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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VIEW/ 조신 미래성장동력 기획위원회 위원장

“ 뜨거워지는 냄비 안 개구리 되지 말아야”

지난해 11월 8개 경제단체와 5개 출연 연구기관이 모여 미래성장동력 기획위원회를 출범했다. 올해 2월 미래성장동력 기획위원회에서 선정한 13개 산업은 미래창조과학부에서 수정 없이 모두 미래성장동력 육성 산업으로 채택, 앞으로 정부가 추진할 경제 정책에 큰 밑그림이 됐다. 조신 미래성장동력 기획위원회 위원장을 만나 우리나라 미래성장동력 산업 전반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김강현 기자 seta1857@hmgp.co.ke
사진 한평화 info@studiomuse.kr


조신 미래성장동력 기획위원회 위원장은…
1957년 전남 순천 생. 서울대 경제학과를 나와 미국 워싱턴대학교 세인트루이스교대학원 경제학 석·박사를 취득했다. 통신개발연구원 등 정부출연 연구소와 SK텔레콤 주요 요직을 거쳐 하나로텔레콤 대표이사와 SK브로드밴드 대표이사를 지냈다. 현재 미래성장동력 기획위원회 위원장과 연세대학교 글로벌융합기술원 원장을 맡고 있다.


매킨지가 지난해 4월 내놓은 제2차 한국보고서에서 ‘한국 경제는 뜨거워지는 물속의 개구리와 같다’며 ‘신성장동력을 찾지 못한다면 한국 경제는 추락하고 말 것’이라 경고했습니다. 우리의 대응이 너무 늦다는 지적이 많습니다.
미래성장동력 기획위원회가 지난해 11월 출범했고, 미래성장동력 산업에 대한 구체적 논의와 결과물인 미래성장동력 토론회와 ‘13대 미래성장동력’ 선정이 올해 2월에 있었습니다. 이렇게 활동이 늦어진 이유는 미래창조과학부 출범이 늦어졌기 때문입니다. 장관 후보자 선정 잡음과 정부조직법 개편 지연 등이 문제였죠. 바람직하기로 따지자면야 지난해 중반쯤에 이미 미래성장동력에 대한 정부 가이드라인이 완성됐어야죠. 불가피하게 정부 출범 1년여 만에야 나오게 됐습니다.


매킨지보고서에는 ‘물속의 개구리’ 외에도 ‘북한 핵보다 멈춰버린 경제성장이 진짜 위기’ ‘멈춰버린 한강의 기적’ 등 섬뜩한 표현들이 많이 나왔습니다. 매킨지보고서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고 계십니까?
보고서 내용에 전적으로 공감합니다. 하지만 당시 몇몇 언론에서 지적한 ‘우리나라가 새로운 미래성장동력 찾는 일을 등한시하고 있었다’는 식의 의견에는 수긍하기 어렵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이미 오래전부터 정부나 기업 차원에서 선제적 대응을 해왔거든요. 미래성장동력이라는 단어를 안 썼을 뿐입니다. 멀리는 경제개발 5개년 계획에서부터 최근에는 참여정부 차세대 성장동력, MB정부 신성장동력 등이 있었죠.

매킨지보고서가 우리나라 성장공식에 빨간 불이 켜졌다는 걸 강조하기는 했지만, 그렇다고 보고서의 핵심이 “빨리 새로운 성장동력 산업을 찾아라”는 내용은 아니었습니다. 매킨지보고서에서 말한 신성장동력은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특정 산업이 아니라 사회적 패러다임의 변화를 뜻한다고 봅니다. ‘사회 전반이 혁신돼야 한다’ ‘국가가 리더십을 가지고 기존의 프레임을 바꿔야 한다’ 이런 의미 말입니다.

매킨지보고서에 거친 표현이 많이 나오다 보니 더 이슈화된 감이 있는데, 사실 크게 새로운 내용은 별로 없었습니다. 하지만 사회 전반의 위기의식을 고취시켰다는 점에서 큰 의의가 있다고 봅니다.


매킨지보고서 이전에 제기됐던 문제들은 어떤 내용들이었습니까? 또 우리나라가 혁신해야할 기존의 성장 프레임, 사회적 패러다임이란 무엇입니까?
그동안 우리 정부는 대기업 중심, 거점 중심, 제조업 중심의 경제정책을 펼쳤고, 또 기업들은 패스트 팔로어 Fast follower식의 경영전략을 고수해왔습니다. 물론 특정 시점까지는 괜찮은 성장공식이었습니다.

하지만 너무 오랫동안 이 공식에 길들여져 있다 보니 이제 이걸 뚫고 나가야 할 때가 됐는데도 그러질 못하는 거죠. 경제학적인 용어로는 ‘경로 의존성’이라고도 합니다. 이 같은 상황이 오래되다 보니 중소기업은 부실해졌고, 서비스업 경쟁력은 크게 낙후됐습니다. 이는 여성들의 사회진출이 요원해진 배경이 되기도 했죠. 물론 남성중심의 사회구조도 그렇고요. 이 성장공식이 낙수효과라도 컸다면 그나마 문제가 덜했을 텐데 그러지도 못했어요. 그렇다 보니 사회의 허리에 해당하는 중산층이 줄어들면서 큰 사회적 문제로 부각이 됐죠.

아시다시피 지금 제가 말한 내용은 전혀 새로울 게 없습니다. 이미 우리 사회에서 문제라고 인식하고 있는 것들이죠. 이 내용을 정리해보면 ‘중산층이 구멍 났다’ ‘서비스 섹터가 부진하다’ ‘여성들의 노동참여율이 저조하다’ ‘중소기업이 부실하다’ 정도가 되겠죠. 여기에 ‘출산율이 낮다’ 하나만 더 추가시키면 매킨지보고서가 됩니다.


지금 말씀하신 내용이 지난 2월 미래성장동력 기획위원회가 발표한 ‘13대 미래성장동력’에도 반영됐습니까?
물론입니다. 언론에서는 ‘어떤 산업들이 13개 미래성장동력으로 뽑혔느냐’에만 주로 포커스를 맞췄는데 사실 진짜 중요한 건 기획위원회 토론 및 논의 내용이었습니다. 13개 산업 목록 하나하나는 사실 아주 새로운 내용도 아니었죠. 서브씨 Subsea 해양플랜트 산업과 재난안전관리스마트 시스템을 제외하면 다른 산업들은 MB정부 때부터도 신성장동력이라 해서 중시되고 있던 것들이었어요. 더 멀리는 참여정부 차세대 성장동력과도 맞닿아 있고요.

저희가 정말 중요하게 생각했던 건 어떤 산업을 포함시키고 어떤 산업을 제외시키느냐가 아니었습니다. 정부의 역할에 대한 제언과 미래성장동력에 대한 접근 방식의 변화를 강조했죠. 이는 앞서 언급한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한 ‘방법론적인 내용’입니다.


정부 역할에 대한 제언에는 어떤 내용이 포함돼 있었습니까?
정부 역할에 대한 제언은 지금 사회에서 한창 논란이 되고 있는 규제철폐 관련 내용과 정부의 적극적인 조정 기능 강화를 주문한 거였습니다. 규제 관련한 내용은 지금 너무나 이슈화돼 있기에 잘 아실 거고요. 정부 조정 기능 강화는 사람들이 정치적인 문제로만 생각하려는 경향이 있는데 실제로는 미래성장동력과도 밀접한 연관이 있는 기능이라 주문하게 됐습니다.


미래성장동력과 정부의 적극적인 조정 기능 강화가 어떤 관련이 있는지 설명해 주십시오.
가령 얼마 전에 이슈가 된 원격진료 시범사업 등의 사회적 논란을 생각해보세요. 저는 원격진료가 어디까지 허용돼야 할 것이냐 이런 건 잘 모릅니다. 하지만 이들 내용이 몇 년째 한 발자국의 진전도 없었다는건 압니다. 우리나라가 IT 강국이라곤 하지만 정작 IT를 활용하는 데 있어선 재주가 없다고나 할까요? IT가 의료, 교육, 환경 등 서비스업 분야에 있어서 활용할 수 있는 부분이 얼마나 무궁무진한데 그걸 못하고 있어요. 그러니까 우리나라에서 서비스 산업 활성화라고 하면 고작 생각한다는 게 치킨집 창업 지원 이런 거죠. 프랜차이즈 산업이요.

이건 정부의 의지만 있었다면 벌써 진작에 사회적인 공감대 조성과 의견 조율 등으로 해결할 수 있었던 문제예요. IT 발전속도는 매우 빠른데 이걸 제도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가이드라인 제시를 정부가 못하고 있었던 거죠. 그리고 그 문제의 핵심이 바로 정부의 조정 능력 부재였고요. 이런 분야들은 사회적 이해관계가 얽혀 있는 것들이 대부분인데 갈등이 생겨도 정부가 적극적으로 해결하기보다는 유야무야 넘어가는 경우가 많다 보니 기술과 제도의 격차가 점점 더 벌어질 수밖에 없었던 겁니다. 미래성장동력 엔진을 정부가 스스로 꺼트린 셈이죠.


미래성장동력에 대한 접근 방식의 변화는 무엇을 의미합니까?
스마트카라든가 5G 이동통신을 예로 들자면 과거에는 완성품에만 집착하는 접근이 많았습니다. 스마트카 자체, 5G 이동통신 자체에만 집중했던 거죠. 안에 들어가는 부품 등에는 관심이 없었어요. 그런데 이제는 관련 산업 전체, 부품과 완성품을 연결하는 산업 생태계 전체의 성장에 관심을 가지도록 한 겁니다. 이런 접근 방식의 변화는 앞서 매킨지보고서에서 지적한 중소기업 경쟁력 강화와 중산층 복원에 큰 역할을 할 수 있겠죠.


앞서 우리나라의 경로의존성을 이야기하며 기존의 성장공식을 뚫고 나가야 할 때가 됐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왜 그렇게 생각하십니까?
산업 환경이 변했기 때문입니다. 과거엔 대기업 하나만 잘해도 되는 시기가 있었습니다. 또 다른 앞선 기업을 빠르게 추격만 잘해도 해당 분야에서 어느 정도 위치를 차지할 수 있었고요. 하지만 이제는 산업이 서로 얽히는 융복합시대로 발전하고 있습니다. 과거 산업별로 카테고리가 나누어져 있던 시절과는 많이 다르죠. 대기업 하나만 잘해서는 안됩니다. 전체 산업생태계가 모두 잘해야죠. 몸이 무거운 대기업보다 중소기업이 잘할 수 있는 분야가 분명 있거든요. 그런 부분에서 중소기업이 제 역할을 해주려면 정부든 대기업이든 중소기업들을 키워야 합니다. 산업생태계가 점점 더 중요해지는 까닭에 앞으로는 대기업 하나만 잘해서는 대기업 하나도 잘 안되는 시대가 올 수도 있습니다.


경로의존성과 관련해 반면교사로 삼아야 할 사례를 하나 말씀해 주실 수 있을까요?
코닥 Kodak의 사례가 유명하죠. 세계적인 기업이었던 코닥이 2012년 1월 파산 보호 신청을 했습니다. 코닥이 왜 망했을까요? 기술이 없어서요? 아니거든요. 코닥은 1975년 세계 최초로 디지털 카메라를 만들어낸 기업입니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디지털 카메라에 밀려 회사가 망했어요. 그간 회사의 주력 사업이었던 아날로그 필름 사업을 고수하다 경쟁자들에게 밀린 거죠. 디지털 카메라가 대세가 되어가고 있는 와중에도 코닥은 좀 더 좋은 품질의 아날로그 필름을 만들어 시장을 되찾아 오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미래성장동력 기획위원회 위원장으로서 정부나 기업, 사회에 미래성 장동력과 관련해 하고 싶은 말씀은?
미래성장동력 기획위원회 위원장이 뭐 대단한 거 아닙니다. 미래성장동력 기획위원회도 한시적인 조직이라고 생각하고요. 아직 최종보고서를 만들지는 않았지만, 창조경제 민관협의회가 미래성장동력 기획위원회에서 선정한 ‘13대 미래성장동력’을 그대로 확정하면서 제 역할은 사실상 끝난 거라고 봅니다. 이제 남은 건 창조경제 민관협의회와 민관합동 창조경제 추진단이 실천할 일만 남았죠. 사실 이제 공은 정부로 넘어간 거나 마찬가집니다.

처음 미래창조과학부에서 위원장 자리를 맡아 달라 했을 때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이 위원회의 역할이 무엇이며 어떤 활동을 할 것이냐 등을 고민했죠. 특히 위원회에서 어떤 결과를 도출해 놓아도 정부 차원에서 흐지부지 되지 않을까 하는 게 제일 큰 고민이었습니다. 사실 정부가 거창하게 발표만 해놓고 결국은 용두사미처럼 흐지부지 되는 것들도 많잖아요.

위원장 자리 수락을 놓고 고민하고 있을 때 정부 측에서 위원회가 바탕을 만들어 놓으면 정부 차원에서 실행하겠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그리고 실제로 얼마 전 창조경제 민관협의회와 민관합동 창조경제 추진단이 발족해 실무에 들어갔고요. 처음 고민과 같이 미래성장동력 관련한 일들이 중간에 흐지부지 되지 않고 꾸준히 실천해 나가 좋은 결과를 얻었으면 좋겠습니다. 해주고 싶은 말보다 그냥 제 바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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