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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대그룹은 지금] 코오롱 인더스트리

해외 공략·수요층 다변화로<br>새로운 성장 활로 모색한다

지난 몇 년간 급성장을 거듭해온 국내 아웃도어 시장의 성장세가 꺾이고 있다는 시그널이 나오고 있다. 국내 아웃도어 시장을 이끌고 있는 코오롱인더스트리의 브랜드 코오롱스포츠는 다양한 수요층 확대 전략과 해외시장 개척으로 새로운 활로를 모색하고 있다.
유부혁 기자 yoo@hmgp.co.kr


최근 국내 아웃도어 시장의 성장세는 거침이 없었다. 2000년 당시 2,000억 원 규모였던 이 시장은 2006년 1조 원을 돌파한 후 2007년 1조 5,000억 원, 2011년 3조 원, 2013년 6조 4천억 원으로 폭발인 성장을 이어왔다. 성장세가 한풀 꺾였지만 지난해에도 무난히 7조 원을 돌파했을 것이라는 게 업계의 예측이다. 대략 70조 원으로 추산되는 전 세계 아웃도어 시장에서도 한국은 2위에 올라 있다. 1위는 12조 원 규모를 자랑하는 미국시장이다.

국내 토종 브랜드인 코오롱스포츠는 아웃도어를 단순한 ‘등산복’에서 컬러풀하고 실용성 강한 ‘캐주얼 복’으로 진화시키며 국내 아웃도어 산업의 성장을 주도해왔다. 매출 규모도 2010년 약 3,000억 원에서 2013년 약 6,600억 원으로 2배 이상 성장했다.

그렇다면 이번 겨울장사는 어땠을까? 아웃도어 업체에게 4분기는 적게는 매출의 절반, 많게는 70% 이상을 올리는 매우 중요한 시기이다. 그러나 많은 업계 전문가들 사이에서 “연평균 20~30% 고성장을 기록하던 국내 아웃도어 시장이 이제 포화상태에 이르러 성장세가 꺾이고 있다”는 진단이 나오고 있다. 기자는 서울 시내 주요 백화점(롯데, 신세계, 현대)에 입점한 아웃도어 브랜드 매장 관계자를 만나 체감경기를 직접 물어보기로 했다. 기자가 찾아간 10곳의 브랜드 매장 중 8곳은 “판매가 주춤하다는 느낌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현장직원들은 “세월호 침몰사건 등 악재가 겹쳐 백화점을 찾는 고객 숫자가 줄어든 반면 아웃도어 브랜드 숫자는 점점 늘어나고 있어 매출에 영향을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이런 상황이 단기적 흐름은 아니다”라는 지적도 있었다. 실제로 롯데백화점의 발표에 따르면, 아웃도어 브랜드의 전년 대비 매출 신장률은 2010년 40.4%, 2011년 35.6%, 2012년 31%, 2013년 29.5%로 해마다 떨어지고 있다.

그렇다면 코오롱스포츠의 사정은 어떨까? 이 회사 관계자는 “아직 정확한 집계가 나오진 않았지만 일단 성장 폭은 감소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회사의 또 다른 관계자는 “2014년 매출 목표는 7,000억 원이었지만, 상황이 나빠져 실제 매출은 6,100억 원 정도로 예상하고 있다”고 전했다. 한 업계 관계자 역시 “아웃도어 시장의 성장이 멈췄다고 단정할 순 없지만 숨 고르기에 들어간 것은 분명하다”고 진단했다.

아웃도어 시장이 심상치 않자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이런저런 말이 나오고 있다.
“붐이 지나가고 있으니 자연스럽게 구조조정이 나타날 것”이란 얘기부터 “스타 마케팅 외에 별다른 전략이 없는 브랜드는 도태될 것”이란 분석까지 다양하다. “라이프 스타일 브랜드로 리포지셔닝해야 한다”, “이제 해외시장 확대를 모색해야 할 때다”, “세컨드 브랜드(오리지널 브랜드의 보급판)로 프리미엄 라인과 중저가 라인을 모두 흡수해야 한다”, “키즈 시장을 선점해야 한다” 같은 조언들도 쏟아지고 있다.

코오롱스포츠 역시 다양한 전략을 시도하고 있다. 우선 제품의 소재 면에서 아웃도어의 경계를 허물었다. 코오롱스포츠는 아웃도어에선 잘 사용하지 않는 헤링본 소재 제품, 퍼 프린팅 제품 등 도심에서도 캐주얼하게 입을 수 있는 다양한 컬렉션을 선보였다. 그 밖에도 아웃도어 제품에 흔히 쓰이던 고어텍스에서 벗어나 자체적으로 개발한 소재인 ‘아토텍 Atto-Tek’을 적용한 제품들을 출시했다. 아토텍은 초정밀 미세단위인 ‘백경분의 1’을 가리키는 ‘atto’와 ‘Technology’의 합성어로, 높은 투습력과 방수력을 강점으로 지닌 소재이다. 코오롱스포츠는 이를 두고 “일상에서 극지까지 자연을 모두 아우르는 제품”이라고 표현하고 있다. 코오롱스포츠는 이 소재를 활용해 지난해 ‘트래블 라인’을 출시하기도 했다. 이 제품 라인은 아웃도어의 기능성을 살리면서도 평상시에 입을 수 있는 패셔너블한 제품들로 구성되어 있다.

코오롱스포츠 광고에서 모델 탕웨이가 입었던 트렌치코트나 다운, 패딩은 ‘아웃도어 의류라기보단 그냥 아웃도어의 기능을 갖춘 패셔너블한 여성복 라인’이란 평가를 받고 있다. 아웃도어의 경계를 허무는 시도는 광고에서도 잘 드러나고 있다. 대개 기존의 아웃도어 광고는 산악지역이나 극한의 상황 속에서 유명 모델이 착용한 옷을 보여주며 브랜드 이미지를 강화하는 식이었다. 하지만 코오롱스포츠는 조금 다른 방식을 취했다. 업계 최초로 프랑스 영화 ‘남과 여’를 모티브로 활용해 재회·질주·이별·운명 등 4개의 에피소드를 시리즈로 제작해 CF로 선보였다. CF에선 제품의 기능성이나 차별점을 강조하는 내용이나 브랜드 노출 컷보단 제품을 멋스럽게 착용한 배우 탕웨이와 성준의 연기가 중요하게 부각됐다.

코오롱스포츠의 이러한 전략을 두고 광고 업계 관계자는 “모델의 장점을 최대한 활용해 아웃도어를 투박하게 생각하거나 패셔너블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젊은 소비자들에게 다가간 것”이라며 “아웃도어 의류를 입고도 회사생활을 하거나, 멋스럽게 도심을 다닐 수 있다는 메시지를 잘 전달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또 “이런 코오롱스포츠의 ‘어번 urban 아웃도어’ 전략은 최신 패션 트렌드인 ‘놈코어’나 ‘시티웨어’와도 맞닿아 있다”고 덧붙였다.

‘놈코어’는 노멀 normal 과 하드코어 hardcore 가 결합한 신조어로, ‘평범하고 자연스러운 패션이 더 개성 있고 럭셔리하다’는 뜻을 담고 있다. ‘시티웨어’는 회사생활을 하기에 적합한 디자인에 다양한 외부활동을 할 수 있는 기능성을 덧붙인 의류를 의미한다. 아웃도어의 경계 파괴를 시도하고 있는 코오롱스포츠가 아웃도어 소비자를 넘어 이른바 패션 피플로까지 고객 수요를 확대하고 있다는 얘기다.

박경이 을지대학교 스포츠아웃도어학과 교수도 업계에서 일어나고 있는 이 같은 변화를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그는 우선 “우선 아웃도어 인구가 더 이상 늘지 않는데도 브랜드 숫자만 늘고 있는 것이 아웃도어 업계가 처한 전반적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업계에 대한 조언도 잊지 않았다. “등산인이 아닌 젊은층들이 주로 아웃도어 브랜드를 소비한다는 점에 주목해야 합니다. 아웃도어 업체들은 시티웨어, 놈코어 같은 트렌드 변화에 적절히 대응하고, 광고 또한 빅 모델만 고집하지 말고 감성광고 형태로 다양하게 전개해야 합니다. 세컨드 브랜드를 만들어 프리미엄 시장과 중저가 시장을 동시에 공략하는 것도 방안이 될 수 있죠. 다만 세컨드 브랜드를 저가 의류라고만 생각해선 안 됩니다. 가격대비 품질 만족도에 더욱 세심한 신경을 써야 하죠. 국내 소비자들의 눈높이가 상당히 높다는 점을 항상 명심해야 합니다.” 박경이 교수의 말처럼 2013년 밀레는 엠리밋, 블랙야크는 마모트, 네파는 이젠벅을 출시하며 다양해진 소비자층에 어필하고 있다. 하지만 매출은 아직 500억 원 미만 수준에 머물고 있다.

코오롱스포츠는 사회적 트렌드에도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최근 아빠의 육아 열풍과 캠핑 문화 확산으로 키즈 시장이 꿈틀거리고 있기 때문이다. 코오롱스포츠는 지난해부터 유기 농법으로 재배한 목화를 사용해 티셔츠를 출시하는 등 키즈 시장에 공을 들이고 있다. 이 같은 전략은 성공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인다. 한 패션업계 관계자는 “불황 속에서도 키즈 시장만큼은 견조하다”며 “아직은 전체 매출 비중이 미미한 수준이지만, 키즈 라인이 불황 속에서도 확실한 수요층을 잡을 수 있는 부문이라는 점만큼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코오롱스포츠는 아웃도어 본연의 제품 경쟁력 강화에도 상당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41년 동안 축적한 코오롱스포츠의 첨단 기술에 IT 기술을 접목한 ‘라이프텍 재킷’이 대표적인 예이다. 이 제품은 기능성 측면에서 ‘아웃도어 제품의 끝판 왕’이라고 불릴 만하다. ‘라이프텍 재킷’은 2006년 출시 이후 매년 업그레이드되고 있다. 2015년형 라이프텍 재킷은 전도성 고분자를 이용한 면상 발열체인 히텍스 Heat Tex를 패딩 내피에 적용했다. 히텍스는 배터리를 이용해 35도에서 50도까지 발열을 해준다.

이 재킷에는 블랙박스도 달려 있다. 130만 화소로 동영상과 스틸컷을 모두 촬영할 수 있으며 스마트폰과도 연동된다. 사전에 입력한 번호로 사진과 GPS 정보가 전송된다. 조난 시 LED로 모스 부호를 발생시키는 기능도 장착되어 있다. 이 제품에는 탄소 섬유로 만들어진 폴리카보네이트 고글도 부착되어 있어 외부 환경으로부터 눈을 보호할 수 있다. 재킷에는 윈드 터빈도 달려 있는데, 이를 통해 조난 시 자가발전으로 스마트폰과 전자기기를 충전할 수 있다. 이 재킷에는 다용도 카고 백도 포함되어 있다. 백 안에는 비상식량, 비상용 물 정제수, 압박붕대, 핀셋 등 서바이벌 키트와 히텍스가 내장돼 있다. 그야말로 코오롱스포츠의 기술력에 IT 기술을 융합한 스마트웨어인 셈이다.

코오롱스포츠는 국내시장에서 벗어나 해외시장, 특히 중국을 성장동력으로 삼고 시장 선점 기회를 노리고 있다. 중국 내 200여 개 매장을 통해 지난해 700억 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올해는 매장 수를 260여 개로 늘려 매출 1,000억 원을 돌파한다는 목표를 세워 놓고 있다. 이를 위해 코오롱스포츠는 중국의 등산문화 확산을 꾀하고 있다. 등반 관련 문화와 지식, 경험을 확산시켜 국내에서 좋은 반응을 얻은 ‘코오롱 등산학교’의 경험을 살려 ‘중국 코오롱스포츠 등산학교’를 설립해 현지 소비자들에게 다가가겠다는 것이다.

코오롱스포츠는 이에 앞서 한중빙벽교류회를 만들고 중국 등산가들과 교류하는 등 제품의 중국 현지화와 마케팅, 유통 전략 준비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중국은 다른 산업과 마찬가지로 전 세계 아웃도어 관련 업체들이 많은 공을 들이고 있는 시장이다. 2005년 10억 위안(1,750억 원)에 불과했던 중국 아웃도어 시장은 2011년 100억 위안(1조 7,500억 원)을 넘어섰고, 2013년에는 180억 5,000만 위안(3조 1,600억 원)을 기록할 정도로 시장 규모가 급격히 팽창하고 있다(2011년부터 2013년까지 연평균 성장률은 36.7%였다). 중국 내에서 사업을 영위하는 아웃도어 브랜드만 891개에 달할 만큼 치열한 경쟁이 벌어지고 있는 시장이기도 하다.

KOTRA 베이징 무역관이 중국 데이터 연구센터 버우스의 연구결과를 인용해 내놓은 자료에 따르면, 2014년 중국 아웃도어 시장 규모는 255억 위안(4조 4,600억 원)으로 추산된다. 2016년에는 440억 위안(7조 7,000억 원)으로 한국 시장규모를 넘어서고, 2017년에는 538억 위안(9조 4,000억 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 아웃도어 업계 관계자의 말처럼 중국 시장 공략은 정체 위기에 빠질지도 모르는 국내 아웃도어 업체들에게 희망인 만큼은 분명하다. 코오롱스포츠가 국내 시장을 넘어 중국 등 해외시장에서 어떤 성과를 거둘지 벌써부터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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