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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대그룹은 지금] 현대자동차그룹

81조 원 통 큰 투자 계획<br>미래 경쟁력을 확보하라

현대차그룹이 2018년까지 81조 원을 투자한다. 특히 친환경 자동차와 스마트 자동차 개발을 위한 연구개발에 대단위 투자가 이뤄진다. 미래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현대차그룹의 공격적인 행보가 시작됐다.
하제헌 기자 azzuru@hmgp.co.kr


지난 1월 6일(현지 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 컨벤션센터. 이곳에서 열린 세계 최대 소비자 가전쇼 ‘CES 2015’에 정의선 현대차그룹 부회장이 모습을 드러냈다. 정 부회장은 토요타, GM, 포드 등 경쟁업체들이 내놓은 전시품을 꼼꼼히 둘러봤다. 첨단 IT 기술을 접목한 스마트 자동차가 본격화되면서 글로벌 자동차 브랜드들은 어느덧 CES의 주인공으로 자리 잡고 있다. 자동차 업계는 정 부회장의 CES 방문을 두고 세계 자동차 업계에 부는 변화에 뒤지지 않겠다는 현대차그룹의 의지를 보여준 장면이라고 해석했다. 정 부회장의 CES 방문은 최근 연구개발(R&D) 분야에 주력하며 한 단계 도약을 모색하고 있는 현대차의 움직임과 맥이 닿아 있다.

정 부회장이 CES 현장을 방문하기 하루 전, 현대차그룹은 2018년까지 총 81조 원을 투자하겠다는 대형 청사진을 내놓았다. 이날 현대차는 보도자료를 통해 “친환경 자동차와 스마트 자동차 등 미래차 관련 핵심기술을 집중 확보할 방침”이라며 “해당 분야 업계 리더로 도약하겠다”고 밝혔다. 현대차그룹은 공장 신·증설과 삼성동 글로벌비즈니스센터(GBC) 건립 등 시설투자에 49조 1,000억 원, 연구개발(R&D)에 31조 6,000억 원 등 총 80조 7,000억 원을 투자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R&D 부분에 투자하는 31조 6,000억 원 대부분이 친환경 자동차와 스마트 자동차 등 미래형 자동차 개발에 집중 투입된다. 여기에는 친환경 기술과 스마트 자동차 개발을 담당할 인력 3,251명을 포함해 7,345명에 달하는 R&D 인력 채용도 포함되어 있다.

이번에 현대차그룹이 발표한 81조 원 투자계획은 자동차 경쟁력 강화를 위한 종합판이라고 할 수 있다. 현대차그룹은 이미 지난해 11월, ‘연비 향상 로드맵’과 ‘친환경차 출시 중장기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연비 향상 로드맵’은 2020년까지 전체 차종의 평균 연비를 25%까지 높이는 것이 핵심 내용이다. 이를 위해 현대차그룹은 현재 보유하고 있는 엔진 라인업 중 70%를 새로운 엔진으로 대체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친환경차 출시 중장기 계획은 2020년까지 하이브리드 12개 차종,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6개 차종, 전기차 2개 차종, 수소연료전지차 2개 차종 등을 생산해 전 세계 친환경차 시장에서 2위권에 진입하겠다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현재 현대·기아차는 하이브리드 4개 차종, 전기차 2개 차종, 수소연료전지차 1개 차종을 판매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세 가지 중장기 로드맵을 바탕으로 연구개발 시설 분야에 아낌없는 투자를 단행해 국내 외에서 불거진 연비 거품 논란을 해소하고 친환경 경쟁에서도 우위를 점할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글로벌 톱 자동차 회사들은 전기차를 필두로 한 친환경차와 자율주행차로 대표되는 스마트 자동차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다. 화석연료 시대와 수동 운전 시대를 종식시키기 위한 본격적인 시동을 걸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글로벌 친환경차 시장은 현재 고속 성장을 하고 있다. 현대·기아차는 전 세계 친환경차 시장이 올해 220만 대에서 2020년 640만 대 규모로 3배 가까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독자적인 친환경차 시스템을 구축해 미래 시장의 새로운 수요를 창출하지 못하면 자동차 시장에서 살아남기 어려운 구조가 만들어지고 있는 셈이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공학과 교수는 말한다. “가솔린차 같은 경우, 현대·기아차 기술 수준은 수준급으로 올라가 있어요. 그런데 상황이 좀 변하기 시작했죠. 과거 우리나라에서 대형차를 타는 분들은 연비에 대해선 별로 신경을 안 썼습니다. 하지만 최근에는 달라지고 있어요. 고급 승용차를 타는 소비자 중에서도 연비를 따지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죠. 연비에 대한 부분들, 특히 친환경성에 대한 부분들은 현대·기아차가 많이 고민하는 부분입니다. 이 부분에서 도태되면 더이상 미래를 담보할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죠.”

지난해 말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은 그룹사 임원인사 가운데 R&D 기술 부문에서만 40% 이상의 승진 인사를 단행했다. 혁신 기술과 제품 개발 확보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다는 뜻으로 풀이할 수 있다. 현대차그룹이 R&D 부분에 투자하기로 한 31조 6,000억 원 중 11조 3,000억 원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하이브리드, 전기차 전용모델, 수소연료전지차 등 다양한 친환경 자동차 개발에 쓰이게 된다. 이번 CES에서 주목받은 스마트 자동차 분야에는 2조 원을 투입할 계획이다. 자율주행차량과 차량IT 기술 수준을 향상시키고 차량용 반도체와 자율주행 핵심 부품을 개발한다는 것이 주된 목적이다. 현대·기아차는 현재 개발 중이거나 개발을 마친 스마트 자동차 신기술을 내년부터 적극 적용한다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SA)는 전세계 스마트 자동차 시장 규모가 지난해 2,180억 달러(약 225조 원)에서 2017년에는 2,740억 달러(약 280조 원)로 성장할 것이라 예상하고 있다. 김필수 교수는 말한다. “친환경 자동차도 중요하지만 스마트 자동차에도 대비해야 합니다. 우리나라가 보유한 IT강점을 잘 활용하면 글로벌 시장에서 더 성장할 수 있고 경쟁력도 갖출 수 있어요. 이미 현대·기아차는 스마트폰과 연동되는 인포테인먼트 기술 같은 분야에서 수준급 기술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현대차그룹이 대규모 투자 계획을 발표하면서 주가에 어떤 영향이 나타날지에도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현대차그룹 투자계획 발표 하루 뒤인 지난 1월 7일, 현대차 주가는 전날보다 3.34%(5,500원) 오른 17만 원에 거래를 마치며 7거래일 만에 반등에 성공했다. 시장에선 이날 현대차 주가에 전날 발표한 투자 결정이 긍정적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했다. 하지만 시장 일각에선 현대차그룹이 서울 삼성동 한국전력 부지를 10조 5,000억 원에 사들인 데 이어 대규모 자금 집행에 나선 것에 대해 우려를 나타내기도 한다. 현금 흐름 악화에 따른 투자자 이탈이 나타날 수도 있다고 보는 것이다.

실제로 한국전력 부지 인수 이후 회사의 자사주 매입과 배당 확대 약속 등 조치에도 불구하고 외국인 투자자를 중심으로 ‘광폭 매도’가 이어져 지난해 말 현대차 주가는 연초 대비 28.5%나 하락하기도 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증권회사 연구원은 말한다. “투자가 많아지면 당장 이익이 줄어들 수 있기 때문에 주가에 악영향을 끼칠 수도 있어요. 삼성동 부지 낙찰 때 현대차 주가가 많이 떨어졌던 걸 투자자들이 기억할 겁니다. 이번 투자 뉴스에는 주가가 반등했지만 얼마나 갈지는 아직 미지수입니다.”

현대차그룹은 투자에 필요한 구체적인 자금조달 계획은 발표하지 않았다. 현대차그룹은 “전체적인 투자 청사진을 발표한 것으로, 자동차, 건설, 금융 등 각 계열사들이 분담하는 것이기 때문에 자금조달 방식은 다양하게 생각해볼 수 있다”고 밝혔다. 현대차그룹 전체 영업이익은 20조 원이 넘는다. 현대차그룹의 사내 유보금도 110조 원이 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현대차도 연간 20조 원에 달하는 투자금액을 조달하는 데는 아무런 문제가 없을 것이란 입장이다.

시장에서도 자체 자금조달에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유지웅 토러스투자증권 연구원은 말한다. “현대차가 당장 현금 동원할 수 있는 금액은 20조 원 정도 됩니다. 기아차와 현대모비스를 합치면 대략 40조 원 정도는 될 겁니다. 현재 현대차그룹의 가동률과 재고가 유지된다면 외부차입 없이 자체적인 투자자금 조달을 할 수 있을 것이라 봅니다.”

현대자동차그룹이 장기 투자계획을 내놓은 건 글로벌 800만 대 판매를 넘어 900만 대, 1,000만 대 생산·판매체제를 염두에 둔 포석이다.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은 올해 시무식에서 “올해 820만 대는 물론이고 곧 900만 대도 어렵지 않게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며 “이를 위해선 완성차 품질 경쟁력과 브랜드 가치를 높이고 미래 성장동력을 강화하는 데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그룹의 미래 경쟁력은 혁신적인 기술과 제품 개발 능력을 얼마나 확보하고 창의적인 인재를 어떻게 육성하느냐에 따라 결정된다”고 거듭 강조했다.

정몽구 회장은 통 큰 결단을 내렸다. 역대 최대 규모의 투자 계획을 발표하며 또 한번 승부수를 던졌다. 미래를 생각하는 투자의 방향도 제시했다. 현대차그룹은 그동안 여러 차례 과감한 투자를 통해 글로벌 5위 자동차회사로 성장했다. 그러나 최근 몇 년 동안 경영환경이 달라졌다. 엔저 지속과 내수경기 위축, 신흥국 경제위기발생 가능성이 새로운 도전으로 다가왔다. 이번 81조 원 투자 계획은 이런 어려움 속에서도 명실상부한 글로벌 선도업체로 도약하겠다는 현대·기아차의 강한 의지표현으로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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