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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자율규제' 뒤에 숨은 금융당국



"정부가 발행을 중단시킨 적은 없습니다. 같이 만나서 회의는 했지만 의견교환일 뿐 정부가 주도하는 것이 아닙니다. 업계 스스로 자율 규제안을 만들기로 한 것입니다."

증권사가 홍콩H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한 주가연계증권(ELS) 발행을 잠정 중단하기로 한 지 한 달이 훌쩍 지났다. 그 사이 ELS 발행량은 급감했고 H지수는 우려했던 추가 하락을 피하고 반등하고 있다. 상황이 다소 개선되면서 일부 증권사들은 발행을 재개하고 있다. 하지만 금융당국에 대한 눈치보기와 불만은 오히려 커지고 있다. 여전히 당국이 명확하게 이 문제에 대한 의사를 정리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이미 증권사들은 지난달 초 금융당국에 업계 자율 규제안을 제출했다. 그리고 일부 증권사들은 추석 연휴 전 당국의 검토 결과가 나올 것이라는 말을 듣고 발행 재개 준비도 마쳤다. 하지만 기다렸던 당국의 지침은 나오지 않고 지금껏 검토 중이라는 말만 전해 듣고 있다. 증권사 관계자들은 규제안 발표가 계속 늦어지는 것이 금융당국이 업계의 자율 규제안을 마뜩잖게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 아닌가 우려하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ELS 발행 잔액을 전체 발행액의 30% 수준까지 줄이겠다고 했다"며 "그런데 대놓고 얘기하지는 않고 있지만 당국은 더 강화된 규제안을 원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당국이 원하는 수준에 부합되는 규제안을 업계가 만들어오라고 하는 것은 '자율'이 아니다. 자율이라는 이름표를 단 정부 규제와 다름없다. 만든 것은 업계지만 그 속에 숨어 있는 규제 의지는 정부의 것이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업계 일각에서는 금융당국이 현 정부의 규제완화 정책 기조를 거스르고 있다는 비판을 받는 것을 부담스러워 직접 개입을 피하려 하는 것 아니냐는 해석을 내놓기도 한다.

지난달 한국금융투자협회는 증권사와 자산운용사에 '금융투자상품 판매·운용 관행 쇄신' 안이라는 공문을 보냈다. 광고성 보도자료를 배포할 경우 사진에 수익률을 표시하지 말라는 것이 골자다. 하지만 이 역시 금융당국의 지침을 협회가 공문을 보내 대신 수행한 것이었다. 당시 업계 관계자는 "알고 보니 협회는 반대했지만 당국이 진행한 내용이라고 했다"며 "업계 비난의 화살이 협회에만 쏟아져 억울한 점이 많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모든 규제가 나쁜 것일 수는 없다. 인간의 이기심으로 굴러가는 것이 자본주의 사회라면 이기심을 적절히 제한하는 것도 필요하다. 그것이 정부의 역할이다. 정말 필요한 규제라면 '자율'이라는 장막 뒤에 숨어 있을 것이 아니라 직접 설명하고 설득해야 한다. /증권부=박성호기자 junpark@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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