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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경제적 의사결정의 투트랙적 접근

FORTUNE’S EXPERT | 윤창현의 ‘경제전망대’

국가 전반에 큰 영향을 미치는 정치·경제적 의사결정을 바람직하게 하기 위해선 어떤 전략이 필요할까. 신속성과 효율성, 유연성을 아우르려면 의사결정 원칙 자체가 다른 두 그룹을 잘 구분하고 이들의 특성을 실질적으로 감안하는 투트랙적 접근이 필요하다.


브릭스 국가에 속해 있는 인도는 인구 10억 명이 넘는 대국이다. 최근에는 경제발전을 거듭하면서 주요 신흥국으로 발돋움 중이다. 그러나 인도를 방문해보면 아직도 많은 문제가 존재함을 인식하게 된다. 부족한 것이 많지만 그중에서도 특히 도로를 포함한 사회간접자본이 매우 취약하다. 아직도 부패문제가 상당 부분 존재하는 상황에서 국고가 튼튼하지 못하다는 점도 지적되고 있다. 인도에서 거대한 도로공사를 포함한 대형 프로젝트를 추진하기 힘든 현상을 ‘민주주의(Democracy)는 있는데 의사결정(Decision Making)은 없다’는 말로도 정리할 수 있다. 개별 국민의 의사가 존중되어야 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만장일치 식으로 해선 도저히 의사결정이 이뤄지지 않는다. 고속도로를 내려면 토지를 수용해야 하는데 도로 설계가 확정된 이후 토지수용 과정에서 소위 ‘알박이’ 를 시도하는 주민들이 많이 나타나게 되면 협상 과정이 지연되면서 실제 건설은 마냥 미뤄지게 된다. 중국과 같은 사회주의 국가도 이 문제가 불거질 정도이니 민주주의 국가인 인도에선 이런 일이 더욱 심하게 일어날 수밖에 없다. 이처럼 민주주의 국가의 의사결정은 매우 힘든 과정을 거칠 여지가 크다. 그러다 보면 국가 발전이 더뎌지는 어려운 상황에 봉착할 수도 있다.

민주주의 국가에는 소위 ‘님비’와 ‘님트’ 같은 문제도 존재한다. ‘님비’는 ‘NIMBY’, 즉 ‘Not In My BackYard’의 약어이다. 다른 지역에 개발을 하는 것은 좋지만 내 뒷마당(우리 지역)에선 안 된다는 것이다. 지역주의의 문제를 잘 드러내는 익숙한 표현이다. 또한 ‘님트’는 ‘NIMT’, 즉 ‘Not In My Term’의 약어이다. 내 임기 내에는 안 된다는 것이다. 투표로 선출되는 정치인들이 임기 내 민감한 이슈를 건드렸다간 다음 선거에서 낙선할 수 있으므로 건드리지 않고 넘어가게 된다는 것이다. 중요한 문제일수록 갈등의 소지가 많아 자꾸만 의사결정이 지연될 수 있다는 얘기다.

그 밖에도 ‘발카니제이션’(Balkanization)이라는 단어를 새겨 둘만 하다. 그리스가 위치한 발칸반도는 여러 국가가 존재하기 때문에 나라 간 갈등이 심한 곳이다. 1차대전을 포함한 세계대전 외에도 인근 국가 간 전쟁과 내전이 이 지역을 할퀴고 간 아픈 경험을 간직하고 있다. 이러한 발칸반도의 상황을 빗대어 발카니제이션이라는 단어가 등장했다. 가까운 이웃 국가들끼리 심각한 갈등 양상을 보이고 있는 상황을 국내 갈등과 연결해, 국내에서 ‘만인에 대한 만인의 투쟁’이 나타나는 현상을 이 단어로 표현한다. 의사결정을 하다 보면 의견이 나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그리고 이 과정에선 소수와 다수 간에 갈등이 발생하게 마련이다. 이를 잘 헤쳐 나가지 못할 경우 사회경제적으로 발카니제이션적인 현상이 발생할 가능성이 매우 커지게 된다. 더구나 소수가 승복하지 않고 소통만을 강조하면서 계속 저항을 하는 경우, 사회가 분열되면서 의사결정은 자꾸만 미뤄지고 중요한 문제에 대한 결정이 취소되는 상황까지 벌어질 수도 있다.

경제 영역에서 가장 큰 역할을 하는 기업들에겐 신속한 의사결정이 매우 중요하다. 주어진 상황에서 빨리빨리 의사결정을 하지 못하면 경쟁자가 곧 추격해오고 금방 순위가 뒤집히거나 경쟁에서 도태되기 십상이다. 한 사회의 정치적 의사결정이 이뤄질 때도 기업은 영향을 받게 된다. 기업의 영업환경으로 직결되는 경우가 태반이다. 최근의 대표적인 예가 바로 경제민주화이다. 이런 개념이 강조되고 여러 가지 입법이 이뤄지면 기업 영업환경은 당연히 바뀌게 된다. 이러한 환경이 기업에게 긍정적이냐 부정적이냐에 따라 기업 성과가 좌지우지되는 경우도 상당하다.

입법부의 신속한 의사결정은 경제 활성화에 있어서 매우 중요한 요소다. 경제환경이 변하면 입법을 통해 새로운 제도적 틀을 도입해 새로운 환경을 조성하고 이를 반영해 소비자와 기업들이 열심히 경제활동을 해야만 경제에 활력이 생긴다. 그렇다면 최근 우리나라의 모습은 어떤가? ‘사공이 많으면 배가 산으로 간다’는 속담이 자연스럽게 떠오른다. 너무 많은 요소들이 정치·사회적인 의사결정에 개입하면서 의사결정의 신속성과 효율성이 저해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특히 국회에서 이 같은 부분이 잘 드러난다. 경제 살리기를 위한 민생 차원의 입법에 있어선 효율성과 신속성의 원칙을 기준으로 빠른 속도의 의사결정이 이뤄져야 한다. 물론 정치적 함의가 큰 경우에는 시간을 두고 차근차근 진행해야 할 부분도 존재한다. 때문에 의사결정의 원칙 자체가 다른 두 그룹을 잘 구분하고, 이들의 특성을 실질적으로 감안해 투트랙적 접근을 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이렇게 구분되어야 할 부분을 감안하지 않고 원트랙으로 의사결정이 이루어질 경우, 신속성을 필요로 하는 법안마저 입법이 뒤로 밀리면서 급변하는 경제환경에 적응하기 힘들어지는 상황이 나타날 수 있다. 의사결정 결과가 조금 미흡하더라도 적절한 범위 내에서 타협을 통한 결정을 이룸으로써 또 다른 미래를 도모하는 유연한 자세가 필요한데, 우리 사회는 이 부분에서도 미흡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정치적 의사결정과 경제적 의사결정을 칼로 무 베듯 가르긴 어려울지라도 상당 부분 구분 할 수는 있다. 이들에 대한 접근을 보다 유연하게 하면서 이 두 그룹을 잘 구분한 의사결정을 이뤄나가는 지혜가 필요한 시점이란 얘기다. 이러한 전제조건이 충족될 경우 우리 경제가 당면한 많은 문제들이 잘 해결될 수 있는 상황이 조성될 수 있다. 우리 국회와 정치권, 나아가 사회 전반에 걸쳐 의사결정 구조의 신속성과 효율성 그리고 유연성이 정착됨으로써 국가 경제 전반에 보다 큰 발전이 이뤄지길 간절히 기원해본다.


윤창현 원장은…
▲1960년 충북 청주 ▲1979년 대전고 ▲1984년 서울대 물리학과 ▲1986년 서울대 경제학과 ▲1993년 미 시카고대 경제학박사 ▲1993~1994년 금융연구원 연구위원 ▲1995~2005년 명지대 경영무역학부 교수 ▲2005년~ 서울시립대 경영학부 교수 ▲2012년~ 한국금융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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