운영을 핵심가치로 삼고 국민 신뢰회복에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이종호 원장 프로필

학력
1984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학사
1986 KAIST 원자핵공학과 석사
1996 일본 동경대대학원 원자력공학과 박사

경력
1984 한국전력공사 입사
2004 한수원 경영혁신부장
2008 한수원 해외사업처 사업전략팀장
2009 한수원 원자력발전기술원
사업기술팀장
2011 한수원 원자력산업계회의준비팀장
2012 한수원 기술기획처장
2013~현재 한수원 중앙연구원장

상훈
2009 지식경제부 장관상
2012 핵안보정상회의 유공 국민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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