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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가의 작은 비밀: 치고 빠지면서 항상 이긴다

By Allan Sloan


월가의 사업 방식을 좋아하지 않을 수는 없다. 어떤 다른 산업이 상반된 두 개의 트렌드로부터 만족스러운 이익을 얻을 수 있겠는가? 월가는 억제할 수 없는 욕망을 앞세워 이 두 개의 트렌드 모두를 적극 활용한다. 첫째 트렌드는 대기업들이 효율과 주주가치 명목으로 기업을 분할하는 것이다. 둘째, 대기업들이 대형 인수를 통해 법인세를 최소화하는 것이다(인수에 따른 실제 효과는 신경 쓰지 않는다). 최근 기업 분할이 유행하고 있다.


투자은행 등 월가의 딜 메이커들(그리고 단기간 주가 상승을 원하는 헤지펀드들)은 기업 분할을 효율적이고, 주주친화적인 관행으로 밀고 있다. S&P Capital IQ에 따르면, 2014년 10월 말까지 20건의 기업 분할 거래가 발표되거나 성사됐다. 지난 3년간 진행한 총 14건보다 더 많은 수치다. (기사 작성 시점에서) 2014년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월가에서 불고 있는 또 다른 유행은 소위 본사 해외 이전이다(필자는 이를 ‘먹튀’라고 부른다). 미국 기업이 외국소재 기업을 인수한 뒤 조세거주지를 외국 기업 주소지로 옮겨 더 낮은 세율을 누리는 것이다. 알다시피, HP 같은 기업들은 효율성 증진 차원에서 기업 분할을 하는 게 효과적이다. 다른 미국 기업들이 대규모 기업 인수를 통해 몸집을 키우는 데도 유용하다. 그렇다면 어떻게 이런 모순된 관행들이 아무 거리낌 없이 공존할 수 있을까? 이유는-화가 나더라도 진정하자!-월가가 고객이나 우리 같은 개미투자자들을 위해 일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가끔 도움이 될 때도 있다). 월가가 일하는 이유는 스스로 돈을 벌기 위해서다.

기업 분할과 본사 해외 이전을 통해, 월가는 법인고객들에게 그들이 원하는 것-혹은 그들이 원한다고 믿게 되는 것-을 안겨준다(월가 냉소자들의 말처럼 “오리가 울면, 먹이를 줘라”). 반대급부로, 월가는 조언 수수료, 금융 수수료, 그리고 거래 차익 등 엄청난 혜택을 수확한다.

기업 분할이라는 최근 트렌드는 ‘크면 클수록 좋다’는 과거 트렌드와 상반된 현상이다. 이베이 eBay와 시맨텍 Symantec 같은 기업들이 페이팔 PayPal과 베리타스 Veritas를 각각 2002년과 2005년에 인수했을 때 그들은 큰 호응을 얻었다. 지금 이 업체들은 기업 분할 덕분에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월가는 기업을 합쳐 이익을 챙겼고, 지금은 기업을 분할해 돈을 벌고 있다.

이제는 미국 기업이 해외 소재 기업을 인수하는 본사 해외 이전 거래를 다룰 차례다. 필자는 이런 거래가 우리 사회와 중산층이 그나마 갖고 있는 미국 기업에 대한 신뢰를 어떻게 훼손하는지 끊임없이 지적했다. 이번에는 본사 해외 이전을 위한 기업 인수가 주주에게 미치는 폐단에 초점을 맞추고자 한다.

기업들은 본사 해외 이전을 위해 일반적으로 높은 인수 비용을 지불한다. 발행 주식의 최소 25%-해외 이전 시 요구되는 법적 상한선-에 해당하는 신주를 발행한다.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이는 엄청난 규모의 기업 인수이다.

기업들은-때때로 공개적으로, 때때로 은밀하게-본사 해외 이전으로 얼마나 많은 세금을 절약할 수 있는지를 과시한다. 하지만 필자를 제외하고 그 어느 누구도 과도한 인수 비용으로 기존 주주가 큰 피해를 입는다는 점과 대규모 인수를 성공해야 할 때 수반되는 리스크를 언급하지 않는다. 2011년 발간된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 Harvard Business Review 보고서는 ‘지속적인 연구 조사 결과, 인수합병의 실패 확률이 70~90%에 달한다’고 지적한 바 있다. 본사 해외 이전을 목적으로 하는 기업 인수가 보통의 기업 인수와 비교해 주주들에게 더 큰 이득이 될 것이라고 생각할 근거는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본사 해외 이전을 목적으로 하는 기업 인수가 여느 기업 인수와 최근 유행인 기업 분할과 마찬가지로 월가에 큰돈이 된다는 점만큼은 분명하다. 분리하든 합치든, 월가는 수수료와 이익금을 선금으로 챙긴다. 주주와 종업원, 다른 이해 관계자들에겐 이런저런 뒤치다꺼리만 남긴다. 하지만 지금도 또 다른 대형 금융 거래가 진행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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