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포춘 글로벌 500대 기업에 역대 가장 많은 한국 기업들이 선정됐다. 하지만 수익성 지표는 취약성을 드러냈다.
차병선 기자 acha@hmgp.co.kr
올해 포춘 글로벌 500대 기업에 오른 한국 기업은 17곳이다. 지난해 14개보다 3개 기업이 늘었다. 한국 기업이 전체 500대 기업 총 매출 합계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0.3%포인트 증가했다.
삼성전자가 지난해보다 1계단 오른 13위를 기록하며 사상 최고 성적을 올렸다. 스마트폰 사업이 눈부신 성장을 이룬 데 따른 결과다. 매출액은 전년대비 17% 성장한 2,089억 달러, 순이익은 32.4% 성장한 272억 달러를 기록했다.
가장 눈에 띄는 건 올해 글로벌 500에 오른 한국 기업 수가 역대 기록을 경신했다는 점이다. 미국 포춘지가 글로벌 순위를 집계한 1995년 이래 한국 기업은 최소 9개에서 최대 15개까지 순위에 랭크됐지만, 올해는 가장 많은 17개 기업이 이 리스트에 입성했다. 아시아 시장 확장에 노력하고 있는 롯데쇼핑(464위)이 사상 처음으로 글로벌 500대 기업에 진입했고, 한화(331위)와 삼성물산(460위)이 2011년 이후 3년 만에 재진입에 성공했다.
SK홀딩스(64위)와 현대차(100위)도 100위 안에 포함됐으며, 포스코가 177위, LG전자가 194위를 차지했다. 특히 LG전자는 국내 기업 중 가장 높은 실적 개선을 과시했다. 매출 5,312억 달러, 순이익 16억 달러로 전년대비 각각 17.4%, 172.4%의 성장률을 기록했다. 이 역시 스마트폰 사업에 힘입은 덕분이다.
이 외에도 현대중공업(209위), 한국전력공사(212위), 기아차(246위), GS칼텍스(260위), 한국가스공사(340위), 현대모비스(388위), 에쓰오일(427위), 삼성생명(458위), LG디스플레이(481위) 등이 순위에 올랐다.
한국 기업의 총 매출 합계는 8,910억 달러로 글로벌 500대 기업 전체 매출의 2.9%를 차지했다. 지난해 2.6%에 비해 0.3%포인트 늘었다. 한국 기업이 글로벌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늘었지만, 다른 한편으론 부실한 이면을 드러냈다. 한국 기업은 전반적으로 매출은 증가한 반면 순이익은 크게 감소했다. 11개 기업이 마이너스 증가율을 보였다. 덩치는 커졌지만 체력은 부실해졌다는 증거다. 이는 세계 경제의 변화에 한국 기업이 뒤처지고 있음을 경고하고 있다.
올해 500대 기업 중 1위를 차지한 기업은 미국 월마트다. 지난해 1위였던 로열더치셸은 올해 2위로 밀려났다. 뒤를 이어 시노펙(중국석유화공집단), CNPC(중국석유천연기집단), 엑손모빌, BP 등 에너지기업들이 3~6위를 차지했다.
국가별로는 미국 기업이 128개로 가장 많았으며 중국 기업은 95개였다. 미국 기업 수는 지난해 132개에서 감소한 반면 중국 기업은 6개 늘어 11년 연속 증가세를 유지했다.
글로벌 500 기업의 지난해 매출은 전년 대비 2.5% 증가한 31조1,000억 달러(약 3경1,451조 4,300억 원)에 달했다. 또 순이익은 27%나 늘어난 2조 달러(약 2,022조 6,000억 원)를 기록했다. 미국 기업의 총 매출 합계는 8조 6,000억 달러(약 8,697조 원)로 전체의 30%에 달해 세계 경제에서 미국이 차지하는 비중이 여전히 높음을 보여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