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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판을 기다리며

Waiting for the Reckoning

유가는 이미 곤두박질쳤다. 그렇다면 노스다코타 주 프래킹 fracking *역주: 셰일가스를 시추할 때 사용하는 수입파쇄방식 신흥도시의 상황은 어떨까? 커지고 있는 불안감이 낙관론을 밀어내기 시작했다.
BY JENNIFER REINGOLD
PHOTOGRAPHS BY GEORGE STEINMETZ



눈으로 덮인 노스다코타 주 서부지역 동토에서 바람을 맞으며 믿기 힘든 미래를 그려본다. 부동산 개발업체 스트로픽 Stropiq을 이끌고 있는 테리 올린 Terry Olin과 엘런 시몬 바이라우흐 Ellen Simone Weyrauch는 영하 10도의 추위 속에서 모자도 쓰지 않고 초원을 가리키며 윌리스턴 크로싱 Williston Crossing의 비전을 설명하고 있다. 그들은 5억 달러를 투자해 약 0.9㎢ 규모의 복합시설을 건설할 계획이다. 여기에는 주택 900가구와 호텔, 워터파크, 초대형 마트 여러 곳이 입주할 예정이다. 스트로픽이 자치주로부터 원하는 승인을 받게 되면 올해 말 기초공사를 시작하게 된다. 2018년 1단계 건설 완료가 목표다.

이 지역은 10년 전만 해도 미국의 공백 지역(American Empty Quarter)이었다. 소수의 농장과 유전 몇 개만 그곳에 있었다. 한산한 85번 2차선 도로-멕시코와 캐나다를 잇는 고속도로 캔암 하이웨이 CanAm Highway의 일부다-만이 연결된 곳이었다. 하지만 예전엔 뚫을 수 없던 바위를 파쇄해 석유를 얻는 프래킹 기술이 등장하면서 이곳에 석유 호황이 시작됐다. 개발이 불가능했던 석유가 지금 노스다코타 주 배큰 셰일 Bakken Shale에서 마구 흘러나오고 있다.

올린과 바이라우흐는 개발 예정지에서 85번 도로(이제 곧 4차선이 된다)를 내려다본다. 그들은 이곳에서 활기찬 경제성장의 시그널을 목격하고 있다. 유조선에 석유가 실리고, 트럭에는 파이프가 쌓이고, 새로운 SUV 차량이 즐비하다. 지하 수 킬로미터 아래에 위치한 셰일에서 밤낮으로 석유를 뽑아내는 오일펌프 몇 개도 근처에 자리 잡고 있다. 러시아 개발을 통해 부를 축적한 올린은 세계 최고의 기회가 배큰 지역에 존재한다고 확신한다. 믿음을 실현하기 위해 스위스에서 이곳으로 이주한 그는 "신흥시장 투자 중 단연 최고가 됐다"고 열변을 토했다.

2013년 8월 노스다코타 주 윌리스턴으로 들어가는 입구에 표지판 하나가 설치됐다. 표지판엔 '미국 붐타운 Boomtown에 오신 것을 환영한다'는 문구가 쓰여있다. 하지만 현실은 이보다 더 강렬하다. 과거 1만2,000명이던 거주 인구가 현재 4만 명까지 늘어나는데 10년이 채 걸리지 않았다. 골드러시의 유서 깊은 전통처럼 전 세계 많은 이들이 일자리를 찾아 이곳으로 몰려왔다. 수년간 미국 최고 수준의 임금을 줘도 일할 사람 찾기가 쉽지 않았다. 2014년 말, 윌리스턴의 실업률은 1.0%로 미국에서 가장 낮았다. 이러한 통계치를 고려했을 때, 올린과 바이라흐가 상품이 부족한 이곳에 투자하길 원한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이 지역 월마트(체인점 중 가장 규모가 크다)에선 기본 상품이 매진되는 경우가 매우 잦았다.

그러고 나서 하락세가 찾아왔다. 지난해 여름 108달러를 기록하며 12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한 미국 기준 유가는 급락했고, 현재 배럴당 50달러 선을 유지하고 있다. 전 세계 시장은 물론 에너지업체가 큰 타격을 입었으며, 석유 생산업체들은 자금지출예산을 삭감하고 구조조정을 단행해야만 했다. 저유가가 지속된다면 상황은 더욱 악화할 것이다.

노스다코타 지역은 특히 심한 타격을 입을 것이다. 전 세계에서 석유 생산에 가장 큰 비용이 들기 때문이다. 유가 하락의 한 가지 원인은 바로 기본적인 공급과 수요의 법칙이다. 중국 경제발전 속도가 느려지는 동시에 미국의 석유 생산량이 급증했기 때문에 이런 현상이 벌어졌다. 그 외에도 사우디아라비아가 생산량을 제한하지 않은 것이 한 원인이었다. 시장점유율을 유지하면서 비용 효율이 떨어지는 석유생산 경쟁자를 도태시키려는 목적이었다.

이런 모든 요소를 고려한다면, 윌리스턴처럼 대부분의 일자리가 직간접적으로 석유에 의존하는 곳에는 불안감이 엄습할 수도 있다. 필자는 며칠간 이곳에 머무르며 올린 같은 개발자, 식당 직원, 에너지업체 CEO, 유전 노동자, 공무원과 이야기를 나눠보았다. 하지만 이상할 정도로 일관성이 없었다. 변한 것이 없다는 생각과 꺾이지 않는 고집, 기저에 깔린 두려움이 공존하고 있었다.

윌리스턴이 속한 윌리엄스 Williams 자치구의 커미셔너 데이비드 몽고메리 David Motgomery는 "아버지 세대의 석유호황과는 다르다"고 말했다. 평생을 이곳에서 살아온 그는 이 지역의 발전이 매우 빠르기 때문에, 한 번의 경기 부진으로 거대한 인프라 수요가 끊기지는 않을 것이라고 믿고 있었다. 윌리엄스 자치구의 보안관 스콧 부싱 Scott Busching 같은 사람들은 현 상황을 '소강기(Lull)'라고 여겼다. 이는 대부분 겨울과 겹치는 시기다. 그의 주장은 약 2m 정도 지하까지 땅이 얼면서 불가능한 작업이 많아져 경기가 주춤하고 있다는 것이다. 부싱은 "이번 호황은 지속성이 있다"고 말했다.

개발업자 올린은 최근 최근 벌어진 상황에 흔들리지 않는다며 이렇게 강조했다. "(유가가) 60달러 선을 회복할 때까지 기다려야 하지 않는가? 그렇게 되지 않을 것이라는 시나리오라도 있는가? 나는 없다고 본다." 그는 자신의 투자자들이 믿음을 잃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들이 불안해한다면 윌리스턴 크로싱 개발은 아마 절대 진행되지 않을 것이다.

현재 윌리스턴은 자체 발전의 의지를 내비치고 있다. 몇몇 사람들은 아직도 일확천금의 기회가 많다고 생각한다. 반대로 호황에 대한 생각을 후회하며 아예 그런 일 자체가 없었기를 바라는 이들도 있다. 마치 만화 루니툰의 캐릭터 와일 이 코요테 Wile E. Coyote가 절벽을 껑충 뛰어넘으며 잠시 공중에 떠 있는 것과 비슷한 느낌일 듯하다. 과연 이 코요테가 무사히 고지에 안착할 수 있을까?

4인용 경비행기 세스나 Cessna에 올라 1,000피트 상공에서 평원을 내려다보면 유가 따위는 중요하지 않은 것처럼 느껴진다. 윌리스턴의 지평선 곳곳에서 유전을 볼 수 있다. 채취할 만한 값어치가 없는 천연가스는 오렌지 색 불꽃으로 태워버린다. 고속도로에 트럭들이 몰리며 주행속도가 떨어진다. 수많은 트레일러가 눈 덮인 지역에 직사각형 모양으로 깔끔하게 정렬해 있다. 주거단지도 반 정도는 마무리되어 있다. 화물차 창고는 아동용 장난감 기차 세트처럼 보인다. 짐 실을 준비를 마친 트럭이 워낙 많아 원형 트랙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지상에 내려와 보니, 유전에 근무하든 안 하든 모두가 굴착기 대수-새로 석유를 시추하기 위해 작업 중인 드릴 수-를 알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지역 신문 윌리스턴 헤럴드 Williston Herald 1면에 매일같이 기사가 실리기 때문에 그 숫자를 모를 리가 없을 것이다. 이 지역의 굴착기 대수는 2012년 6월 최고치(203개)를 기록한 바 있다. 하지만 필자가 머무는 5일 동안 145개에서 137개로 감소했다. 그리고 내가 떠난 지 1주일 만에 126개로 더욱 줄었다.

하지만 이런 변화도 윌리스턴의 새로운 인기 식당 윌리스턴 브루잉코 Williston Brewing Co.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지는 못한다. 미네소타 주 출신 사업가가 운영하는 이 식당은 2013년 9월 문을 열었다. 약 20m에 달하는 바에서 '대도시' 음식이라 할 수 있는 저크 치킨 Jerk Chicken이나 매콜달콤한 칠리소스 연어 요리(sweet-chile-glazed salmon) 같은 음식들을 판매한다. 이곳은 오늘 밤에도 호황의 혜택을 누리는 사람들로 가득 차있다. 그중에 파티가 끝나간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이들 중에는 니사 그레이 Nyssa Gray이라는 인물도 있다. 그녀는 붐타운 베이브 에스프레소 Boomtown Babes Espresso라는 화려한 핑크빛 드라이브스루 커피점을 운영해 큰돈을 벌었다. 트럭운전사들은 단지 5달러 50센트짜리 카푸치노 한 잔을 마시기 위해 이곳에 줄을 서는 건 아니다. 노출이 심한 옷을 입은 '베이바리스타 Babe-a-ristas'를 보려는 목적도 있다. 만화주인공 같은 몸매에 순백에 가까운 금발의 그레이는 강력한 브랜드 홍보대사이기도 하다. 2013년 중반 워싱턴 주에서 건너와 붐타운 베이브를 창업했다. 그녀는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성장을 이뤘다"고 말했다.

그레이는 골든아이 피노 누아 Goldeneye Pinot Nior 한 모금에 안주로 칵테일새우를 먹으며 이곳에선 경기둔화의 기미를 찾아볼 수 없다고 말했다. 그리고 1월 매출이 전년 같은 달에 비해 44%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그녀는 근처 티오가 Tioga를 포함한 다른 석유생산지로 자신의 사업을 확장하고 있고, 한 프로덕션 업체와 파트너십을 맺어 붐타운 베이브의 리얼리티쇼를 준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렇다면 그녀는 유가 하락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까? 그레이는 일시적인 현상이라고 일축했다. 그녀는 "갑자기 짐을 싸서 떠나지는 않을 것"이라며 "이 사업은 내게 자식과도 같다. 열심히 일해서 얻은 내 전부다. 보란 듯이 잘 이겨낼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이곳에는 거주 여부를 떠나 배큰의 경기둔화를 예상한 사람이 거의 없었다. 지난해 9월만 해도 노스다코타 광물자원부는 윌리엄스 옆에 위치한 매켄지 Mckenzie 자치주에 2025년까지 최대 6,000개의 유정을 더 시추할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았다(현재는 2,700개의 유정이 있다). 덕분에 윌리스턴 남동쪽으로 약 45분 떨어진 왓포드시티 Watford City의 건설허가 건수가 두 배로 뛰기도 했다. 2013년 262건이었던 것이 2014년엔 511건으로 급증했다. 아파트 건축허가 건수도 1년 만에 89건에서 1,152건으로 치솟았다. 현재 주택난이 너무 심각하다 보니, 침실이 2개 딸린 아파트의 임대료가 한 달 평균 2,800달러에 이르고 있다. 매켄지 빌딩 센터 Mckenzie Building Center-왓포드시티에 본사를 둔 80년 역사의 건물 공급업체다-의 최고운영책임자 찰리 라더 Charlie Rader는 "수요가 전혀 줄지 않고 있다. 우리는 여러 프로젝트에 모든 것을 쏟아붓고 있다."

몇 마일 떨어진 곳에는 철골구조물이 세워져 있다. 곧 왓포드시티에 새로 생길 5,000만 달러 규모의 고등학교가 들어설 예정이다. 아이들 수가 매년 20~25%씩 증가하고 있는 것을 고려하면, 학교 설립이 다소 더디다고 할 수 있다. 2014년에는 총 251명의 신규 학생이 등록해 총 학생 수 1,331명을 기록했다. 한때 지역 원주민이나 백인만 다니던 초등학교에는 이제 48개 주 20개 국가에서 온 학생들이 재학 중이다. 그 중 집이 없는 약 38%의 학생 중 상당수는 현재 트레일러나 RV 차량에서 생활하고 있다. 주택 임대료를 감당할 수 없기 때문이다.

왓포드시티는 학교 때문에 짊어져야 하는 재정적 부담이 큰 상황이다. 2,700만 달러 규모의 채권을 발행하고, 수백만 달러의 부채도 추가로 떠안았다. 지역교육감 스티브 홀렌 Steve Holen은 주 의원을 설득해 석유생산업체가 이 같은 부채의 일부를 떠안게 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그는 "업계에서 어느 정도 분담해줬으면 한다"며 "이런 현상이 생긴 원인이 업계에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홀렌은 경기둔화가 주 예산에 짐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잘 알고 있다(당연히 학교는 주 예산으로부터 지원을 받고 있다). 주법에 따르면 뉴욕상품거래소(NYMEX)의 배럴당 월평균 가격이 57.50달러까지 떨어질 경우, 석유생산업체의 신규 유전 추출세를 6.5%에서 2%로 낮춰야 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일은 2월 1일 실제로 벌어졌다. 유가가 다시 72.50달러를 넘어설 때까지 생산업체들은 세금 6.5%를 모두 낼 필요가 없게 됐다. 만약 유가가 앞으로 5개월 동안 55.09달러 이상으로 오르지 않는다면(이제 2개월째 접어들었다), 석유업체들은 1987년 이후 개발된 모든 유전(대부분의 유전에 해당한다)에 대한 추출세를 내지 않아도 된다. 주 입장에선 얼마나 심각한 문제이겠는가? 이미 노스다코타 의회는 2017년 석유 및 가스 관련 세수 예상액을 83억 달러에서 43억 달러로 낮춰 잡은 바 있다.

저유가 기조가 유지된다고 해도 왓포드시티·윌리스턴 지역은 그 고통을 가장 마지막으로 느낄 것이다. 주 당국은 이곳이 배큰에서 '최적의 장소'이며, 배럴당 35달러 수준이 손익분기점이라고 보고 있다. 노스다코타의 다른 지역에선 이 수치가 77달러에 이르는 곳도 있다. 고통이 눈에 띄지 않는 다른 원인도 있다. 석유업체가 생산량을 줄인다고 해도 이미 개발한 유전은 끝까지 모두 추출해야 한다는 점이다. 그렇지 않으면 기존에 투자한 막대한 자금을 잃게 된다. 이 지역에서 ‘맨 캠프 man camp(유전의 남성 노동자를 위해 숙소와 음식을 제공하는 시설)’ 3개를 운영하는 타깃 로지스틱스 Target Logistics의 마케팅 부사장 스콧 정크 Scott Junk는 시설 사용률이 90%에 이른다며 "사업계획을 하나도 조정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골드 러시로 돈을 버는 이는 곡괭이와 삽을 판매하는 사람뿐'이라는 옛말이 있다. 실제로 장비를 사용하는 사람은 그만큼 돈을 벌지 못한다. 윌리스턴에서 10마일만 벗어나도 더욱 우울한 상황을 목격할 수 있다. 이곳에 가면 6m에 이르는 에이브러햄 링컨 Abraham Lincoln의 흉상이 85번 도로 측면에서 차량을 내려다보고 있다. 동쪽에는 링컨 RV 주차장이 있는데, 이곳에는 브래드 오우렌 Brad Owen(29)과 크리스틴 스티프 Christine Stief(28), 17개월 된 딸 매켄지 Mckenzie가 거주하고 있다.

이곳에는 8대의 트레일러가 매서운 추위가 몰아치는 RV 주차장에 덩그러니 놓여 있다. 약 9m 간격으로 떨어져 있는데, 마치 어떻게든 모여서 온기를 나누려는 것처럼 보인다. 아이들이 밖에서 뛰어노는 건 상상조차 할 수 없다. 오우렌과 스티프는 이곳에 앉아 스파게티오 Spaghetti-O 통조림과 치킨 누들 수프가 줄어들어 간다는 사실을 걱정하고 있다. 부부는 저축해둔 약간의 돈이 떨어지기 전에 일자리를 구할 수 있기를 바라고 있다.

고졸 학력 인증서가 있지만 비숙련 노동자였던 오우렌은 워싱턴 주 스티븐슨 Stevenson에선 생계를 유지하기가 힘들었다. 그는 "2년 내내 일자리를 구하고 다녔다"고 말했다. 그때 친척이 윌리스턴에 대해 귀띔을 해주었다. 그 사촌은 "여긴 경기가 좋아. 지금 당장 이리로 와"라고 권했다고 한다.

오우렌은 2012년 짐을 싸서 스티프를 남겨두고 윌리스턴으로 향했다. 윌리스턴은 마치 속담 속에 나오는 기회의 땅처럼 보였다. 오우렌은 맨캠프에서 숙식을 해결하며 바위 분쇄팀에서 땀흘려 일해 상당한 금액을 저축할 수 있었다. 외로웠던 그는 다시 스티프에게 돌아갔고, 1년 후 딸을 얻었다. 하지만 워싱턴에선 여전히 일자리를 구할 수 없었다. 그래서 오우렌 가족은 800달러가 든 통장을 들고 지난해 8월 노스다코타로 이주했다. 계약금만 내고 1만 1,000달러짜리 캠핑카를 트레일러 주차장으로 끌고 왔다. 스티프는 딸과 캠핑카에서 지낼 생각이었다. 탁아시설 이용료가 주당 250달러로 너무 비쌌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캠핑카의 급수 파이프가 동파하면서 상황이 급속도로 악화했다. 오우렌은 급수 파이프를 수리하느라 이틀간 휴가를 냈고(얼어붙은 파이프를 헤어드라이어로 녹여야 했다), 그 결과 해고를 당하고 말았다. 오우렌은 "(사장은)나를 대신할 사람이 있다고 이야기했다"며 "이해는 가지만 난 내 가족을 먼저 생각해야 했다"고 말했다.

오우렌이 해고되던 시기에 유가도 하락했다. 이후 그는 일자리를 찾을 수 없었다. 스티프는 "나는 항상 긍정적인 사람"이라며 "하지만 지금은 여기에 온 후 처음으로 이 상황이 끝날 수 있을 것인지 스스로 자문하고 있다"고 말했다. 부부는 버티기 위해 해결방안을 강구했다. 2월 중순, 스티프는 식당종업원 일을 시작했다. 물론 탁아시설 비용을 충당하기엔 턱없이 부족한 보수를받았다. 당장 떠나고 싶었지만 그럴 수가 없었다. 트레일러를 끌고 나갈 트럭을 구할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오우렌은 "처음 이곳에 왔을 땐 원하기만 하면 날마다 새 일자리를 구할 수 있었다"며 "지금은 장비를 운영하는 일자리를 구할 수가 없다. 노스다코타에서는 생각도 할 수 없는 일이다. 하지만 희망은 있다. 항상 희망은 있게 마련이다"라고 말했다.

윌리스턴은 많은 것이 뜬구름 같이 느껴진다. 슈퍼볼 선데이에 발 디딜 틈도 없이 꽉 차는 버펄로 와일드 윙 Buffalo Wild Wings-식당 손님의 90%가 남성이다-에는 지역 토박이로 보이는 사람이 단 한 명도 없다. 필자를 담당한 여종업원은 짐바브웨 출신이었다. 테킬라를 몇 잔 마시다 지미 핸드 Jimmy Hand라는 인물과 인사를 나눴다. 이 사람은 연한 적갈색 머리카락을 가진 29세의 잭슨빌 Jacksonville 출신 남성이다. 그는 "알래스카로 건너가 게잡이 어선에서 일할 계획이었다"며 "그런데 라디오 토크쇼에서 이 곳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고 회고했다. 그는 1년 전 20달러와 옷 두 벌만 달랑 챙겨 기차로 이곳에 왔다고 밝혔다. 시급 27달러짜리 건설업 일자리를 약속하는 크레이그리스트 Craigslist 포스팅에 마음이 움직였다고 한다. 고졸에다 특별한 경력도 없는 사람에겐 매력적인 보수였다.

그러나 핸드가 이곳에 도착하자마자 목표로 했던 일자의 급여가 17달러로 떨어졌다. 핸드는 그래도 머물렀다. 하지만 곧 부자가 되는 일이 쉽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됐다. 그는 "생활비 등 물가에 대해 무지했다"며 "한 끼 식사에 20달러를 써도 배불리 먹을 수 없다"고 말했다. 핸드는 유가 하락 이전에도 비숙련 노동자를 위한 일자리를 찾는 것이 어려웠다고 밝혔다. 핸드는 필자와 만난 그날 밤 버스를 타고 나흘간 달려 플로리다로 간다고 했다. 그러나 곧 다시 돌아올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여기에도 아직 희망이 있다. 머리만 잘 쓰면 된다"고 말했다.

이곳에는 잘나가는데도 오래 머물 의사가 없어 보이는 사람이 많다. 엔디디 그룹 NDD Group-맨캠프 중 한 곳인 아메리칸 그레이트 롯지 Great American Lodge를 소유하고 있다-의 영국 출신 최고운영책임자 대니 호건 Danny Hogan도 그중 한 명이다. 그는 몇 주간 이곳에 머무른 후, 일주일간 다른 곳으로-그의 경우는 영국이다-가서 지낼 것이라고 밝혔다. 호건은 아들 셋을 이곳에 데리고 올 생각은 없다고 덧붙였다(그는 "당신 같으면 그러겠습니까?"라고 반문하기도 했다).

론 질트 Ron Sylte 같은 토박이들은 양면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그들에게 호황은 축복인 동시에 재앙이다. 질트는 윌리스턴에서 몇 마일 정도 떨어진 티론 Tyrone에서 밀 농사를 짓고 있다. 그는 지난 1월 6일 주 최대규모의 오염 소금물-프래킹 작업 후 유전에서 뽑아낸다-유출 사고가 자신 소유의 땅에서 발생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지금까지 최소한 300만 갤런의 소금물이 땅 속은 물론 미주리 강으로 합류하는 블랙 테일 크리크 Black Tail Creek에도 흘러들어 갔다.

필자는 지난 2월 2일 사진기자와 함께 유출 사고 현장을 방문했다. 유출 사고를 일으킨 서밋 미드스트림 LLC Summit Midstream LLC 대표는 해당 현장이 서밋이 아닌 질트의 소유임에도 우리에게 사고현장에서 떠나 달라고 요구했다. 우리는 그때 "이 번호로 전화를 걸라"는 말을 들었다. 한 위기관리업체의 번호였다. 그 후 서밋은 '유출된 폐수 처리 및 복구를 포함해 노스타코타를 위해 전력을 다하고 있다. 큰 진전을 이루고 있으며 피해를 본 토지 및 수자원을 최대한 빨리 복구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문서를 보내왔다.

며칠 후 친절한 질트의 도움으로 다시 사고현장을 방문할 수 있었다. 콧수염을 기른 그는 이전에도 언론에 등장한 적이 있었다. 예전에 팜 프로그래스 Farm Progress가 '그가 소유한 농업용 스프레이 장비가 세계 최대규모'라고 보도한 바 있다. 사고현장에 도착하니 굴착기가 하천에서 차가운 흙을 한 삽 한 삽 떠내고 있었다. 여러 트럭이 액상 물질을 계속 뽑아내고 있었지만. 쌓인 물질의 높이가 거의 5m는 되어 보였다. 방호복을 입은 남성에게 물속에 석유가 있는지 묻자, 그는 아래를 가리키며 "여기 무지갯빛을 띠는 게 있습니까?"라며 반문했다.

질트는 이 문제에 대해 걱정하고 있다. 그는 봄이 와 땅이 녹을 때까진 유출 사고의 피해를 가늠할 수 없다고 말했다. 과거 발생한 작은 유출 사고의 경우, 9년이 지났음에도 여전히 정화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프래킹에 따른 변화에 대해 묻자, 질트는 잠시 말을 멈췄다. 마침내 입을 연 그는 "호황 덕분에 혜택을 봤다"며 소유 토지에 대한 광물채굴권을 언급했다. "하지만 생활방식은 어떤가? 잘 모르겠다. 예전에는 그 나름대로 행복했다."

17년간 윌리엄스 자치구 보안관을 맡아온 스콧 부싱도 마찬가지다. 그는 지난 몇 년간 소도시가 아니라 대도시에서 법을 집행하는 것 같았다고 말했다. "뉴욕에서 볼 수 있는 모든 것을 이곳에서도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똑같은 마약들을 구할 수 있고, 똑같은 폭력배를 볼 수 있다"며 "지난해 헤로인을 적발했지만, 대비가 부족했다"고 덧붙였다. 자치구는 37명을 수용할 수 있던 기존 시설을 대체하기 위해 2009년 132명을 수용할 수 있는 새 구치소를 열었다. 현재 수감자 수는 156명으로 초과 상태다. 과거 고졸 학력 인증과정 수업에 쓰였던 공간과 옷장을 감방으로 사용하고 있을 정도다. 수감자들은 바닥에 지저분한 매트를 깔고 잔다. 식탁이 부족해 많은 이들이 바닥에 앉아 식사한다. 부싱은 재판이 너무 많아 현재 2017년 봄 배심재판 일정까지 계획하고 있을 정도라고 설명했다. 그래도 난방은 제공되고 있다.

부싱은 법을 집행하는 입장에서 보면, 조기 유가 회복 여부도 상관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유가가 회복되면 인구가 늘어 범죄도 증가될 것"이라며 "(유가가)회복하지 않는다면 사람들은 일자리를 잃어 더 바빠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최근 범죄가 급증했지만, 그 원인은 불확실하다고 말했다. 너무 많은 사람이 전입신고도 안 하고 이주한 탓에, 인구를 가늠할 수 없어 지역 범죄율조차 계산할 수 없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물론 몇몇 산업은 경기둔화에도 거의 영향을 받지 않고 있다. 윌리스턴 중심가에 위치한 하트브레이커스 Heartbreakers라는 스트립쇼클럽의 사장 재러드 홀브룩 Jared Holbrook은 자신의 클럽과 바로 옆 위스퍼스 Whispers를 다시 여는 데 집중하고 있었다. 그의 클럽은 싸움과 미성년자 음주 등을 포함한 여러 규정 위반으로 임시 폐업 조치를 받은 바 있었다. 그는 키득거리며 "이곳은 최고의 사업장이다. 도시 내 모든 사람이 여기 클럽에 오고 싶어 한다"고 말했다. 그에겐 물러설 이유가 하나도 없는 셈이다.

'효율'에 대한 지적이 많았음에도, 윌리스턴 헤럴드는 2월 중순 기사를 통해 '당분간 주요 석유업체의 정리해고는 없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하지만 그런 허세에도 불구하고 불안을 감추지 못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 탤러해시 Tallahassee 출신으로 완성된 유전을 운영하는 제임스 스텀프 James Stumpp는 다른 주에서도 침체기를 겪어 봤다며 "이곳 분위기에 분명 혼란스러운 면이 존재한다"고 말했다. 그는 "약 3주 전 매니저들이 우리에게 목돈을 마련해놓으라고 권유했다"고 덧붙였다. 그의 아내는 올여름 이곳으로 합류할 계획이었으나, 그는 이제 그 계획에 대한 확신을 잃어가고 있다.

유전 노동자인 버지니아 비치 Virginia Beach 출신 남편과 함께 1년 전 이곳으로 이주한 데니시야 브래드쇼 Denishia Bradshaw는 "비서로 일하고 있는 회사에서 이미 10명이 해고당했다"며 "남편의 경우, 5월까지 상황이 나아지지 않으면 대대적인 인력감축이 있을 것이라는 말을 듣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곳에선 아이들까지도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 가든 밸리 Garden Valley 초등학교 교장 브렌다 헐랜드 Brenda Herland는 "최근 복통을 호소하는 아이들이 눈에 띄게 늘었다"고 설명했다.

3년 후엔 무슨 일이 벌어질 것인가? 윌리스턴 크로싱이 축제와 함께 개점하게 될까? 올린은 이를 고대하고 있지만 확신하지 못하는 사람도 있다. 지역 구세군을 이끌고 있는 조슈아 스탠스버리 Joshua Stansbury는 사회복지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주는 했지만 쉬운 일자리를 더 이상 구하지 못하는 사람들이나, 일자리를 잃는 사람들 때문이라고 그는 설명했다. 그는 “과거엔 일주일에 20명 정도를 돌보곤 했지만, 이젠 하루에 20명 이상의 사람을 보살피고 있다”고 밝혔다.

노숙인 보호시설이 없기 때문에, 구세군에서는 몇몇 사람들에게 윌리스턴 밖으로 나갈 수 있는 편도 버스표를 사주기도 했다. 스탠스버리는 “사람들을 이곳에서 내보내기 위한 아이디어만은 아니다”라며 “가장 인간적인 선택을 고려했다”고 말했다. 그는 “몇몇 사람들에겐 어쩌면 집으로 돌아가는 것이 최선의 해결책인지도 모른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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