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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적과의 전쟁

Counter Piracy

총을 든 군인으로는 망망대해의 무법자들을 막기 어렵다. 하지만 그것을 가능하게 해줄 신기술들이 여기 있다.





미국 메인주 포츠머스 해군기지에 정박해 있는 ‘고스트(GHOST)’는 해상 전투함이라기보다는 우주선에 가까운 모양을 하고 있었다.

소형 고무보트를 타고 다가가자 스텔스 전투기처럼 날카롭고 각진 선체가 눈에 들어왔다. 지붕에는 기관총과 로켓발사기를 부착할 수 있는 마운트도 달려 있었다.

이 녀석을 개발한 미국 뉴햄프셔주 소재 줄리엣 마린 시스템즈(JMS)의 설립자인 그레고리 샌코프는 보트를 돌려 고스트의 선미 쪽으로 향하라고 지시했다. 그리고 선체 양쪽 하단부에 있는 3.65m 길이의 스트러트 패널을 가리키며 말했다.

“이 패널은 어뢰처럼 생긴 19m 길이의 부유물인 ‘폰툰(pontoon)’과 연결돼 있어요. 때문에 고스트가 전속력을 내면 폰툰이 수면 가까이 부상하면서 선체가 수면 위 6m까지 떠오르게 됩니다.”

이러한 설계 덕분에 고스트는 바다 위를 질주하며 적들에게 상당한 공포감을 선사한다. 샌코프에 따르면 고스트는 여러 임무에 투입될 수 있다. 부자들을 위한 럭셔리 쾌속정으로도, 고속 해상 택시로도, 미 해군 특수부대인 네이비실의 공격용 함정으로도 활용 가능하다. 하지만 최적의 임무는 뭐니 뭐니 해도 해적 소탕이다. 시속 90㎞를 넘나드는 빠른 속도와 동급 선박의 3배에 달하는 항속거리, 그리고 해적들의 간담을 서늘케 할 무기시스템까지 가히 바다의 요격기라 불러도 무방한 스펙을 표방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고스트를 떠받치는 폰툰은 컴퓨터와 로봇공학 기술을 접목, 아무리 거친 바다에서도 선체의 안정성을 유지해준다. 흔들리는 배 안에서 무기를 제대로 조준하지 못하는 해적들과 달리 고스트 탑승 요원들은 한결 손쉽게 교전에 대응할 수 있는 것이다. 물론 대다수 사람들은 평생 동안 해적을 만날 일도 없겠지만 바다를 삶의 무대로 삼은 사람들에게 해적은 매우 위협적인 존재다. 그럼에도 과거에나 지금이나 해적에 대응하는 방법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무장 대원을 배치하는 것이다. 이는 분명 효과적이다. 그러나 임시방편에 불과하다. 무장 대원이 사라지는 순간 해적들은 항상 돌아왔다.

이에 다수의 선박 운영사들은 최근들어 한층 영구적인 퇴치 방안을 찾기 시작했다. 이런 시대적 요구에 맞춰 한 기업은 신속히 해적을 발견해 줄행랑 칠 수 있는 시스템을 선보였다. 또 다른 기업은 근거리에 접근한 해적의 공격을 막는 장비를 개발했다. 해적의 승선을 막는 플라스틱 방벽이나 최루가스를 분사하는 원격조종 부비트랩 등이 그것이다. 고스트는 이 같은 영구적 퇴치 방안 중 해적들이 가장 큰 두려움을 느낄 수 있는 존재라 할 수 있다.

샌코프의 안내를 받아 고스트의 해치를 열고 내부로 들어가 봤다. 선실의 모습은 고스트가 아직 시제품이라는 사실을 여실히 보여줬다. 바닥은 쇠 격자가 고스란히 드러나 있었고, 벽에는 임시로 붙여 놓은 듯한 스위치와 전선뭉치들이 을씨년스런 모습을 연출했다. 다만 내부 공간은 꽤 넓었다. 샌코프는 최대 탑승인원이 18명이라고 밝혔다. 해병대 1개 분대 이상의 병력을 태우고 해적과 맞설 수 있는 것이었다. 그의 설명을 듣다보니 ‘무기’로는 해적과 싸울 수 있지만 ‘기술’은 그 싸움을 아예 종식시킬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10여년 전 소말리아는 무법천지로 전락했다. 오랜 내전으로 정부의 통치권이 미치지 못하는 데다 가뭄까지 겹쳐 국토가 황폐해진 탓이다. 현재도 군벌들은 수도 모가디슈에서 전투를 벌이고 있으며, 남부지역 대부분은 극단주의 테러조직 알 샤바브에 의해 점령당한 상태다. 이렇게 해안선의 치안을 신경 쓰지 못하는 환경이 연출되면서 해적들의 창궐에 이상적 조건이 마련된 것이다.

소말리아 해적은 보통 모선을 기반으로 활동한다. 대개 수에즈 운하로 향하는 유조선을 타깃으로 삼는데, 타깃을 발견하면 소총과 RPG 로켓포로 무장한 해적을 태운 보트를 한 대 이상 내려놓아 공격을 감행한다. 만일 공격에 성공하면 선박과 선원을 인질로 삼고 몸값을 요구하는 구조다.

이런 식의 범죄가 최고조에 달한 것은 지난 2011년. 이 해에만 소말리아 해적의 공격을 받은 선박이 237척이나 된다. 이에 각국은 해군 함정과 민간 경비업체, 무인기를 동원해 대대적인 반격을 가했다. 성과는 경이로웠다. 2014년 소말리아 영해에서 시작된 것으로 추정되는 해적 습격 건수가 단 7건으로 급락했으며, 그나마도 무장 경비원들에게 모두 격퇴됐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것이 표면적 성공이며, 해적 소탕 작전의 전형을 재차 보여주는 것에 불과하다고 주장한다.



사실 공해상의 범죄는 선박의 역사와 궤를 같이할 정도로 뿌리가 깊다. 고대 수메르의 기록에 의하면 기원전 3,000년에도 해적이 있었다. 결국 도시범죄와 다를 바 없이 해상 범죄 또한 완벽한 근절은 불가능해 보인다. 한곳의 단속이 심해지면 다른 곳의 범죄율이 늘어날 뿐이다.

지난해에도 그랬다. 아덴만을 중심으로 한 소말리아 연안의 해적 활동은 급감한 반면 다른 지역에서는 걷잡을 수 없이 만연했다. 국제상공회의소 산하 국제해사국(IMB)의 자료를 보면 지난해 서아프리카에서 해적들이 무수한 물품과 제품을 강탈했고, 유조선에서 원유를 빼내갔다. 인질로 잡은 선원만 144명에 달한다. 동남아에서도 인질극이 벌어졌다. 지금 이 순간에도 최소 30여명의 선원들이 전 세계의 해적들에 의해 억류돼 있다.

소말리아 연안도 완벽히 안전해졌다고 말하기 어렵다. 여전히 수상쩍은 보트들이 선박을 뒤쫓는다. 이 보트들은 무장 경비원의 모습을 확인하고 나서야 사라진다.

이와 관련 영국의 선박 위험 정보 전문기업 드라이어드 마리타임의 이안 밀렌 최고운영책임자(COO)는 현재 소말리아 해적의 창궐을 막고 있는 요소로 총 4가지를 꼽는다. 각국 해군 함정의 보호와 무장 경비원의 탑승, 탑승용 사다리 및 철조망의 적절한 배치, 그리고 현지 당국과의 커뮤니케이션이 그것이다.

“이들 중 단 하나라도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면 다시 해적이 들끓게 될 겁니다. 과거 역사가 현재의 거울이라면 그렇게 될 개연성이 높습니다.”

실제로 유럽연합(EU)이 해적 방지를 위해 지금처럼 소말리아 근해에서 군함과 항공기를 운용하려면 매년 830만 달러를 써야 한다. 무장 경비원의 고용에도 최소한 하루 2,000~4,000달러가 든다. 설령 이 비용을 감내하더라도 해적 행위가 완전히 사라진다는 보장은 당연히 없다. 지난해 해적들로부터 가장 지독한 공격을 받았던 대상도 기니만 해상을 지나는 무장 경비원이 배치된 유조선이었다. 당시 이 유조선의 무장 경비원들은 해적 2명을 사살한 뒤 세이프 룸으로 후퇴했지만 공격이 계속되면서 선원 1명이 숨졌다.

이 모든 점을 고려할 때 JMS의 고스트는 역대 가장 효과적이며, 지속가능한 해적 퇴치 장비로서 손색이 없다. 막강한 성능적, 화력적 우위를 바탕으로 해적들이 자신의 본거지를 출발하기 전부터 전의를 상실케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가장 이상적인 상황은 애당초 고스트 같은 물건이 필요없는 것이다. 영국의 매트릭스 RSS도 그것을 지향한다. 그리고 그런 미래를 실현하고자 열영상 카메라와 인간 견시 요원을 팀으로 묶어 선박의 주변 360도를 지속 감시하는 조기 해적 감시시스템 ‘매트릭스(MATRiX)’를 개발 중이다.

이 회사의 설립자인 마이클 스코트는 지난해 보고된 해적 공격 중 68%가 인간의 실수 때문에 성공했다고 피력한다.

“사람은 해적 감시장비로는 최악이에요. 견시 근무를 서는 8~12시간 동안 한눈을 팔기 일쑤죠. 아예 갑판과 선교를 모두 비울 때도 있습니다.”

반면 매트릭스는 선박 양쪽에 회전식 열영상 카메라를 배치, 주변 바다를 끊임없이 촬영한다. 또한 이 영상을 육지의 컨트롤센터로 실시간 전송해 견시요원들이 24시간 확인, 단 1초도 감시에 공백이 생기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매트릭스를 활용하면 견시요원들이 최대 25.7㎞ 밖의 의심스러운 선박을 감지할 수 있습니다. 그때는 즉각 경보를 발령해 선원들에게 위험을 알리고, 선원들은 선박을 안전한 곳으로 이동시키게 됩니다. 해적을 피해 달아나는데 실패하더라도 최소한 공격에 대비할 충분한 시간을 벌 수는 있습니다. 운용비용도 무장 경비원 임금의 15% 수준인 하루 약 300달러면 됩니다."

매트릭스의 한계라면 해적에게 끝내 따라잡혔을 때 대책이 없다는 것. 이에 영국의 신생기업 가디언 마리타임은 해적들이 선박으로 올라올 수 없도록 해주는 플라스틱 방벽을 개발했다. ‘가디언(Guardian)’으로 명명된 이 제품을 갑판의 난간에 빠짐없이 부착하면 해적들이 보트 위에서 아무리 갈고리를 던져도 절대 걸리지 않는다. 스파이더맨이 아닌 이상 승선이 불가능한 셈이다.

“시제품을 제작·설치한 뒤 영국 해병대에게 테스트를 의뢰했습니다. 고요한 바다 위에서 선박의 닻까지 내린 상태였지만 2시간 동안 실패만 거듭하다가 포기하더군요. 심지어 내부 선원의 배신을 가정해 갑판에서 밧줄을 내려줘도 승선에 성공한 사람은 없었습니다. 하물며 요동치는 바다와 강풍 하에서라면 승선은 100% 불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매트릭스 RSS 역시 매트릭스와 콤비를 이룰 물리적 해적 퇴치 시스템 ‘포섬(Possum)’을 개발하고 있다. 해적들이 선박 근처로 다가왔을 때 선원이 포섬의 스위치를 누르면 최루가스와 함께 해적들이 탄 보트의 프로펠러 작동을 방해하는 물질이 분사된다. 그렇게 1시간 동안 해적들을 무력화시킬 수 있다. 1시간이면 선박이 현장을 탈출하거나 인근 당국에 연락해 교전 태세를 갖추기에 충분한 시간이다.

고스트의 가치는 바로 이러한 교전 상황에서 빛을 발한다. 해적 출몰 해역에서 바지선 등을 모선으로 삼아 정박해 있다가 선박의 요청을 받는 즉시 출동하는 구조다. 2~3대만 운용해도 선박에 상주하는 수십 명의 무장 경비원이나 군함을 대체할 수 있다는 게 제조사의 판단이다. 특히 일종의 상비군 형태로 운용되므로 기존 해적의 퇴치에 더해 새로운 해적의 등장을 억제하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누릴 수 있다고 강조한다.

이 날을 위해 아직은 갈 길이 멀다. JMS는 고스트의 목표 속도를 약 50노트(시속 92㎞)로 설정했지만 현재 개발된 시제품의 속도는 해적들의 보트보다 10노트 빠른 30노트(시속 55.5㎞) 정도다. JMS의 샌코프설립자는 고스트의 속도 향상 비책으로 ‘초공동 현상(supercavitation)’을 지목한다. 이는 스크루 프로펠러가 급회전할 때 주위에 생기는 진공 때문에 프로펠러의 뒤쪽 가장자리가 물과 닿지 않는 현상을 뜻한다. 이렇게 물과의 접촉 면적을 줄이면 속도 증진을 꾀할 수 있어 주로 어뢰에 채용됐던 기술이다.

고스트의 경우 폰툰 최전방에 4,000마력급 내연기관 엔진의 힘으로 구동되는 역회전 스크루 프로펠러가 장착돼 있다. 또한 JMS는 폰툰의 적재적소에 공기 배출구를 마련, 폰툰 주변에 공동(空洞)이 형성되도록 했다. 이처럼 공기가 폰툰 주변을 완전히 감싸면 마찰력이 900분의 1로 낮아진다.

“쉽게 말해 수심 1.5~1.8m 깊이에 두 개의 공기 터널을 생성, 그 속을 폰툰이 날아가듯 질주하는 겁니다.”



특히 초공동 현상은 속도 외에 선체의 안정성과 연비 향상에도 큰 도움을 준다.

“덕분에 고스트는 2m의 높은 파고에도 선체의 흔들림 없이 항해하고, 1,285㎞에 이르는 놀라운 항속거리를 보장 받게 됩니다.”

샌코프는 현재 JMS와 고스트의 운용을 놓고 협상 중인 미 국무부가 차세대 해적 방지시스템에 대해 확고한 지향점을 갖고 있다고 말한다.

“국무부의 조건 중 핵심은 해적을 선박 위로 올라오게 해선 안 된다는 겁니다. 그러려면 해적들에게 ‘여기서 꺼져버려!’라는 메시지를 던져줄 만한 뭔가를 갖춰야 해죠. 고스트가 바로 그 뭔가가 될 수 있습니다."



샌프코의 자신감은 일리가 있다. 현존하는, 또는 현재 개발 중인 대(對)해적 수상 장비 가운데 고스트만큼 해적의 공격에 제대로 대응하고, 압도할 능력의 소유자는 없다. 다만 여타 해적 방지 기술과 마찬가지로 고스트가 아무리 신속한 반응시간과 해적 퇴치 성공률을 지녔다고 해도 모든 논의는 결국 경제적 문제로 귀결된다.

실제로 해운은 거대한 규모의 비즈니스다. 매년 약 8만5,000척의 화물선이 170억톤 이상의 화물을 싣고 전 세계를 누빈다. 이들을 보호하기 위해 투입되는 막대한 비용을 누가 지불해야할까. 이것이야 말로 고스트를 포함한 해적 방지 기술의 흥망을 결정하는 핵심 요소다.

과거에도 이 문제로 몇몇 해적 방지 기술이 빛을 보지 못하고 사장된 바 있다. 소말리아 해적이 왕성하게 활동하던 시기, 영국 최대의 방위산업체 BAE시스템즈가 내놓은 두 가지 기술이 그 실례다. 당시 이 회사는 해적 출몰 해역을 순찰하는 중무장 무인 전투정 ‘프로텍터(PROTECTOR)’와 해적들의 방향감각 상실을 초래해 전투 의욕을 꺾는 원거리 레이저 무기를 제안했는데 여태껏 해적과의 실전에 투입됐다는 보고는 없다. 레이저 무기의 경우 개발 프로그램 자체가 폐기됐다.

경제성을 감안할 때 최근 개발된 기술 중 가장 호평을 받고 있는 것은 오히려 가디언 마리타임의 플라스틱 장벽이다. 2013년말 출시된 이 제품은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을 앞세워 이미 컨테이너선과 유조선을 포함해 총 209척에 설치됐다. 이 선박들에 적재되는 화물의 가격은 총 550억 달러에 달한다.

즉, 고스트가 넘어야할 산은 높다. 펜타곤은 JMS를 말로만 칭찬했을 뿐 자금은 한 푼도 지원해주지 않았다. 좀더 정확히 말하면 펜타곤 산하 방위고등연구계획국(DARPA)이 자금 지원 의사를 밝혔지만 JMS가 거부했다. DARPA가 그 대가로 고스트의 핵심 특허 3개에 대한 권리 공유를 요구했기 때문이다.



벤처캐피털 아발론 벤처스의 설립자인 케빈 킨셀라는 만일 고스트가 미 정부와 공식 계약을 체결한 방위산업체에 의해 개발됐다면 시제품 단계까지 2억5,000만 달러는 투입됐을 것이라고 추정한다. 하지만 JMS는 샌코프의 사재 500만 달러를 포함, 총 1,500만 달러로 고스트를 완성했다.

“고스트는 사실상 제2차 세계대전 이래 미국 민간업체가 100% 자력으로 개발한 최초의 무기 플랫폼입니다. 고스트의 개발 방식은 지극히 비용 효율적이에요. 언젠가 JMS가 방산업계를 지배하게 될지도 모릅니다.”

JMS는 대당 1,000만 달러인 고스트 2척만 있으면, 수천 ㎢ 면적의 해상을 지킬 수 있다고 주장한다. 현재 미 해군과 도입을 협상 중이지만 계약 체결은 쉽지 않아 보인다. 이에 샌코프는 고스트의 첫 고객이 해외에서 나올 것이라 생각한다. 바레인과 싱가포르, 아랍에미리트(UAE) 등의 국가가 강한 관심을 표명하고 있는 상태다.

“카타르나 UAE, 사우디아라비아 같은 국가에게 구축함은 별반 필요가 없어요. 이들에게 가장 신경 쓰이는 문제는 자국의 항구를 떠나는 유조선들의 안전이죠. 저희 잠재고객들이 고스트 도입에 따른 ‘위험과 보상’을 저울질 하는 동안 해적들은 가만히 앉아 있지 않습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다음 타깃을 찾고 있을 겁니다."



[해적 지도]

소말리아 인근 해상의 해적 행위는 지속 감소되고 있지만 다른 곳에서의 공격은 더욱 거세다. 국제해사국(IMB)의 집계에 의하면 2014년 한 해 동안 총 245건의 해적 공격이 발생했다. IMB는 서아프리카의 기니만에서 일어난 해적 습격의 다수가 보고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실제 건수는 60% 정도 더 많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해적 대응 무기]
수평선에 해적이 나타났더라도 속수무책 당할 필요는 없다. 해적의 공격을 막고 선원들을 안전하게 보호할 첨단장비들이 개발돼 있다.

장거리

회전식 열화상 카메라를 탑재한 해적 조기탐지 시스템 ‘매트릭스(MATRiX)’라면 수평선상에 해적이 출현하는 즉시 그 존재를 파악할 수 있다. 12장의 이미지를 지속적으로 갱신하면서 보트의 엔진이나 해적들의 몸에서 뿜어지는 열에너지를 탐지하는 메커니즘이다. 날씨가 화창할 경우 최대 25.7㎞ 밖의 해적 탐지가 가능하다.

‘장거리 지향성 음향기기(LRAD)’를 이용하면 최대 1.5㎞, 최소 230m 떨어진 해적들을 음파로 공격할 수 있다. 예컨대 해적이 의심되는 보트가 출현하면 레이저를 쏘듯 가청주파수 대역의 음파를 집중 발사, 여러 국가의 언어로 경고메시지를 보낸다. 그럼에도 계속 접근하면 최대 153㏈의 음파로 공격해 극심한 두통 또는 고막 손상을 일으킬 수 있다.

중거리

무장 경비원을 운용하면 소말리아 근해에서 해적을 100% 퇴치할 수 있다. 다만 돈이 많이 든다. 일반적인 사설 해적 대응팀은 자동화기나 사냥총으로 무장한 3~4명의 대원으로 구성되는데, 1명당 일당이 수천 달러에 달한다. 게다가 서아프리카 해상에서는 경비원이 해적에게 압도당해 항복한 사례도 있다.

해적의 공격에서 선박의 주요 부위를 보호해주는 ‘방탄 블라인드’도 개발돼 있다. 아직 많이 보급되지는 않았지만 이 블라인드는 위급상황에서 신속히 전개할 수 있으며, 권총부터 RPG 로켓탄까지 다양한 방호 등급의 라인업을 갖추고 있다.

단거리

100m 이내로의 접근을 허용했다면 소방호스나 물대포로 해적들이 탄 보트를 공격하면 된다. 다만 이 경우 해적들이 거세게 반격할 것이 자명하다. 이에 유니파이어가 원격조종식 물대포 ‘포스 80(Force 80)’을 개발했다. 이를 활용하면 해적의 사격에 노출되지 않으면서 85m 이내의 표적에게 분당 5,000ℓ의 물을 분사할 수 있다.

근거리

해적들이 갈고리를 던질 만큼 가까이 다가왔다면 ‘포섬 시스템(Possum system)’이 제격이다. 매트릭스에 포드(pod) 형태로 부착하는 이 시스템은 최루가스를 분사, 1시간 동안 해적들을 무력화할 수 있다. 특히 최루가스와 함께 해적 보트의 프로펠러 작동을 방해하는 물질도 분사된다.

간단한 구조의 플라스틱 방벽인 ‘가디언(Guardian)’은 해적의 무단 승선을 막아준다. 모양이 둥글고 표면이 매끄러운 이 방벽을 선박의 난간에 볼트로 고정하면 해적이 던진 갈고리가 걸리지 않는다. 아직 어떤 해적도 이 방벽을 뚫고 선박에 오른 적이 없다. 영국 해병대조차 2시간 동안 애만 쓰고 포기했다고 한다.

최후의 선택

모든 시도가 실패했다고? 그때를 위해 패닉룸의 선박 버전인 ‘시타델(Citadel)’이 있다. 설치위치나 사양이 다양한데, 최고 사양의 경우 방탄 성능은 물론 식수와 식량, 통신시스템, 환기시스템, 화장실이 구비돼 있다. 특히 선박의 엔진과 키를 시타델 내에서 원격 조종하는 시스템까지 갖춰져 있다.

스트러트(strut) 수중에서 양력을 일으켜 선수(船首) 부분을 띄우는 장치.

벌크 화물선(bulk carrier) 곡물, 광석, 석탄 등을 포장하지 않고 선창(船倉)에 싣고 수송하는 화물선.

LRAD Long Range Acoustic Devi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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