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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업계를 떨게 하는 유럽의 관료

▶취임한 지 1년도 지나지 않은 EU 경쟁담당 집행위원 마르그레테 베스타게르 Margrethe Vestager가 글로벌 거대기업들과 전쟁을 벌이고 있다. 사냥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By Vivienne Walt◀

베스타게르가 정조준하고 있는 기업 중에는 구글과 가스프롬도 끼여 있다.





어느 초저녁 브뤼셀 Brussels 에 있는 마르그레테 베스타게르의 집무실. 그녀가 커피를 마시며 글로벌 거대기업들을 겨냥한 자신의 잘 알려진 반독점 캠페인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현대적 느낌의 덴마크 그림이 가득한 사무실에서 그녀는 우아한 의자에 앉아 ”코끼리를 잡아 먹으려면 전략이 필요하다“며 ”한 번에 먹으려 하면 체하기 쉽다“고 말했다.

EU 경쟁담당 집행위원으로 그녀가 맡은 임무는 막중하다. 지난 6개월 동안 반독점 담당으로서 세계 굴지의 기업들을 향해 사격을 가해왔다. 기업 입장에서 보면 수십억 달러가 드는 소송들을 잇따라 제기한 것이었다. 지난 4월 베스타게르는 온라인 쇼핑몰 경쟁자를 밀어낸 혐의로 구글을 기소했다. 또 EU시장 가격을 올린 혐의로 러시아의 거대 에너지 기업 가스프롬 Gazprom을 기소하기도 했다. 두 회사 모두는 지금 반격을 준비 중이다. 현재도 그녀는 GE가 프랑스 기업 알스톰 Alstom을 140억 달러에 인수하기로 한 건에 대해 소송을 진행 중이다. 고국인 덴마크와 영국에서 일어나고 있는 통신 회사 인수 건도 마찬가지다.

브뤼셀에서 잔뼈가 굵은 관료들은 현재까지 그녀가 보여준 ‘한 번에 한 입씩 전략(bite-by-bite strategy)’을 성공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구글 소송 건을 예로 들어보자. 베스타게르는 몇 년이나 걸리는 EU 조사계획 대신, 온라인 쇼핑 한가지에만 초점을 맞췄다. 이 문제만큼은 법정에서 놓치지 않고 다루겠다는 심산이었다. 베스타게르가 승리할 경우, 구글의 여행과 지도 사이트 등을 상대로 한 소송은 더 늘어날 수 있다. 이 전술을 통해 글로벌 거대 기업을 상대로 더 많은 소송을 진행하겠다는 그녀의 향후 청사진도 가늠할 수 있다.



이런 모든 상황 때문에 브뤼셀은 갑자기 경영자들이 찾아 가야만 하는 도시로 부상하고 있다. 아마존, 페이스북, 구글 등 많은 기업들이 브뤼셀의 정치인 로비에 수백만 달러를 쏟아 붓기 시작했다. 브뤼셀의 로비스트 조사 기구인 유럽기업감시 (Corporate Europe Observatory)에 따르면, 구글의 지난해 브뤼셀 로비 예산은 두 배, 아마존은 20% 증가했다. 그러나 보고가 자발적으로 이뤄지고 그녀의 소송 의지가 강력하다는 점을 고려할 때, 실제 로비 금액 증가는 훨씬 크고 속도도 빠를 것으로 분석된다. 유럽기업감시의 올리비어 회드먼 Olivier Hoedeman은 “과거엔 기업들이 집행위원들에게 영향력을 행사하기가 훨씬 쉬웠다”며 ”그러나 베스타게르는 논란에 휩싸일 소송도 꺼리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베스타게르는 기업인들과 이야기를 나눌 자리를 갖기도 했다. 두려움이 커지고 있다는 걸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지난 5월 포춘은 베스타게르와 유명 기업인이 함께한 비공개 오찬에 참석했다. 대다수 기업인들은 미국 출신이었다. 두 시간 동안 정중한 질문공세가 이어졌고, 베스타게르는 한 가지를 분명히 했다.

지난 4월 워싱턴과 뉴욕에 방문했을 때 거듭 강조했듯, 자신은 반미주의자도 반세계화주의자도 아니라는 점이었다. 나무 패널로 화려하게 장식된 오찬장에서 그녀는 ”우리는 법을 준수하는 기업들을 위해 최선을 다한다“며 ”정치적인 이유로 법 집행 수단을 사용하는 건 용서할 수 없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정치는 브뤼셀의 생명선이다. 구글 내에서는 베스타 게르가 EU의 신임 디지털경제 집행위원 귄터 외팅거 G?nther Oettinger로부터 압박을 받는 것이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오고있다. 외팅거는 유럽 내 미국 IT 기업의 지배를 비판해왔다. EU 기업을 성장시키려는 그의 계획은 베스타게르의 소비자 보호본능과 충돌할 수 있다. 미국의 IT 소기업을 전담하는 클리퍼드 챈스 Clifford Chance의 변호사 토머스 비니에 Thomas Vinje는 ”베스타게르는 권력이나 부에 쉽게 휘둘리지 않는다. 오히려 그 반대다“라고 설명했다. 베스타게르는 자신의 집무실에서 ”열린 태도로 임하고 있다. 우리가 어떤 점에 동의하고, 동의하지 않는지를 듣고 이해해야 할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베스타게르는 앞으로도 끊임없이 ‘한 번에 한 입씩’ 거대한 코끼리를 먹어치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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