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군에 왜 ‘특수작전용 대형기동헬기’가 별도로 필요할까.
특수부대 요원들이 북한 지역에 침투할 때 북한군 방공망의 공격으로부터 생존하기 위해서는 고성능 전자전 장비가 필수다. 현재 우리 군이 운용 중인 UH-60 헬기로는 탑재 능력에 한계가 있다. 또 특수전부대는 헬기 침투 후 고기동차량이나 보트 등으로 이동하는 경우가 많은데, UH-60으로는 이러한 장비의 수송이 어렵다.
이에 미군도 특수전용 헬기 ‘MH-47G’를 개발해 전술차량이나 침투용 보트도 함께 실어 작전을 펼치고 있다. 특히 야간이나 악천후에도 비행할 수 있는 첨단 레이더 등 최신 항법장치와 각종 전자장비 탑재, 적 휴대용 대공 미사일 공격을 무력화할 수 있는 방어장비 등을 장착하고 있다.
이 같은 필요성에 따라 방위사업청은 지난 4월 30일 제168회 방위사업추진위원회(이하 방추위)에서 특수작전용 대형기동헬기 사업의 사업추진기본전략 등을 의결했다.
군 특수부대원들이 유사시 야간이나 악천후에도 북한 지역에 침투할 특수작전용 헬기 수십대가 내년부터 2033년까지 3조 3657억 원의 예산으로 도입된다. 도입 물량은 20여대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특수작전용 대형기동헬기 도입 사업에는 세계 정상급 방산업체로 맞수로 불려온 록히드마틴과 보잉이 맞붙을 것으로 전망된다. 경합 기종은 보잉의 ‘CH-47F ER’과 록히드마틴의 ‘CH-53K 킹 스탤리온’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록히드마틴과 보잉은 미 항공우주분야 방산업계의 양대 산맥으로 치열한 경쟁을 벌여왔다.
지난 2023년 보잉과 록히드마틴은 ‘대형기동헬기-Ⅱ 구매사업’ 때도 수주전을 치룬 적이 있다. 당시에도 보잉의 CH-47F와 록히드마틴의 CH-53K가 경합을 벌였으나, 록히드마틴이 입찰에 포기했다. 이에 방위사업추진위위회(이하 방추위)는 기존 경쟁 입찰 방식으로 추진되던 구매계획을 대외군사판매(FMS) 방식으로 조정했다. 결국 방위사업청은 제151회 방추위에서 ‘대형기동헬기-Ⅱ 기종결정안’을 서면 심의해 CH-47F 기종 구매를 결정했다.
새로 들어온 특수작전용 대형기동헬기들은 노후화된 육군의 특수작전용 헬기와 공군의 탐색구조용 헬기들과 교체될 예정이다.
군은 이 사업을 통해 미군이 운용하는 특수전 헬기 ‘MH-47G’급 도입을 목표로 하고 있다. 미국의 특수전 헬기들은 침투를 위한 레이더, 적외선 장비, 그리고 장거리 비행을 위한 공중급유봉 장착 등 일반적인 수송헬기보다 많은 장비를 탑재해 가격도 비싸다.
무엇보다 미국이 외국에 특수전 헬리콥터를 수출한 사례가 없다. 군 당국은 이번 사업을 통해 MH-47G급 기체를 들여와 우리 업체를 통해 개조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우리 군은 육군이 CH-47D를, 공군 탐색구조전대가 HH-47D를 운용 중이다. 이 두 기종 모두 미국 보잉의 CH-47 치누크 모델이다.
미국 보잉이 빈 라덴 참수작전에 투입됐던 CH-47 치누크(Chinook) 헬기의 최신형인 ‘CH-47ER’을 제안했다. 이에 반해 한 차례 패했던 시코르스키는 아덱스 2023에 ‘CH-53K’ 모형과 시뮬레이터를 들고 나왔다. CH-53 기체를 바탕으로 한 최신형으로 이 모델을 제시할 것으로 예상된다.
경쟁 기종을 면면을 살펴보면, 우선 CH-47ER은 미군이 운용 중인 CH-47F의 항속거리 등을 늘린 개량형 기종이다. 미 주력 특수전헬기 중의 하나인 MH-47G는 CH-47F를 특수전용으로 개조해 운용하고 있다. 길이는 15.8m, 최대속도는 시속 340㎞, 전투행동 반경은 630㎞다. 40여명의 특수부대원을 수송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우리 군 당국도 특수전용 대형기동헬기 사업을 통해 ‘MH-47G급 도입을 목표로 하고 있다. 유사 기종을 들여와 국내에서 한국 기술로 적용한 레이더와 전자 장비 등 첨단 장비 등을 장착해 사용하겠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기체는 부식을 방지하고 조종석의 진동을 줄이기 위한 구조다. 전자식 제어시스템이 적용된 엔진은 출력이 3700마력에서 4800마력으로 크게 증가했다. 디지털 자동비행조종장치를 통해 악천후 속에서도 제자리 비행 등이 가능하다. 대당 가격은 보통 헬기보다 비싼 5700만 달러(한화 740억 원)에 달한다. 다만 경쟁 모델인 CH-53K 보다는 저렴하다.
MH-47은 주한미군에도 배치됐다가 10여년 전 철수했다. 이후엔 한미 연합훈련 때 종종 한반도로 출동해 유사시 우리 특수부대원들을 북한 지역에 침투시키는 훈련을 하고 있다. MH-47은 미 특수부대의 기동성을 높여주는 소형전술차량과 ATV도 수송할 수 있어 아프가니스탄전쟁에서 펼치진 특수전에서 높은 성과를 올리며 유명세를 떨쳤다.
이처럼 MH-47은 미 특수부대의 기동성을 높여주는 소형전술차량과 ATV를 수송할 수 있어 아프가니스탄전에서도 각광을 받았다. 하지만 지난 2005년 아프가니스탄에서 네이비씰 대원 12명과 조종사 등 20명을 태우고 작전 중 탈레반의 RPG 로켓 공격을 받아 전원이 전사하는 참사를 겪기도 했다.
다음으로 록히드마틴의 CH-53K는 미군이 운용 중인 CH-53E 슈퍼 스탤리온을 개량한 최신형 대형 헬기다. 미군 최대규모의 탑재량을 자랑하는 초대형 기체로 스무스하면서도 빠르고 민첩한 행동을 보여줄 수 있는 기체 특성이 장점이다.
CH-53K의 제원을 살펴보면 길이는 22.28m, 폭(로터 포함)은 23.99m에 이른다. 최대 속력은 시속 315㎞, 항속거리는 841㎞다. 최대 16.3t의 화물 수송이 가능하다.7500 엔진마력의 T408-GE-400 터보샤프트 엔진 3기를 장착했다. 2022년 말 미 F-35C 스텔스기를 매달고 비행하는 영상이 공개돼 화제가 된 바 있다. 대당 가격은 1000억 원이 넘어 비싼 편이다.
CH-53K는 메인로터(자동으로 2분 내 접을 수 있다) 및 꼬리 동체를 폴딩형식으로 주기가 가능해 해상작전시 상륙함 등에서 해상 운용이 용이하다는 장점도 있다. 항전 및 비행 통제 시스템은 미래 소프트웨어 업그레이드와 호환되도록 설계됐고 내부 화물 탑재량 또한 비교적 간단한 수정으로 향상 시키는 게 가능하다.
미 해병대가 운용하는 CH-53K은 기본형인 CH-5의 최신 기종이다. 특수전부대 침투와 재보급 등에 활용하고자 MH-53J 특수작전헬기로 개량해 운용한 사례도 있다.
2023년 이스라엘도 CH-53K 18대를 34억 달러(4조 4000억 원)에 도입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미 해병대 초도작전능력(IOC) 달성을 위해 앞으로 총 200대를 도입할 예정이다.
군 당국은 이번 사업을 통해 특수전용 헬기들도 구성된 ‘한국판 나이트 스토커스’ 부대 창설을 목표로 삼고 있다. 예컨대 미군은 각종 특수전 헬기들로 구성된 160특수작전항공연대를 운용하고 있다. 제160특수작전항공연대는 1981년 창설돼 180여대의 각종 특수전 헬기를 보유 중이다. 미군 특수전과 관련된 모든 비행임무를 수행하는 부대로 유사시 우리나라 등 동맹국 특수부대 침투작전도 지원한다.
‘밤의 추격자’(나이트 스토커스·Night Stalkers)라는 별명을 붙을 정도로 음미하게 작전을 펼치며 높은 전과를 올리고 있다. 1993년 모가디슈 작전 실화를 소재로 한 영화 ‘블랙호크 다운’에 등장하는 헬기들이 제160특수작전항공연대 소속이다. 다른 영화 ‘론 서바이버’ ‘제로 다크 서티’에 등장한 특수전 헬기들도 이 부대 소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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