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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처인 Talk! Talk!] 김기만 한국창의과학진흥원 대표

새로운 ‘코딩’ 교육 무기로 창의적인 인재 육서 앞장선다

▶정보통신(IT) 기술 발전의 추진체는 소프트웨어(SW)다. SW 교육의 중요성은 새삼 어제 오늘 제기된 것이 아니다. 미국, 영국 등 주요 선진국에서는 공교육 과정에 소프트웨어 프로그래밍 언어, 이른바 ‘코딩(Coding)’을 정규 과정으로 편성하고 있다. 단순히 프로그래밍만을 위한 교육은 아니다. 전문가들은 코딩이 개개인의 논리적 사고, 데이터 분석 능력을 키워준다고 말한다. 자연스레 국내에서도 코딩 교육의 필요성에 주목하고 있다. IT 에듀테크(EduTech) 스타트업 ‘한국창의과학진흥원(KCSI)’은 코딩 교육의 올바른 방향성을 제시하기 위해 탄생한 회사다. 김기만 KCSI 대표를 만나 코딩 교육의 중요성과 사업 전반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김병주 기자 bjh1127@hmgp.co.kr 사진 차병선 기자 acha@hmgp.co.kr◀

김기만 한국창의과학진흥원 대표는 코딩 교육의 목적이 단순한 ‘프로그래머 양산’만이 아니라고 말한다. 그는 코딩 교육이 ‘창의적인 문제 해결 능력의 배양’을 돕는 효과적인 해결책이라고 강조한다.





‘상상을 경험으로 창조로.’

다소 거창해 보이는 이 문구는 한국창의과학진흥원(이하 KCSI)의 슬로건이다. 지난 7월 초, 서울시 금천구에 위치한 본사를 찾은 기자의 눈에 처음 들어온 문구 역시 이 슬로건이었다. 어느 회사나 자신들의 지향점을 함축한 슬로건을 갖고 있게 마련이다. 그렇다면 KCSI의 슬로건인 ‘상상을 경험으로 창조로’에는 어떤 뜻이 담겨 있을까.

김기만(45) KCSI 대표는 말한다. “저희의 슬로건은 그저 이상이 아닙니다. 실현 가능한 미래를 지향하죠. 누군가 상상한 그 무언가를 직접 경험하며 현실화시킬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싶습니다. 이러한 저희의 슬로건을 완성할 수 있는 매개체가 바로 코딩(Coding)입니다. 코딩 교육은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라는 것이 저희의 생각입니다.”

코딩, 그리 생소한 용어는 아니다. 최근 교육 관련 뉴스에서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는 단어다. 하지만 코딩, 그리고 코딩 교육의 의미를 정확히 알고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 김 대표에게 가장 근본적인 질문을 던졌다. 코딩은 무엇인가? 그리고 왜 코딩 교육이 필요한 것인가?

김 대표는 말한다. “보통 ‘코딩’이라고 하면 컴퓨터 언어를 이용해서 프로그램을 만드는 것을 의미합니다. 사전적 의미는 매우 단순하죠. 하지만 저는 단순히 프로그램을 만드는 것이 코딩의 전부라곤 생각하지 않습니다. 코딩의 결과물, 즉 프로그램의 완성도보다 이를 만드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수많은 문제와 이를 해결하는 방식에 주목해야 합니다. 현재 국내뿐 아니라 해외 선진국에서 진행되는 코딩 교육 역시 프로그래밍이 아닌 ‘문제 해결 능력’에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김 대표의 말처럼 최근 코딩은 창의적 사고력과 문제 해결 능력을 배양하는 데 효과적인 교육 수단으로 주목받고 있다.

지난해 12월, 미국 비영리단체 ‘코드닷오알지( Code.org)는 ‘ 1주일에 한 시간, 코딩을 공부하게 하자’ 는 취지의 ‘ 아워 오브 코드( Hour of Code)’ 캠페인을 시작했다. 당시 캠페인에는 버락 오바마 Barack Obama 미국 대통령을 포함해 빌 게이츠 Bill Gates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 잭 도시 Jack Dorsey 트위터 창업자 등 유명인사들이 참여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캠페인 당시 “미국이 앞으로 세계 최고의 자리를 유지하기 위해선 세상을 변화시킬 기술을 배우는 젊은 미국인들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여기서 오바마 대통령이 말한 ‘세상을 변화시킬 기술’이 바로 ‘코딩’이다.

영국은 아예 코딩을 의무교육 과정에 추가했다. 문서작성, 이메일, 검색 등 컴퓨터 기초활용능력을 가르쳤던 기존 정보통신기술(ICT) 과목을 코딩 교육 중심의 ‘ 컴퓨터과학 과목’ 으로 대체했다. 영국 정부는 코딩 교육이 필요한 이유로 ▲논리적 사고력 증대 ▲데이터 분석 능력 배양 ▲문제 해결 과정(알고리즘)에 대한 이해력 증가를 꼽았다.

김 대표 역시 코딩 교육이 필요한 근본적 이유로 ‘ 창의적인 문제 해결 능력 배양’ 을 꼽았다. “코딩 교육은 창의적으로 생각하고, 문제 해결방법을 찾아 결과물을 만드는데 더없이 좋은 방법을 제공합니다. 코딩을 배웠다고 해서 꼭 프로그래머가 될 필요는 없어요. 프로그래머가 될지 인문학자가 될지는 또 다른 교육과 아이의 성장 과정에서 정해지는 거니까요.”

현재 KCSI에서 운영 중인 코딩 교육 커리큘럼은 크게 ‘ 코드 크리에이터( CODE Creator)’ , ‘메이크(Make)’, ‘메이크 스마트(Make Smart)’의 3가지로 나뉜다. ‘ 코드 크리에이터’ 는 블록프로그래밍 언어, 이른바 ‘스크래치(Scratch)’기반의 커리큘럼이다. 코딩 교육을 처음 받는 학생들을 위한 ‘ 코드 크리에이터’ 과정은 코딩으로 문제 해결 방법을 찾는 과정 자체가 얼마나 재밌는지를 학생 스스로 느끼게끔 도와준다. ‘ 코드 크리에이터’ 과정이 끝나면 본격적으로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를 연계하는 커리큘럼인 ‘메이크’ 과정에 돌입한다.

‘메이크’는 학생 스스로 코딩한 프로그램을 기반으로 하드웨어 제품을 조정하고 운영하는 방법을 가르치는 과정이다. 특히 이 과정은 소프트웨어 교육과 하드웨어 교육이 연계돼야한다는 김 대표와 커리큘럼 개발자들의 생각이 반영된 결과물이다.

김 대표는 말한다. “소프트웨어 교육과 연계할 수 있는 하드웨어 제품을 찾고 싶었어요. 문제는 저희가 원하는 수준의 제품이 없었다는 거였죠. 물론 지금도 시장에는 코딩 교육을 위한 제품이 상당수 출시돼 있습니다. 하지만 시판 중인 제품은 저희 기준으로 보면 그저 장난감 수준에 불과했어요.”

코딩 교육을 접한 학생들과 교육 기업들의 반응은 꽤 뜨겁다. 이 같은 반응이 나오는 데에는 다양한 코딩 교육 과정과 체험활동이 큰 역할을 했다. 한국창의교육원에서 내놓은 다양한 교재와 교보재 ‘코드이노’ 보드.



김 대표는 만족할 만한 수준의 하드웨어 제품을 직접 개발하기로 결정했다. 그리고 6개월 여의 노력 끝에 ‘코드이노(CODEino)’ 보드가 모습을 드러냈다. 코드이노는 기존의 스크래치 센서 보드의 기능과 아두이노 (오픈 소스 기반의 마이크로 컨트롤러 내장 기기 제어용 기판) 보드의 기능을 동시에 사용할 수 있는 새로운 형태의 단일 보드다. 초· 중· 고등학교는 물론 대학의 하드웨어 프로그래밍 교육과정에까지 폭넓게 활용할 수 있는 최적의 교육용 보드로 주목받고 있다.

김 대표는 “올해 안에 사물인터넷(IoT), 로봇, 웨어러블, 드론, 3D프린터 등 최첨단 기술을 적용한 코드이노 보드 커리큘럼을 추가로 선보일 예정”이라며 “실생활에서도 활용 가능한 하드웨어와 교육과정 및 예제를 꾸준히 내놓을 것”이라고 말했다.



마지막 커리큘럼은 스마트폰용 애플리케이션(이하 앱)을 만드는 ‘메이크 스마트(Make Smart)’다. 학생들은 이 커리큘럼을 통해 앱을 만드는 과정부터 스토어에 등록하는 일련의 과정을 모두 체험할 수 있다. 현재 KCSI는 이같은 일련의 과정을 원스톱으로 제공하는 플랫폼을 개발 중이다. 체계성과 효율성을 기반으로 한 KCSI의 코딩 커리큘럼은 교육기업뿐 아니라 학생들에게도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김기만 대표는 말한다. “그동안 대다수 컴퓨터 교육업체들은 워드프로세서, 컴퓨터 활용능력 등 사무자동화(OA, Office Automation)분야에 집중해왔습니다. 그러다가 자연스럽게 새로운 분야를 찾기 시작했죠. 이 같은 요구에 부합한 것이 KCSI의 코딩 커리큘럼이었습니다. 저희는 해당 업체에 특화된 교육컨설팅, 세미나 관련 서비스뿐만 아니라 코딩 교육 교사 양성 역시 주도적으로 지원하고 있습니다.”

현재 KCSI의 코딩 교육 세미나에 참석한 누적 인원은 약 3,000여 명에 육박한다. 불과 1년만에 이룬 성과다. 최근에는 한국외국기업협회와 KCSI의 코딩 교육을 이수한 취업 준비생에게 인턴십 기회를 제공하는 내용의 업무협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그렇다면 실제로 교육을 받는 학생들의 반응은 어떨까? 김 대표는 최근 진행된 ‘ 해커톤(개발자들이 자유롭게 팀을 구성해 하루 동안 특정 서비스 혹은 기능을 만들어내는 행사)’을 예로 들었다. “기존 국어, 영어, 수학 교육과 달리 코딩 교육에서는 토론과 협업을 기반으로 한 문제 해결 능력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창의적 문제 해결 능력이라는 관점에서 토론과 협업은 매우 중요한 키워드이기도 하고요. 저희의 의도와 딱 맞는 것이 바로 ‘해커톤’이었습니다. 방과후학교 교육 업체 한 곳과 ‘ 해커톤’을 진행했는데, 반응이 아주 뜨거웠어요. 가장 최근 진행된 1박 2일의 해커톤 열기를 아직도 잊지 못합니다. 스크래치로 저희 ‘코드이노’를 제어하는 미션을 제시했는데, 밤잠을 포기하며 새벽까지 코딩 작업을 하더군요. 행사가 끝나고 대다수 참가자의 공통적 질문이 뭐였는지 아세요? ‘다음 해커톤은 언제죠?’였습니다. (웃음)”

김 대표와 KCSI는 올해 여름방학에 맞춰 초등학생 100여 명을 대상으로 전국 단위의 해커톤 행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또 국내뿐 아니라 해외 국가 학생들과 연계한 온라인 해커톤도 계획 중이다.

이처럼 KCSI는 체계적이고 창의적인 커리큘럼을 기반으로 아직 초기 단계인 국내 코딩교육 시장에서 순항을 거듭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 같은 KCSI만의 교육 커리큘럼이 탄생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무엇이었을까?

KCSI의 커리큘럼 개발은 기본적으로 두 가지 대전제에서 시작된다. 첫 번째는 절대 파편화되지 않는 커리큘럼을 지향한다는 것이다. 쉽게 말해 초등학교 때 배운 커리큘럼이 대학생이 돼서도 도움이 돼야 한다는 것이다. 두 번째 대전제는 하드웨어 관련 커리큘럼의 중심에 ‘장난감’이 아닌 코드이노에 기초한 브레드 보드(Bread Board·전자과학실험 실습 응용 교재)가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이는 설명서에 의존해 뚝딱 만들어 내는 장난감이 아니라 꾸준히 응용하고 활용할 수 있는 교재로 활용시키겠다는 KCSI의 의지로 해석할 수 있다.

커리큘럼 전문 개발팀의 존재 역시 핵심 원동력이다. 현재 KCSI 커리큘럼 개발팀에는 엔지니어 그룹,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 분야 전문가들로 구성된 커리큘럼 개발자 그룹이 포함돼 있다. 모두 해당 분야에서 10년 이상 종사한 베테랑 전문가다.

김 대표는 말한다. “이 같은 대전제를 기반으로 개발된 커리큘럼은 프로토타입의 형태로 외부 교육 전문가와 엔지니어 전문가 그룹에 전달돼 또 한 번의 검수를 받습니다. 그리고 이 같은 피드백 과정이 완료된 후, 직접 교육 현장에서 시범 운영을 거친 뒤에야 비로소 완전한 커리큘럼이 탄생하게 됩니다.”

김기만 대표는 코딩 교육의 방향이 결코 ‘성적과 입시 줄 세우기’로 귀결돼서는 안 된다고 말한다. ‘창의적 문제 해결 능력 배양’이라는 올바른 방향성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역설한다.



김 대표와 이야기를 나누면서 코딩 교육의 중요성이 ‘물음표’에서 점차 ‘느낌표’로 변해갔다. 하지만 여전히 머릿속에 맴도는 걱정거리가 하나 있었다. 바로 ‘사교육’ 문제다. 미래창조과학부와 교육부에 따르면, 오는 2017년부터 초등학교를 시작으로 코딩 교육이 정규 교과에 포함된다. 이미 대학 입시가 교육의 목적이자 이유가 돼버린 국내 현실에 비춰본다면 코딩 교육이 자칫 ‘ 창의력과 문제 해결 능력 배양’이라는 본연의 목적을 상실할 가능성도 적지 않다.

김 대표도 이 같은 상황을 경계하면서 분명한 해결책을 강조했다. “이미 서울 강남 지역에서는 코딩 선(先) 학습을 위해 개인 교습까지 이뤄진다고 하더군요. 완전히 잘못 가는 거죠. 우려했던 대로 코딩의 목적이 그저 프로그래밍에 그치게 되는 거니까요. 전체적인 방향이 성적과 줄 세우기로 가면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무엇보다 선생님들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제대로 된 코딩 교육이 뿌리내리기 위해선 ‘문제 해결 능력과 창의력 배양’이라는 코딩 교육의 목적을 선생님들이 정확히 인지하고 교습 과정에서 그 방향성을 유지하는 것이 필수니까요.”

최근 김 대표는 더욱 더 큰 꿈을 꾸기 시작했다. KCSI의 커리큘럼을 앞세워 해외 선진국과 신흥국에 진출하겠다는 것이다.

“영국에는 ‘코드클럽’이라는 비영리 코딩 교육 재단이 있습니다. 구글, 삼성과 같은 글로벌기업들이 후원하고 있는 코딩 교육 재단이죠. 현재 코드클럽과 제휴를 맺고 코드클럽이 진출한 75개국에 KCSI의 커리큘럼을 전달하고 있습니다. 또 중국 진출을 위한 시장조사도 진행 중입니다. 현재 방과후학교 시장이 태동하고 있는 상하이와 저장성 일대가 타깃이죠. 시장조사가 완료되면 저희의 커리큘럼을 앞세워 본격적인 사업을 진행할 예정입니다.”

인터뷰가 진행된 1시간여 동안 김 대표는 ‘교육은 세대 간의 약속’이라는 말을 수차례 언급했다. 그는 코딩 교육이 그저 수익을 위한 사업 아이템은 아니라고 말한다. ‘세대 간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제대로 된 교육을 제공하겠다는 김기만 대표와 KCSI의 미래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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