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핀테크 시대의 현주소와 향후 전개 방향

[FORTUNE'S EXPERT] 안병익의 ‘스마트라이프’

IT와 금융업계에서 최근 가장 주목받는 용어는 바로 ‘핀테크’다. 이미 글로벌 주요국가에선 핀테크를 기반으로 한 다양한 서비스를 진행하고 있다. 무엇보다 핀테크는 ICT 기반 금융서비스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창출하고 있다.


서초동 뷔페에서 한창 아기 돌잔치를 하고 있던 회사원 P 모 씨의 휴대폰에 ‘딩동’ 하며 입금이 됐다는 알람이 떴다. 같은 회사동료 K씨가 돌잔치에 참석하지 못해 미안하다며 카카오톡으로 10만 원을 송금한 것이었다. 이 사례는 요즘 뜨고 있는 핀테크의 실재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장면이다.

최근 15개 국내 은행들은 IT업체인 다음카카오와 제휴를 맺고 ‘뱅크월렛 카카오(이하 뱅카)’ 서비스를 하고 있다. 뱅카(뱅크월렛 카카오)는 카카오톡 친구 리스트에 있는 사람에게 하루 최대 50만 원, 1인당 10만 원까지 송금할 수 있는 금융 서비스다. 뱅카로 받은 돈은 별도계좌로 입금할 수 있고 필요한 경우, 직접 물건도 구매할 수 있다. 더 이상 송금을 할 때 계좌번호, 복잡한 절차, 공인인증서 같은 것들이 필요없는 시대가 온 것이다. 오로지 카카오톡과 비밀번호 하나만이 필요할 뿐이다. 은행 송금시장에서 10만 원 이하 비중이 최대 30% 수준(2013년 기준)에 이르고 있다는 것을 감안하면, 이러한 IT플랫폼 기반 소액송금은 앞으로 크게 활성화될 듯하다.

2015년 연초부터 IT와 금융업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용어는 바로 ‘핀테크’이다. 핀테크(Fintech)는 금융(Financial)과 기술(Technique)의 합성어로, 모바일결제·송금·자산관리·클라우드 펀딩 등 금융 서비스와 관련된 새로운 기술을 의미한다. 금융 서비스와 연관된 소프트웨어나 의사결정, 분석, 위험관리 등 운용성과를 향상시킬 수 있는 모든 금융기관 업무에 필요한 기술들을 총칭하기도 한다.

이런 핀테크가 급속도로 발전하기 시작한 건 지난 20008년 불거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부터다. 위기 상황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금융서비스에 대한 불신과 ICT 기술의 급속한 발전으로 핀테크라는 새로운 금융서비스 플랫폼이 등장하게 됐다. 핀테크는 현재 결제나 송금분야에서 가장 활발하게 적용되고 있다. 일부 국가는 인터넷 은행과 자금투자 등 금융 본연의 업무에도 핀테크 기술을 활용하고 있다.

핀테크는 크게 전자결제 시스템, 금융투자 플랫폼, 전자화폐 등 3가지 분야로 구분할 수 있다. 전자결제 시스템(Digital Payment Systems)은 제품 및 서비스 구매 시 사용자가 등록한 카드나 계좌 정보를 통해 간편하게 결제하도록 하는 것이다. 대표적인 사업자로 해외에선 페이팔, 알리페이, 스퀘어, 국내에선 이니시스, 카카오페이 등이 있다. 핀테크 사업자와 은행, 카드사 등 기존 금융업체가 제휴한 형태가 대다수로, 비콘, NFC, 전자지갑 등 새로운 서비스가 지속적으로 출시되고 있다. 업계에서는 전 세계 전자결제 거래량이 오는 2017년에는 약 7,000억 달러(한화 약 700조 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두 번째는 금융투자 플랫폼(Online Finance and Investment Platform). 이는 대출, 크라우드 펀딩 등 투자 관련 금융 서비스를 하는 온라인 플랫폼을 의미한다. 현재 낮은 수수료와 신속한 모금, 사용자 편의 서비스를 기반으로 점차 사용자 층이 확대되는 추세다. 특히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사용자 신용도를 분석해 사고율이 낮고 변제율이 높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또 벤처기업, 소상공인 같이 기존 금융의 대출을 받지 못한 기업들의 새로운 투자처로 인식되면서 스타트업 활성화의 원동력으로 발전하고 있다. 대표적인 해외 사업자로는 크라우드펀딩 전문기업인 미국의 ‘킥스타터’, ‘인디고고’와 개인 간 소액대출을 서비스하는 영국의 ‘조파 ZOPA’ 등이 있다.

마지막으로 전자화폐는 이전 가능한 금전적 가치가 전자적 방법으로 저장된 증표 또는 그 증표에 관한 정보로, 온라인으로 거래가 가능한 가상 화폐를 의미한다. 잘 알려진 비트코인처럼 신규로 등장한 전자화폐들과 엠페사 M-Pesa 등 기존 화폐의 결제 수단을 보조하는 화폐가 대표적인 예이다. 전자 화폐는 개인-기업 간 송금 서비스로도 이용 가능하다. 가장 잘 알려진 비트코인의 경우 사용자가 크게 늘어 현재 2,500만 명 이상이 활용하고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이처럼 핀테크에 대한 관심은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지난 6년간(2008년~2013년) 전 세계 핀테크 투자 규모가 3배 이상 성장할 만큼 금융과 정보기술의 융합이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다. 글로벌 컨설팅기업 액센추어의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핀테크 벤처에 대한 글로벌 투자금액은 지난 2008년 9억 2,000만 달러에서 불과 6년 만인 2013년에 29억 7,000만 달러로 큰 폭으로 증가했다.

핀테크 산업의 핵심 요충지는 바로 ‘영국’이다. ‘핀테크’ 산업의 중심지로 부상하면서 글로벌 금융 허브 영국에 투자금이 집중되고 있다. 지난 5년간 영국 내 핀테크 기업이 투자받은 금액은 무려 8억 달러. 현재 핀테크 산업 종사자는 13만 5,000여 명으로 런던에만 약 1,800여 개 핀테크 기업이 있다. 영국의 대표적인 소액 송금 전문 핀테크 기업 ‘트랜스퍼와이즈 TransferWise’는 연간 200% 이상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최근 이 기업은 벤처투자를 받으면서 약 10억 달러(한화 약 1조 원)의 기업가치를 가진 것으로 평가받은 바 있다. 최근 미국에서 가장 주목받고 있는 핀테크 서비스는 다름 아닌 애플페이 Applepay다. 애플에서 출시한 결제 서비스인 애플페이는 근거리 무선통신 방식인 NFC와 지문 인식을 결합해 간편하게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강점으로 꼽히고 있다. 결제 시장 장악을 우려한 타깃 등 대형 유통사가 애플페이 결제를 거부하면서 주도권을 빼앗기지 않으려는 기 싸움도 팽팽하게 진행되고 있다.

중국도 최근 플랫폼 사업자에게 금융 시범 사업 권한을 부여하는 등 정부 차원의 핀테크 산업 육성 정책을 점차 확대하고 있다. 중국 핀테크의 대표 주자는 단연 알리바바다. 알리바바는 1억 8,000만 명에 달하는 모바일 사용자를 기반으로 다양한 핀테크 서비스를 출시하고 있다. 온라인 결제 서비스 알리페이의 연간 거래액은 5조 4,000억 위안으로, 중국 온라인 결제 시장의 50%를 점유하고 있다. 이 밖에도 자회사 ‘타오바오’가 거래하는 중국 사업자 40만 명을 대상으로 소액대출 서비스를 제공하는 등 사업 영역을 꾸준히 확장하고 있다.

현재 국내 핀테크 산업은 미국, 유럽, 중국 등 주요 국가의 수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주된 이유는 바로 금융 분야의 과도한 진입 장벽과 규제 탓이다. 여신전문금융업법 등 금융 관련 법률은 금융업 진입 조건을 엄격하게 규정하고 있어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 등의 심사를 통과해야 한다. 이로 인해 핀테크 등 금융과 타 산업 간의 융합이 정체되고 있다. 그럼에도 핀테크를 통한 금융산업의 변화는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은행권의 대표적인 영업공간인 오프라인 영업점은 1층에서 2층으로 점차 옮겨가고 있고, 영업지점 수도 계속 줄고 있다. 앞으로 영업점은 신기술 테스트 및 브랜드 마케팅 효과를 유도하기 위한 플래그십스토어 형태로 변화할 가능성이 크다. 일부 은행들은 전통적인 영업점 중심의 금융서비스 방식에서 벗어나 핀테크 기업과 적극적으로 제휴를 맺거나 기업 차제를 인수하는 등 발 빠른 변화를 보이고 있다. 핀테크의 등장으로 앞으로 온라인과 오프라인 간의 경계가 허물어지고 금융과 산업 간의 융합도 본격적으로 진행될 것이란 얘기다. 우리나라에서도 ICT를 통한 새로운 금융서비스 시대가 하루빨리 만개하기를 기대해 본다.

안병익 씨온 대표는…
국내 위치기반 기술의 대표주자다. 한국지리정보 소프트웨어 협회 이사, 한국공간정보학회 상임이사, 한국LBS산업협의회 이사를 역임했다. 지난 2000년부터 2009년까지 포인트아이 대표이사를 지냈고, 지난 2010년 위치기반 사회관계망서비스 씨온을 창업해 현재 운영 중이다. 건국대학교 정보통신대학원 겸임교수로도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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