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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의 최신 상품: 복잡성

[Deviation] Apple’s newest product: Complexity

애플은 고객들이 답답함을 느끼지 않게 하겠다고 호언장담을 했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By Adam Lashinsky


기기를 아주 잘 다루는 필자의 한 친구는 최근 오디오 파일을 동료와 공유하는 방법을 찾아 헤맸다. 한 시간 분량의 비즈니스 회의 녹음 파일이었는데, 용량이 너무 커서 이메일이나 문자 메시지에 첨부할 수 없었다. 하지만 아이폰이 제공하는 옵션은 그것뿐이었다. 그래서 그는 아이폰을 노트북 컴퓨터에 연결하고, 아이튠즈를 설치한 후 휴대폰에서 컴퓨터로 파일을 옮기려 했다. 그러나 소용이 없었다. 그래서 다시 마우스 오른쪽을 클릭해 ‘저장하기’나 ‘내보내기’ 기능을 찾았으나, 이 또한 실패로 돌아갔다. 그는 비슷한 기능이라도 찾기 위해 10분간 수수께끼 같은 메뉴와 복잡한 화면을 헤매다가 결국 포기하고 인터넷을 검색했다. 누군가 ‘아이폰을 컴퓨터에 연결하면 아이튠즈에서 자동으로 휴대폰 음성 파일이 아이튠즈 라이브러리와 연동된다’라는 명랑한 톤의 글을 게시판에 남겼다. 그러나 모두가 이 게시판을 찾지는 못할 것이다. 내 친구는 “정말 말도 안 된다”며 “아이튠즈를 10년이나 사용했는데도 모르는 게 있었다”고 투덜댔다.

지금까지 애플 제품은 알아서 잘 작동해왔다. 프린터를 설치할 때 따로 드라이브 설치를 걱정할 필요도 없었다. 파일을 백업하고 싶을 때도 시기나 방법을 고민할 필요가 없었다. 타임 머신 기능이 이 모든 과정을 알아서 처리해 주었다. 무엇보다 사용자들은 애플 제품을 이용할 때 매뉴얼을 읽을 필요가 없었다. 물 흐르듯 사용자들에게 차원이 다른 경험을 선사하는 것이 애플의 특징이었다. 2000년대 말 방송된 ‘겟 어 맥 Get a Mac’ *역주: 맥 Mac이라는 남자와 PC라는 남자가 각 부분에서 경쟁을 벌이다가 맥이 승리하는 내용의 광고을 생각해보라. 단순한 사용법 덕분에 애플은 타사 제품과 거의 같은 부품을 사용해도 프리미엄을 붙여 판매할 수 있었다. 이렇게 모든 제품을 균일화 하는 데는 애플의 공동 창립자이자 CEO였던 고 스티브 잡스의 공이 매우 컸다. 그의 뛰어난 비전과 독재적인 경영 방식이 없었다면, 애플도 마이크로소프트처럼 심각한 내홍을 겪었을 것이다.

지금도 애플은 제품 사용 설명서를 제공하지 않고, 유저 인터페이스(UI)도 경쟁사만큼 복잡하지 않다. 하지만 이제 애플은 자사 제품이 세계 최대 기업-직원이 8만 명에 달한다의 제품이라는 사실을 보여주기 시작했다. 아이튠즈와 아이포토 iPhoto, 아이클라우드 iCloud 및 여타 소프트웨어와 서비스들은 사용자들에게 혼동을 줄 정도로 점점 복잡해지거나 지나치게 시대에 뒤떨어지고 있다. 이 두 가지 문제를 모두 드러낼 때도 많다. 사용자들이 애플 제품을 타사 제품과 함께 사용하면, 상황은 더 복잡해질 수 있다(애플 제품과 비 애플 제품이 잘 호환될 것으로 생각하고, 구글의 안드로이드 OS 기기를 산 무지몽매한 소비자들은 큰 화를 입을 것이다). 심지어 애플의 기업 구조도 점점 더 복잡해지는 사용자 경험에 영향을 받고 있다. 아일랜드가 애플의 조세 피난처라는 점과 애플이 법인세를 낼 필요가 없는 네바다 주에서 자금 관리를 하는 점은 새로운 사실이 아니다. 과거에는 이러한 특성들이 애플에게 신비로운 매력으로 작용했지만, 지금은 투명성이 결여됐다는 느낌을 주고 있다. 한때 단순함의 상징이었던 애플이 예상과는 달리 점점 복잡함의 전형이 되어가고 있다.

애플 제품과 씨름하다 보면 마이크로소프트가 최고의 인기를 구가하던 시절, 복잡한 제품 사용법 때문에 혼란스러웠던 기억이 떠오른다. 예컨대 마이크로소프트 소비자들은 워드에 평생 사용할 일 없는 워드프로세스 기능이 너무 많다고 늘 생각했다. 현재 애플의 소프트웨어도 거의 그 수준에 도달했다.

애플은 현대 기업 중 가장 효율적인 기업이라는 이미지를 공들여 만들어왔지만, 사실 지금 같은 상황이 처음은 아니다. 1990년대 중반 애플의 생산라인은 잡동사니로 가득했다. 초기 휴대용 컴퓨터인 뉴튼 Newton 메시지 패드와 다양한 품질 및 가격대의 프린터들, 심지어 초기에는 디지털카메라까지 있었다. 애플 지점과 공장이 전 세계에 널려 있었다. 지배 구조와 예산, 전략도 제각각이었다. 하지만 1997년 스티브 잡스가 애플에 당당히 되돌아오면서 이 모든 것을 바꿔놓았다. 그가 제품 라인을 데스크톱과 노트북 각각 두 종류로 줄이고, ‘애플 공화국’을 하나의 지배권으로 통합한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스티브 잡스 1인 통치 시스템이 작동하기 시작한 것이었다.

애플이 다시 복잡해진 데에는 어느 정도 이해할 만한 부분도 있다. 시가 총액 5,000억 달러의 애플은 세계에서 가장 가치 있는 기업이 되었다. 또 글로벌 시장 진출도 매우 활발하다. 16개국에 424개의 애플 스토어가 있고, 39개국에서 온라인 판매를 하고 있다. 애플리케이션은 무려 150여 개국에서 40가지 이상의 언어로 제공된다. 하지만 스마트폰이 해당 국가의 통신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애플은 모든 나라의 규제 당국을 상대해야 한다. 가장 집중화가 잘 된 기업조차 흔들릴 수 있는 약점이다.

이런 상황에서도 애플의 제품라인은 여전히 놀랍도록 단순하다. 애플은 단 세 종류의 아이폰과 두 종류의 아이패드만 판매하고 있다. 모두 소프트웨어 표준화를 통해 제한된 컴포넌트 특화(limited component customization)에 성공했다. 현 CEO인 팀 쿡 Tim Cook이 2000년대에 만든 애플 공급망은 높은 효율성을 자랑하고 있다.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의 결합 부분에서도 애플은 여전히 세계 최고다.

온라인 서비스는 또 다른 문제다. 자사 제품을 하나로 묶어주는 서비스 부문에서 애플은 그다지 효율적이지 못했다. 애플 자체는 결코 인터넷 회사가 아니었다. 이를 스스로 증명하고 있다. 애플은 여러 온라인 분야에서 발 빠르게 대처한 경쟁업체에 비해 정말 ‘비트 감’을 잃었다(말 장난이 아니다. 애플은 이 비트 감을 되찾기 위해 유명 헤드폰 제조업체 ‘비츠’ 일렉트로닉스 Beats Electronics를 인수했다는 소문이 있다). 뮤직 스트리밍 서비스 스포티파이 Spotify와 판도라 Pandora는 온라인 뮤직 스트리밍 서비스 부문에서 소비자들을 사로잡았다. 스트리밍 서비스가 없었다면 이들은 모두 애플 고객사가 됐을 것이다. 애플은 아이팟이 소니의 워크맨 시장을 가로챈 것과 같은 방식으로 시장을 빼앗겼다. 또 클라우드 서비스 기업 드롭박스 Dropbox의 사진 저장 서비스도 애플의 아이포토보다 더 우월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하지만 애플 대변인은 “우리 제품의 사용 편의성은 전설적”이라며 “우리는 고객들을 위해 데스트톱과 휴대폰, 클라우드 서비스가 강력히, 그리고 물 흐르듯 함께 작동할 수 있도록 계속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애플의 난제 중 하나는 어떻게 기존 서비스에 새로운 서비스를 접목시키느냐는 것이다. 이는 성숙기에 접어든 기술 회사들이 언제나 풀어야 할 과제다. 다시 말해 기존 제품의 기능은 강화하면서 단순함은 유지하는 것이다. 초창기 애플 직원이자 사용자 경험(User Experience·UI) 전문 컨설팅기관 닐슨 노먼 Nielsen Norman의 사장 브루스 토그나지니 Bruce Tognazzini는 아이포토를 예로 들었다. 그는 “2년 전 사용자들이 더 많은 사진을 저장하면서, 아이포토의 기능 강화가 절실히 필요했다”고 말한다. “하지만 애플은 오히려 아이포토의 핵심 기능들을 없애 프로그램의 편의성을 더 해쳤다. 그 결과 사람들은 문제점을 우회할 방법을 찾기가 어려워졌고, 점점 많은 사진을 저장하면서 메모리 부담도 대책 없이 커졌다.”

하지만 경쟁업체의 제품도 만만치 않게 복잡하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구글, 아마존, 삼성, 마이크로소프트도 모두 제품을 단순화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 이들은 모두 대기업이기 때문에 CEO가 이사회를 피해 독단적으로 제품 개발을 관리할 수 없는 구조를 가지고 있다. 하지만 이들 중 어떤 회사도 애플처럼 자사를 단순함과 동일시하지는 않았다. 스스로 알아서 작동하지 않는다면, 애플 제품이라 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러면 애플은 덜 복잡해질 것인가? 확신하기 힘들다. 애플은 여전히 다른 기업보다 잘하고 있고, 덕분에 많은 수익을 내고 있다. 따라서 애플의 복잡성이 위기를 의미한다고 볼 수는 없다. 최소한 아직까지는 말이다.

디자인은 경험이 필요하다
EXPERIENCE DESIRED
디자인 회사 프로그 frog의 데니즈 거슈빈 Denise Gershbein과 시몬 레바우덴고 Simone Rebaudengo가 복잡함을 숨기는 작업에 대해 이야기한다.
By Andrew Nusca

거슈빈: 지난 10년간 우리는 편의성을 위해 계속 새로운 디자인을 설계해왔다. 때문에 이제는 복잡한 기기가 너무 많아졌다. 모든 디자인 팀이 저마다 새로운 세상을 창조한다. 모든 시스템이 바탕부터 설계되는 식이다. 참고할 만한 틀이 없다.

레바우덴고: 단순화할 것인가, 아니면 도구를 통달하려는 사람들에게 발견하고 배우는 즐거움을 줄 것인가? 사용하기 어려워서 좋은 도구도 있다. 예컨대 기타는 절대 사용하기 편해지지 않는다. 그럼에도 기타는 매우 강력한 도구다.

거슈빈: 새로운 의견이 아무리 많더라도 모두 디자인에 반영될 수 있다. 자동차 라디오의 디지털 UI를 만들기 위해 우리는 기존 상품, 사람들의 동작과 의견, 경쟁업체의 동향, 브랜드 이미지 및 최종 소비자를 고려한다. 무엇을 취하고, 버릴 것인지 선택하기란 쉽지 않다. 하지만 디자이너로서 우리는 전체 변수를 고려해야 한다.

레바우덴고: 우선 ‘사용자를 모두 잃지 않고, 얼마만큼 시스템에 변화를 줄 수 있을까’를 생각해야 한다. 일부 사람들은 적응하지만, 변화 때마다 고객을 잃게 되는 냉혹한 비즈니스 현실도 알아야 한다.

거슈빈: 디자인의 본질은 무언가를 더 좋게 만드는 데 있다. 이것이 바로 혁신이다. 그러나 새로운 인터페이스와 쌍방 소통 경험을 왕성하게 만들어나가는 것에 비해 디자인의 발전은 더딘 편이다. 마치 양날의 검과 같다.


많은 애플 기사를 보고 싶다면 대니얼 로버츠 Daniel Roberts의 기사 ‘막후에선 오히려 리더가 월급날을 더 기다린다(Behind the Scenes, a Frontman Awaits a Payday)’를 놓치지 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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