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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탄의 대이동

The Great Coal Migration

석탄은 그동안 중국 경제의 성장을 이끌어 온 주요 동력이었다. 하지만 동부 도시들이 스모그로 몸살을 앓고 있다. 정부는 발전소를 내륙으로 옮겨 이 문제를 해결하려 하고 있다.
BY RICHARD MARTIN
PHOTOGRAPH BY ADAM DEAN


중국 북부 타산 Ta Shan에 위치한 광활한 산업단지에선 오후 3시가 되면 석탄 광부들의 오후 교대가 이뤄진다. 검은 더께가 얼굴에 묻은 광부들이 숙소로 돌아가는 픽업트럭에 우르르 올라탄다. 거주지로 돌아가는 먼 길을 떠나기 전 광부들은 작업복을 벗고 탄가루를 씻어내고 옷을 갈아입은 후 낡은 오토바이에 올라탄다. 주변의 모든 것은 입자가 고운 검은색 가루에 덮여 있다. 하늘은 온통 스모그에 뒤덮인다. 해를 본다는 것은 상상조차 할 수 없다.

타산 광산은 중국 석탄산업의 중심인 산시성 다통시에서 약 32km가량 남쪽으로 떨어진 복합공업단지 타산 순환경제공원(Ta Shan Circulated Economic Park)의 일부분이다. 이 경제공원은 산시성 북부의 상당 부분에 걸쳐 뻗어 있는 진베이 Jinbei 석탄 클러스터에 속해 있다. 다통 석탄 그룹(Datong Coal Mine Group, 중국어로는 ‘통메이 Tongmei’라 하는데 이는 ‘석탄 연합’ 정도의 뜻이다)이 소유한 이 공원은 탄광과 철광, 최대출력 600메가와트의 석탄보일러 두 대가 있는 타산 화력발전소, 하수 처리 플랜트, 화학 플랜트, 자체 철도, 석탄을 둘러싸고 있는 불연성 물질인 맥석으로 벽돌을 만드는 공장 등으로 구성돼 있다.

2003년부터 꾸준히 건설되고 있는 타산은 중국 석탄산업의 친환경 신모델로 홍보되고 있다. 발전소에서 나오는 잉여 열은 직원들의 아파트 난방용으로 사용되고, 비산재(석탄을 태운 후 남은 잔여물)는 시멘트 플랜트에서 원자재로 재활용된다. 통메이 홈페이지에 따르면, 타산은 정원을 떠올리게 하는 새로운 광업구역으로, 한 플랜트에서 배출된 폐기물이 주변 플랜트에선 원자재로 사용된다. 또 직원들에게 깨끗하고 안락하며 아름다운 근무 환경을 제공한다. 하지만 서구인의 관점에서 타산은 정원과 별로 닮은 구석이 없다. 희뿌연 하늘 저편까지 거대한 고압전류용 송전탑이 이어진 모습은 앙상한 초대형 로봇을 보는 듯했다.

이 음습한 공업단지는 중국 정부의 장기 에너지 정책의 상징과도 같은 존재다. 환경 문제에 직면한 중앙 정부는 여기저기 분산된 석탄 관련 시설을 통합해 타산과 같은 초대형 ‘석탄 단지’를 건설하려고 한다. 이를 통해 오염 확산 방지, 폐기물 재활용 및 광부 안전 보호를 이루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계획의 맹점은 석탄 클러스터가 주변 지역 및 지구 환경에 끼치는 해악이 어느 정도일지 충분히 고려하지 못했다는 데 있다.

석탄은 중국 경제 기적의 주요 동력원이었다. 석탄은 중국의 1차 에너지 사용량 중 4분의 3을 차지하며, 중국이 매년 소비하는 석탄의 양(40억 톤 이상)은 전 세계 다른 나라들의 사용량을 모두 합친 것과 맞먹는다. 그러나 중국의 지칠 줄 모르는 석탄 소비로 인한 환경·경제·공중보건상의 비용은 이제 감당할 수 없는 수준에 이르고 있다. 베이징, 상하이, 항저우를 비롯한 동부의 대도시들은 심각한 스모그로 고통 받고 있으며 이로 인해 매년 25만 명의 사망자가 발생하고 있다.

이에 맞서 정부는 석탄업계에 강제 구조조정, 비인가 광산 폐쇄, 향후 소비량 제한 등의 조치를 시행하고 있다. 해안의 소비 중심지에선 석탄 사용이 단계적으로 줄고 있다. 정부에 따르면 베이징이 위치한 허베이성의 석탄 사용량은 2017년까지 절반으로 줄어들 전망이다. 그러나 타산을 비롯한 석탄 단지의 건설은 석탄 총 사용량을 오히려 늘리는 결과를 낳을 우려가 있다. 중국 국가에너지국(National Energy Administration)의 석탄산업처 부부장 리하오펑 Li Haofeng은 최근 상하이에서 열린 한 국제회의에서 “서부에 다목적 전력공급센터를 건설해 청정 석탄으로 생산한 에너지를 해안가 도시에 공급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에너지국은 내년에 비효율적인 소규모 광산 1,700개 이상을 폐쇄할 것이라 밝혔다. 동시에 최대 70개의 신규 석탄발전 플랜트를 세울 계획을 세우고 있는데, 그 대다수는 타산을 비롯한 대형 석탄 단지에 위치하고 있다. 세계 최대 화석연료 개발 프로그램으로 꼽히는 중국의 석탄 클러스터 프로그램은 산시성 북부의 진베이(타산 단지의 거점)부터 중국 남부 상하이 근처에 있는 안후이성 리안후앙 Lianhuang에 이르기까지 최소 14개의 거점에 걸쳐 이어질 계획이다. 키르기스스탄 국경 근처 서부 사막에 위치한 최대 거점인 신장 클러스터 the Xinjiang cluster는 그 면적이 약 3만 6,000㎢에 달해, 뉴저지 주와 로드 아일랜드 주 *역주: 미국에서 가장 작은 주를 합한 것보다도 넓다.

내륙에서 석탄발전을 통해 생산된 전기를 해안 지역으로 전송하기 위해 정부는 서부와 동부를 잇는 초고전압선인 ‘전력 통로’ 건설에 약 5,000억 달러를 투자할 예정이다. 올해 초에는 세계 최대 초고전압선이 신장 자치구의 하미 Hami에서 동쪽으로 2,400km 넘게 떨어진 상하이로 전력 공급을 개시하기도 했다.

석탄발전소의 굴뚝을 광대한 내륙으로 옮기는 계획을 통해 베이징과 상하이의 하늘은 조금 더 맑아질지 모른다. 하지만 중국의 국가적인 오염 문제나 날로 심각성이 더해지고 있는 전 세계적인 기후변화 해결에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할 것이다. 타산 같은 석탄 기지들은 중국 에너지 산업의 더욱 암울한 미래를 엿볼 수 있는 현장이었다.

중국의 에너지 및 오염 문제에 대해 더 알고 싶다면 포춘 홈페이지를 방문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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