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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대그룹은 지금] 한화그룹

‘퀀텀 점프’ 승부수 던졌다

한화그룹이 대약진하고 있다. 요즘 국내 재계에서 가장 활발한 움직임을 보이는 기업 중 하나가 바로 한화다. 행보도 거침없다. 기업 인수합병(M&A), 신사업 진출 등 그룹 전체의 사업구조 개편 작업이 도도하게 이어지고 있다. 그러다 보니 세간의 주목을 받는 것은 당연하다. 글로벌 일류기업을 향한 한화그룹의 ‘퀀텀 점프’ 승부수를 들여다본다.
김윤현 기자 unyon@hmgp.co.kr

‘선택과 집중’전략으로 사업구조 공격적 개편
2020년 글로벌 일류기업 도약 위한 행보 가속


지난해 11월 26일 한화그룹과 삼성그룹 간의 ‘빅딜’이 전격 발표됐다. 좀체 보기 드문 일이었다. 국내 최대 기업인 삼성이 삼성테크윈, 삼성탈레스, 삼성종합화학, 삼성토탈 등 4개의 계열사를 한꺼번에 매각했기 때문이다. IMF 외환위기 이후 정부에 등 떠밀린 기업들의 반강제적 빅딜은 이뤄진 바 있다. 하지만 한화와 삼성은 자율적 빅딜을 했다. 매우 이례적인 일이라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재계는 깜짝 놀랐다. 매각 주체가 삼성이었기 때문이다. ‘삼성이 왜?’ 하는 반응이었다.

하지만 삼성이 2013년부터 숨 가쁘게 단행한 일련의 사업 포트폴리오 및 지배 구조 재편 과정을 보면 이해 못할 것도 없다. 이건희 회장 와병 이후 이재용 부회장을 비롯한 3남매의 후계 구도 정리가 더욱 시급해진 상황이었다. 이참에 그룹의 비주력 사업을 정리할 필요도 제기됐을 것이다.

세간의 이목을 끈 것은 삼성만이 아니다. 거래 상대방인 한화그룹의 결정에도 비상한 관심이 쏠렸다. 한화는 이번 빅딜로 단숨에 국내 방위산업 및 석유화학산업 분야에서 넘버원 기업으로 뛰어 올랐다. 한화그룹은 1952년 설립된 화약류 제조 업체 한국화약(현재의 (주)한화)을 모태로 한다. 방위 산업에 뿌리를 둔 것이다. 1982년 한양화학과 한국 다우케미칼을 인수하면서 첫걸음을 뗀 석유화학 분야도 한화그룹의 핵심 주력사업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이번 삼성과의 빅딜은 한화의 주력사업 위상을 일거에 끌어올리는 절묘한 카드였다는 게 지배적인 평가다. 물론 오너인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과감한 승부사적 기질이 크게 작용했다는 점도 빠뜨릴 수 없는 대목이다. 더욱 주목할 것은 이번 빅딜에 한화그룹의 원대한 비전이 담겨 있다는 점이다.

한화그룹 커뮤니케이션팀 관계자의 말이다. “한화는 삼성과의 빅딜을 통해 방위산업과 석유화학산업에서 명실상부한 국내 1위 기업이 됐습니다. 하지만 우리 그룹이 국내 1위를 하자고 빅딜을 한 것은 아닙니다. 한화그룹은 글로벌 시장에서 리딩 컴퍼니가 되려고 합니다. 이번 빅딜은 그 발판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큰 의의가 있죠.”

한화가 품에 안게 된 삼성그룹 4개 계열사 가운데 삼성테크윈과 삼성탈레스는 방위산업 분야가 주력사업이다. 한화의 기존 방위사업 부문 매출은 2013년 기준으로 1조 원 규모다. 하지만 삼성테크윈과 삼성탈레스의 매출을 더하면 전체 방위사업 매출 규모가 약 2조 6,000억원으로 껑충 뛰어오르게 된다.

스웨덴의 국제평화·안전문제 연구기관인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SIPRI)에 따르면, 2012년 세계 전체 군사비 지출액은 약 1조 7,350억 달러에 달했다. 원화로 환산하면 1,800조 원이 넘는 천문학적인 액수다. 전 세계 방위산업 시장 규모가 얼마나 큰지를 단적으로 알 수 있는 지표다.

삼성테크윈은 영상보안장비(CCTV), 칩마운터(반도체 칩 장착 장비), 가스터빈, K-9 자주포, 항공기 엔진 등을 생산하는 정밀기계 제조업체다. 특히 항공기 엔진 사업 부문이 전체 매출의 30%를 웃돌고 있다.

삼성테크윈은 국산 전투기 및 헬기 엔진을 공급하고 있을 뿐 아니라 GE, 프렛&휘트니, 롤스로이스 등 세계적인 항공기 엔진 제조업체에도 주요 부품을 공급하고 있다. 또한 이들 글로벌 기업의 차세대 항공기 엔진 연구개발 분야에서 협력 파트너로 참여하고 있을 만큼 경쟁력을 인정받고 있다. 아울러 국내 유일의 항공기 제조업체인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의 지분 10%도 보유하고 있다.

특히 주목할 것은 세계 항공기 시장이 신흥국 경제성장과 해외여행 수요 확대 등에 힘입어 지속적으로 팽창하고 있다는 점이다. 세계 최대 항공기 제조업체 보잉은 2014년부터 향후 20년간 신규 민항기 수요가 총 3만 6,770여 대에 달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대당 평균 1,400억 원으로 계산하면 무려 5,600조 원이 넘는 어마어마한 시장이 열린다는 것이다.

김익상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의 말이다. “방위산업은 앞으로 한국의 새로운 성장 동력이 될 수 있습니다. 방위산업 분야의 기술력은 민수(民需)산업에서도 큰 힘을 발휘할 수 있어요. 특히 삼성테크윈은 항공기 엔진 분야에서 상당한 경쟁력을 갖추고 있습니다. 항공기 한 대의 가격에서 엔진이 차지하는 비중은 20%에 달합니다.

보잉의 전망치에 대입해보면 향후 20년간 민항기 엔진 분야에서만 1,000조 원이 넘는 거대 시장이 열린다는 뜻이죠. 한화그룹 입장에서는 삼성테크윈을 발판으로 엄청난 규모의 시장에 교두보를 마련한 셈입니다.”

삼성탈레스는 지난 2000년 삼성그룹과 프랑스 기업인 탈레스 Thales가 합작으로 설립한 회사다. 탈레스는 군수·항공 전자장비 분야에서 명성이 높은 세계 톱10 방위산업체로 꼽힌다. 삼성탈레스는 설립 이후 주로 구축함 전투지휘체계, 레이더 등 감시·정찰장비 등을 생산하고 있다. 삼성테크윈이 이 회사 지분 50%를 보유하고 있다. 따라서 한화그룹은 삼성테크윈 인수로 삼성탈레스 공동 경영권도 확보하게 됐다.

한화그룹은 삼성테크윈과 삼성탈레스 인수를 토대로 방위사업의 규모 확대는 물론 포트폴리오를 대대적으로 확충하는 효과를 얻었다. 탄약, 정밀유도무기 중심에서 자주포, 항공기·함정용 엔진, 레이더 등의 새로운 사업군을 추가함으로써 차세대 방위사업에 유리한 위치를 확보했다는 것이다. 방위사업 외에 신사업 진출을 위한 발판을 마련했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삼성테크윈의 사업영역인 로봇·영상처리·정밀제어 분야 기술을 활용해 공장자동화, 초정밀 공작기계, 태양광 제조설비, 무인 시스템, 첨단 로봇 사업 등도 적극 육성한다는 게 한화의 청사진이다.

한화그룹의 석유화학 계열사 한화케미칼은 국내 최초로 폴리염화비닐(PVC)을 생산한 기업이다. 현재 폴리에틸렌(PE), 폴리염화비닐(PVC), 가성 소다(CA) 등을 주력사업으로 삼고 있다. 한화는 석유화학분야 경쟁력 강화를 위한 시도를 꾸준히 해왔다. 지난해 8월에는 KPX화인케미칼을 인수해 한화화인케미칼로 간판을 바꿔 달았다. 한화화인케미칼은 가구, 자동차, 페인트, 신발 등에 널리 사용되는 폴리우레탄의 원료인 TDI(toluene diisocyanate)를 생산한다. 1982년 국내 최초로 TDI를 생산한 주역이기도 하다.

삼성종합화학 인수 역시 석유화학사업의 핵심 역량을 강화하려는 한화의 강한 의지가 담긴 결정이다. 삼성종합화학은 합성섬유, 플라스틱 필름 등에 광범위하게 사용되는 폴리에스테르의 원료인 ‘고순도 테레프탈산(PTA)’을 생산하는 업체다. 2013년 2조 3,600억여 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삼성종합화학은 삼성토탈 지분 50%를 보유하고 있다. 삼성토탈은 지난 2003년 삼성그룹과 세계 5위의 에너지 기업 토탈 Total이 합작 설립한 회사다. 연간 100만 톤 규모의 에틸렌을 생산하고 있는데, 이는 국내 4위에 해당한다. 또 폴리에틸렌, 폴리프로필렌(PP), 항공유, 휘발유, 액화석유가스(LPG) 등의 제품을 생산한다. 2013년 매출 규모는 7조 8,600억여 원에 달했다.

한화그룹은 삼성종합화학 및 삼성토탈 인수로 석유화학 부문 매출이 18조 원을 상회하게 됐다. 새로 품에 안은 두 회사의 매출 약 10조 원을 덧붙인 결과다. 2013년 매출액 기준으로 LG화학(석유화학 부문)과 롯데케미칼을 앞지르며 국내 석유화학 업계 1위로 올라섰다.

아울러 에틸렌 생산량이 연간 291만 톤으로 늘어나면서 세계 9위 수준의 규모를 갖추게 됐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이렇게 되면 석유화학산업의 기초 원료인 나프타 대량 구매가 가능해지기 때문에 원가 경쟁력 향상도 기대된다. 저가로 원료를 수급하는 북미·중동 지역 석유화학업체들과의 경쟁에서도 다소간 숨통이 트일 것이라는 예상이다. 제품 포트폴리오 다각화에 따른 효과도 빼놓을 수 없다. 특정 제품의 수익성이 악화하더라도 다른 제품으로 만회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국내 석유화학산업은 근래 들어 중국 변수로 어려움을 겪어왔다. 최대 수출시장인 중국의 석유화학업체들이 급성장하면서 대중(對中) 수출이 여의치 않아졌기 때문이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중국의 3대 석유화학 제품 수입 증가율은 2009년 24.9%에서 2013년 4%로 뚝 떨어졌다. 같은 기간 동안 중국의 3대 석유화학 제품 자급률은 61%에서 75%로 상승했다.

하지만 세계 전체 석유화학 제품 수요가 꾸준히 증가하는 데다, 최근 국제유가 하락으로 원자재인 나프타 가격도 하락하면서 원가절감 요인이 생겼다는 점은 긍정적이다. 현재 정부는 국내 석유화학 업계가 고부가가치 제품 생산을 위한 투자 확대 등 자율적인 산업구조 개편 작업을 추진하도록 독려하는 상황이다. 이런 터에 한화그룹의 석유화학 빅딜은 충분히 주목받을 만한 시도라는 평가다.

곽진희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과 한화의 석유화학 분야 빅딜은 국내 석유화학산업의 재편이 시작됐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보인다”며 “한화는 석유화학 제품 포트폴리오가 크게 확대되는 데다, 에틸렌 중심의 시황 호조로 삼성토탈의 영업이익 증가가 예상되는 것도 바람직한 대목”이라고 분석했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은 지난해 12월 이라크행 비행기를 탔다. 한화건설이 2012년부터 시공하고 있는 ‘비스마야 Bismayah 신도시’ 건설 현장을 방문하기 위해서였다. 비스마야 신도시 건설 프로젝트는 글로벌 무대로 도약하고 있는 한화그룹의 행보를 확인할 수 있는 주요 사업 중 하나다. 비스마야 신도시는 이라크 수도 바그다드에서 동남쪽으로 10km가량 떨어진 지역에 건설되고 있다. 우리나라 수도권 신도시와 비슷한 개념의 대규모 주거단지조성 프로젝트다. 1830ha(약 550만 평)의 부지에 10만 호의 주택을 건설하는 것이 골자다. 우리나라 분당 신도시와 비슷한 규모다.

이라크 국가투자위원회가 발주한 비스마야 신도시 프로젝트는 공사 계약금액이 80억 달러에 달하는 초대형 건설사업이다. 특히 우리나라 기업이 해외에서 수주한 단일 사업으로는 사상 최대 규모라는 기록도 썼다. 한화건설은 과거 시공능력평가(도급순위)에서 톱 레벨과는 거리가 멀었다. 하지만 2013년 기준으로 어느덧 10위에 이름을 올렸다.

건설업계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국내 건설시장이 장기침체에 빠져 있는 상황에서 한화건설은 비스마야 신도시 프로젝트로 단숨에 주목받는 건설업체로 부상했다”며 “다른 대형 건설업체들이 이라크 정정(政情) 불안 등 리스크 요인을 따지면서 주저할 때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은 과감한 베팅으로 초대형 계약을 따낼 수 있었다”고 말했다.

한화건설의 비스마야 신도시 프로젝트 수주는 김승연 회장이 직접 ‘영업’ 최일선에 나선 덕분에 이뤄졌다는 게 정설이다. 게다가 한화건설은 이라크 내전사태가 발생한 이후에도 비스마야 공사 현장을 지키는 뚝심과 의리를 발휘했다. 그러다 보니 김승연 회장과 한화에 대한 이라크 정부의 신뢰도 매우 두텁다.

실제 사미 알 아라지(Dr. Sami R. Al-Araji) 이라크 국가투자위원회 의장은 지난해 12월 김승연 회장이 비스마야 신도시 현장을 방문했을 때, 예고 없이 김 회장을 찾아 감사를 표하기도 했다. 사미 의장은 이날 김승연 회장과의 만남에서 “비스마야 신도시 인프라 시설 공사에서도 한화가 유리한 위치를 점하고 있다”며 “향후 발주할 국가 차원의 사업에도 한화가 적극적으로 참여해주기 바란다”며 덕담을 건넸다.

비스마야 신도시 건설 현장을 다녀온 한화건설의 한 차장급 직원은 말한다. “이라크는 위험하다면서 다른 기업들이 가지 않을 때 한화건설이 들어갔습니다. 한화건설은 이라크를 핵심 거점으로 삼아 제2, 제3의 비스마야 프로젝트를 수주해나갈 계획입니다.

무엇보다 ‘이라크 정부와 국민의 신뢰를 받는 기업’으로 각인된 게 중요합니다. 사실 이라크가 내전 사태 등으로 위험한 것처럼 보이지만, 비스마야 현장에서는 군대와 경찰의 보호를 받는 데다 자체 경비도 철저해 안전문제에 대한 불안을 거의 느끼지 못해요. 게다가 직원과 근로자들을 위한 편의시설도 잘 갖춰져 있어 공사에만 전념할 수 있는 분위기죠.”

한화그룹은 2020년까지 주요 사업 부문에서 세계일류기업으로 발돋움한다는 비전을 갖고 있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은 취임 30주년을 맞은 지난 2011년 그룹 창립 59주년 기념사를 통해 “향후 비즈니스 포트폴리오를 대기업형 핵심사업 위주로 재편하고 중소기업형 사업은 철수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미래를 내다보고 과감하게 사업구조 전환을 다짐한 것이다.

그의 초점은 글로벌 무대에서 인정받는 일류기업으로의 도약에 맞춰져 있었다. 그러려면 현재의 가용자원을 핵심사업에 대거 투입하는 ‘선택과 집중’이 필요했다. ‘선택과 집중’은 한화가 숨 가쁘게 펼쳐나가는 사업구조 개편의 전략적 방향으로 자리 잡았다.

특히 한화는 석유화학, 태양광, 첨단소재 등 3개 사업에 핵심역량을 집중해 미래 신성장 동력으로 육성해나가고 있다. 몇몇 계열사를 매각하는 동시에 M&A를 통해 새로운 기업을 사들이는 일련의 행보는 ‘선택과 집중’ 전략의 연장선상이다. 한화그룹의 주요 사업 중에서 태양광사업은 이미 ‘글로벌 리딩 컴퍼니’ 반열에 올랐다. 태양광 분야에 진출한 지 불과 수년 만에 달성한 성과라는 점이 더욱 놀라운 대목이다. 과감한 투자와 뚝심 있게 밀고 나간 추진력의 결과물이다. 김승연 회장은 “한화의 태양광사업을 반도체나 자동차, 조선처럼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또 하나의 미래 산업으로 성장시키겠다”는 큰 꿈을 피력한 바 있다.

한화는 지난 2010년 태양광사업에 처음 진출했다. 미국 나스닥 시장에 상장돼 있던 당시 세계 4위 태양전지 모듈 제조업체 솔라펀파워홀딩스(현 한화솔라원)를 전격 인수한 게 신호탄이었다. 한번 발걸음을 뗀 한화의 태양광사업 육성 행보는 거침없이 이어졌다.

2011년에는 미국 실리콘밸리에 태양광연구소 ‘한화솔라아메리카’를 설립한 데 이어 태양광발전 사업도 시작했다. 또 2012년에는 세계적인 태양전지 제조업체인 독일의 큐셀을 인수했다. 한화는 큐셀 인수를 통해 단숨에 세계 3위 태양전지 제조업체로 도약했다. 그런데 당시 한화의 태양광사업 진출 및 투자 확대를 바라보는 시선은 썩 긍정적이지 못했다. 글로벌 금융위기와 유럽 재정위기 여파로 세계 태양광 시장이 점차 냉각되던 시기였기 때문이다. 게다가 중국 태양광 기업들이 값싼 태양전지를 앞세워 덤핑 공세를 하다 보니 세계 유수의 태양광 기업들도 나가떨어지던 판국이었다.

태양광 업계의 한 고위 관계자는 말한다. “한화가 파산한 큐셀을 인수하는 것을 본 많은 전문가들이 ‘도박’이라고 평가했습니다. 더 심한 말을 하는 사람들도 많았지요. 그때는 중국 태양광 기업들이 덤핑으로 유럽 시장의 80%를 잠식하면서 태양광산업을 주도해왔던 선도기업들마저 도산하던 상황이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대부분 전문가들이 ‘한화가 판단을 잘했다’고 말합니다. 한화는 태양광 분야에 ‘올인’하다시피 대대적인 투자를 해온 덕분에 독보적인 태양광 기업 이미지를 구축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한화그룹은 2014년 12월 태양광사업의 쌍두마차라고 할 수 있는 한화솔라원과 한화큐셀의 합병을 결정했다. 이 결정으로 신설 합병법인은 태양전지 생산 규모 기준으로 세계 1위 태양광 기업으로 거듭나게 됐다. 태양광 진출 4년여 만에 이뤄낸 결실이다.

한화는 세계에서 유일하게 태양광 수직계열화를 구축한 기업이기도 하다. 폴리실리콘(한화케미칼)-잉곳·웨이퍼(한화솔라원)-태양전지·모듈(한화큐셀 및 한화솔라원)-발전시스템(한화큐셀 및 한화솔라원)에 이르기까지 모든 태양광 밸류체인을 내재화하고 있다. 원가 경쟁력 제고 등 효율적인 사업 전개가 가능한 구조다.

아울러 한화는 북미, 중국, 일본, 유럽, 호주, 동남아시아, 아프리카 등 주요 대륙에 걸쳐 모두 현지법인을 운영할 만큼 ‘글로벌 태양광 네트워크’를 완성한 상태다. 현재 세계 태양광 시장은 본격적인 성장기에 돌입했다. 전 세계 태양광발전 신규 설치량은 2012년 30GW, 2013년 35GW, 2014년 47.3GW 등으로 매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과거 최대 시장이었던 유럽 외에 중국, 일본, 미국, 인도 등이 태양광발전의 거대 수요시장으로 급부상하고 있는 것도 청신호다. 셰일가스 혁명이나 국제유가 하락도 태양광 시장에 큰 변수로 작용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이미 태양광발전이 본격적인 확산의 터닝포인트를 넘어섰다는 점 때문이다.

권혁범 한화케미칼 매니저는 지난해 어느 날 기자와 만나 이렇게 말했다. “태양광사업은 한화그룹의 미래입니다. 한화의 태양광사업은 인류의 미래를 열어갈 친환경 에너지원을 키워야 한다는 신념에서 시작했습니다. 태양광사업에 대한 김승연 회장의 철학과 의지는 확고합니다. 그래서 다른 기업들이 위축될 때 한화는 더욱 과감하게 투자를 확대해왔죠. 특히 한화는 태양광사업의 수직계열화 완성으로 시너지를 창출할 수 있다는 강점을 지니고 있습니다.”

요즘 한화그룹 직원들은 활기가 넘친다. 지난해 김승연 회장이 경영일선에 복귀한 후 직접 주요 사업을 챙기면서 그룹 전체가 확실한 방향성을 되찾은 것이 큰 영향을 주고 있다. 삼성그룹 4개 계열사 인수도 여러모로 상징적 의미가 크다. 국내 일등기업 삼성의 계열사를 인수함으로써 ‘우리도 일등’이라는 자부심을 공유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적극적이고 공격적인 사업구조 개편 역시 ‘변화’에 대한 기대감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한화그룹 주요 계열사의 한 직원은 “회장님이 복귀한 데다 삼성그룹 4개사 인수와 대대적인 사업구조 개편 등이 이어지면서 뭔가 달라지고 반등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생기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전했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은 지난 1월 초 신년사를 통해 이렇게 말했다. “주요 사업 부문에서 세계적인 기업을 지향하는 우리의 목표는 여전히 확고합니다. 그 꿈을 이루고자 하는 열망 또한 변함이 없습니다. 대한 민국의 작은 한화에서 세계 속의 큰 한화로 발돋움해 나가야 합니다. 그것이 국가에 대한 의리, 사회에 대한 의리, 국민에 대한 의리를 지키는 일이기도 할 것입니다.”


비스마야 신도시 첫 입주 ‘카운트다운’
한화건설이 시공 중인 이라크 비스마야 신도시 건설 현장은 허허벌판에서 주거단지로 서서히 환골탈태를 해나가고 있다. 총 8개 타운 중 첫 번째인 A타운에는 10층 규모의 아파트가 속속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특히 A타운 A1 블록 1,440세대는 올해 안에 첫 입주가 이뤄질 예정이다. 다른 블록에서도 각각 부지조성, 기초공사, 아파트 건립 등이 진행되고 있다. 공사가 마무리되면 8개 타운, 59개 블록, 834개 동으로 구성된 10만 가구 규모의 매머드급 신도시가 조성된다. 현재 비스마야 신도시 건설 현장에서 는 한화건설 340명, 협력사 304명, 외국인 6,800여 명 등 7,450여 명의 인력이 작업 중이다. 향후 공사 진척도에 따라 한국인 1,500여 명 등 최대 2만 명 이상의 인원이 동시에 투입될 예정이다. 아울러 건자재, 중장비, 정보기술, 통신, 물류, 항만, 플랜트 등 부대 산업과 연관산업도 동반 진출하게 된다. 이미 중장비 800여 대 등 총 1,600여 대의 한국 건설장비가 투입됐다.


‘첨단소재’ 분야도 미래 먹거리로 육성한다
한화는 첨단소재 분야를 미래 성장동력으로 육성하고 있다. 지난해 계열사인 한화L&C는 건자재 사업 부문을 매각하고 첨단소재 사업에 집중하기로 결정했다. 회사 이름도 한화첨단소재로 변경했다. 한화 첨단소재는 자동차용 경량 복합소재, 전자소재, 태양광 소재를 주력사업으로 하고 있다. 특히 한화첨단소재가 생산 중인 GMT(유리섬유 강화 열가소성 플라스틱)는 세계 시장 점유율 1위의 자동차용 경량 복합소재다. 한화첨단소재는 자동차의 경량화 및 전장화 추세에 맞춰 신소재 및 신공법 개발에 연구개발 역량을 집중해나간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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