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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값 상승 ‘희망고문’ 언제까지 계속될까

최근 금 투자 상황을 보는 엇갈린 시선

연초부터 금 투자에 세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세계 금 수요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 실물시장에서도 최근 금 가격이 바닥을 쳤다는 인식이 퍼지면서 금 거래량이 급증하고 있다. 그렇다면 금의 호시절은 다시 도래하는 것일까?
김강현 기자 seta1857@hmgp.co.kr


금의 희망고문이 4년째 계속되고 있다. 2003년부터 초장기 랠리를 이어오던 금값은 2011년 9월 9일 역대 최고점인 트로이 온스당 1,923달러를 찍은 후 상승세가 급격히 꺾였다. 이후 2013년까지 1,600선을 지지선으로 박스권 장세를 보이다가 2013년 상반기 미국의 테이퍼링 실시 논의가 급물살을 타면서 다시 레벨 다운 돼 현재 1,200~1,400달러대 박스권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2015년 1월 현재 금값은 1,210달러를 오르내리고 있다.


최고점 대비 36% 이상이나 빠졌지만 여전히 금은 매력적인 투자자산 중 하나다. 가장 대표적인 안전자산이기 때문이다. 자국 화폐의 안정성이 위협받거나 가치 변동이 심할 때에도 금은 국제 시세에 따라 합당한 가치를 인정받아왔다. 잃어버리지만 않는다면 주식이나 채권처럼 휴지 조각이 될 일도 없다. 매매 시 이력이 남지 않는 고금(古金), 즉 무자료 거래로 매매된 금은 세금 문제로부터도 자유로워 일부 고액 자산가들의 탈세나 상속 수단으로도 이용되고 있다.

금의 희망고문은 여기서부터 비롯된다. 앞에서 든 이유 때문에 금은 기본 수요가 꾸준한 편이다. 산업용 수요까지 고려하면 전체 금 수요는 이미 공급량을 넘어선 상황이다. 게다가 최근에는 공정 과정에서 금 사용이 많은 IT산업이 발전하면서 산업용 금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하지만 금 가격은 여전히 하향추세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수요·공급의 논리로는 금값이 올라야 정상이지만 그렇지 못한 상황이 수년째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때문에 종로 귀금속거리 등 매매 현장에서는 현재 상황을 ‘희망고문’이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지난 10년간 최고의 투자 상품

최근 금값이 많이 하락했다곤 하지만 지난 10년간의 상품별 투자 성적표를 비교해보면 금투자는 여전히 가장 높은 수익률을 자랑한다. 2005년 초 금값은 트로이 온스당 430달러 안팎이었다. 현재 박스권 바닥인 1,200달러로 계산해도 금값은 10년 새 2.8배나 올랐다. 금 다음으로 수익률이 높았던 주식은 2005년 초 895.92P에서 현재 1,920대까지 2.1배 수익을 기록했다. 채권 등 기타 투자재들은 2배 이하의 수익에 머물렀다.

금값이 2000년대 이후 가파른 상승을 하게 된 배경은 대부분 미국으로부터 기인한다. 2003년 미국이 이라크전을 일으키면서 국제유가가 크게 뛰었고 달러 가치는 큰 폭으로 하락했다. 국제 금값이 달러로 표시되는 만큼 금값은 반대로 크게 올랐다. 대량의 달러를 보유 중이던 각국 중앙은행이나 기업, 투자은행(IB) 등도 달러 가치 하락에 따른 자산 가치하락을 방어하기 위해 달러를 내던지고 대신 금을 사들였다. 단기간 금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면서 2005년 11월 금값은 무려 18년간이나 박스권 저항선으로 작용했던 트로이 온스 당 500달러를 돌파했다.

2009년 트로이 온스당 1,000달러를 돌파한 데에도 미국의 영향이 컸다. 2008년 9월 리먼사태를 계기로 미국은 11월부터 양적 완화를 단행해 엄청난 양의 유동성을 시중에 풀었다. 시중에 달러가 흔해지자 달러 가치는 급락했다. 반대로 달러 가치가 곤두박질칠수록 금값은 가파르게 올랐다. 멈출 줄 모르던 금값 상승세는 2011년 1,923달러 최고점을 기록한 이후 비이성적 상승 논란과 함께 제동이 걸렸다. 그간 풀었던 유동성을 다시 흡수하는 테이퍼링 실시가 가까워져 왔다는 인식이 퍼지면서는 우하향 곡선을 그리기 시작했다. 이후 금값은 테이퍼링 우려를 선반영하며 2013 초부터 하락해 현재에 이르고 있다. 미국은 같은 해 12월 테이퍼링 실시를 선언했다.

미국 금리 인상 앞두고도 상승

지난해 글로벌 IB들은 올해 미국 금리 인상을 이유로 추가적인 금값 하락을 예상했다. 미국의 금리 인상은 시중에 풀린 달러를 회수하는 효과가 있다. 금리가 오르기 전 부채를 상환하려는 시장참여자들이 많아지기 때문이다. 시장참여자들이 부채를 상환하기 시작하면 시중에 달러가 귀해지고 이는 달러 가치 상승의 배경이 된다. 달러 가치가 상승하면 반작용으로 금값은 하락한다. 최근 기록적인 유가 하락으로 인플레이션 우려가 크게 낮아진 것도 금값을 하방으로 보는 이유 중 하나다. 하지만 지난해 11월 1,142달러 찍으며 연중 최저가를 기록한 국제 금값은 이후 현재까지 소폭이나마 상승세를 지속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실물 시장에선 금값이 바닥에 근접했다는 기대심리가 퍼지면서 저가 매수세가 유입, 금 거래량이 크게 늘고 있다. KRX금 시장에선 지난해 9월까지 월별 금 거래량이 10만g을 넘지 못했지만, 10월부터는 거래량이 2배나 늘어 12월에는 KRX금시장 최초로 20만g 거래량을 돌파하기도 했다.

시장에선 이에 대해 미국 금리 인상 우려가 이미 상당 부분 금값에 반영됐기 때문이라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김윤상 LIG투자증권 연구원은 말한다. “과거 비철금속이나 귀금속 가격 움직임을 보면 항상 뉴스를 선반영하는 모습을 보였었습니다. 이번에도 미국 금리인상 우려가 지난해 4분기부터 금값에 선반영 되었다고 봅니다. 따라서 금값이 미국 금리 인상을 이유로 추가 급락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생각합니다. 일시적인 출렁거림은 있겠지만 현재 가격대가 금값의 바닥권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안전자산 매수 수요도 늘어

최근 유럽에서 일고 있는 그렉시트(그리스의 유로존 탈퇴)와 러시아의 디폴트 우려 같은 이슈가 안전자산 매수 수요를 자극하고 있는 것도 최근 금값 상승의 요인으로 지적된다. 정치·경제적 불안감에 각국 중앙은행들이 금보유량을 늘리려는 움직임이 포착되면서 현재는 안전자산 매수 심리가 개인 투자자 수준까지 내려와 있다. 유럽 및 미국으로부터 경제제재를 받고 있는 러시아는 지난해 3분기에만 55t의 금을 사들여 주목을 받았다. 지난해 12월에는 미국의 금화 판매가 전달보다 2배 이상 늘어나 4만 2,000온스에 이르기도 했다.

세계 금 소비 1, 2위 국가인 중국과 인도의 금 실물 수요가 빠른 회복세를 보이고 있는 것도 주목할 만하다. 중국은 정부의 불법 원자재 담보 대출 조사 건으로, 인도는 금 수입관세 상향과 20% 재수출 의무 부여로 한때 금 실물 수요가 크게 위축됐었다. 하지만 최근 이들 이슈가 누그러들면서 금 실물 수요가 빠르게 회복되고 있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손재현 KDB대우증권 연구원은 말한다.
“중국의 금 실물은 법적으로 홍콩을 통해서만 들여올 수 있는데, 최근 이 양이 6개월 연속 늘었습니다. 국제시세 대비 중국 상하이 금 가격 프리미엄이 더 오른 것도 중국의 금수요가 살아나고 있다는 방증입니다. 인도는 지난해 11월 ‘수입 금 20% 재수출 의무’ 규제가 철폐되면서 올해 수요가 크게 늘 것으로 예상됩니다. 지난해 9월과 10월, 규제가 시행 중일 때에도 인도의 금 수요가 굉장히 좋았기 때문에 올해는 더 탄력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합니다.”

추세적 상승은 힘들 듯

앞서 언급한 많은 긍정적 요인에도 불구하고 금값의 추세적 상승을 예상하는 전문가는 많지 않다. 앞선 요인들은 금값의 하방 경직성을 마련해줄 뿐, 현재의 달러 강세, 미국 금리인상 시기나 수준에 대한 우려, 완만한 기대인플레이션 상승 같은 매크로 변수를 압도할만한 재료는 아니라는 것이다. 천정훈 키움증권 연구원은 말한다. “일부 수요 회복이 가시화되고 있긴 하지만 이들 수요의 주체가 저가매수를 노리고 들어오는 세력이라는 점에서 한계가 있습니다. 이들은 가격이 어느 정도 올라가면 더는 금을 사지 않습니다. 금값이 빠질 때 방어를 해주긴 하지만 상승 동력으로 쓰일 수는 없다는 말입니다. 금이 다시 상승 곡선을 타려면 SPDR 골드 트러스트 같은 ETF에서 매수가 들어와야 합니다. SPDR은 금값 상승에 베팅하는 거대펀드죠. 이들 펀드가 통 큰 베팅을 하지 않는 이상 트로이 온스당 1,250달러부터는 저항에 부딪힐 확률이 높습니다. 현재 상황에선 이슈에 따라 소폭의 등락을 거듭할 뿐, 크게 하락하거나 상승하지는 못할 것이라 예상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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