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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 검진의 사회적 부작용

세상에는 치료하지 않아도 되는 암도 있다.

“암 검진 과정에서 양성 종양의 발견은 필연적 결과라 할 수 있어요. 핵심은 치료하지 않고 놔두는 겁니다.”

오랫동안 사람들은 암이라는 질환은 빨리 발견해서 막지 못하면 이곳저곳으로 전이돼 목숨을 잃는다고 여겼다. 때문에 조기발견이 가장 확실한 암 예방책이라는 말은 진리가 됐으며, 정기적인 암 검진의 필요성도 강조됐다. 그러나 암의 발견이 곧 사형 선고를 뜻하지는 않는다. 최근 연구에 의하면 암세포의 활동은 우리 생각보다 훨씬 다양하다.

쉽게 말해 암은 손상된 DNA를 가진 세포가 손상 부위를 자가 복구하거나 사멸하지 않은 채 새로운 세포를 분열할 때 생긴다. 이때 어떤 암은 발견이 불가능한 단계에서조차 다른 조직으로 전이되지만 평생토록 끼고 있어도 전이가 이뤄지지 않을 만큼 매우 느리게 자라나는 암도 있다. 어떤 암은 아예 스스로 퇴행하기도 한다. 미국 다트머스대학 가이젤의대의 암 연구자인 H. 길버트 웰치 박사는 이렇게 설명한다.
“유방, 전립선, 갑상선의 샘에는 많은 작은 암들이 생길 수 있어요. 이들은 너무 작아서 사후에 해부를 통해서만 확인 가능하며, 환자를 죽음으로 몰아넣지 않습니다.”

그런데 현대의학은 이처럼 치료가 필요치 않은 암들을 너무 많이 찾아낸다. 한 연구에 의하면 통상적 유방 조영술을 통해 발견되는 유방암의 22~54%, 전립선 특이항원(PSA) 검사로 발견되는 전립선암의 23~42%가 환자의 생명을 위협하지 않는 암이다. 그럼에도 초기단계에서는 악성과 양성 종양의 구분이 극히 어려워 무수한 양성 종양이 수술, 방사선 치료, 화학요법에 의해 제거된다.

뭐가 문제냐고? 암 진단이 주는 심리적 충격은 차치하고라도 수술과정에서 여성의 유방이 절제될 수도, 남성의 성기능이 사라질 수도 있다. 의료비, 보험료 등 사회적 비용도 막대하다. 예컨대 오는 2020년 미국인들의 암 치료 비용은 2010년 대비 39% 증가할 전망이다. 불필요한 치료에 수십억 달러가 사라지는 것이다.

이제 의학계는 암 검진의 목적을 더 많은 암의 발견이 아니라 인명을 구하고, 고통을 줄인다는 원래 목적에 맞춰 재정비해야 한다. 조기 치료가 필요한 암을 선별해 발견하는 방향으로 목표를 수정해야한다는 얘기다.



미국 메모리얼 슬로언 케터링 암센터의 전립선암 전문의 앤드루 빅커스 박사도 이에 동의한다.
“암 검진 과정에서 양성 종양의 발견은 필연적 결과라 할 수 있어요. 핵심은 치료하지 않고 놔두는 겁니다.”

이와 관련 빅커스 박사는 현재 분자 마커를 활용, 추가조치가 필요한 비정상 PSA만을 선별하는 검진기술을 개발 중이며, 다수 연구팀들이 생명을 위협하는 암과 그렇지 않은 암의 유전적 차이를 구별할 방안을 찾고 있다.

지난 2012년 미 질병예방특별위원회(USPSTF)는 암 검진 간격의 최적화를 권고하기도 했다. 자궁경부암 검진 주기를 1년에서 3년으로 늘려도 적절한 진단과 치료에 문제가 없다는 것. 웰치 박사는 이렇게 말한다.
“지금도 가장 위험한 암들은 검진이 아닌 증상이 나타나서야 발견되는 게 보통이에요. 우리는 암 진단에 있어 시간이 갖는 가치를 무시한 채 무조건적인 빠른 대응만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28.5% 가짜로 양성 종양 진단을 받은 피실험자 중 종양 제거수술을 받겠다는 사람의 비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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