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부자로 은퇴하기] 은퇴자들이 들려주는 25가지 인생 후회

“내 딸 결혼식에 내밀 명함만 있었더라도….” 은퇴자 1,000명이 인생의 회한을 털어놓았다. 3040세대 후배를 위한 눈물 어린 조언이다.
차병선 기자 acha@hmgp.co.kr


최근 서점가에 눈길을 끄는 책이 나왔다. ‘남자가, 은퇴 할 때 후회하는 스물다섯 가지’라는 책이다. 한혜경 호남대 사회복지학과 교수가 지난 10년간 베이비붐 세대 은퇴자 1,000명을 만나 인터뷰한 내용을 담았다. 은퇴자가 후회하는 것 하나하나가 우리에게 반면교사의 지혜를 제공해준다. 풍요로운 은퇴 생활을 맞고 싶은 사람이라면 꼭 읽어야 할 책이다. 한 교수를 만나 행복한 은퇴 준비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Q: ‘남자가, 은퇴할 때 후회하는 스물다섯 가지’는 무엇에 관한 책인가?
A: 은퇴한 사람들이 가장 후회하는 것은 무엇일까? 은퇴자 1,000명을 만나 질문을 던졌다. 그들이 후회하는 것들을 하나하나 뽑아 목록을 만들고 이야기로 담았다


책을 쓴 이유는 무엇인가?
출판사에서 집필을 의뢰받았다. 3040세대를 위한 은퇴 준비서를 써달라는 것이었다. 처음엔 망설였다. 3040세대가 은퇴라는 어두운 주제에 공감할까? 그렇지만 집필을 준비하면서 꼭 필요한 책이라는 걸 실감할 수 있었다. 2년 전 ‘나는 매일 은퇴를 꿈꾼다’라는 책을 냈다. 베이비부머를 대상으로 한 은퇴 서적이었다. 그렇지만 독자 중에는 “이미 늦었다”고 반응하는 이들이 적지 않았다. 3040세대에겐 충분히 준비할 시간이 있다. 또 반드시 준비해야 할 필요성도 더욱 커지고 있다. 이미 은퇴한 사람도 내 책을 읽으며 위로를 받을 수 있다. 남자들끼리는 자기 어려운 사정을 털어놓지 않는다. 이 책을 읽으며 ‘나만 힘든 게 아니구나’라는 위로를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은퇴자들이 주로 후회하는 것들은 무엇인가?
크게 4가지다. 첫째는 너무 일밖에 몰랐다는 점이다. 일과 월급을 위해 전부를 바쳤다는 걸 후회했다. 두 번째는 자기 자신을 함부로 대했다는 사실이다. 심신을 돌보고, 자신을 가꾸는 데 투자했어야 했다고 돌이켰다. 세 번째는 가족관계에 대한 아쉬움이다. 그들은 소원해진 가족관계를 되돌리길 원했다. 네 번째는 은퇴 뒤 남은 삶에 대해 미리 준비하지 못한 걸 안타까워했다. 기대수명이 60~70세일 땐 은퇴 뒤 여생이 길지 않아 굳이 계획을 세울 필요가 없었다. 하지만 100세 시대엔 은퇴 뒤에도 40~50년을 더 살아야 한다. 남은 삶에 대한 부담이 더욱 클 수밖에 없다.


그중에서도 가장 큰 고통은 무엇인가?
10년 전엔 놀이 문제가 가장 심각했다. “아침에 눈 뜨면 죽고 싶단 생각부터 든다”며 우울증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돈이 있어도 뭘 해야 할지 몰랐다. 평생 일에 매몰되어 노는 법을 잊은 것이었다. 최근에는 일에 관한 상담이 많다. 일은 자기 정체성의 문제다. “명함도 없이 나를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말을 많이 듣는다. 그렇게 되면 당연히 스스로 움츠러든다. 자긍심은 스스로 세우는 것이다. 즐겁게 일하면서 당당하게 살아가는 법을 익혀야 한다. 적게 벌면 어떤가? 가족의 생계? 그동안 벌어온 걸로 충분하다. 왜 가장이 평생 모든 책임을 져야 하나? 남자가 그런 태도를 보이니 가족이 더 요구하는 게 아닐까? 몇 해 전 은퇴자가 부인을 살해한 일이 발생했다. 부인이 돈 벌어오라고 남편에게 계속 압박을 주자 이를 견디지 못하고 남편이 결국 부인을 살해했다. 부인은 남편을 돈 버는 기계로 여겼다. 남자들 스스로가 그리 생각한다는 게 더 비극적이다. 남자도 자기 삶을 갖겠다고 선언해야 한다.


돈에 대한 후회는 어느 정도인가?
돈이 있으면 더 행복할 거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은퇴자도 마찬가지다. 그렇지만 은퇴 후 가장 힘들게 다가오는 문제는 돈이 아니다. ‘오늘 하루를 어떻게 보낼까’에 관한 고민이 가장 많다. 행복은 소소한 일상에서 온다. 10억 원이 있다 해서 오늘 하루가 행복한 건 아니다. 돈이 있어도 외로움과 고립감에 시달리는 사람들이 많다. 동료를 보고 싶어도 자기의 초라한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아 피한다. 부인은 친구 만나러 외출하고, 온종일 남자 혼자 집에서 보낸다. 이들에겐 점심을 먹기 위해 냉장고를 여는 것도 스트레스다.


기업 임원 출신 은퇴자가 보이는 특징이 있다면?
높은 지위에 있던 사람일수록 과거를 버리지 못한다. 은퇴 뒤 사회복지관 프로그램에 참석할 때도 유독 짙은 색 양복에 넥타이를 매고 나타나 잔뜩 인상을 쓰고 앉아 있는다. 상실감이 크고, 가족관계도 엉망인 경우가 많다. 하지만 마음을 비우면, 이들이야말로 할 수 있는 일이 많다. 경험이 많았던 만큼 사회 곳곳에서 자원봉사자로 일하며 보람을 찾을 수 있다.


제목에 ‘남자가 후회하는 것’이라고 강조를 했다. 남자를 강조한 이유는 무엇인가?
나는 1980년대 페미니스트 운동 세대다. 여자가 남자보다 불리하고 손해보고 있다고 늘 여겼다. 그런데 이 책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생각이 많이 바뀌었다. 가부장제가 남자들을 힘들게 하고, 나이 들수록 그 짐이 커지는 경우를 많이 접했다. 남자는 가정에 대한 과도한 책임감과 부담감으로 자아를 잃기 쉽다. 우리나라 자살률, 특히 70대 남자 자살률이 높다. 남자도 사회적 약자다.


후회 없는 은퇴를 준비하려면?
무엇보다 마음가짐이 중요하다. 주변 상황을 잘 돌아보고 바르게 이해해야 한다. 요새 스칸디 대디가 유행한다. 시류를 따라 많은 3040 아빠들이 가족과 함께 들로 산으로 캠핑을 다닌다. 좋다. 그렇지만 이게 우리 현실에 맞는지 다시 한번 돌아보자. 우리나라는 스칸디나비아가 아니다. 유럽은 복지정책이 잘 갖춰져 있다. 은퇴 뒤 금전적 걱정이 없다. 평소에 야근도 적고 휴가도 길다. 일과 휴식의 밸런스가 맞춰져 있다. 하지만 대한민국 아빠들은 한 주 내내 격무에 시달리고, 주말에조차 가족에 봉사하느라 쉴 틈이 없다. 은퇴 뒤 대책도 말 그대로 대책 없는 경우가 태반이다. 3040세대는 베이비부머보다 상황이 더 안 좋다. 베이비부머는 호시절을 보냈다. 대학을 졸업하면 바로 취업이 됐고, 직장에 충성하면 직장도 그들을 버리지 않을 것이란 믿음이 있었다. 경제가 성장하며 돈도 모았다. 적당히 노후를 즐길 수 있을 거라 여겼다. 다만 예상치 못한 변수가 생겼다. 100세 시대가 성큼 다가올 줄은 몰랐다. 3040세대의 미래는 더 불투명하다. 지금보다 더 힘들어진다는 점은 분명하다. 베이비부머는 대개 집이라도 소유하고 있지만, 3040세대는 그렇지 않다. 집을 갖고 있거나, 살만한 경제력을 가진 이가 훨씬 적다. 집이 없으니 주택연금을 기대할 수도 없다. 반면 3040세대는 소비 수준이 높다. 집은 안 사도 차는 산다. 스칸디 대디는 비싼 돈을 들여 캠핑 장비를 구입한다. 이래선 안 된다. 길게 보고 대비해야 한다. 무엇보다도, 적게 벌더라도 오래할 수 있는 일을 준비해야 한다. 자신에게 투자해야 한다. 투자 없이는 미래를 준비할 수 없다.


은퇴자들이 행복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정부와 사회가 해야 할 역할은 무엇인가?
먼저 우선 정년이 선진국처럼 연장되거나, 정년 자체가 없어져야 한다. 머지않아 그리 될 거라 믿는다. 우리나라에서도 노후설계지원법이 준비되고 있다. 인생 2모작 지원법을 만들자는 논의도 있다. 은퇴자들이 노후를 구체적으로 설계하고 준비할 수 있는 지원체계가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40대 남성에게 장기휴가를 주는 것도 고려사항이다. 충분히 휴식하며 자신을 돌아보고 미래를 대비할 수 있게 해주자는 취지다. 100세 시대에 꼭 필요한 일이다. 일본에선 이미 그런 논의가 진행 중이다.


은퇴자에게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은?
여자들처럼 뻔뻔해지자. 아줌마들은 남의 눈 의식하지 않고 거리낌 없이 행동한다. 폐해도 있지만 긍정적인 측면도 있다. 남자 역시 지나치게 주변을 의식하지 말고, 자기 인생을 즐길 수 있어야 한다.

은퇴준비 10계명
1. 100세 시대의 의미를 깊이 생각하라
2. 취미를 세 개 이상 만들어라
3. 자신을 돈 버는 기계로 만들지 마라
4. 후배와 동료에게 희망을 주는 사람이 되라
5. 자식에게 돈과 인생 모두를 걸지 마라
6. 아내와 무조건 친하게 지내라
7. ‘불혹’ 하지 말고 ‘열정’ 하라
8. 다양한 일에 준전문성을 갖춰라
9. 꿈을 담은 명함을 만들어라
10. 혼자 사는 기술을 지금부터 익혀라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경 마켓시그널

헬로홈즈

미미상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