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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장 당 평균 매출액 세계 1위 Η&М이 잘나가는 이유

세계 3대 패스트 패션 기업 중 하나인 Η&М 의 관심사는 매출 확대가 아니다. 지속가능성을 경영 전략의 최상위에 두고 있다. 때문에 환경보호, 근로조건 개선, 브랜드 가치 공유 등에도 세심한 신경을 쓰고 있다. 합리적 가격의 질 좋은 제품을 내놓는 건 두말할 필요도 없다.
유부혁 기자 yoo@hmgp.co.kr

2000년대 들어 시작된 패스트 패션 열풍이 여전히 뜨겁게 불고 있다. 신흥시장에선 매년 30% 이상 매출 성장을 올리며 지구 어딘가에 브랜드 매장이 매일 하나씩 늘고 있다. 패스트 패션 브랜드 상위 3개사(ZARA, H&M, 유니클로)의 연 매출은 럭셔리 브랜드 빅3(LVMH, 리치몬트, 에스티로더 컴퍼니즈)의 매출을 훨씬 상회하고 있다. ZARA를 소유하고 있는 인디텍스의 회장 아만시오 오르테가는 개인 자산 640억 달러로 1위 빌 게이츠(760억 달러), 2위 카를로스 슬림(720억 달러)에 이어 세계 부자 3위에 랭크되어 있고, 유니클로 모기업 패스트리테일링의 회장 야나이 다다시 회장도 일본을 대표하는 부자 반열에 올라 있다.

하지만 성장의 이면에는 그림자도 있는 법이다. 패스트 패션 업계는 과거 명품 브랜드나 기성 브랜드가 받았던 비판도 함께 받고 있다. 누군가의 말처럼 관심이 모이는 곳엔 늘 감시가 따르기 때문이다. 그런데 유독 패스트 패션 브랜드 중 H&M만은 대중의 비난에서 살짝 비켜나 있다. 정확히 말하면 비난이 없는 건 아니지만, 다른 업체들처럼 분명한 논란거리(저임금, 아동 근로, 산업쓰레기 배출, 독성 화학물질 검출 등)를 만들어 비난을 산 적은 거의 없다. ‘지속가능성’을 가장 중요한 경영 철학으로 삼고, H&M 스스로 환경, 기업 윤리, 인권에 대한 끊임없는 자기점검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H&M은 매년 발간하는 지속가능 보고서를 통해 이에 대한 실천 사항도 알리고 있다.

이 같은 노력의 결과로 H&M은 세계적인 브랜드 평가 업체 인터브랜드가 선정한 ‘2013 베스트 글로벌 브랜드’에서 21위(리테일 부문 1위)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H&M보다 규모가 큰 ZARA는 36위, 럭셔리 브랜드 에르메스는 54위, GAP은 100위였다. 유니클로는 아예 순위에 들지 못했고, 같은 스웨덴 기업 IKEA는 26위였다.

그렇다면 1947년 스웨덴 시골 마을에서 여성들을 위한 옷 가게 ‘Hennes’로 시작한 이 기업은 어떻게 세계 최고 패션 기업의 반열에 오를 수 있었을까? 우선 H&M이 매출이나 기업 규모보다 ‘패션’에 집중했다는 점을 이유로 꼽을 수 있다. H&M은 ‘패션’ 가치를 높이기 위한 노력을 지속해 왔을 뿐만 아니라 ‘환경’과 ‘기업 윤리’를 지키는 데에도 노력을 기울여왔다. 소비자만큼이나 직원들과 협력업체 노동자에 대해서도 깊은 애정을 보여왔다.

H&M은 패스트 패션 기업들의 공통점이라 할 수 있는 자체 공장도 가지고 있지 않다. 대신 900개에 이르는 공급업체를 통해 제품을 생산한다. 대개 패스트 패션 기업들은 자체공장을 두고 고객 수요에 맞춰 생산 시스템을 운영한다. 이와 달리 H&M은 160여 명의 인하우스 디자이너들이 트렌드를 연구하고 제품을 개발해 다품종 소량 생산으로 고객의 만족도를 높이고 있다. 그러다 보니 다양한 공급업체가 세계 각지에 흩어져 있음에도 공급업체를 선발하는 기준은 오늘날 소비자가 옷을 고르는 기준만큼이나 높다. 예를 들면 면화 재배 업자나 공급업체들이 아동 노동과 관련한 물의를 일으키고 있는지 철저히 조사한다.

상시적으로 공장을 감시하는 직원을 두고 있을 뿐만 아니라 공급업체가 아동 노동자를 고용할 경우 즉시 계약을 파기한다는 규정도 가지고 있다. 또 공급업체 노동자들의 근무 환경 개선을 위해 공정 임금 지불 시스템, 생계 임금 로드맵 같은 다양한 정책도 시행하고 있다.

H&M은 성과공유제의 일환으로 ‘H&M 인센티브 프로그램’을 실시하고 있다. 한스 인센티브 프로그램( H&M그룹의 스테판 페르손 가족이 기부해 만들었다) 에서 관리하는 이 프로그램의 기금은 H&M 주식(약 1,600억 원 상당)과 회사의 배당금 등으로 충당되고 있다. 5년 이상 근속자라면 국가, 직종, 직책에 관계 없이 이 프로그램을 통해 인센티브를 받을 수 있다.

H&M의 한국 PR을 담당하고 있는 정해진 팀장은 “브랜드 밸류를 확산시키는 가장 좋은 방법은 직원을 통하는 것”이라며 “ H&M은 직원의 가치를 우선시하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브랜드 밸류가 공유되고, 또 이것이 (브랜드를 강화시키는) 좋은 성과로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엄밀히 말하면 직원을 넘어 사람에 대한 투자가 H&M 경영활동의 중요한 부분”이라고 덧붙였다.

H&M은 능력 있는 젊은 디자이너가 세계 패션계에서 크게 성장할 수 있도록 ‘ H&M 디자인 어워드’도 개최하고 있다. 처음엔 유럽 패션 스쿨의 졸업작품을 대상으로 했지만 현재는 미국, 일본, 한국의 패션스쿨 졸업 작품도 포함시켜 수상자를 선정하고 있다. 2013년 우승자는 한국인 김민주 씨로, 삼성디자인스쿨(SADI)을 졸업하고 현재 벨기에 앤트워프 디자인 스쿨에서 유학 중이다. 이런 디자인 어워드를 개최하는 브랜드는 패스트 패션 업계에서 H&M이 유일하다.

패션기업이 환경을 망친다는 비판에 대해 H&M은 아주 단순한 대답을 내놓는다. ‘패션은 환경을 생각해야 한다’가 그것이다. H&M은 우선 미리 몇 백만 장을 제작해 밀어내기 식으로 판매하지 않기 때문에 대량으로 산업 폐기물이 배출되는 일이 없다. 게다가 H&M은 입지 않는 옷을 수거해 트렌디한 제품으로 다시 시장에 내놓는 방법으로 환경을 보호하고 있다. 정해진 H&M 팀장은 말한다.“옷감의 95%는 재사용이 가능합니다. H&M은 세계에서 오가닉 코튼을 가장 많이 사용하는 기업이죠. 페트병을 재생해 만든 재생폴리에스터 등 친환경 소재에 대한 고민을 계속해서 하고 있습니다. 브랜드와 상관없이 헌 옷을 수거해 재사용하는 방식은 전세계 최초로 H&M이 모든 진출 국가, 모든 매장에서 진행하고 있어요. 작년에도 전 세계 매장에서 3,000톤 이상의 헌 옷을 수거했죠.” 수거된 옷을 직물로 환산하면 티셔츠 1,500만 장을 만들 수 있는 양이다. 또 H&M은 생산과정에서 상당한 양의 물을 쓰거나, 오염수를 배출하는 데님의 생산과정을 혁신해 지난해 3억 4,000만 리터를 절약했다. 이는 데님 생산에 필요한 물의 약 65%에 해당하는 양이다.

H&M은 제품에도 환경에 대한 고민을 담고 있다. 세계에서 유기농 면을 가장 많이 사용하는 H&M은 적법한 방법으로 도축된 동물 가죽만을 취급하고 있다. 얼마 전 문제가 됐던 중국산 토끼털이나 인도산 가죽은 전혀 사용하지 않는다. 매장의 전력 사용량도 2007년에 비해 14% 줄였고, 유럽을 시작으로 재생에너지원 사용도 계속 확대하고 있다.

H&M의 이런 가치 창출 활동은 매장 대비 판매액 세계 1위라는 결과로 나타났다. 패스트 패션 1위 기업인 ZARA는 2013년 6,000개 매장에서 23조 원의 매출을 올렸지만, H&M은 3,000개 매장에서 18조 6,000억 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H&M은 올 1월, H&M의 자매 브랜드인 COS의 한국 진출을 발표했다. 8월에는 H&M HOME의 한국 입성 소식도 알렸다. 이 같은 다양한 브랜드의 시장 진출은 최근 패스트 패션브랜드를 포함해 패션계의 중요한 흐름이 되고 있다. 하지만 H&M은 지금까지 이 부분에서 대응이 빠른 편이 아니었다. 멀티 브랜드 전략은 ZARA의 모기업인 인디텍스가 먼저 시행했다. ZARA는 멀티브랜드 전략과 빠른 점포 수 확장을 통해 H&M을 제압하고 매출 1위에 올랐다. H&M도 조금 늦긴 했지만 최근에는 빠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H&M HOME에 이어 H&M SPORTS 등 새 상품 카테고리를 추가하며 공격적인 멀티브랜드 전략을 취하고 있다.

H&M은 명품 브랜드나 디자이너와의 콜라보레이션을 처음 시도해 큰 반향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지난 10년 동안 칼라거펠트를 시작으로 스텔라 매카트니, 빅터앤롤프, 로베르토까발리, 꼼데 가르송 같은 수많은 유명 디자이너, 명품 브랜드와 콜라보레이션을 작업을 하며 패스트 패션 브랜드에 명품의 이미지를 가미했다.

이자벨 마랑과의 콜라보레이션 제품을 한국에서 판매할 땐 “연차 내고 줄 서서 기다려 샀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큰 관심을 모으기도 했다. H&M은 이 여세를 몰아 올 10월 미국 디자이너 알렉산더 왕과의 콜라보레이션 제품을 전 세계에 선보일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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