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5일 전 세계 로봇공학계의 이목은 일본 도쿄를 향해 있었다. 일본 소프트뱅크 그룹이 자회사인 프랑스의 알데바란 로보틱스와 함께 세계 최초로 감정을 읽는 가정용 로봇을 공개했기 때문이다.
‘페퍼(Pepper)’로 명명된 이 로봇은 4대의 마이크와 2대의 카메라, 3D 센서, 터치센서, 음파센서, 레이저센서, 자이로스코프 등을 이용해 자신의 주변 상황을 스스로 인식하고 반응한다. 최신 음식인식 기술을 채용, 사람과 언어를 통한 의사소통도 가능하다. 이미 일본어, 영어, 프랑스어, 스페인어 등 4개국어를 구사한다는 게 소프트뱅크의 설명이다.
또한 페퍼는 총 20개의 모터 및 액추에이터가 부여해준 높은 자유도(DOF) 덕분에 물건을 집고, 악수를 하고, 춤을 출 수 있다. 물론 페퍼의 가장 놀라운 능력은 바로 인간의 감정을 인식한다는 사실이다. 카메라와 마이크, 센서들이 얼굴 표정과 음성, 제스처 정보를 취합하면 감정인식 알고리즘이 사람의 감정상태를 파악하는 메커니즘이다. 때문에 굳이 입 밖으로 기분을 표현하지 않아도 페퍼는 당신이 기쁜지, 우울한지를 알아채고 그에 맞춰 행동한다. 어쩌면 애인과 헤어져 울고 있는 당신에게 다가와 조용히 어깨를 토닥여줄지도 모른다.
특히 상용모델의 경우 클라우드 기반 인공지능에 힘입어 자가 학습능력까지 갖출 예정이다. 이렇게 되면 초기에는 다소 분위기 파악을 못할 수 있어도 시간이 지날수록 로봇이라는 이질감은 사라지고 한 가정의 구성원으로서 자연스럽게 가족들과 교류가 가능해진다.
인간과 로봇의 관계를 한단계 업그레이드시켜줄 페퍼의 상용모델은 2015년 2월 일본에서 정식 시판될 예정이며, 가격은 대당 19만8,000엔(약 200만원)으로 책정됐다.
1 음성 대화
페퍼는 일본어를 필두로 영어, 프랑스어, 스페인어로 대화가 가능하다. 일상대화의 70~80%를 이해하는 수준이며, 심지어 랩과 농담까지 구사한다. 알데바란이 올해 9월을 목표로 소프트웨어 개발 키트(SDN)와 어플리케이션(앱)을 개발 중인 만큼 언어 이해도와 구사력은 향후 더욱 향상될 것이며, 한국어를 포함한 다른 언어들도 구사할 수 있게 될 것이다.
2 센서
눈의 적외선 센서로 주변 환경을 3D로 매핑한다. 입과 눈 사이에는 고해상도 카메라가 각각 장착돼 있다. 머리에 장착된 4개의 마이크로 소리의 방향을 감지하며, 머리와 손에는 각각 3개, 2개의 터치센터도 달려 있다.
3 손재주
인간과 마찬가지로 다관절 팔과 손가락을 지녀 열쇠나 우산, 컵 등을 힘들지 않게 잡을 수 있다. 악수를 하거나 다양한 제스처를 취할 수 있음은 물론이다. SDN과 앱을 활용하면 더 많은 손재주를 발휘할 수 있다. 장난기 많은 아이들이 페퍼에게 달려들다가 다치는 사태를 최소화하기 위해 손과 팔의 관절 부분은 유연한 고무 소재로 제작됐다.
4 이동
페퍼는 이족보행 휴머노이드가 아니다. 조속한 상용화를 위해 바퀴형 이동방식을 채택, 계단을 오르내릴 수는 없다. 아니 1.5㎝의 이상의 둔덕을 넘지 못한다. 그래서 문지방 같은 장애물이 없는 사무실이나 상품 매장에서 훨씬 유용하다. 소프트뱅크도 현재 제작된 3대의 프로토타입 페퍼를 도쿄의 휴대폰 매장에서 운용 중이다. 다만 그만큼 에너지 효율이 좋아 배터리를 완충하면 최대 12시간 이상 작동한다.
5 자가학습
페퍼가 사람의 감정 분석을 위해 습득한 모든 정보는 인터넷 연결을 통해 클라우드 기반 데이터베이스에 축적, 다른 페퍼들과 공유된다. 따라서 페퍼의 판매대수가 늘수록 감정을 읽는 능력도 기하급수적으로 일취월장하게 된다.
[SPECIFICATION]
신장: 1.21m
체중: 28㎏
이동속도: 최고시속 3㎞
동력원: 리튬이온 배터리
배터리 수명: 약 12시간
디스플레이: 10.1인치 터치스크린
DOF Degrees of Freed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